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를라 집안은 세계 1위 철강사를 탄생시킨 락시미 N. 미탈 회장과 마찬가지로 인도 서부 라자스탄 주의 유명한 마르와리(Marwari) 상인카스트 출신이다. 1857년에 B.D.비를라는 당시 인도 최대 도시였던 콜카타로 이주해 장사를 시작했다. 20세기 초반에 경영을 승계한 아들 G.D.비를라가 회사 면모를 제대로 갖추었는데, 그는 마하트마 간디의 절친한 친구로서 독립투쟁에도 많은 기여를 했다. 이런 전통으로 비를라그룹은 오늘날까지도 교육, 의료, 문화, 자선 분야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사회적 책임(CSR)을 성실히 이행하고 있다. “우리가 돌봅니다(We care)”라는 슬로건 아래 ‘아드띠야비를라(Aditya Birla) 커뮤니티 지원 및 농촌개발센터’가 현재 41개 학교, 18개 병원을 운영하고, 3700개 마을을 지원하고 있다. 이 활동을 통해 매년 700만 명이 혜택을 받는다.
G.D.비를라의 손자인 아드띠야 비끄람 비를라(Aditya Vikram Birla)는 1965년 방적공장으로 사업을 개시했다. 이후 G.D.비를라의 유산을 물려받았고 사업도 순조롭게 번창시켜 왔다. 특히 A.V.비를라는 1969년 ‘규제 왕국’이었던 인도를 떠나 사업 환경이 자유롭고 역동적으로 성장하던 태국에 섬유 산업으로 처음 진출했다. 이후 동남아 국가에 잇따라 진출해 현재는 태국(6개 자회사), 필리핀(4개), 인도네시아(5개), 중국(3개), 이집트(2개), 캐나다(3개), 호주(1개), 라오스(1개) 등 20개 국가에서 사업을 하고 있다. 또 직물, 화학, 카본블랙 분야를 중심으로 매출액의 50% 이상을 해외 사업에서 올리고 있다.
‘인도 최초의 진정한 다국적기업’임을 자랑스럽게 내세우는 아드띠야비를라그룹은 이미 세계적으로 위상이 높다. 주력 업종인 금속 사업에서 세계 최저 원가로 알루미늄과 구리를 생산한다. 대표적인 그룹회사인 힌달코-노벨리스(Hindalco-Novelis)는 세계 최대 알루미늄 압연(rolling)업체이자 아시아 3위의 1차(primary) 알루미늄 생산업체다. 또한 힌달코는 세계 최대 단일 부지 구리 제련소를 보유하고 있다. 이외에 시멘트 세계 11위(인도 2위), VSF(viscose staple fiber) 세계 1위, 절연체(insulator) 세계 4위, 카본블랙 세계 4위 생산업체이다. 신규 사업으로 추진하는 BPO 분야에서는 세계 15위, 인도 3위에 올랐다.
꾸마르 회장 취임 후 강력한 구조조정
현재 매출액 280억달러, 시장가치 315억달러(2007년 12월31일)로 인도 4위 재벌인 아드띠야비를라그룹을 경영하는 사람은 꾸마르 만갈람 비를라 회장이다. 그는 아버지인 A.V.비를라가 1995년에 갑자기 사망하자 28세의 젊은 나이에 취임했다. 공인회계사이자 런던 비즈니스스쿨에서 MBA를 갓 졸업한 꾸마르가 회장에 취임하자 처음에는 우려와 회의적인 시각이 많을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그는 인도 가족경영 체제에서 흔히 볼 수 있듯이 어렸을 때부터 경영수업을 잘 받아온 덕분에 큰 어려움 없이 그룹을 성공적으로 운영해 왔다.
꾸마르 회장은 취임한 이후 10년간 타타그룹과 미국 GE 등을 벤치마킹해 구조조정을 추진했다. 우선 1996년에 아버지의 이름을 기려 그룹 이름을 아드띠야비를라그룹으로 변경했다. 아드띠야(Aditya)는 산스크리트어로 ‘태양’을 뜻하는데, 여기에 맞추어 그룹 로고도 ‘떠오르는 태양(Rising Sun)’의 이미지로 바꾸었다. 이 로고는 새로운 시대의 여명과 변화 프로세스의 시작을 알리는 것이다. 이어 꾸마르 회장은 일반상품(Commodity) 사업들을 통폐합하고, 참여하는 사업 분야에서는 강력한 지배력 확보를 추구했다. 또한 주주가치와 수익력을 중시해 비수익?비경쟁 자산을 매각하는 한편, 경쟁력을 보유한 자산에 역량을 집중했다. 구조조정의 성과로 매출액이 6배 이상 증가했고, 글로벌 경쟁자들과 당당히 겨룰 수 있을 만큼 경쟁력이 제고되었다.
