대한민국의 랜드마크는 무엇일까. 5000만 인구가 모두 만족할 정답은 기대하기 어렵다. 아직 공감대가 형성돼 있지 않고 본격적인 논의도 없었다. 자칫 ‘너와 내가 입장이 다르다’는 이유로 심각한 분열을 초래할 개연성이 높다. 랜드마크(Landmark)의 사전적 의미는 어떤 지역을 대표하거나 구별하게 하는 표지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의 지방행정구역인 16개 광역지방자치단체의 랜드마크는 무엇일까. <이코노미플러스>는 현직 16명 광역단체장에게 물어봤다. 자신이 행정을 책임지고 있는 광역단체를 대표할 수 있는 랜드마크는 무엇인지 말이다. 아울러 그 배경 및 이유를 요청했다. 상당수가 조심스런 입장을 보였다. 주관적 추천이 광역단체의 공식 의견으로 오인돼 구설수에 오를지 모른다는 염려였다.

지역 대표성보다 치적이 먼저 … ‘네가 살아야 내가 산다’

대부분이 사전적 의미에 충실한 랜드마크를 추천했다. 하지만 이를 뛰어넘는 경우도 있었다. 김문수 경기지사가 대표적이다. 김 지사는 랜드마크를 좀 더 확대해서 생각해보면 한 개인, 한 지역, 한 국가 등을 다른 것들과 확연하게 구별해주는 ‘상징’으로도 볼 수 있다고 파격을 짐작하게 했다.

김 지사가 추천한 경기도의 랜드마크는 무형의 ‘규제 개혁’이다. 2006년 7월 취임한 김 지사는 “경기도는 규제 백화점”이라고 안타까워했다. 경기도의 발전을 가로막고 있는 규제는 군사, 기업, 상수원, 대학, 토지 규제 등 총 5가지. 김 지사는 5대 규제의 개선 없이는 절대 경기도가 발전할 수 없다고 단언한다. 때문에 ‘규제 개혁 전도사’를 자처했다는 것이다. 지성이면 감천이라고 했던가. 2년 동안 경기도의 의견이 반영돼 총 23건의 법률 제·개정이 완료됐다. 현재 18건이 추진되고 있으므로 규제 개선의 폭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모두가 체념했던 규제 개선의 장벽이 서서히 무너지면서 경기도 내 6000여 개의 일자리가 새로 생겼다.

초선 도백 김문수 경기도 랜드마크 ‘규제 개혁’

대전과 충북도 예외는 아니다. 2006년 7월 대전시청에 입성한 박성효 시장은 “대전 도시 전체가 대전의 새로운 랜드마크”라고 큰 그림을 그렸다. ‘시민이 행복한 대전’, ‘창조도시 대전’을 향해 도시 곳곳에서 새로운 단장을 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대전 도심을 가로지르는 3대 하천을 시민들의 꿈과 추억이 흐르는 웰빙 휴식공간으로 제공하기 위해 ‘행복한 하천 만들기’ 프로젝트가 추진 중에 있고, 2020년까지 연평균 200만 그루씩 ‘3000만 그루 나무 심기’ 운동을 범 시민운동으로 전개 중이다. 또한 ‘자전거 타기 좋은 도시’를 선언하고 도심 480㎞ 구간의 자전거도로를 정비, 개설했다. 박 시장은 “대전을 둘러싸고 있는 산들을 중심으로 한 아름다운 대전 8경과 함께 대전 둘레 산길 잇기 12개 구간 120㎞는 시민들의 건강생활과 레저생활을 즐길 수 있는 새로운 명소로 거듭나고 있다”고 자랑했다.

초선 도백 정우택 충북지사는 ‘경제특별도 BIG 충북’을 꼽았다. 정 지사는 “경제특별도 선포 이후 차별화된 경제정책과 최적의 투자환경 조성을 통한 활발한 기업유치활동으로 역동적인 충북을 만들어가고 있다”며 “미래를 만들어가는 역동적인 경제특별도 BIG 충북이 이제 충북의 랜드마크가 된 것”이라고 했다. 실적은 눈부시다. 취임 2년 만에 15조8721억원, 전국 최고 투자 유치 성과를 이끌어냈다. 

