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시장은 원래는 투자자와 기업이 만나는 이성적 투자의 장이지만 어떤 측면에서는 영화산업과 비슷한 흥행적 또는 투기적 성격이 있다. 우선 외국의 사례를 들어보자. 영국의 경제학자 케인즈(J. M. Keynes)는 주식투자를 미인대회에 비유했다. 미인대회의 심사위원들은 자신이 미인이라 생각하는 후보에게 높은 점수를 주기보다는 대중들이 최고의 미인이라 여길 만한 후보에게 높은 점수를 준다. 즉, 내가 매수한 어느 한 주식이 주식시장의 다른 많은 종목들에 비해 빠르게, 그리고 크게 상승하기 위해서는 내가 그 주식을 매수한 즉시 다른 많은 사람들이 앞 다퉈 같은 주식에 투자해야 한다. 따라서 주식시장에서 빠른 성과를 기대하는 투자자들은 제 눈에 안경인 주식을 찾지 말고 다른 투자자들이 좋아할 만한 종목을 고를 수 있는 안목을 가져야만 한다. 참고로 증권예탁원의 발표에 따르면 주식에 직접 투자하고 있는 서울 시민의 평균 보유종목 수가 3.5개다(2006년 말 기준). 

케인즈는 이와 같은 미인대회의 원리를 이용해 주식시장에서 큰돈을 벌었다고 하는데, 서울 시민들은 과연 어떤 기준으로 세 종목을 선정했는지 궁금하다.

스티븐 스필버그, 해리슨 포드, 마이클 더글러스 그리고 왕년의 명가수이자 배우인 바브라 스트라이샌드 등은 허리우드를 움직이는 유명한 유태인 스타들이다. 그리고 우리가 이름까지는 잘 알지 못하는 감독과 제작자들의 세계도 유태인들이 꽉 잡고 있다. 흑인 여배우 우피 골드버그는 허리우드의 이러한 분위기가 충분히 반영된 ‘창씨개명’이라고 한다.

메릴과 린치, 골드만과 삭스, 리만 형제들과 조지 소로스 그리고 마이클 블룸버그 등 금융의 메카인 월스트리트를 움직이는 사람들도 역시 유태인들이다. 유태인들이 영화와 금융투자에 있어서 남들보다 크게 성공한 것을 보면 이들은 자신이 투자한 영화와 배우 또는 종목이 과연 대중들의 환호를 받을 수 있는가를 볼 줄 아는 남다른 혜안이 있는 민족이라는 생각이 든다.

주식시장에도 영원한 우량주는 없어

다음은 우리나라의 사례다. 1990년대 우리나라의 모 배우는 그야말로 흥행 제조기였다. 하지만 어느 물고기 이름을 제목으로 한 첩보영화 이후에는 그가 출연한 영화들이 소위 ‘대박’을 터뜨리지 않고 있다. 요즘은 오히려 그가 주인공이었던 영화나 드라마에서 조연을 맡았던 배우들의 주가가 더 높아 보인다.

영화계에 영원한 스타가 없듯이 주식시장에도 영원한 우량주는 없다. 1980년대의 금융, 유통, 건설의 트로이카 주식, 1995년의 블루칩 그리고 1999년 닷컴 버블 시기의 IT주와 통신주는 그 당시의 시세를 주도하던 대표 주식들이다. 이들의 대다수는 짧게는 몇 년, 길게는 십여 년의 세월을 거치면서 감자와 인수합병, 상장 폐지와 같은 우여곡절을 겪었고, 지금까지 살아남아 있는 기업은 극소수에 불과하다.

TV 드라마나 CF에서는 톱 스타였지만 영화에서는 고전을 면치 못하는 배우들이 있다. 그리고 TV 드라마에서는 히트 제조기였는데 영화감독으로는 성공하지 못한 PD들도 있다. TV드라마와 CF는 TV라는 매체의 특성으로 인해, 대중들에게 무차별적으로 접근할 기회가 많다. 하지만 영화는 사람들이 일부러 시간 내고, 돈 내서 극장을 찾도록 만들어야만 흥행에 성공할 수 있다. 일반 투자자들은 현대자동차와 삼성전자와 같은 대기업들이 수출도 많이 하고 고용인원도 많고, 국가 경제에 크게 기여한다고 생각해서인지 아니면 이들 기업의 뉴스를 하루가 멀다 하고 신문과 방송을 통해 접해서인지, 이들이 주식시장에서도 우량주라고 생각하는 듯하다. 현대자동차는 1995년의 증시활황 때 이미 4만원이 넘는 수준에서 거래되던 주식이었다.  

2006년 말 어느 경제신문 기자가 인터넷 포탈 기업인 NHN의 주식 상장 후 지금까지의 수익률을 삼성전자와 비교해 달라는 요청을 했다. 필요한 데이터를 찾아 이메일로 보내 주었는데, 그 다음 날 아래와 같은 기사가 실렸다. 

“2006년 12월23일 증권업계와 증권선물거래소에 따르면 유무상증자와 주식배당 등을 고려한 수정주가 기준으로 NHN은 2002년 10월29일보다 1300% 이상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삼성전자가 84% 오른 데 그쳐 NHN이 삼성전자보다 무려 15배 이상의 투자수익률을 거둔 셈….”

NHN의 인터넷 포털 서비스인 네이버를 지난 4년간 거의 매일 이용한 많은 사람들 중에서 이를 우량기업이라 판단해 이 주식에 투자한 이들은 많지 않은 것 같다. 수출이나 고용과 같은 경제에의 기여효과가 적다는 생각에서인지 아니면 TV나 신문에 자주 노출되는 편이 아니어서인지 그 이유는 모르겠다.

* 어떠한 경우에도 긍정적이거나 부정적 견해를 가지고 위 사례로 거론한 특정 기업이나 특정 배우에 대해 쓴 글이 결코 아님을 밝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