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박정현씨(32)는 요즘 영어 삼매경에 푹 빠졌다. 우연히 인터넷전화 스카이프에 가입했다가 낯선 영국인 친구를 사귀게 됐고, 이것이 계기가 돼 지금은 매일 스카이프를 통해 영국인 친구와 대화를 주고받는다. 서툴었던 그의 영어실력은 이제 일취월장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박씨는 최근에는 인터넷전화를 통해 사귄 일본 친구에게 한국어를 가르치고 있다. 처음에는 영어로만 대화를 했지만 한국어를 공부하고 싶다는 일본인 친구의 제안에 시작한 것이다. 매일 30분 이상 외국의 친구들과 통화하지만 요금은 내지 않는다. 인터넷전화는 무료이기 때문이다. 박씨는 웹캠을 사용해 모니터를 통해 서로의 얼굴을 보면서 통화할 수 있어 인터넷전화는 친구 사귀기에 안성맞춤이라고 말한다.
국내 인터넷전화는 최근 6개월 동안 월평균 15%가 넘는 꾸준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추세다. 인터넷전화 사용자가 이렇게 빠르게 확산되고 있는 것은 저렴한 통화요금과 가입자간 무료통화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월평균 15% 넘게 꾸준히 성장
인터넷전화를 사용하면 일반전화요금의 20~90%까지 싸게 국제전화를 이용할 수 있다. 인터넷전화를 통해 영국에 전화를 걸면 일반전화는 분당 1008원을 부담해야 하지만 스카이프는 22원에 불과하다. 무려 50배 가까운 차이다. 업계 전문가는 경기 침체와 물가 상승으로 등골이 휘는 서민이나 기업들에게 통신비 절감은 가장 큰 매력이라고 진단했다.
인터넷전화는 ‘소프트폰’과 ‘하드폰’ 두 가지 방식이 있다. 인터넷에 연결된 PC에서 메신저 형태의 소프트웨어를 설치해 통화하는 것이 소프트폰이다. 가입비나 월 기본료 등이 모두 무료라는 점과 회원 간 통화는 거리 및 시간에 관계없이 무제한 무료라는 것이 장점. 소프트폰의 경우 글로벌 브랜드 스카이프를 비롯해 하나포스와 연계한 아이엠텔, 데이콤과 연계한 네이버 등이 국내에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최근에는 인터넷 선에 직접 연결해 사용하는 전용 IP폰이 등장하면서 하드폰도 인기를 끌고 있다. 하드폰은 기존에 쓰던 유선전화기와 같은 형태이기 때문에 사용자들이 기기 변동에 따른 거부감이 적은 것이 장점이다. 하드폰은 국내에서 KT, LG데이콤, 하나로텔레콤 등 인터넷 망을 보유한 기간 사업자와 SK텔링크, 삼성네트웍스, 드림라인 등 인터넷 망이 없는 별정 사업자들이 지난해부터 본격적인 서비스를 제공하며 마케팅 총공세를 퍼붓고 있다.
전 세계 3억4000만 명의 가입자를 보유한 스카이프까지 세계적 네트워크를 앞세워 지난해 하반기부터 국내에 하드폰을 출시하며 경쟁에 가세해 시장을 달구고 있다. 하드폰 방식은 업체에 따라 가입비나 월 기본료 등이 부과되지만 그래도 유선전화에 비해선 훨씬 저렴하다.
특히 인터넷전화는 요금 경쟁력과 함께 전용 단말기를 통해 제공되는 여러 부가서비스와 다양한 기능들을 무기로 통신 시장 주도의 고삐를 단단히 하고 있다. 인터넷전화로 이용할 수 있는 부가서비스는 진화중이다. 영상전화, 다자간 통화, 착신전환, 동시착신 등 업무 효율성 증대에 도움을 주는 다양한 추가 기능이 지원되는 추세다.
이에 따라 인터넷전화 업체들은 가정보다는 통신비와 업무 효율성에 민감한 기업 전화 시장에서 수용력이 더욱 클 것으로 보고 시장 개척에 본격 나서고 있다.
지난해 2500억원대에 불과했던 국내 인터넷전화 시장은 올해 4351억원 규모로 성장하고, 오는 2011년에는 1조4190억원 규모까지 커지는 등 연평균 성장률이 53%에 달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Interview
배동철 옥션 스카이프 사업본부장
기업 통신비 최대 95% 절감 가능
“최근 유가 급등과 물가 상승에 따라 선택한 통신비 절감 방법으로 인터넷전화 도입이 증가하고 있습니다. 스카이프는 기존 일반전화 대비 최대 95% 정도의 기업 통신비 절감 효과를 거둘 수 있고, 국제전화 사용이 많은 기업에 특히 유리합니다.”
배동철 옥션 스카이프 사업본부장은 “기업에서 통신요금 절감을 위해 스카이프 도입에 대한 요구가 많았다”면서 “그동안 주로 국제전화를 이용하는 개인 고객을 주요 시장으로 해왔지만 기업 시장 공략에 본격 진출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각종 비용 절감 노력이 화두가 되고 있는 경제 상황과 맞물려 스카이프가 국내 기업의 경쟁력을 높이고 업무 효율성까지 증대시킬 수 있도록 서비스를 강화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8월말 기업 전용 상품 ‘스카이프 기업용 서비스’를 출시한다. 스카이프 기업용 서비스는 ‘컨트롤 패널’을 제공함으로써 관리자 한 명이 사내 통신을 통합 관리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이 서비스는 타 기업과는 달리 별도의 설치비나 가입비 없이 온라인상으로 모든 기능 제어가 가능하다.
스카이프 기업용 서비스를 통한 통신비 절감이 실제적으로 확인되고 있다. 한국외국어대학교는 교내 4000대의 일반전화를 스카이프로 바꿔 월평균 200만원 정도였던 통신요금을 95% 절감했다.
배 본부장은 시장이 커지고 있는 시점에 발 맞춰 스카이프도 보다 공격적인 마케팅을 진행할 예정이라며 치열한 영업 경쟁력이 필요한 기업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오프라인 영업을 시작한다고 밝혔다. 영업망을 갖추는 것은 스카이프 글로벌에서 쓰지 않았던 한국 시장만을 위한 방법이다.
그는 “글로벌 제품을 국내에 맞춤화하는 전략을 착실하게 준비 중”이라며 “개인이나 가정뿐만 아니라 기업 시장에서도 스카이프가 통신요금 절감 수단으로 자리 잡게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