2004년 6월 보궐선거에 당선된 후 재선에 성공한 김태호 경남지사는 남해안 시대를 랜드마크로 내세웠다. 김 지사는 2004년 11월, 수도권 중심의 한계를 극복하고 남해안을 수도권에 대응하는 제2의 경제권으로 키워 대한민국의 새로운 성장 동력의 진원지로 육성하기 위해 ‘남해안 시대’를 주창했다. 경남은 남해안 시대의 성공적 추진을 법적·제도적으로 뒷받침하기 위해 헌정사상 최초로 지방정부가 주도한 상향식 입법사례로 기록된 동서남해안권발전특별법 제정을 주도해 지난해 12월27일 공포되는 큰 성과를 거두었다. 이 특별법은 시행령과 시행규칙이 함께 마련돼 2008년 6월28일부터 본격 시행되고 있다. 남해안 시대와 함께 경남을 국내뿐 아니라 세계에 쉽게 알리고 특색 있고 차별화된 뉴경남 이미지를 창출하기 위해 경남 랜드마크 개발을 위한 연구용역을 시행중이다.

안상수 시장 2013년 완공 예정 인천타워 추천

2002년과 2006년 광역단체장 선거에 연거푸 이긴 안상수 인천시장은 지난 6월20일 착공한 151층 인천타워(587m)를 랜드마크로 추천했다. 현재는 조감도밖에 없다.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 이전인 2013년 완공이 목표다. 2010년 광역단체장 선거에서 당선된다면 준공식에 참여해 테이프 커팅이 가능하다.

안 시장은 “인천타워는 인천광역시, 인천경제자유구역청 그리고 송도랜드마크시티 컨소시엄간의 파트너십을 통해 동아시아 허브도시로 발전하고자 하는 인천의 비전을 달성하는 데 있어 중요한 단계다. 인천타워는 도시 브랜드 향상, 외국인 투자 촉진 그리고 나아가 국가 경쟁력 및 국가 이미지 제고에도 기여할 것이라고 확신하고 있다”고 밝혔다. 현재로서는 세계에서 두 번째로 높은 건물이다.

경기, 대전, 충북, 경남, 인천 등 5명을 제외한 11명의 광역단체장은 랜드마크의 사전적 의미를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일단 눈에 보이는 유형이기 때문이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한강, 허남식 부산시장은 광안대교, 김범일 대구시장은 팔공산, 박광태 광주시장은 무등산, 박맹우 울산시장은 태화강, 김진선 강원지사는 대관령, 이완구 충남지사는 만리포해수욕장, 김완주 전북지사는 새만금방조제, 박준영 전남지사는 갤럭시 아일랜즈(은하의 섬), 김관용 경북지사는 경주 세계문화엑스포, 김태환 제주지사는 제주 화산섬과 용암동굴을 지역의 랜드마크로 꼽았다.

2006년 7월 취임한 오세훈 서울시장은 한강을 추천했다. 한강은 서울·경기·충북·강원 일대를 흐르며, 총연장 497.5㎞, 면적 2만6000㎢다. 한반도의 중앙을 동서로 가로지르는 한강은 일평균 15만 명(연인원 5100만 명)이 이용하는 서울시민이 가장 즐겨 찾는 대표적인 공간이다. 2007년 7월 서울시민 13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서울의 관광명소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한강 르네상스 추진 오세훈 시장 한강 꼽아

오 시장은 지난해 ‘회복’과 ‘창조’라는 컨셉트로 한강 르네상스 마스터플랜을 발표했다. 서해로의 뱃길을 열고 환경친화적인 수변도시(마곡 워터프론터, 용산 국제업무지구 등) 건설과 4개 특화지구 개발, 인공섬 사업 등을 통해 서울을 세계 10위권의 선진 도시로 끌어올리는 성장 동력으로 한강이 거듭나도록 한다는 것이다. 오 시장은 “관련 사업들이 차질 없이 수행되면 한강은 서울을 넘어 세계적인 랜드마크로 재탄생될 것”이라고 자신감을 나타냈다.

