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같은 불경기에도 스프링월 금성침대(이하 금성침대) 공장은 쉴 새 없이 돌아간다. 물밀듯이 들어오는 주문 수량을 맞추려면 밤낮으로 뛰어도 모자랄 지경이다. 고중환(55) 금성침대 대표는 현장에서 침대 한 대가 나오기까지의 모든 공정을 지켜본다. “A/S가 필요 없는 침대를 만들겠다”는 그의 꼼꼼함이 묻어난다. 오로지 침대만을 위해 30년을 바친 고 대표가 침대문화의 불모지였던 대한민국에서 어떻게 자리매김할 수 있었을까.

고 대표는 단순한 호기심으로 침대 업계에 첫 발을 들였다. ‘딱딱한 온돌 바닥보다는 폭신한 침대 위에서 자는 잠이 꿀맛일 거다’는 19살 청년의 상상에서부터 시작된 것이다. 그러나 그야말로 먹고 살기도 빠듯했던 1970년대에 침대가 웬 말인가. 침대는 그저 돈 좀 있는 부자들의 전유물이며 사치품일 뿐이었다. 그가 처음 침대에 관심을 보였을 때 다들 미쳤다며 무모한 짓이라고 말리기 바빴던 것은 오히려 당연했다. 고 대표는 이러한 주위의 만류에도 굴하지 않고 끝까지 침대 사업을 고집했다. 침대 시장의 무한한 성장 가능성을 예측한 것이다.

이렇게 금성침대는 1978년 금성공업사란 사명으로 출발해 연매출 약 142억원에 달하는, 작지만 강한 기업으로 성장했다. 매트리스, 침대 프레임 및 장식재 등 전 제품을 자체 생산해 에이스, 시몬스침대와 더불어 국내 침대 시장을 이끌고 있다.

어렸을 때부터 손재주가 많았던 고 대표의 기술적 소질은 침대 시장에서도 인정받고 있다. 생산성을 극대화하고 경비를 절감할 수 있는 기술을 끊임없이 연구하고 개발해 왔기 때문이다.

물론 창업 이후 수많은 위기도 넘겼다. 주로 OEM 방식으로 납품을 했던 금성침대는 외환위기가 닥치면서 자금회전에 어려움을 겪었다. 이에 고 대표는 자체 브랜드 개발과 판매의 필요성을 느껴 독자적인 브랜드를 개발했다. 공장을 건설하고 자사 이름으로 침대를 출시해 위기를 이겨냈다. 시련은 이것으로 끝이 아니었다. 2001년에는 누전으로 인해 공장에 불이 났다. 불길은 삽시간에 공장 전체로 번졌다.

4면 지퍼 매트리스 커버 국내 최초 개발

화재 이후 고 대표는 동종 업계의 도움과 직원들의 격려로 재기할 수 있었다. 야간에만 남의 공장을 빌려 침대를 생산해 밀린 주문을 처리했다. 그 덕에 금성침대는 불과 1년 만에 정상화에 성공, 오늘에 이르고 있다. 고 대표의 ‘자존심 있는 생산’이라는 경영철학과 꾸준한 기술개발, 적극적인 설비투자를 바탕으로 국내 침대 업계에서 안전궤도에 들어서게 된 것이다.

고 대표는 침대 기술력에 있어서는 타의추종을 불허한다는 자신감을 쏟아냈다. 특히 침대의 핵심인 스프링과 매트리스 개발에 많은 노력을 기울였고 국내 최고의 기술을 자랑하고 있다. 그가 개발한 ‘파우치 독립 스프링’은 스프링 하나하나를 부직포로 된 주머니에 넣어 각 스프링이 독립된 쿠션을 유지하도록 설계됐다. 체형에 맞게 몸을 골고루 받쳐주는 스프링은 흔들림이 거의 없어 편안한 수면을 제공한다.

그는 “침대를 구입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매트리스”라며 “체형을 올바르게 지지해 주지 못하는 침대에서 잠을 자면 몸도 편하지 않고 수면의 질이 떨어지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2003년에는 세계적인 침대 전문 업체인 미국 스프링월(Spring Wall)과의 기술제휴로 한국인의 체형에 맞는 매트릭스인 카이로프리 슬립 시스템(Chirofree Sleep System)을 도입하는 데 성공했다. 이 시스템은 척추보호 시스템으로 유명한 스프링월의 기술 노하우를 바탕으로 개발됐다. 미국에서 직수입한 허리 보강대를 장착해 유연한 탄력성을 유지하면서 허리에 무리가 없도록 한 것이다.

고 대표는 “보다 편안한 침대를 만들기 위해 수면공학 연구에 대한 투자를 늘릴 계획”이라고 밝혔다.

“완벽한 편안함을 창조하는 것이 진정한 고객 존중입니다. 최적의 수면 조건을 갖춘 침대를 만드는 것이 우리 기술자들의 몫이겠죠.”

금성침대가 국내 최초로 개발한 4면 지퍼 매트리스 커버는 이러한 철학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매트리스 4면을 지퍼로 연결해 쉽게 탈부착이 가능하도록 한 것이다. 위생적이고 청결한 수면을 위해 내놓은 해결책이다. 4면 지퍼는 지난 2004년 특허출원 이후 현재 금성침대 거의 대부분의 제품에 적용됐다. 손쉬운 세탁으로 매트리스에 서식하는 집먼지진드기, 유해 세균에 의한 피부 및 호흡기 질환, 아토피성 피부염 등을 예방할 수 있어 소비자들의 반응이 뜨겁다.

‘정직’을 신념으로 30년간 외길을 고수해온 고 대표는 누구도 못 말리는 침대박사다. 펀드니 부동산이니 하는 재테크도 그에게는 찬밥 신세일 뿐이다. 고 대표는 직원들과 함께 해마다 해외 유명 가구 박람회를 찾는다. 미국, 유럽 등지의 침대 제조에 관한 노하우를 배우고 연구하는 노력을 게을리 하지 않는다. 오늘날 금성침대가 독보적인 기술을 개발, 보유하게 된 원동력이다.

“제 머리 속에는 온통 침대뿐입니다. 고객들에게 편안한 잠자리를 제공하려면 이 정도는 해야지요. 허허. 단순한 침대가 아니라 편안함을 파는 침대 회사가 돼야 하지 않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