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사랑의 힘은 위대하다. 영화 <10000 BC>에서 주인공은 목숨을 바쳐도 아깝지 않은 한 여인을 위해 머나먼 여정을 떠난다. 그는 콤플렉스로 똘똘 뭉친 평범한 젊은 사냥꾼에 불과했다. 기억에도 없는 아버지의 흔적 때문이다. 부친이 ‘부족을 버렸다’는 배신자 꼬리표가 그의 삶의 제약과 동력을 동시에 제공한다. 하지만 큰 시련을 통해 범인(凡人)에서 영웅으로 변모해간다. 위기는 기회를 낳고, 난세는 영웅을 만드는 법. 그는 영원히 지켜주고 싶은 한 여인을 위해 기꺼이 다윗과 골리앗의 대결에 뛰어든다. 결과는 눈부신 영웅 탄생이다. 사랑의 힘은 잘못된 세계를 바로 잡는 놀라운 위력으로 승화한다.



2008년 상반기 최고의 액션 어드벤처 블록버스터 영화 <10000 BC>는 제작비 1억500만달러가 투입된 초대형 작품이다. 막강한 악의 제국을 상대로 사랑하는 여인과 부족의 자유를 쟁취하기 위해 세상 끝으로 험난한 여정을 떠나는, 산에 사는 작은 부족의 젊은 청년 들레이(스티븐 스트레이트)의 이야기다. 적을 만나기도 쉽지 않다. 거대한 설산과 끝이 보이지 않는 사막을 이겨내야 하기 때문이다.

그는 마침내 상상초월의 어려운 역경을 모두 이겨내고 전설 속의 영웅이 된다. <쿵푸팬더>의 주인공 ‘포’처럼 자기 안의 영웅을 일깨우며 부족 연합의 희망이 되어가는 과정은 관객들의 심장을 뜨겁게 하며 진한 감동을 안겨준다. 생애 단 한 번도 본 적이 없던 다양한 부족들을 통합하는 리더십은, 정파 이익에 매몰된 현실 정치에 빗대어 눈여겨볼만하다. 노예 사냥꾼들에게 가족, 형제자매를 빼앗긴 여러 부족의 전사들은 들레이와 함께 싸울 것을 맹세한다. 여기서 배신자의 아들이라는 아픔을 안겨준 그의 부군(府君)이 결정적 역할을 한다. 결코 부족을 버린 배신자가 아니었다. 성공하지 못한 아버지의 꿈을 아들이 더 크게 이루는 셈이다.

1만 년 전 고대 동물 되살린 비주얼 압권

영화의 매력은 블록버스터 장기인 볼거리에서 화룡점정을 했다. 뉴질랜드, 남아프리카, 나미비아 등 전 세계를 넘나드는 로케이션으로 완성된 기원전 1만 년, 태초의 권력을 건 원시와 문명의 충돌, 특히 1만 년 전 거대한 고대 동물을 되살린 비주얼은 가히 압권이다. 매머드, 스밀로돈, 포루시드하시드 등이 스크린에서 살아 숨쉰다.

먼저 5m가 넘는 거대한 몸집으로 고대 생물을 대표하는 매머드. 사람 키를 넘는 압도적인 크기의 어금니만으로도 위협적이지만 덩치와 달리 초식동물로 성격이 온순하여 인류의 첫 번째 사냥 대상이 되고 말았다. 매머드와 쌍벽을 이루는 고대생물인 스밀로돈의 등장 역시 놀랍다. 검치호랑이, 칼이빨호랑이로 알려진 스밀로돈은 이름에 걸맞게 20cm가 넘는 강한 송곳니와 턱으로 자신보다 2배 이상 큰 매머드도 제압한 맹수. 특유의 야생성으로 공룡 멸종 이후 생태계를 지배했다.

이외에도 포루시드하시드(phorusrhacid)라는 거대한 육식성 새도 등장한다. 무게 500kg, 키가 3m에 달하는 이 새는 지금까지 알려진 것 중 최대 크기의 조류로 머리가 말보다 크고 네 발 달린 짐승들을 한 입에 잡아먹을 수 있는 종. 스밀로돈과 대적하며 최상층의 포식층을 지배한 타조를 닮은 듯한 식인새 역시 영화 속에 그 위엄을 드러낸다.

메가폰은 특유의 스펙터클로 전 세계를 뒤엎었던 <투모로우>를 비롯, <인디펜던스 데이> <스타게이트> 등을 연출한 블록버스터 귀재 롤랜드 에머리히 감독. 그는 장대한 스케일과 영상미로 전작을 뛰어넘는다.

출연진은 <스카이 하이>, <커버넌트> 등에 나왔고, 한국의 만화를 원작으로 한 <프리스트>에 출연 중인 스티븐 스트레이트가 주인공 들레이 역을 맡아 열연을 펼쳤다. 에볼렛 역은 <낯선 사람에게서 전화가 올 때>의 카밀라 벨. 이외에도 <프랙처>, <다이하드 4.0>의 클리프 커티스, <더 독>, <도베르만>의 프랑스 배우 아피프 벤 바드라, <뜨거운 녀석들>의 티모시 발로우, <고인돌 가족 2>의 조엘 버겔 등이 출연했고, <닥터 지바고>, <아라비아의 로렌스>로 국내 팬들에게 기억되는 노배우 오마 샤리프가 내레이션을 담당했다.

<투모로우> 롤랜드 에머리히 초대형 블록버스터

한편 <10000 BC>는 미국 개봉에서는 첫 주 3410개 극장으로부터 주말 3일 동안 3587만달러의 폭발적 수입을 벌어들이며 개봉 주말 박스오피스 1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국내에서도 마찬가지다. 지난 3월 개봉 첫 주 주말 관객 44만 명을 동원하며 1위를 차지했다. 참고로 영화의 마지막 장면이 인상적이다. 들레이가 사악한 신의 권력을 바로잡는데 선봉장 역할을 했지만 다시 평범한 일상으로 돌아간다는 것이다. 그는 한 여인의 남편으로, 자신의 부족만을 책임지는 위치에 만족하는 듯하다. 최소한 전리품도 챙기지 않는다. 스페셜 피처로는 잃어버린 문명들에 대한 롤랜드 에머리히 감독의 관심이 어떻게 영화에 투영되었는지에 대한 역사 고증 다큐멘터리가 수록돼 있다.

영화 <10000 BC>

감독 롤랜드 에머리히

주연 스티븐 스트레이트, 카밀라 벨, 클리프 커티스, 오마 샤리프

장르 액션

출시 2008년 7월 4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