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로의 첫 공습은 아이팟(iPods) 때문이었다. 다음에는 유럽인이 맨해튼의 맨션을 장악했다. 이제는 기업을 사냥하러 온다.
“나는 부자 아랍인들을 걱정하지 않는다. 나를 걱정하게 만드는 건 프랑스인이다.”
캘리포니아에 있는 클로비스의 어느 미국 기업인은 외국 국부 펀드의 영향력에 대해 미국 정부가 우려하고 있다는 나의 발언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나는 물었다.
“어째서 프랑스인을 걱정합니까?”
그는 대답했다.
“미국의 큰 기업들을 사들인 게 바로 그들이다. 우리 모두의 생활이 바뀌고 있다. 근래 이곳 사회에서 기업이 가장 중요한 역할을 했다.”
그는 클로비스에 기반을 둔 비디오 보안 시스템 제조업체인 펠코(Pelco)를 예로 들었다. 펠코는 최근 프랑스 기업인 슈나이더 전기(Schneider Electric)에 인수되었다.
펠코 인수에 특별한 것은 없다. 외국 기업이 미국 기업을 사고, 그 반대의 경우도 늘 있어왔다. 이 정도 거래는 아랍에미리트 연합이 시티그룹에 투자한 75억달러, 중국이 블랙스톤그룹에 투자한 30억달러에 비하면 한참 적은 규모다. 아직 크게 눈에 띄지는 않지만 이런 거래는 곧 닥쳐올 흐름이다.
미국은 수많은 중대형 유럽 투자 유입을-아마 전례가 없는-받아들일 준비를 하고 있다. 거대 기업에서 가족 소유 기업까지 모든 규모의 기업이 미국 기업을 사냥하러 몰려들 것이다. ‘유로의 공습’이라 이름 붙이자. 현재 많은 미국 기업이 유럽인 주인을 만나게 될 뿐 아니라 미국 시장은 미국 내에서 제품을 생산하는 새로운 외국 경쟁자들로 북적이게 될 것이다. 그들은 새로운 미국 기지를 자신의 유럽 시장을 포함해 세계 시장으로 수출하는 그리고 미국 시장을 공략하는 발판으로 삼을 것이다. 대서양을 사이에 둔 이러한 변화는 유럽의 고용 및 수출에 엄청난 충격파를 가져와 필연적으로 대서양 양쪽에 정치적 폭풍을 일으킬 것이다. 유럽 정치인은 미국에 ‘일자리를 수출한다’며 기업들을 비난할 것이고, 이미 외국 경쟁자의 위협에 놀란 미국 정치가는 ‘외국인의 미국 점령’이라고 떠들어대며 노발대발할 것이다. CNN 앵커 루 답스(Lou Dobbs)는 입에 거품을 물겠지!
왜 이런 일이 일어날까? 수직으로 하락하는 미국 달러가 유럽 기업들이 대서양을 건널 수 있도록 만들어 주었다. 일생에 한 번 맞는 절호의 기회인데 놓칠 리가 없다. 미국 기업이 이렇게 싸게 나올 수가 있을까. 5년 전 5억달러짜리 미국 경쟁 기업을 어느 독일 또는 스페인 기업이 사들이려면 4억3000만유로가 필요했다. 현재라면 그 기업을 사는데 겨우 3억 1600만유로면 된다.
유럽 기업들이 미국에 몰리는 건 값싼 달러 때문만은 아니다. 유럽의 비즈니스 환경이 미국만큼 매력적이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다. 대서양을 건너는 것이 비용을 절감하고 경쟁력을 높이는 가장 빠르고 값싼 길이다. 유럽의 평균 시간당 생산 임금은 미국보다 16% 높다. 유럽의 사회보장과 지급급여세는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 에너지 비용 역시 마찬가지다. 유럽의 산업용 전기요금은 시간당 1킬로와트 평균 가격이 미국보다 거의 60%가 비싸다. 수송비용 역시 높다. 운영비용은 비교할 필요가 없다. 땅값 역시 미국이 훨씬 싸다. 미국 시골 땅값은 1에이커당 1900달러 정도다. 독일이라면 5700달러, 스페인은 6650달러, 덴마크는 1만4600달러나 된다.
해마다 세계 비즈니스 경쟁은 치열해져 간다. 몇몇 유럽 기업이 아시아와 동유럽에 현지 기업을 세울 수 있지만-미국보다도 싸게 먹힌다―대부분은 아직 미국을 기업의 메카로 여긴다. 최근 어느 이탈리아 제조업체 CEO는 이렇게 얘기했다.
“우리 집안 회사가 살아남으려면 미국으로 건너가지 않고는 배겨낼 수가 없다. 비용도 문제지만, 나와 우리 기술자들이 세계 최첨단 기술을 갖춘 기업들과 가장 큰 시장 한가운데 자리 잡을 수 있기 때문이다. 디자인 부서는 이탈리아에 남겨두겠지만, 나머지는 모두 매사추세츠로 간다.”
유로 공습은 부분적으로 가시화되고 있다. 독일 최대 철강기업 티센크루프(ThyssenKrupp)는 앨러바마에 철강 플랜트를 세우는 데 37억달러를 들였다. 프랑스의 초고속 열차 제조업체 알스톰은 테네시에 주요 공장을 건설 중이다. 이탈리아의 피아트 같은 유럽 기업들도 13년의 공백기를 넘어 미국 시장에 재진입하기로 결정했고, BMW는 사실상 제조 분야를 미국으로 넓히는 중이다. 최근 스페인 산탄데르 은행(Banco Santander)의 시장가치는 미국 은행 산업의 기수인 시티그룹을 넘어섰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 사태 때문에 많은 미국 금융기관의 가치가 폭락했다는 사실을 기회 삼아 미국으로 영역을 확장하는 건 산탄데르 같은 유럽 은행에게 너무나 자연스러운 일일 뿐이다. 그러나 유로의 공습은 신문 헤드라인을 장식하는 몇몇 거대 인수합병 문제를 훨씬 넘어선다. 유럽 중형 기업들이 헐값으로 미국 기업을 쓸어가는 작은 거래들이 수천 건씩 쌓여갈 것이다.
미국 정치가가 유로의 공습을 막기는 불가능해질 것이다. 유럽 정치가 역시 유럽 기업이 미국으로 건너가는 것을 막는 데 아무 도움이 되지 못한다. 미국의 무역항, 방위산업체, 석유 기업에 대한 외국 국부 펀드의 일부 막대한 투자를 멈춰 세우는 건 가능할지 모르지만 수천 개의 사기업이 미국에 투자하는 것을 막기는 불가능하다. 어려운 경제 상황이 늘 선동가와 포퓰리스트에게 정치적 기회를 주기는 하지만, 미국이 자본주의를 포기할 수는 없는 일이다. 그리고 유로의 공습을 막는 건 바로 그런 걸 요구한다.
이 기사는 미국 워싱턴의 카네기국제평화단(Carnegie Endowment for International Peace)이 격월로 발행하는 <Foreign Policy> 2008년 7·8월호에 게재된 것으로 <Foreign Policy> 한국어판을 발행하고 있는 폴린폴리시코리아와 <이코노미플러스>의 기사 제휴에 의거, 게재했음을 알려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