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시장이 출렁일수록 소비자들은 금리에 민감하다. 금융상품에 따라 ‘버는 돈’과 ‘나가는 돈’이 다르기 때문이다. 어느 금융회사의 어떤 금융상품이 돈을 더 벌 수 있을까. 금융기관별 예·적금과 대출이자를 분석해 봤다.

“불안한 주식·펀드보다 고금리 상품으로 안전 운전”

주식시장이 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하자 시중은행의 예·적금이 재테크 수단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적립식 펀드의 수익률은 마이너스로 돌아선지 오래지만 예·적금은 최고 6%대의 금리를 보장하는 상품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재테크 전문가들은 글로벌 위기 등으로 당분간 주식시장이 활성화되기 어렵기 때문에 은행 등의 예·적금 상품을 적절히 이용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국민은행의 대표 상품인 ‘와인정기예금’은 7월초 출시돼 9월초까지 4조6000억원에 가까운 판매 실적을 기록했다. 특판상품이 아닌 일반 정기예금의 단기간 판매실적으로는 매우 이례적이다. 이 상품의 가입금액은 1000만원 이상이며, 가입기간은 1년제로 만기 시에 해지하지 않으면 최장 10년까지 연장할 수 있다. 이 상품의 금리는 기본금리 연 5.5%와 우대금리 연 0.8%포인트 등을 합해 최고 연 6.9%에 달한다.

하나은행은 여성고객을 상대로 최고 연 6.3% 금리의 ‘여우예금’을 판매하고 있다. 1년제 예금상품으로 출산, 결혼 등 여성 관련 이벤트에 대해 여성뿐만 아니라 가족도 우대받을 수 있도록 했다.

우리은행의 ‘팝콘예금’은 이자 스윙 방식으로 시장금리에 연동되는 정기예금 상품이다. 정기예금 가입과 동시에 적금에 자동 가입된다. 정기예금의 월 이자를 적금에 다시 투자하기 때문에 이자의 복리 효과가 발생한다. 최저 100만원 이상 가입이 가능하다. 우대금리를 포함해 6개월 최고 연 5.98%, 3년 최고 연 6.38%를 지급한다.

적금도 부활하고 있다. 신한은행의 ‘신한희망애(愛)너지적금’은 에너지 사랑 실천 서약서 작성, 가족 관계 등록, 거래실적에 따라 우대금리를 적용한다. 최고 금리는 1년제가 연 5.8%이며, 3년제는 연 6.3%까지 고금리를 받을 수 있다.

국민은행은 ‘KB가족사랑자유적금’의 최고 금리를 0.25%포인트 올려 연 6.15%를 적용하기로 했다. 이 상품의 가입액은 1조4000억원을 돌파했다. 농협 ‘사랑애(愛)적금’도 금리를 0.3%포인트 인상해 연 6.75%의 최고 금리를 제공하고 있다. 이 상품을 3년제로 가입하면 최고 연 7.05%의 금리를 제공받게 된다.

하나은행의 ‘와인처럼적금’ 금리는 3년제 기준 최대 연 5.8%다. 기본금리 5.5%에 주거래 고객 10만원 이상 자동이체 시 0.1%포인트, 신용카드 사용 실적에 따라 0.1~0.2%포인트 우대금리가 있다.

일반 통장 중에도 소액 예치금에 고금리를 주는 상품이 있다. 기업은행의 ‘서민섬김통장'은 1년 만기 기준 예·적금 상품으로 최고 연 6.0%의 금리를 제공한다. 기업은행의 ’독도는 우리 땅 통장‘은 가입 기간이 6개월~2년이며 1년제 기준으로 연 6.6%의 금리를 적용한다. 독도수호 의지가 담긴 표어나 문구를 넣고 통장 이름을 지을 경우 0.1%포인트의 금리가 추가돼 최고 연 6.7%가 적용된다.

국민은행의 ‘KB Start통장’은 100만원 이하 금액에 대해서도 연 4%의 금리를 적용한다. 기존 은행권 스윙형 고금리 상품이 대부분 100만원 이상의 금액에 대해서만 높은 금리를 주는 것과 사뭇 다르다.

