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사장은 “지금까지는 국내 기업이 모방이나 벤치마킹을 통해 선진국을 따라잡고 규모를 키워왔던 게 사실이고 그게 초고속 발전의 한 축이었다”면서 “앞으로는 선진국과 대등한 입장에서 선도적 역량을 발휘하는 기술 개발이 절실히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노동, 자본이 세상을 바꿨다면 이제는 기술지식이 세상을 바꾸고 지배할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그는 인터뷰 내내 기술 경영의 중요성을 설파했다. 기술 경영은 기술의 진화 발전 과정을 미리 내다보고 시장을 앞서 개척함으로써 항상 앞서는 위치를 유지하는 게 목표다. 쉽게 말해 기술로 돈을 번다는 것이다.
정부가 기업보다 기술 경영 점수 높다
문제는 창조적 R&D를 위한 기술 투자가 당장 돈으로 환산되거나 얼마라는 식으로 평가되기 힘들다는 것이다. 특히 실패할 확률도 상당히 높다. 얼마 전 모 기업에서 ‘100억원을 투자할 의사가 있다’며 이 사장을 찾아왔다고 한다. 단 첫 번째는 무조건 성공, 가시적 성과를 내야한다는 단서를 달았다고 한다. 이는 오너의 투자 결정을 이끌 해당 기업 관계자들의 읍소였단다. 두 번째, 세 번째는 실패해도 무방하다는 덧붙임과 함께…. 출발이 좋으면 이후 몇 번 실패해도 미래를 위한 기술 투자는 계속 이어질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결과적으로 그 기업은 발길을 되돌렸다. 대신 쪽박 우려 없이 작지만 안정적인 수익이 예상되는, 앞선 기술의 외국 기업과 손잡았다고 한다. 이처럼 실패를 받아들이기 어려운 기업가들이 상당수라고 이 사장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래도 과거에 비해 나아졌다고 했다. 예전에는 다섯 손가락에 꼽힐 대기업을 제외하고는 기술 경영에 관심조차 없었다는 것이다. 이 사장은 “기술은 단기간의 축적을 통해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분야가 아니다”며 “기술 경영은 지속적으로 꾸준히 관심을 보여야 변화무쌍한 미래에 대비할 수 있다”고 힘주어 말했다.
날리지웍스의 구체적 업무에 대해 그는 이렇게 답변했다.
“기술 개발 정책 및 전략 수립을 통해 기술 개발 투자 방향을 제시하고, 연구 개발 및 기술 사업화 프로세스 최적화를 통한 기술 사업화 투자 효율성을 높이고, 기술자산의 전략적 관리 및 평가로 고객의 기술 혁신 성과 활용 극대화를 지원합니다.”
그는 이어 보다 쉬운 이해를 돕고자 기업 고객을 예로 들었다.
“기업의 기술 개발 조직(연구소 등)이 어떤 모습(조직, 인력, 예산 등)으로 활동해야 하는지, 그리고 어떤 신사업 후보에 투자할 것인지, 또 그동안의 기술 개발 성과는 투자 대비 충분한 것인지 등에 조언과 자문을 해줍니다.” 이 회사의 기업고객 리스트에는 KT, SK텔레콤, 현대중공업, 두산, 코오롱 등 주요 대기업들이 두루 올라 있다. 정부 및 공공 부문 고객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현재 공공 부문 구조조정과 관련해 이슈로 떠오른 지식경제부 소관 정부출연연구기관의 기능 정립 및 활성화 대안을 설계해준다는 것이다.
이 사장은 회사에 대한 자부심이 상당했다. 실제 국내 기술 경영 분야에서 지식 서비스로 비즈니스를 개척하고 있는 선도 업체라는 평가를 받는다. 회사 설립 이후 마케팅을 해본 적이 거의 없다고 한다. 대부분 고객이 스스로 찾아와서 일을 의뢰하는 경우가 많았다는 것이다. 이는 전적으로 내부 구성원들 역량이 뛰어나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그도 회사 자랑은 곧 맨파워라고 고개를 끄덕였다.
지식 서비스로 비즈니스 개척하는 선도 업체
날리지웍스는 직원들 개개인이 상품이며 아이디어뱅크다. 이 사장을 포함해 총 18명이 근무 중이다. 그는 자신이 사장 직함을 달고 있을 뿐 모두가 회사를 대표하는 사장이라고 했다. 대부분이 명문대 출신의 석?박사급 고급 인력이다. 이 사장도 서울대 산업공학과를 졸업했고, 한국과학기술원(KAIST)에서 경영과학과 석?박사(기술 경영 전공)를 받았다. 국책기관인 과학기술정책연구원(STEPI) 책임연구원으로 일하기도 했다.
그러나 다람쥐 쳇바퀴 돌듯 되풀이되는 삶이 싫어 그만두었다고 한다. 부인도 적극 찬성했단다. 그는 “국책연구원의 급여가 상당히 얇다”며 부인이 지지한 배경이 이와 무관하지 않다고 쓴웃음을 지었다. 주변의 지인들도 자신이 사업가 체질이라고 지지해줬단다. 국책기관에서 나온 뒤 오랜 기간은 아니었지만 눈물 젖은 빵을 먹으며 힘든 나날을 보내기도 했다. 그래도 반드시 한 획을 긋겠다는 각오로 절치부심, 미래를 착실히 준비했다고 한다.
이 사장이 직원들에게 강조하는 사항은 이렇다.
“답은 이미 내부에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고객은 대개 그것을 듣고, 확인하고 싶어 하는 겁니다.”
아울러 눈이 왜 두 개인지를 덧붙였다.
“한쪽은 자신을 보되 다른 한쪽은 상대방을 보면서 대화하고 소통하라는 뜻이죠.”
공부를 많이 한 고급 인력일수록 남의 얘기를 잘 듣지 않는 편이라 커뮤니케이션의 중요성을 강조한다는 것이다. 이 사장은 요즘 기술 개방형 혁신 시스템 중개 서비스를 위해 해외 기업과 협력하는 등 글로벌 네트워크 형성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고 했다. “사람을 키우고 새로운 영역을 확장하는 것”은 개인적 소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