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을 날고 싶은 인간의 욕망은 언제부터였을까? 태초의 인류가 광활한 하늘을 올려다보며 품게 된 작은 욕심에서 출발했을 것이다. 구름 한 점 없이 맑은 하늘을 날고 있다고 생각해보라. 창공과 하나 되는 기쁨, 상상만 해도 즐거운 이 기분을 실제로 경험하게 해주는 것이 바로 패러글라이딩이다. 게다가 비행기나 헬리콥터처럼 동력에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자연 속에서 코끝을 스치는 바람을 고스란히 느끼면서 말이다. 캐노피가 펼쳐지고 두세 걸음 달리자 몸이 둥실 떠오른다. 때마침 불어오는 상승기류로 어느새 이륙 고도보다 훨씬 높이 올라가는 패러글라이더. 한 마리 새처럼 여유롭고 아름다운 비행이 시작된다.
기아자동차 사내 패러글라이딩 동호회는 1995년 5월 출범했다. 남자 회원만 18명으로 여성 회원이 오기만 한다면 공주처럼 모실 자신이 있다고 너스레를 떤다.
박승규(45) 동력팀 팀장의 비행경력은 17년이 훌쩍 넘었다. 패러글라이딩 국가대표를 선발하는 대회-연 2회로 봄, 가을 각 1회씩 진행-에 2년 연속 출전해 100명 중 상위 30명 안에 들었던 수준급 패러글라이더다. 하지만 그에게도 아찔한 경험이 있다. 비행경력 10년차가 됐을 무렵 동료와 함께한 문경 비행에서의 일이다. 이륙과 함께 한쪽 날개가 접혀있음을 알게 된 그는 다시 날개를 펴보려 했으나 펴지지 않았다. 다행히 그리 많지 않은 거리를 날아가 목적지가 아닌 일반 농가의 밭에 불시착했다.
“안전장비를 갖춘 덕분에 큰 부상을 당하지는 않았습니다. 뒤늦게 달려온 동료의 부축을 받으며 겨우 이동할 수 있었죠. 며칠 온몸에서 열이 난 것이 전부지만 그 후로는 겁이 나서 비행할 생각이 안 들더라고요.”
하지만 패러글라이딩에 대한 사랑은 그를 다시 일으켰고, 사고 이후 겨우 2주 후부터 전보다 더 열정적인 비행을 하게 됐다.
박 팀장은 “하늘을 나는 스포츠인 만큼 돌발 상황에 대한 대처 능력과 기상 조건을 읽는 감각을 키우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비교적 간편하고 배우기 쉬워
혹시 위험하지는 않을지, 비용이 많이 드는 건 아닌지 하는 걱정은 접어두자. 할 수 있다는 자신감만 가진다면 패러글라이딩은 생각하는 것처럼 부담스러운 레포츠가 아니다. 사람이 날 수 있는 도구 중 비교적 간편하고 배우기 쉬워 단기간에 가장 많이 보급된 항공 레포츠다. 국내에 약 5만여 명의 동호인이 있을 정도로 대중화됐다.
장비가 가볍고 3~4시간 정도의 기본교육을 받으면 누구나 쉽게 기초 비행을 즐길 수 있다. 패러글라이더는 펼쳐진 크기 때문에 무거운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4kg밖에 되지 않는다. 산의 정상이나 능선에서 10m 정도 도움닫기를 하면 패러글라이더와 함께 몸이 하늘로 떠오른다. 우리나라의 경우 곳곳에 야산이 있고 난기류나 이상기류가 외국보다 훨씬 덜해 비행 조건이 좋은 편이다.
첫 비행을 뜻하는 처녀비행을 하기 위해서는 우선 교육이 필요하다. 조립1부에 근무하는 홍성태(35) 사원은 그 설레는 처녀비행을 추억해 본다.
“틈틈이 주말을 이용해 교육받고, 혼자 날 수 있는 능력이 생기자마자 단독 비행을 했어요. 하늘에서 혼자 상황 판단을 해야 된다는 것이 두렵더라고요. 하지만 내 몸이 마치 새처럼 하늘을 날고 있다는 생각에 어찌나 황홀하던지…. 벌써 10년 전인데도 잊혀지지가 않네요.”
대개 6주, 8주 과정(주 1회)으로 교육이 이루어지는데 첫 비행은 3일 정도 이론교육을 받은 뒤 할 수 있다. 높이 300m 정도의 산에서 하는 첫 비행은 혼자 착륙이 힘들어 무전기를 이용한 교관과의 통신으로 착륙지를 유도 받게 된다. 이후 이착륙 훈련을 반복해 교관의 도움 없이 혼자 비행할 수 있는 능력을 쌓는다. 홍씨는 “약 1년간 50~100시간 이상 비행하면 중급 수준이 된다”며 “이때쯤이면 전국 어디서든 단독 비행을 할 수 있다”고 했다.
기아자동차 패러글라이딩 동호회에 처음 가입하는 회원은 패러글라이딩 전문강습학교에서 비행교육을 받는다. 비용은 40만~50만원 정도다. 제대로 패러글라이딩을 하려면 정규교육을 받는 것이 좋기 때문이다. 교육이 끝난 후 비행에 필요한 모든 장비는 임대해준다. 장비를 임대할 경우 1회 3만원 정도. 대체적으로 장비를 임대하기보다는 구입하는 경우가 많으며 구입 가격은 300만~400만원. 고가이지만 구입 후 별도의 장비 유지비 없이 10년 이상 사용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