2004년 보궐선거에 이어 2006년 지방선거에 승리한 허남식 부산시장은 광안대교를 부산의 랜드마크로 내세웠다. 광안대교는 2002년 부산 아시안게임을 맞아 완공됐다. 폭 18.25m, 길이 7.4km의 국내 최초 해상 복층교량이자, 국내 최대 현수교다. 부산신항을 비롯한 부산항 컨테이너부두의 항만 물동량을 내륙으로 수송한다. 항만 배후 연결도로망의 중심 가교 역할을 하기도 한다. 다리 위에서는 광안리·해운대해수욕장을 비롯해 황령산·장산, 오륙도와 동백섬 등 부산을 대표하는 산과 바다를 한눈에 볼 수 있다. 부산시민 설문조사에서도 최고의 지지를 받았다고 한다. 타 지역 사람들도 ‘부산의 랜드마크’로 광안대교를 우선적으로 선호하고 있다는 것이 허 시장의 주장이다.

 2006년 7월 대구의 수장이 된 김범일 시장은 팔공산을 추천했다. “달구벌 사람들의 한 가지 소원은 꼭 들어 주는 대구의 명산”이란다. 팔공산은 대구의 북동쪽을 감싸 안고 있는 대구의 진산(鎭山)이다. 대구 사람들은 마을 뒷산처럼 스스럼없이 오르내리는 산이지만 실제로는 해발 1192m에 총면적 122.08㎢에 달하는 거대한 규모다. 전체 능선만도 20㎞. 김 시장은 “빼어난 자연환경과 유적, 전통문화, 휴양, 레저, 문화시설이 어우러진 팔공산은 대구시민에게 사랑받고 있는 명산으로 대구의 랜드마크라 할 만하다”고 밝혔다.

재선의 박광태 광주시장은 “광주를 이야기할 때 무등산을 빼놓을 수 없다”고 했다. 높고 낮음 없이 누구에게나 평등한 산이라는 뜻의 무등산은 ‘그냥 그 자리에 있는’ 산이 아닌, 광주시민들의 정신적 고향이자 문화의 고향이라는 것이다. 해발 1187m의 무등산은 빼어난 산세 그 자체만으로도 훌륭한 경관을 자랑한다. 박 시장은 “철쭉이 장관을 이루는 봄, 신록의 여름, 가을의 억새, 겨울의 설경은 거대한 병풍을 펼쳐놓은 듯 광주의 사계(四季)를 화려하게 수놓는 무등산이 있어 광주는 행복한 도시”라고 밝혔다.

박맹우 울산시장은 태화강을 자랑했다. 도심을 가로지르는 태화강 줄기는 울산의 젖줄이다. 그러나 1960년대부터 시작된 공업화의 역사는 조국의 경제성장을 이끌었지만, 울산의 물과 공기, 땅은 공해로 점철되고 말았다. 주민은 삶의 터전을 잃고 이주해야 했다. 삶의 흔적이 사라져 가던 태화강이 다시 살아나는 계기가 된 것이 ‘에코폴리스 울산’ 선언이었다.

대규모 환경 투자와 하수정비 사업·생태하천·도심녹지 네트워크 구축 등이 강력하게 추진되었고, 기업의 자발적 투자와 110만 시민의 열정적 참여가 함께 했다. 그 결과 전국 최고 수준의 대기와 수질을 회복했고, 태화강은 연어·수달·백로가 서식하는 1급수의 생명의 강으로 돌아왔다. 2002년 7월 취임 후 친환경 생태도시 건설을 주도해온 박 시장은 “자연은 노력한 만큼 보답한다는 교훈과 함께 110만 시민의 열정을 모았다는 자부심을 얻었다”며 “생태도시 건설을 통해 도시의 질적 성장은 물론 선진 도시로서의 도시 브랜드를 창출하겠다”고 강조했다.