7%대의 저축은행 금리

저축은행들은 시중은행들과의 경쟁을 위해 금리가 연 7%대인 예금상품을 속속 출시하고 있다. 상호저축은행중앙회에 따르면 1년 만기 정기예금에 연 7% 이상의 고금리를 주는 저축은행은 총 35곳(9월19일 기준)이다. 이 중 영풍저축은행이 연 7.3%를, 동부·삼화저축은행은 연 7.1%의 이자를 준다. 적금 금리의 경우 중소형 저축은행들이 높은 편이다. 영진·안양·인천저축은행이 1년 만기 정기적금에 연 7.0%를 제공한다.

현대스위스저축은행은 최근 1년제 정기예금 금리를 7.1%로 인상했다. 수도권에 지점을 두고 있는 토마토저축은행은 연 6.6%에 머물러 있던 1년 만기 정기예금 금리를 0.4%포인트 올려 연 7.0%로 상향조정했다.

자산규모 1위인 솔로몬저축은행은 본사 사옥을 을지로에서 강남으로 이전한 것을 기념해 서울의 12개 본·지점에서 연 7.0% 금리의 정기예금 상품을 500억원 한도로 판매 중이다. 1년짜리 정기적금은 연 6.5%의 금리를 적용하고 있다. 늘푸른저축은행은 1년 만기 정기예금의 경우 연 7%를 제공하고 있다. 부산저축은행은 1년 만기 정기예금의 경우 연 6.7%, 1년 만기 정기적금의 경우 연 6.8%의 금리를 적용 중이다.

저축은행 예금 고객은 5000만원까지 원금 보호를 받을 수 있다. 5000만원이 넘는 금액을 예치할 경우 여러 저축은행에 분산 예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자신이 거래할 저축은행의 부실 여부를 알아보고 싶다면 상호저축은행중앙회 홈페이지(www.fsb.or.kr)에서 고정이하 여신비율과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을 확인하면 된다. 이른바 ‘8·8’클럽에 가입한 저축은행이면 우량 저축은행으로 봐도 무방하다. ‘8·8’클럽은 고정이하 여신비율이 8% 이하, BIS 비율이 8% 이상인 저축은행을 지칭한다.

CMA도 인기몰이 중

증권사 종합자산관리계좌(CMA)도 인기몰이중이다. 월급통장을 CMA로 교체하려는 수요가 급증하면서 분기마다 신규 계좌가 100만 개씩 늘어나더니 올 2분기 기준으로 계좌 수만 600만 개를 넘어섰다. 금액 규모로는 30조원이 넘었다.

증권사 CMA는 은행의 보통예금처럼 입·출금이 자유롭고 공과금 자동납부, 급여 이체, 주식 매매 및 펀드 상품 거래, 체크카드 등 부가서비스까지 이용할 수 있는 금융상품이다. 하루만 맡겨도 은행보다 높은 이자를 준다는 게 특징이다. 계좌에 남아있는 유휴자금이 고수익으로 운용돼 수익률이 높다는 점이 가장 큰 장점이다.

한국은행이 지난 8월 기준금리를 올리면서 CMA 금리도 줄줄이 올랐다. 대우증권이 CMA 금리를 기존 연 5.1%에서 5.35%로 높인 것을 시작으로 증권사들은 일제히 CMA 금리를 5~6% 부근까지 높였다. 신생 증권사들은 CMA 영업에 뒤늦게 나서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기존 증권사보다 0.05~0.1%포인트가량 금리를 더 얹어 줄 정도로 공격적이다.

삼성증권의 삼성CMA플러스는 RP형의 경우 하루만 맡겨도 연 3.35%, 1년 약정을 맺으면 업계 최고 수준인 연 5.8%의 수익이 주어진다. 유진투자증권 CMA는 하루만 맡겨도 5.25% 이며, 최대 151일 이상 보유한 자금은 5.70%까지 적용된다. 우리투자증권의 옥토CMA RP형의 경우 5.35~5.75% 금리가 적용된다.

CMA는 종류별로 금리가 조금씩 다르지만 절대금리가 높다고 반드시 유리한 것은 아니다. 전문가들은 자금 용도에 맞춰 상품을 선택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증권사들의 CMA 유치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각종 혜택도 늘고 있다. 공과금 자동납부, 급여 이체 등 은행에서 제공하는 웬만한 서비스는 기본이다. 최근에는 은행·보험 등과 연계돼 대출 서비스까지 가능해졌고, 카드사와 연계한 CMA 체크카드도 이용할 수 있다.

