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칠한 대한민국이 달라지고 있다. 기본예절인 ‘인사’에도 인색한 국민들의 목청이 드디어 터지고 있기 때문이다. 버스나 택시에서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인사를 나누는 모습은 더 이상 어색한 광경이 아니다. 그러나 아직도 멀었다는 게 일반적인 평이다. 대한민국. 어떤 변화가 필요한 것인가.

전문 컨설팅 회사 (주)예라고의 허은아(37) 대표의 걱정은 끝이 없다. 지난 4월 영국 BBC에서 조사한 국가매력지수에서 대한민국은 순위권에도 들기 못했기 때문이다. 국가매력지수란 문화의 힘, 그 나라 국민이 향유하는 생활양식이나 가치관, 철학, 이미지 등이 타인에게 미치는 영향력을 말한다. 더불어 나라의 브랜드 가치라고도 할 수 있는 이는 곧 국가의 경쟁력이 되는 셈이다. 대한민국이 세계 11위의 경제대국이면서도 왜 선진국 대접을 받지 못하는지, 그 답을 확실하게 말해주는 부분이다. 영광의 1위는 일본과 독일이 공동으로 차지했다. 

브랜드도 ‘매너’가 중요해

대한민국이 세계 10위권 이내의 강대국이 되기 위해 필요한 것은 과연 무엇일까.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허 대표는 “브랜드 매너”라고 답한다.

“지금 선진국들은 자기 국가만의 고유한 매력을 발산하고 있습니다. 이제 그들의 등 뒤에서 기다리고 있을 수만은 없습니다. 선진국으로 발돋움하기 위해 이제 대한민국은 ‘대한민국’이라는 고유한 브랜드 가치를 높이고 브랜드 매너를 확립해야 할 것입니다.”

허 대표는 대학 졸업 후 대한항공 승무원으로 입사해 5년 동안 전 세계를 누볐다. 그 당시만 해도 한국에는 고객 서비스에 대한 개념이 없어 유명 백화점조차 반품과 교환 등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그러나 허씨는 한국과는 판이하게 다른 해외의 고객중심 서비스와 생활화된 친절을 경험한 후 충격에 빠졌다.     

그때부터 그는 ‘고객’과 ‘친절’에 대해 관심 갖기 시작했다. 승무원을 하면서 받은 친절 중심의 서비스매너교육 외에 다른 차원의 매너에 대해서도 생각하게 됐다. 결국 오랜 시간 함께 한 대한항공을 나와 ‘친절 컨설팅’을 계획, 창업을 결심했다. “끈기와 열정이 없었다면 이뤄내지 못했을 일”이라고 그는 덧붙였다.

1999년 설립된 (주)예라고는 철저한 ‘고객만족’을 목표로 한 맞춤식 컨설팅 회사다. 개인 고객의 이미지 교육도 실시하고 있지만 전체적인 운영 방침은 기업문화와 관련한 전반적인 컨설팅 업무에 무게를 두고 있다. 이를 위해 개별 기업의 특성을 파악, 분석해 적절한 메뉴얼을 만들고, 사내 커뮤니케이션에서부터 대외적인 커뮤니케이션에 이르기까지 올바른 기업문화를 만드는데 조력자 역할을 자임하고 있다. 허 대표는 “예라고는 몸집은 작은 회사지만 가장 큰 자랑은 ‘고객사와의 지속적인 관계’”라고 자신 있게 말한다.

“브랜드 매너 전도사답게 CEO인 저부터 브랜드 매너를 제대로 갖춰 약속한 바를 지키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그 결과 주요 고객사들과 오랜 시간을 함께 할 수 있었죠. 대표적으로 금호고속의 경우, 2000년부터 지금까지 컨설팅과 관련해 유대관계를 맺어오고 있습니다.”

그에게 금호고속은 남다른 애착이 있는 기업으로 꼽힌다.

“처음 금호고속이 저희 고객사가 됐을 때는 정말 문제가 심각했어요. 기사들은 승객들이 승차를 하건 말건 안중에도 없었고, 차안에서 담배를 피우는 것은 물론 난폭운전까지…. 고객들의 비난은 끝이 없었어요. 처음 예절교육을 할 때도 기사들은 ‘어이 아가씨~. 해봐야 안 돼 그거~. 이리 와서 앉아 그냥’ 이런 반응을 보였으니 알만하시죠? (웃음) 그래도 포기하지 않고 서울과 광주를 수도 없이 왕복하며 모니터링하고 분석했어요. 결국 금호고속은 달라졌죠. 2008 한국서비스대상까지 거머쥐게 된 걸요.”

일반적인 친절만을 표방한 것이 아닌, 정신적 매너를 제대로 갖춘 기업에 고객이 신뢰를 가지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다.  

그가 이토록 외쳐대는 ‘브랜드 매너’란. 한마디로 ‘소비자와 브랜드 간의 약속’이다. 

“오늘날 기업은 광고, 마케팅 등 다양한 경로를 통해 대중과 수많은 약속을 하고 있습니다. 때문에 기업이 고객이 되는 대중과 한 약속을 성실히 지키는 것이 더욱 중요하게 여겨지는 것이죠. 브랜드 매너를 실현하는 모든 브랜드는 그 자산을 극대화할 수 있고, 결과적으로 국가 브랜드 가치까지 동반상승하는 효과가 있을 수 있습니다.”

고객과 만나는 접점까지 이어져야

또한 그는 “‘브랜드 매너’는 고객과 만나는 ‘접점’에 있는 모든 것에 대한 고민이 이행될 때 비로소 완성된다”고 덧붙인다.  

(주)예라고에게는 뛰어넘어야 할 큰 목표가 있다. 바로 ‘친절 강대국, 대한민국 만들기!’다. 이 목표를 수행하기 위해서 허 대표는 먼저 “CEO의 인식 전환이 중요”하다고 주장한다.

“CEO도 하나의 브랜드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건강한 기업문화를 만들고 고객과의 약속을 지키는 브랜드 매너를 만드는 데 있어 CEO의 인식 전환은 매우 중요한 것이죠. CEO 개인도 자신을 브랜드화하고, 얼마만큼 매너를 갖추느냐에 따라 충분히 스스로의 가치를 높일 수 있습니다. 이렇게 작게는 개인에서부터 브랜드 매너를 제대로 갖출 때 비로소 한 기업 또는 국가의 이미지가 올바르게 만들어지는 것입니다.”

인터뷰를 마치고 돌아서려는 찰나 그의 방문에 적힌 ‘Mannernia(Manner+Mania)’라는 문구가 눈에 들어왔다. 보통은 ‘○○○대표이사’라고 쓰여 있기 일쑤인데, ‘매너니아’는 무슨 의미인지 궁금해졌다.

“보통 한 가지 일에 몹시 열중하는 사람에게 붙여지는 수식어가 ‘마니아’잖아요. 저는 ‘매너’를 전파하는데 온갖 정신을 쏟고 있으니 ‘매너+마니아’, 즉 ‘매너니아’라고 할 수 있겠죠?”

허 대표는 TV, 라디오, 대학 강의 등 종횡무진하며 그의 학문을 전달하기에 여념이 없다. ‘브랜드 매너’라는 아직은 추상적이고 어색한 분야를 전파하는데 여전히 많은 어려움이 뒤따르지만 ‘매너’ 분야에 대한 ‘최초’ 연구라는 자부심이 스스로에게 많은 격려와 채찍질이 된다고 한다. 이런 그가 당찬 포부를 밝힌다.

“세계를 매료시키는 경쟁력 있는 대한민국을 만들기 위해 예라고가 앞장서 나아가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