“문어발식 확장은 하지 않겠다”
아드띠야비를라그룹은 인도의 다른 재벌들과 달리 문어발식 확장을 하지 않고 명확한 방향과 전략하에 선택과 집중을 해서 사업을 확장해온 ‘프리미엄 재벌그룹’이라 자부한다. 현재 그룹은 그룹회사(4개), 인도 회사(8개), 해외 회사(25개), 합작회사(4개)로 분류되며 총 41개의 자회사들로 이루어져 있다.
성장 전략 모드로 전환
구조조정의 성공으로 대부분의 사업에서 수익성은 개선되었지만, 다른 재벌들에 비해 성장력은 낮았다. 주식시장에서도 가치를 제대로 인정받지 못했다. 이에 꾸마르 회장은 2004년 ‘장기적인 성장’을 위한 사업 전략을 재검토해 새로운 성장 전략을 수립했다. 특히 인도가 인프라 구축 단계에 있기 때문에 알루미늄, 구리, 시멘트, 섬유, 비료와 같은 일반상품에 대한 수요가 급증할 것으로 보고 이 분야에 집중하고 있다. 이런 그의 판단력은 최근 들어 세계 일반상품 가격이 크게 상승하고 있어 선견지명이 있었다고 할 수 있다.
최근 몇 년 사이 꾸마르 회장은 매우 어려운 결정들을 내리고 있다. 특히 2007년 5월 힌달코가 캐나다 노벨리스를 60억달러에 인수해 세계 최대 알루미늄 압연업체로 부상했다. 그러나 일부 산업 분석가들은 인수 가격이 매우 높았고, 인수 방식도 LBO(차입매수) 방식이 아니어서 너무 큰 부담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꾸마르 회장은 노벨리스 인수로 그룹의 중기 매출액 목표(200억달러)를 3년이나 앞당겨 달성하게 되었고, 그동안 상공정(보크사이트 채광에서 제련까지) 부문에만 국한되어 있던 알루미늄 사업을 하공정 부문까지 확장하게 되었다며 자신감을 보였다. 현재 인도 오리사 주에서도 알루미늄 신규 프로젝트들을 추진하고 있다.
또한 꾸마르 회장은 인도에서 최근 일고 있는 건설 붐과 엄청난 인프라 구축 필요성으로 인해 앞으로 시멘트 산업의 호황이 지속될 것으로 보고 의욕적인 확장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이를 위해 그라심과 울트라테크를 통해 835억루피를 투자하여 생산 능력을 현재 약 3100만 톤에서 5000만 톤으로 끌어올릴 예정이다.
신규 성장 산업에 대한 진출 가속화
그동안 ‘문어발식 확장’을 억제했던 꾸마르 회장은 고도 경제 성장을 지속하는 인도 내에서 엄청난 사업 기회들의 대두와 경쟁 그룹들의 의욕적인 진출로 인해 아드띠야비를라누보를 지주회사로 하여 통신, 유통, 보험, 금융, BPO와 같은 성장사업 분야로 확장하고 있다. 미국 AT&T와 타타그룹과의 합작회사로 출발한 아이디어셀룰러(IDEA Cellular)의 지분을 98.3%까지 확보했다. 가입자 2100만 명에게 GSM 이동통신 서비스를 제공하는 아이디어셀룰러는 2007년 2월 주식공개(IPO) 후 그룹 시장가치의 3분의 1을 담당하게 되었다.
2007년 5월에는 ‘모어(More)’라는 브랜드로 현대식 유통 부문에 참여했는데, 이미 업계 3위로 부상했다. 신설과 인수 전략을 병행함으로써 2008년 7월 현재 전국적으로 슈퍼마켓 매장을 430개 보유했고, 올해 말까지 500개로 확장할 계획이다. 또한 올해에 하이퍼마켓도 12개 오픈할 예정이다. 꾸마르 회장은 1000억루피를 투자해 5년 내 슈퍼마켓 1500개, 하이퍼마켓 100개를 확보하겠다는 목표를 세워 놓고 있다.
한편, 가장 최근에 꾸마르 회장이 집중하는 부문은 보험 사업이다. 선도 업체들에 비해 지점망 규모가 작은 아드띠야비를라그룹은 보험 사업에 200억루피 이상을 투자할 예정이다. 이를 위해 푸르덴셜아시아의 전 CEO를 영입하여 본격적인 추진을 서두르고 있다. 이 결과 작년 3월 지점이 137개에 불과했으나 올해 7월 초에는 550개로 크게 늘었다. 그러나 ICICI푸르덴셜과 릴라이언스 생명보험의 지점 수가 각각 955개, 740개인 것과 비교하면 여전히 적은 편이다.
기존 일반상품 사업 이외에 신규 사업에 투자를 확대 중인 아드띠야비를라그룹의 다각화 목표는 리스크를 분산하는 것이다. 자산 규모가 큰 중공업 사업과 자산 규모가 매우 작은 서비스 사업의 믹스, 신규 성장 산업들로 진출, 해외를 포함한 지역적인 분산으로 불확실성을 줄이고 리스크를 관리하겠다는 것이다.
