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환경 최대한 살린 친환경 코스

전날부터 내린 비에 걱정스럽게 눈을 떴지만 다행히 날씨가 개어있다. 안도의 한숨을 쉬면서 영동고속도로에 올라서자 다시 굵은 빗방울이 차창을 때린다. 오락가락하는 날씨에 제대로 라운딩이 될까 걱정이 앞선다. 궂은 날씨 속에서도 강원도 횡성에 위치한 청우GC에 다다르는 데 1시간30분밖에 걸리지 않았다.
청우GC는 2005년 10월 착공해 2007년 5월부터 1년간 시범라운드를 거쳤다. 타 골프장에 비해 정식개장을 서두르지 않았다는 점에서 완벽한 코스를 선보이기 위한 배려가 엿보인다. 청우GC의 회원은 모두 600명. 분양을 시작한 지 6개월 만에 완료돼 주목을 받기도 했다.
최근 오픈한 골프장은 ‘~밸리’, ‘~힐스’ 혹은 ‘파인~’ 등 영어식 이름이 대부분이다. 한글 이름은 찾아보기 힘들 정도다. 이름이 촌스럽지 않느냐는 질문에 골프장 운영과 관리를 총괄하고 있는 엄성일 상무는 “영어로 된 헷갈리는 이름보다 외우기 쉽고 좋지 않냐”며 웃었다. 그는 청우(靑宇)가 원초적 자연과 미지의 세계를 향한 도전을 의미한다고 덧붙였다.
주중 2인·5인 플레이 가능
청우GC의 모회사인 삼대양개발은 신라CC, 파인크리크CC, 파인밸리CC 등을 시공했고, 현재 제천에버리치CC, 동훈 창녕CC를 공사 중이다. 조경은 국내 최고의 골프장 조경업체인 삼성에버랜드가 맡았으며, 임상신 코스 디자이너가 설계했다. 그래서일까. 자연의 숨결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는 평가 속에 골퍼들의 뜨거운 호응을 받고 있다. 주중에는 2인 및 5인 플레이가 가능하다. 페어웨이는 안양중지를, 그린은 벤트 그라스를 식재했다.
코스 내 위치한 독립된 골프빌리지는 39평형 52실, 70평형 6실을 보유하고 있으며, 코스와 치악산의 절경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조망권을 갖췄다. 고객편의를 위해 마련한 커뮤니티센터로 세미나실, 노래방, 미니마트를 갖추고 있어 종합휴양지로서의 역할을 할 수 있게 했다. 골프장 건너편으로는 이론과 실습을 겸비한 명실상부한 선수 및 골프 전문인력 양성을 위한 청우골프대학이 2010년 개교를 목표로 건설이 한창 진행 중이었다.

좁은 페어웨이, 유리알 그린
9개 홀의 코스를 한 눈에 담아낸 지중해풍의 이국적인 클럽하우스에 들어서자 고급스러운 인테리어와 샹들리에가 인상적이다. 76만7000여㎡에 조성된 골프코스는 파72, 7117야드에 54개의 벙커와 11개의 워터 헤저드로 구성돼 있다. 엄성일 상무는 페어웨이가 좁고, 그린의 난이도가 높아 전략적인 코스라는 말로 전체적인 코스를 설명했다. 말이 전략적인 코스지 한마디로 쉽지 않은 코스라는 얘기다. 엄 상무는 “거의 평지로 이뤄져 있으며, 포근하고 아담한 코스여서 여성 골퍼들에게 인기가 많다”고 말했다.
블루코스와 코스모스코스로 이뤄진 골프코스는 편안함과 여유로 머물고 싶은 친환경적인 코스라는 평가다. 18홀 골프장의 광활한 필드가 지형을 닮아 자연에 동화된 편안한 코스로 조성돼 있다. 자연 지형을 최대한 살린 코스 설계가 돋보인다.
코스만큼은 국내 최고를 지향한다는 엄 상무의 말처럼 페어웨이의 잔디는 푹신한 융단 같고, 그린은 유리알 같았다. 자연을 그대로 살린 친환경적인 조경에 군데군데 유실수도 눈에 띄었다.
하지만 벙커와 워터 헤저드 숫자가 말해주듯 코스는 수월치 않았다. 세컨드샷 지점에는 여지없이 워터 헤저드가 도사리고 있었고, 그린 앞뒤에는 벙커가 입을 벌리고 있었다.
블루코스는 자연계곡을 따라 이어진 계류가 곳곳에 위치해 정확한 샷을 요구하는 전략적인 코스다. 이 코스에서는 파4 2번 홀이 가장 도전적인 홀로 꼽힌다. 핸디캡 1번 홀로서 티잉 그라운드에서 그린 주변까지 오르막 경사이며 자연계류가 흐르고 있어 샷의 정확도가 요구되는 홀이다. 특히 그린 바로 앞쪽에 계류가 있고, 그린 좌, 후방에는 벙커가 도사리고 있어 파온이 어려운 홀이다. 단타일 경우 쓰리온 공략이 바람직하지만, 파를 잡기 위해서는 반드시 도전이 필요하다.
5번 홀에 들어서자 오른쪽으로 골프빌리지가 들어서 있다. 골프빌리지 정면으로는 페어웨이와 멀리 치악산이 한 눈에 들어올 듯했다. 슬라이스가 잘 나는 홀이라는 캐디의 설명에도 티샷은 골프빌리지로 향했다. 혹시 유리창이라도 깨지면 어쩌나 하는 마음에 얼굴이 새파래졌다. 하지만 그런 걱정을 할 필요는 없었다. 건물의 유리창은 골프공에 견디도록 강화유리로 돼 있기 때문이다.
코스모스 코스는 맑은 하천을 감싸고 돌아가는 자연수림대와 워터 헤저드를 가로지르는 도전적인 코스다. 이 코스의 12번홀(파3)이 가장 아름다운 홀로 꼽힌다. 좌측의 암반과 워터 헤저드가 어우러져 한 폭의 동양화를 보는 듯한 홀이다. 특히 고래, 네잎클로버, 반달 모양의 색다른 벙커들이 즐비해 아름다움을 더해 주고 있다.
이 골프장에서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한 티잉 그라운드에서는 골프장 전체를 한 눈에 내려다 볼 수 있다. 마침 흐린 날씨가 개이면서 구름이 걷히자 치악산의 절경이 탄성을 자아내게 한다.
Interview 엄성일 상무
“명문 골프장의 기준은 회원권 가격이 아니다”

