펀드 투자에 관심이 많은 사람이라면 전환형 펀드(Umbrella Fund)란 말을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 의미를 정확히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전환형 펀드는 펀드 내에서 추가적인 환매 수수료 없이 주식형을 채권형으로 전환하거나 채권형을 주식형으로 전환하는 등 위험관리를 해주는 펀드다. 펀드의 위험을 좀 더 체계적으로 관리할 수 있어 최근 같은 하락장에서 더욱 주목받는 상품이다. 이러한 전환형 펀드는 포트폴리오 위험관리 전략 중 하나인 재조정(Rebalancing) 전략을 활용한 펀드라고 할 수 있다.

포트폴리오 재조정(Portfolio Rebalancing)이란 자산배분 비율이 변화함에 따라 최초의 자산배분 비율대로 조정하는 전략을 말한다. 물론 말은 쉽지만 손실이 난 펀드를 들고 있다면 먼 나라 얘기로 들릴 수도 있겠다. 그러나 위험관리의 원칙이 있다면 재조정도 합리적으로 행할 수 있다.

손실 난 펀드의 위험관리

작년 7월부터 월평균 300만원 정도를 펀드에 불입하고 있던 A씨(30)는 마음이 답답하다. 포트폴리오의 30%는 안정적인 채권형 상품으로, 나머지 70%는 주식형 상품으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하고 1년여가 지났지만 전체 수익률은 -10%로 손실이 나 있는 상태. 주식시장이 계속해서 좋지 않은 탓이다. 주식형 펀드를 현 시점에서 손절매하고 원금손실 위험이 덜한 채권형 상품으로 옮길지, 아니면 지금처럼 계속 불입을 해도 될지 고민하고 있다.

우선 살펴봐야 할 것은 A씨의 투자가 투자 목적과 투자 성향에 맞느냐 하는 것이다. 만약 장기투자 성격의 투자자금이라면 주식형 펀드가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게 무리는 아니다. 하지만 단기간에 써야 할, 용도가 정해진 단기자금이라면 주식형 펀드에 너무 높은 비율을 넣고 있는 것이다. 단기자금이라면 자금이 필요한 시점까지 계속해 환매 타이밍을 주시해야 할 것이다.

만약 장기자금 성격의 자금이라면 어떨까. 자산배분 전략상 크게 문제될 것은 없다. 단, 최초 자산배분 전략이 잘 이뤄졌더라도 시간이 지나면 지금처럼 손실(또는 이익)이 발생해 투자 비중과 평가액이 변하게 된다. 이때 각 자산의 비중을 재조정 시점의 평가액 기준으로 다시 조정하는 것을 포트폴리오 재조정이라고 한다. 예를 들어 채권과 주식을 30대70의 비율로 운용하다가 주가가 상승해 주식 비중이 높아지면 일부를 차익 실현해 채권 쪽으로 옮기는 방식이다. 반대로 주가 하락으로 인해 주식 비중이 낮아지면 안전자산에서 위험자산 쪽으로 이동해 비중을 맞춰준다. 이는 정해진 자산배분 비율에 따라 움직이기 때문에 큰 수익은 얻지 못하더라도 포트폴리오 전체의 위험을 감소시켜주는 역할을 한다. 

하지만 평가금액이 변할 때마다 포트폴리오 리밸런싱을 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기 때문에 기준이나 지침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포트폴리오의 수익률이 -15%가 되는 시점을 포트폴리오 재조정 시기로 보는 것이다. 이 기준에 의한다면 A씨의 경우 현재는 리밸런싱 할 필요 없이 계속 보유해도 된다. 향후 계속 손실이 발생하여 -15% 시점이 되면 이때 리밸런싱해야 한다.

만약 A씨의 위험 선호도가 당초보다 낮아져 기대수익률을 낮추고 싶다면 현재 시점의 포트폴리오 전략 자체를 바꿔야 한다. 이때는 포트폴리오 재조정보다는 투자 전략을 다시 수립하는 것이 필요하다. 현재로서는 A씨의 기대수익률이 낮아진 것이 아니기 때문에 최초 투자 전략을 유지하되 원칙에 따라 실행하는 것이 좋다.

포트폴리오를 재조정할 때에는 시장 예측을 개입시키지 말고 위험관리에 대한 기준(예를 들어 포트폴리오가 15% 하락 시 재조정)을 세워야 한다. 현재 시점에서 단지 주가가 더 떨어질 것 같다는 느낌만으로 최초의 자산배분 플랜을 어기는 것은 좋지 않은 결과를 가져 올 수 있기 때문이다.

위험관리 기준에 따라 투자하자

 장기투자로 인해 이미 포트폴리오에 일정한 수익이 실현되었다면 안정형 상품이나 CMA로 갈아타고 추가적인 저가 매수 기회를 노려야 한다. 이익이 날 때마다 일정 부분을 환매해 CMA에 예치하면 하락장의 손실을 일부나마 커버할 수 있다. 예를 들어 포트폴리오가 20% 이상 상승하면 시장 상황에 대한 판단에 휩쓸리지 말고 부분환매를 해 최초 자산배분 원칙을 지키는 것이다. 주식시장은 변동성이 크기 때문에 상승장이 있으면 분명 하락장도 있다. 이익이 났을 때도 위험관리 원칙을 세워 그에 따르는 것이 좋다.

다음은 2007년 초부터 2008년 8월말까지 코스피지수에 100만원을 투자한 사람의 수익률을 보여주는 표다. 약 20%의 이익이 실현될 때마다 이익이 난 부분을 CMA에 예치하고 원금은 지속적으로 투자한 경우를 가정했다. 실제 코스피지수의 흐름을 보니 20%의 이익이 난 시점은 2007년 5월, 2007년 10월, 2회다. 이때 이익이 난 부분을 환매하고 투자하니 최종 수익률은 2008년 15%(8월말 기준)가 됐다. 코스피 지수가 2007년 초부터 2008년 말까지 8%밖에 오르지 않았음을 감안하면 제대로 위험관리가 된 셈이다.

위험관리는 시장의 변동성에 대처하는 전략이다. 장기투자라 하여 무조건 들고 있는 투자 보다는 이익이 났을 때는 일정 부분 옮기고 손실이 났을 때는 추가로 매수하는 전략으로 적극적으로 대처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단, 그러기 위해서는 직감이나 예측보다는 원칙에 따라 투자해야 한다. 각자 나름대로의 위험관리 기준을 세워야 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