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30일 서울시는 보도자료를 통해 공장부지에도 공동주택 건축을 허용하도록 서울시 도시계획조례 개정안이 통과됐음을 공고했다. 도시계획조례가 개정됨에 따라 일정한 조건을 충족하는 개발계획을 수립할 경우 준공업 지역에도 아파트를 비롯한 공동주택을 건축할 수 있게 됐다.

준공업 지역은 국토계획법상 용도 지역의 하나로 경공업 등을 수용시켜 일자리를 제공하는 데 주목적이 있는 곳이며 주거·상업·업무 기능도 보완적으로 입지하도록 함으로써 직·주 근접을 실현할 수 있는 지역이다. 준공업 지역은 서울시 전체 면적의 4.6%인 27.73㎢가 지정돼 있다. 지역별로는 영등포구가 9.38㎢로 가장 규모가 크며, 구로구 6.82㎢, 금천구 4.40㎢, 성동구 3.22㎢ 순이다.

준공업 지역에 대한 공동주택 건립 여부는 지난 5월 공동주택 건립 허용을 골자로 한 서울시 도시계획조례 개정안이 서울시의회에 상정된 이후 서울시의회 소속 준공업지역관리특별위원회(준공업특위)와 서울시 도시계획국 간에 지속적인 논의의 대상이 돼왔다. 준공업특위 측에서는 최근의 산업구조 변화에 따른 공장 이전과 난개발로 인한 주변 주거환경 악화, 공업 기능 외 공동주택, 상업·업무용도 등으로의 개발 압력 증가 등으로 준공업 지역의 근본적인 역할 변화가 필요하다는 인식하에 공동주택 건립의 활성화를 주장했고, 서울시 도시계획국에서는 산업 기반이 약화될 우려가 있어 공동주택 건립을 허용하는 것은 신중해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이후 준공업특위와 도시계획국은 준공업 지역 관리와 관련해 나타난 문제점들과 해결 방안에 대해 집중적인 논의와 협의를 거쳐 왔다. 그 결과 준공업 지역 주거환경 개선이 시급하다는 점, 공동주택 허용 시 적정 산업 공간은 유지돼야 한다는 점, 앞으로 제조업보다는 미래형 신산업 입지 공간으로 개발돼야 한다는 점 등에 대해 큰 틀의 공감대를 형성했다. 그리고 이를 근간으로 공동주택 건립을 허용하는 서울시 도시계획조례 개정안을 통과시키게 됐다.

낙후됐던 서울 서남권 지역 개발될 듯

개정안이 통과됐다고는 하지만 준공업 지역에 공동주택 건립이 무조건 허용된 것은 아니다. 그보다는 기존의 건립 요건을 보다 완화한 것이라 할 수 있다. 개정 조례 문안을 살펴보면 준공업 지역에 도시환경정비계획 또는 지구단위계획을 수립해 사업 구역 면적의 20~40% 이상을 산업부지로 확보하고 아파트형 공장, 업무시설, 전시장, 연구소 등의 산업시설을 설치하는 경우 공동주택을 설립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즉, 계획적 개발 시 공동주택을 허용하도록 바뀐 것이다. 이는 공장부지만을 대상으로 공동주택을 제한하는 관리 방식에서 탈피해 준공업 지역 전체에 대해 종합적이고 체계적인 관리를 통하여 주거환경을 개선하고 산업공간도 안정적으로 확보하는 방향으로의 정책 변화를 의미한다고 볼 수 있다.

조례 개정으로 우선 준공업 지역 밀집지역을 중심으로 공동주택 건설의 활성화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그 동안 공장 이전 부지에 대한 재개발은 부지의 협소함과 법규 등의 규제로 인해 소규모 아파트 단지나 주거용 오피스텔이 난립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개정안 통과로 지자체가 도시환경정비계획이나 지구단위계획을 수립할 경우 보다 대규모 공동주택의 건립이 가능하게 돼 체계적인 재개발과 주택의 대량 공급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조례에서 사업구역 면적의 20~40%를 산업부지로 명기하고 있어 아파트 위주의 개발보다는 주거·상업·산업용 부동산이 혼재된 복합개발 형태를 띨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 지역적으로는 서울시에서 준공업 지역이 많이 분포돼 있는 영등포구, 구로구, 금천구, 성동구 등이 영향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영등포구, 구로구, 금천구 등은 서울시가 지난 6월 발표한 ‘서남권 르네상스’에서 ‘경인-경제 거점 축’으로 지정된 바 있으며, 성동구는 강북 지역 전략개발 프로젝트인 ‘U-턴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대대적인 도심 재개발 사업이 진행되고 있어 이번 조치가 이들 지역 발전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수도권 공동주택 수급 불균형 해소 기대

특히 이번 서울시의 조치는 수요가 집중돼 있는 서울시내 공동주택 공급을 활성화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긍정적이라 할 수 있다. 현재 서울시의 신규 택지 공급은 거의 불가능한 상태인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신규 주택의 공급은 거의 재개발 혹은 재건축에 의존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나 재개발의 경우 권리 관계가 복잡한 경우가 많아 장기간의 시일이 소요되는 문제점이 있으며 재건축의 경우 정부의 각종 규제로 인해 사업성을 확보하기 어려워 사실상 중단되고 있다. 이러한 시점에서 공장 이전 부지 등이 많은 준공업 지역에 공동주택 건립을 허용하는 것은 직주거리가 짧은 서울시내에 개발이 용이한 택지가 공급될 수 있어 수도권 공동주택 시장의 수급 불균형 현상을 상당 부분 해소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그러나 준공업 지역에 대한 서울시의 개발 완화에도 이들 지역에 대한 본격적인 개발은 신중하게 이루어질 전망이다. 서울시는 7월9일 발표한 보도자료에서 조례가 개정된다고 해서 공동주택이 바로 허용되는 것은 아니며 도시환경정비계획 및 지구단위계획의 수립 기준 및 지침이 2009년 상반기에 준공업 지역 종합정비계획에서 제시될 것이므로 이러한 지침이 마련되기 전에 준공업 지역 지정 취지에 맞지 않는 지구단위계획 수립은 허용하지 않을 것임을 분명히 했다. 이는 준공업 지역 공동주택 허용에 따른 투기와 지구단위계획 수립 이전 난개발을 방지하기 위함이다. 따라서 구체적인 개발은 준공업 지역 종합정비계획, 지자체의 지구단위계획 등이 수립된 이후에나 가능할 전망이며 약 2~3년 정도의 시간이 소요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