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전거는 요즘 들어 부쩍 자동차와 비교된다. 고유가 때문이다. ‘웰빙’ 선호 탓도 있다. 기름 한 방울 나지 않는 이 땅에 살면서 에너지 소비는 세계 최고 수준이다 보니 자전거가 자주 거론되는 것은 당연한 일. 자전거는 또 에너지 소모가 가장 적은 이동수단이면서 자연에 해를 끼치지 않기 때문에 환경실천운동으로도 인기가 좋다. 자전거는 건강까지 선사한다. 자전거 타기는 과학적으로 검증된 매우 효과적인 운동이다. ‘건강하게 오래 살려면 자전거를 타라’는 자전거 광고문구가 상업적이지 않게 느껴진다.
레저생활이 보편화되면서 자전거에 대한 인식도 많이 변했다. 기왕이면 기능 많은 자전거, 예쁘고 멋있는 자전거, 안전한 자전거, 레저를 만끽할 수 있는 자전거, 나만의 독특한 자전거 등을 원하게 됐다. ‘명품’이라 불릴만한 고급형 자전거도 대중 속으로 깊숙이 파고들었다. 수백만원 심지어 수천만원대 수입 자전거를 찾는 수요가 갈수록 늘고 있다. ‘토종’ 자전거 업체들로서는 위협이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발전적 자극이기도 하다.
현재 국내 자전거 시장의 75%를 삼천리자전거, 코렉스, 알톤, 디엠 등 국내 자전거사가 차지하고 있지만 외국산 자전거의 반격이 거세다. 10여 년 전 외국산 자전거는 국내 시장의 70%가량을 점유했다. 10년 사이 대역전이 벌어졌지만 앞으로의 상황이 어떻게 바뀔지 모른다. 수입 자전거는 고가 제품을 앞세워 국내 시장을 공략하고 있고, 이것이 제대로 먹히는 중이다.
수입업체 제논스포츠는 스위스의 고급 자전거 브랜드인 스캇을 국내에 공급하고 있다. 없어서 못 팔 만큼 장사가 잘 된다. 2007년 판매량은 2006년의 곱절가량. 최고급 자전거가 특히 잘 팔리고 있다. 이 회사는 1700만원대 자전거를 한 해 50대씩 들여놓고 있다. 20대를 가져다 놨다가 다 팔리는 바람에 수입을 늘인 것이다.
기흥인터내셔널은 300만~2000만원짜리 독일제 고급 자전거 ‘스톡 바이시클’을 국내에 정식 론칭했다. 기흥은 산악자전거 동호회 등 마니아 층이 갈수록 늘고 있기 때문에 경기 변동에 크게 구애받지 않으며 매출을 올릴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처럼 고가 자전거에 대한 수요가 어느 정도 예측 가능해지면서 국내 자전거사들이 제품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다. 고품질 신상품이 빠르게 쏟아지고 있다. 외환위기 이후 내리막길을 걸어오던 때와 비교하자면 거의 ‘부활’ 수준이다. 고부가가치 부품이 일본을 비롯한 외국산에 빼앗긴 터라 ‘단순 조립업체’일 뿐이라는 비판적 지적이 있기는 하지만 토종업체들은 새롭게 출발한다는 의지를 불태우는 중이다. 일반 보급형에서부터 명품까지 세계적인 자전거사로 우뚝 서겠다는 각오다.
한국 자전거의 산 역사
삼천리자전거는 1944년에 설립된 장수기업이다. 그 동안 한국인 체형에 맞는 자전거를 꾸준히 개발해온, 말 그대로 ‘토종기업’이다. 국내 최초로 완성 자전거를 생산했고, 또 수출했다. 연간 생산 100만 대 돌파도 처음 기록했다. 구구절절 열거할 필요 없이 국내 자전거 산업에 있어서 거의 모든 기록은 삼천리가 다 가지고 있다고 봐도 무관하다. 삼천리자전거는 현재 전국 1000여 개의 대리점을 갖고 있고, 연매출 700억원 규모로 한국 대표 자전거사의 지위를 굳건히 지키고 있다.
보급형 자전거를 책임지다시피 해온 삼천리도 새로운 시장 수요의 대세를 따른다. MTB(산악형 자전거) 시장에 오래전부터 발을 들여놓았다. 올해로 16회째를 맞는 산악자전거대회를 매년 개최하고 있다.