특히 CAM 체크카드는 날로 진화하고 있다. 동양종금증권은 신용카드 수준의 플래티늄 서비스를 부가한 ‘동양CMA삼성플래티늄 체크카드’도 선보였다. 플래티늄카드는 특급호텔을 비롯해 전국 70여개 주요 호텔, 콘도, 펜션 객실 최고 60% 할인 및 객실 업그레이드 등 비자 플래티늄카드의 주요한 부가서비스를 제공한다. 대우증권은 신한카드 및 현대카드에 이어 롯데카드와도 손잡고 새로운 체크카드를 내놓았다. 미래에셋·굿모닝신한·한국투자증권도 이미 각각 3개 카드사와 제휴한 상태다. 우리투자증권은 우리카드와 현대카드와 제휴를 맺고 체크카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변동금리 중 변동주기 바꾸는 것 고려해야

최근 금리가 안정세를 나타내면서 주요 시중은행의 고정금리형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5개월 만에 가장 큰 폭으로 떨어졌다. 변동금리형 주택담보대출 금리도 보합세를 유지하고 있어 대출 금리 오름세가 진정되는 것으로 분석된다.

국민은행의 고정금리형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연 7.74∼9.24%로 지난 4월 0.21%포인트 떨어진 이후 5개월 만에 최대 하락폭이다. 국민은행의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지난 5월 초 6.23∼7.73%였지만 이달 초 7.95∼9.45%로 넉 달간 1.72%포인트 폭등했다. 신한은행은 9월16일 현재 대출 금리가 7.74∼9.34%이며, 하나은행은 8.08∼9.28%다.

변동금리형 주택담보대출 금리도 안정세를 유지하고 있다. 국민은행의 주택담보대출 변동금리는 6.55∼8.05%로 9월 초 이후 동일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우리은행은 6.69∼7.99%이며, 신한은행은 6.59∼8.19%의 금리가 적용된다.

보험사의 대출상품도 이용해볼 만하다. 대한생명은 장기 모기지론 상품에 자유로운 입출금 기능을 가미한 신 개념 주거용 부동산 대출상품인 ‘홈드림 모기지론’을 판매하고 있다. 고객의 재정 스타일에 따라 금리를 선택할 수 있는 게 장점이다. 이 상품의 변동금리형은 9월 현재 6,46~7.96%이며, 혼합금리형은 최초 3년간 7.06~7.46%의 고정금리 적용 후 4년차부터 변동금리를 적용하는 방식이다. 삼성생명 주택담보대출의 고정금리형 대출 금리는 6.57~8.47%이며, 변동금리형의 경우 6.29~8.19%의 금리를 적용받는다.

그렇다면 어떤 금리가 대출 이용자에게 유리할까. 금리가 오르면 당연히 변동금리 대출상품이 불리한데 대출금액이 비교적 큰 주택담보대출의 경우에 90% 이상이 변동금리 대출상품이다. 따라서 주택담보대출 이용자들은 늘어나는 이자 부담을 피하기 위해 고정금리 대출상품으로의 전환을 고려해 볼 만하다. 그러나 대출을 갈아타려면 전환 비용을 부담해야하기 때문에 신중해야 한다.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치솟으면서 아예 변동금리 대출을 고정금리 대출로 바꿔볼까 고민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변동금리는 양도성예금증서(CD) 금리 등 기준물 금리에다 가산금리를 합쳐 매겨지기 때문에 CD 등 시장금리가 오르면 대출금리가 따라서 오른다.

반면 고정금리는 시장금리 움직임에 관계없이 대출금리가 유지되기 때문에 이자 부담이 갑자기 늘어나는 위험이 없다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자 부담 측면에서 고정금리가 변동금리보다 높은 편인데다 향후 금리가 하락할 수도 있는 만큼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전문가들은 굳이 대출을 갈아타려면 같은 변동금리 중에서 변동주기를 변경하는 방법을 고려해 볼 만하다고 추천한다. 대출을 상환할 때는 한도대출(마이너스 대출)부터 상환하는 것이 좋다. 조기상환 수수료가 없을 뿐만 아니라 한도대출은 일반대출보다 비교적 금리가 높아 상환 시 이자 부담을 효과적으로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