“명문 골프장의 기준은 회원권 가격이 아닙니다. 코스와 서비스의 품질이 바로 좋은 골프장이냐 아니냐를 가르는 기준입니다. 그런 면에서 청우GC는 중저가 골프장이지만 좋은 골프장에 속한다고 자부합니다.”
엄성일 상무는 청우GC의 코스가 회원가 10억원대 이상 골프장과 견줘 전혀 뒤떨어지지 않는다고 자신했다. 엄 상무는 삼성에버랜드 안양베네스트와 가평베네스트 골프클럽에서 23년간 골프장 운영 및 코스 관리에 대한 전반적인 경험을 쌓았다. 그가 청우GC에 합류한 것은 지난 2006년이다. 50대 초반의 나이로서 더 늦기 전에 새로운 도전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그의 풍부한 경험에서 나온 골프장 경영원칙은 ‘다시 오고 싶은 충동을 느낄 수 골프장으로 만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그가 가장 신경을 쓰는 것이 바로 ‘코스 관리’와 ‘향기 나는 서비스’다.
그는 타 골프장 대비 30% 이상을 조경비에 투자해 자연의 숨결을 그대로 보존했으며, 코스의 잔디 관리를 위해 시즌 중에는 격주 휴장제를 실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그가 자신 있게 내세우는 것은 서비스의 품질이다. 골퍼들이 편안하게 즐기면서 다시 찾고 싶은 골프장을 만들기 위해서는 코스 관리와 함께 캐디 서비스가 가장 중요하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골퍼와 캐디는 동반자입니다. 캐디들에게 품위는 지키면서 골퍼와 같이 즐기라고 말합니다. 그래서 캐디들은 자신만의 특기를 하나씩 가지고 있습니다. 어떤 캐디는 버디를 했을 때 버디송을 불러주기도 하고, 또 어떤 캐디는 춤을 추기도 합니다. 교육 기간 중 가장 중요시했던 것이 유머교육이었을 정도였습니다. 물론 기본적으로 자신의 일에 있어서는 최고가 돼야 합니다.”
그렇다면 그의 유머와 골프실력은 어느 정도일까. 그는 취미로 부르는 자신의 노래 실력은 송대관과 태진아보다는 조금 뒤떨어지는 수준이지만, 골프 핸디는 7 정도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우수 인력을 유치하기 위한 청우GC의 투자도 타 골프장에 비해 탁월할 정도다. 클럽하우스 바로 맞은편에 있는 캐디 기숙사는 거의 호텔을 방불케 한다. 기숙사는 2인 1실로 실마다 LCD TV, 에어컨, 싱글침대, 냉장고 등이 설치돼 있으며, 독서실, 캐디 전용 식당, 헬스실, 세탁실을 별도로 운영하고 있다. 국내 최고의 주거 공간을 마련해 최고의 서비스를 창출하도록 지원하고 있다. 그는 캐디들에게 비전도 제시한다. 캐디로 시작해 캐디로 끝나는 게 아니라 골프장 운영까지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심어주고 있는 것이다. 이미 청우GC에는 이러한 캐디 마스터가 10여 명이나 된다.
그는 지방 골프장으로서 생존하기 위한 어려움을 토로하기도 했다. 하지만 가격경쟁에 나서지는 않을 것이라고 못 박았다. 제살깎기식 경쟁으로는 누구도 살아남기 힘들기 때문이다. 그는 잔여시간에 한해서는 비회원에게도 골프장을 개방하고 있다고 밝혔다.
“20만원이 넘는 비용에도 수도권 골프장은 골퍼들로 넘쳐납니다. 지방 골프장이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세제 감면이 필요합니다. 그래야 지방 골프장을 찾는 골퍼들의 시간과 교통비는 보상해줄 거 아닙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