삼천리는 초고가 명품 수입 자전거에 대적할 ‘유일한 토종 맞수’라는 의식을 갖고 있다. 이 때문에 삼천리자전거도 빠르게 첨단화, 고급화, 기능화되고 있다.
2008년 출시한 ‘하운드’는 삼천리의 신형 프리미엄 브랜드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사냥개 그레이하운드의 빠르고 용감한 이미지를 본 떠 ‘하운드’를 만들었다. 전체적인 분위기가 독특하고 고급스럽다. ‘하운드’는 소비 타깃 층이 특별하다. 인터넷 구매를 통해 합리적인 소비를 하는 젊은 소비자 층을 겨냥했다. MTB와 접이식·여성용 자전거가 주종이며, 각 제품군에서도 차별화된 제품들이 다양하게 마련됐다.
삼천리자전거의 대표 브랜드 ‘레스포(LESPO)’는 1991년에 등장했다. 레저(Leisure)와 스포츠(Sports)의 합성어인 ‘레스포’는 MTB, 접이식, 아동용, 경기용, 여성용, 2인용, 미니벨로, 하이브리드 등 다양한 제품군을 갖춘 삼천리의 간판 브랜드다.
특히 요즘에는 MTB와 경기용 자전거의 장점만 모은 하이브리드 자전거 ‘700C 아젠타2.2’ 모델이 인기다. 이 모델은 직장인들의 출퇴근용, 학생들의 등하교용으로 많이 찾는다. 레스포의 고급 알루미늄 하이브리드 21단 자전거인 ‘700C 아젠타2.2’는 프레임과 브레이크, 림, 핸들바, 핸들스텝 등이 알루미늄으로 적용되어 무게가 가볍다. 시마노 원터치 21단 변속 시스템이 장착돼 있어 간편하게 변속이 가능하다. 시마노 11-28T 후리휠이 적용되어 고속주행도 가능하다.
접이식 자전거도 각광받고 있다. 고급스럽고 심플한 디자인에 콤팩트한 사이즈의 접이식 미니벨로 ‘16 팝콘 3.2’ 모델이 특히 인기다. 최고급 알루미늄 시마노 내장 3단의 고급형 변속 시스템 적용으로 빠른 주행이 가능하다. 또 알루미늄 캘리퍼 브레이크와 시마노 롤러 브레이크를 사용해 소음이 적고 제동력이 우수하다. 핸들 높이 조절이 편리한 알루미늄 접이형 핸들스템이 적용되어 아이에서 성인까지 모두 탈 수 있다. 림, 기어크랭크, 핸들바, 흙받이 등이 알루미늄으로 구성되어 있어 가볍다. 중량은 11.9kg에 불과하다.
‘하운드’와 ‘레스포’가 일반 소비자 층을 겨냥하고 있다면, 마니아 층을 위해서는 ‘첼로’, ‘콜나고’ 등이 있다. 삼천리자전거는 별도 법인 참좋은레저(옛 첼로스포츠)를 통해 고급 자전거 시장을 선점하고 있다. 참좋은레저는 올해 1분기 동안 58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지난해 같은 기간 매출의 두 배다.
이 회사는 ‘첼로’, ‘블랙캣’, ‘아팔란치아’ 등 3개의 자체 브랜드와 ‘GT’, ‘콜나고’, ‘BBB’ 등 40여 개의 해외 인기 브랜드 자전거를 수입하고 있다.
‘첼로’는 참좋은레저의 대표 브랜드다. 고급 레저스포츠의 저변 확대에 발맞춰 1996년에 탄생했다. 현악기 첼로처럼 중후하고 고귀하며 오래 간직하고 싶은 제품이라는 뜻을 담고 있다. 한국인 체형에 맞는 자전거 개발로 초급용에서부터 고급용까지 MTB와 경기용, 하이브리드 등 제품군이 다양하다.
‘블랙캣’은 MTB와 경기용의 입문·초급자를 위한 합리적 가격대의 브랜드로 참좋은레저의 히트 제품인 임팩트 시리즈가 있다.