꾸마르 회장은 취임 후 그룹회사 경영자들과 관리자들에게 프로세스의 변화를 강하게 요구했다. 이의 일환으로 힌두스탄 레버 등 유수 기업으로부터 일류 인재들을 영입했다. 그는 이들에게 권한을 대폭 이양하여 거의 독자적으로 사업을 경영하게 하고 있다. ‘기업가 정신이 살아 있는 회사(entrepreneurial-driven company)’를 지향하는 꾸마르 회장은 목표와 개략적인 사업 방향을 논의하여 일단 합의되면 이행은 경영자에게 완전히 맡긴다. 이런 권한 이양의 결과 ‘책임 있는 그룹사 경영’은 지금까지 성공적으로 잘 영위되고 있다.
꾸마르 회장은 그룹 회장으로서 장기 전략 방향을 수립하고 가이드 역할만 하지만 급성장하는 신규 사업 분야의 강화를 위해 인재 발굴만은 직접 하고 있다. 특히 주요 그룹사들을 맡은 일부 경영자들이 조만간 60세가 되기 때문에 최근 차세대 리더십 육성에 주력하고 있다.
40대 초반에 인도 재계를 대표하는 기업가로 인정
아드띠야비를라그룹은 현재 ‘인도를 세계무대로(Taking India to the World)’라는 기치 아래 세계 최고 수준의 인도계 다국적기업을 꿈꾸고 있다. 꾸마르 회장은 노벨리스를 인수함으로써 인도 상인의 비즈니스 능력과 야망을 유감없이 보여주었고, 미탈과 타타 회장과 어깨를 견주게 되었다.
꾸마르 회장의 경영 능력이 검증되자 큰할아버지(K.K.Birla)는 자신이 경영하던 회사들을 이미 그에게 맡겼고, 현재 87세인 친할아버지(B.K.Birla)도 1000억루피의 가치를 지닌 그룹(Zuari-Chambal Group, 40개 이상 그룹회사)의 경영을 손자에게 맡기고 싶다고 밝힌 바 있다. 이처럼 꾸마르 회장은 가족을 포함해서 인도 재계나 사회, 정부로부터 인정을 받고 있다. 그의 매형은 “성공과 부도 그를 변화시키지 않았다. 그는 아버지와 조부, 증조할아버지들의 모든 좋은 점을 물려받았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는다. 친할아버지도 “꾸마르는 사람들의 사람(people’s man)이다. 이것은 그를 돋보이게 하는 최대 장점이다”고 말했다.
올해 불과 41세인 꾸마르 만갈람 비를라 회장은 기업경영 전문성과 존경받는 인격 덕에 라탄 타타나 인포시스(Infosys)의 나라야나 무르띠(N. R. Narayana Murthy) 회장과 함께 일찍부터 인도 재계를 대표하는 기업가로 인정받아 왔다. 특히 그는 인도의 기업 투명성과 선진 지배구조 확립에 공헌하고 있다. 그룹회사인 그라심의 경우 이사 10명 중 독립사외이사가 6명, 비집행이사가 2명으로, 2명만이 상근이사다. 그라심의 기업 지배구조 보고서는 인도에서 베스트 프랙티스가 되었다.
이런 선도적인 역할에 힘입어 꾸마르 회장은 기업인으로서는 최초이자 유일하게 인도 증권거래위원회(SEBI) 감독위원회의 공익임명자(Public Nominee)로서 활약하기도 했다. 현재 그는 인도 중앙은행 이사회의 이사이며, 인도 총리 자문위원회에서 무역 산업 부문에 대해 자문을 하고 있다. 이외에 상공부 산하 무역위원회 의장과 기업부(Ministry of Company Affairs) 산하 자문위원회 의장을 맡고 있다.
나아가 꾸마르 회장은 기업 경영, 투명한 기업 지배구조, 기업의 사회적 책임 면에서 우수한 평가를 받아 수많은 상과 명예박사학위를 받았다. 2007년에는 인도에서 ‘가장 훌륭한 고용주’로 선정되었으며, 아시아에서는 Top20에 포함되었다(Hewitt-Economic Times, Wall Street Journal Study 선정).
현재 꾸마르 회장은 부인과 3명의 자녀와 인도의 경제수도 뭄바이에서 살고 있다. 꾸마르 회장은 다른 인도인들처럼 영화광이며, 가족적이다. 딸들과 시간을 보낼 때 가끔 체스를 둔다는 꾸마르 회장이 요즘 새로 빠진 취미는 사격이다. 주말마다 사격장에 나가 연습을 하고, 언제든지 연습할 수 있도록 사무실에도 총을 두었다. 앞으로 그가 주력 사업에서 의욕적으로 벌이는 확장 계획과 신규 사업에 대한 집중 투자에서 얼마나 명중률을 높일 수 있을지가 관심거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