현역 유일 3선 광역단체장인 김진선 강원지사는 대관령과 동계올림픽 그리고 알펜시아를 꼽았다. 김 지사는 대관령에서 지구촌의 축제이자 대한민국의 새로운 성장 동력의 아이콘이 될 동계올림픽이 준비되고 있다고 했다. 또한 대관령 496㎢의 대지 위에는 국내 최초, 최대의 글로벌 사계절 복합리조트가 건설되고 있다. 김 지사는 “강원도에서 시작된 물줄기가 한강을 만들고, 낙동강을 이루어 나갔듯이 이제 ‘강원도’하면 자동적으로 대관령을 떠올리는 마음 속 지도가 그려졌으면 좋겠다”며 “‘대관령=동계스포츠=알펜시아=국민의 고향=최고’라는 등식이 우리 국민들의 인식에 뚜렷하게 그려져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2006년 7월 충남도청의 사령관을 맡은 이완구 지사는 만리포해수욕장을 추천했다. 지난해 발생한 서해안 유류유출사고와 관련이 깊다. 순간의 안이한 판단과 부주의가 불러온 선박의 충돌로부터 발생한 사고는 그 푸르던 바다를 일순간에 검은 바다로 물들였지만 국민들의 저력이 발휘돼 바다는 점차 푸르게 변해갔다. 지난 6월27일 만리포를 비롯해 서해안 해수욕장들이 개장했다. 이는 국민의 하나 된 힘이 있었기에 가능했음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이 지사는 “만리포해수욕장이야말로 국민들이 새로 만들어준 국민의 해수욕장이며, 충남은 물론, 전 국가적 랜드마크가 되기에 충분한 역사의 현장이라고 말하고 싶다”고 했다.

 초선 단체장인 김완주 전북지사는“세계 최장 33km의 새만금방조제”를 꼽았다. 새만금은 전북 부안군 대정리에서 군산시 비응도에 이르는 바다를 막은 방조제다. 단군 이래 최대의 대역사라는 새만금 사업의 상징이자 네덜란드 쥬다찌 방조제(32km)를 넘어선 세계에서 가장 긴 방조제를 따라가다 보면 양 옆으로 드넓은 바다가 끝없이 펼쳐진다. 환경과 개발 논쟁 사이에서 두 차례나 공사가 중단되고 국책사업사상 최초로 법정소송에 휘말리는 등 우여곡절을 거친 뒤 착공 16년 만인 2006년 4월 연결된 새만금방조제는 이제 살아있는 역사의 현장이 되고 있다. 새만금방조제는 아직 마무리 공사 중임에도 지금까지 관광객 1000만 명 이상이 다녀간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2004년 보궐선거에 이어 2006년 광역단체장 선거에 함박웃음을 터뜨린 박준영 전남지사는 ‘갤럭시 아일랜즈(Galaxy Islands: 은하의 섬)’를 내세웠다. 이는 전남 서·남해안의 짙푸른 바다 위에 은하수처럼 떠 있는 수많은 섬들을 국제 관광코스로 조성하기 위한 다도해의 새로운 브랜드다. 갤럭시 아일랜즈 브랜드를 지난해 4월3일 특허청에 업무표장등록을 했다. 박 지사는 “서남해안 관광레저도시 개발사업(J프로젝트)과 연계해 보석처럼 빛나는 서남해안의 섬들을 개발해 세계적인 해양관광 도시로 조성하겠다는 새로운 섬 개발 프로젝트 사업이다”며 “전남의 비교우위 자산인 다도해상의 섬들을 테마별로 개발하는 갤럭시 아일랜즈는 세계적인 해양관광명소로 거듭나 은하수처럼 빛날 것”이라고 원대한 포부를 밝혔다.

2006년 7월 취임한 김관용 경북지사는 경주 세계문화엑스포를 추천했다. 세계문화엑스포공원은 세계 최초의 종합문화박람회, 경주 세계문화엑스포가 열리는 곳으로서, 경주 보문관광단지 내에 자리하고 있다. 엑스포공원은 지난 1998년부터 3차례의 문화엑스포를 개최하면서 유무형의 전통적 문화자산과 첨단과학을 접목한 문화콘텐츠 개발로 국내 문화산업 발전을 선도해왔다. 문화엑스포는 이러한 노하우와 인프라를 바탕으로 유네스코(UNESCO)가 선정한 세계문화유산으로 세계 7대 불가사의 중 하나인 앙코르와트에서 2006년 ‘앙코르-경주세계문화엑스포’를 개최 찬사를 받았다.

2004년 6월 보궐선거에서 도백에 오른 후 재선된 김태환 제주지사는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 ‘제주 화산섬과 용암동굴’을 추천했다. 세계자연유산이란 유네스코가 세계적으로 유일하고 학술적 가치가 높은 자연유산을 전 세계인이 함께 보존하기 위해 지정하는 인류의 보물로 제주 화산섬과 용암동굴이 우리나라 최초로 등재됐다(2007.6.27, 제31차 세계유산위원회 총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