‘아팔란치아’는 ‘첼로’와 ‘블랙캣’을 타기에는 부담스러운 MTB 입문자와 출퇴근 및 등하교를 위한 직장인 및 학생들에게 안성맞춤인 모델이다. 아팔란치아는 MTB, 접이식, 경기용, 미니벨로, 여성용, 아동용 등 다양한 제품들로 구성돼 있다.
MTB시대 연 장본인
코렉스자전거는 우리나라에 MTB시대를 처음 연 자전거 회사다. 1980년 6월에 설립됐으니 벌써 28살이다. 삼천리자전거와 비교하자면 자식뻘 정도지만 그래도 알만큼 아는, 또 가장 왕성한 나이다.
코렉스는 1989년 MTB를 우리나라 최초로 도입했다. 그래서 이 분야 전문성과 정통성에 대한 자부심이 강하다. 사양길이던 자전거 산업이 다시 뜨고 있는 것도 MTB 선호도가 높아진 덕분이라서 요즘 코렉스는 한껏 고무돼 있다. 코렉스는 그동안 산악자전거 동호인들에게 인기가 많았기 때문에 자전거 레저의 저변화로 인해 회사 브랜드가 새로운 전기를 맞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코렉스는 올해 18회째 MTB 대회를 개최하고 있다. 삼천리자전거가 주최하는 행사보다 더 오래됐다. MTB 분야에서만큼은 삼천리를 앞선다는 자부심이 있다.
코렉스는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기술력도 자랑한다. 코렉스는 국내 최초로 해외 인증 기술검사인 ISO 9001 TUV(Technischer Uberwachungs Verine e.V.: 독일기술검사협회)를 획득한 바 있다.
코렉스자전거의 가장 대중적인 브랜드 ‘코렉스’는 남녀노소 누구나 자전거를 처음 접할 때 부담 없이 만날 만한 자전거다. ‘생활 자전거, 국민 자전거’를 모토로 만들었다.
코렉스의 대표 브랜드 ‘프로코렉스’는 알루미늄 프레임으로 제작된 자전거로, 초경량 라인으로 구성됐다. 가격도 그리 높지 않다. 프리미엄 자전거지만 누구나 부담스럽지 않게 접할 수 있도록 한다는 전략으로 만들었다.
프리미엄 브랜드 ‘크라이슬러’는 명품 브랜드와 수입 자동차에 대한 소비자들의 니즈에 맞춰 코렉스자전거와 해외 유명 자동차 브랜드 크라이슬러와의 전략적인 라이선스 계약으로 탄생했다. 유행과 패션에 민감한 30~40대가 타깃이다. 트렌디한 고급스러움과 우수한 성능을 고루 갖춰 자전거 라이더들에게 인기가 좋다.
코렉스의 히트상품으로는 프로코렉스의 ‘보니토’가 손꼽힌다. 고강도 알루미늄 프레임으로, 알로이 V-브레이크가 적용돼 제동력이 우수하다. 속도는 시마노 24단 E.Z 변속 시스템으로 라이더가 의도하는 대로 유연하게 조절이 가능하다. 켄다의 슬림한 타이어로 날렵한 라이딩이 가능하다. X 프레임의 형태와 경량화된 차체로 운반과 보관이 용이해 최근 자전거 마니아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쥬시 22 RV’는 핸들 앞부분에 바구니가 장착된 여성용 자전거다. 총 14kg으로 가볍고 부드러우면서 승하차가 쉬운 알루미늄 자전거로 밴드 브레이크의 명품인 가라사와 제품을 적용했다. 넓고 편안한 스프링 안장으로 안정된 승차감을 느낄 수 있다. 7단 변속이 가능하며 오르막길을 오를 때는 미끄럼 방지 신형 페달로 자전거 입문자도 순조롭게 라이딩할 수 있다. 또 갈매기형 핸들바로 남성보다 손이 작은 여성들에게 적합하며 그립감도 좋아 자전거 타기에 좋은 자세가 나올 수 있다.
크라이슬러의 히트상품인 ‘아스펜 디스크(Aspen Disc)’는 재고가 없을 정도로 인기가 높은 자전거다. 자전거 부품 전문 브랜드인 시마노 이지파이어 24단의 변속 기어로 원활한 속도 조절이 가능하며 디스크 브레이크가 장착돼 제동력이 뛰어나다. 프레임은 알루미늄 재질로 돼 있어 초경량을 자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