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스타 정지훈(비)의 할리우드 데뷔작으로 화제를 모은 <스피드 레이서>는 그야말로 화려한 볼거리로 가득한 오락영화다. 별로 새로울 것 없는 안정적인 이야기 구조에 현란한 기술을 담아내 시각적 즐거움이 무한 폭발한다. 다만 작품성이나 이야기의 짜임새에 대한 기대는 금물이다. 그래도 디지털 영상의 오락적 가치에 방점을 찍은 영화인만큼 그만한 값은 충분히 해낸다.

<스피드 레이서>

원제 SPEED RACER

감독 앤디 & 래리 워쇼스키 형제

주연 에밀 허쉬, 크리스티나 리치,

          수잔 서랜든, 매튜 폭스, 정지훈

장르 액션

출시 2008년 9월5일

<매트릭스> 시리즈로 깊은 인상을 남긴 워쇼스키 형제가 만든 카 레이싱 영화 <스피드 레이서>는 요시다 다쓰오의 1967년 작, 일본 TV 만화영화 시리즈의 고전 <마하 고고>를 리메이크한 액션 어드벤처 영화다. 제목에 걸맞게 영화는 시종일관 손에 땀을 쥐게 만드는 카 레이서들의 치열하고 짜릿한 스피드의 세계가 놀라운 영상으로 펼쳐진다. 이는 나날이 놀라운 속도로 발전하는 컴퓨터그래픽(CG) 기술로 구현해냈다. 레이서들이 타는 레이싱 카는 각종 첨단기능으로 무장하고 있는데, 버튼을 누르면 바퀴 옆으로 긴 봉이 튀어나와 점프를 해서 360도 회전을 한다든가, 톱날이 나와 앞 차를 뚫고 지나간다든가, 운전석에 방탄막을 씌워 상대의 공격에 대비하는 등 묘기를 방불케 하는 액션을 구사하며 아슬아슬한 레이싱 코스를 시속 640km에 가까운 속도로 질주한다.

온 가족이 함께 즐기는 최고의 오락영화

이뿐만 아니다. 경주에 더욱 박진감을 주는 플러스알파가 있다. 로마 검투사 스타일의 다양한 전투 전략이 영화의 흥미를 배가시킨다. 타이어를 겨냥한 표창이나 레이싱 카에 장착된 톱날, 스피어 후크와 같은 암기(暗器) 등 정상적인 레이싱 규칙을 위반한 전술들이 레이싱의 스릴을 더한다. 우주선 같은 레이싱 카로 초고속 질주를 하다 트랙에서 튕겨 나가거나 공중에서 곡예하며 검투사처럼 싸우는 카 레이싱은 마치 자동차로 쿵푸 하는 것 같다고 하여 ‘카푸(Car-Fu)’라는 신조어까지 탄생했을 정도다.

게다가 <스피드 레이서>에 등장하는 레이싱 카의 다양한 스타일은 한마디로 신기에 가깝다. 자동차에 열광하는 영화 속 세계에 걸맞게 지금껏 그 누구도 보지 못했던 레이싱 카를 등장시킨다. 미래 지향적 컨셉트 자동차는 잡지나 기존 영화에서 숱하게 볼 수 있었지만 이 영화에 등장하는 자동차들은 그러한 수준을 한참 뛰어넘는다. 각각의 차는 레이서의 성격을 보여주듯 다양한 스타일로 디자인되고 도장되어 예술 작품처럼 꾸며져 있기까지 하다.

이렇게 다양한 전투 기능과 함께 강렬하게 소유욕을 자극하는 멋진 디자인으로 무장한 최첨단 레이싱 카들이 펼치는 환상적인 액션 배틀은 게임에 익숙한 자녀들은 물론 어른들까지 함께 즐길 수 있는 뛰어난 오락요소로 평가받을 만하다.

<스피드 레이서>의 이러한 형세는 지난해 전 연령층에게 골고루 사랑받았던 <트랜스포머>를 연상시킨다. <스피드 레이서>와 마찬가지로 만화를 원작으로 한 <트랜스포머>는 원작이라는 무기로 3040 세대에게는 익숙함으로, 1020 세대에게는 낯선 새로움으로 다가섰고, 화려한 그래픽의 향연으로 모든 세대를 사로잡았다. 또한 <트랜스포머>의 ‘로봇’, <스피드 레이서>의 ‘레이싱 카’는 전 연령층을 아우르는 상징물인 동시에 실사 영화로는 좀처럼 구현하기 힘들었던 것들을 스크린에 등장시켜 상상력의 한계를 넘어섰다.

근래 제작된 스페셜 피쳐 중 상당한 퀄리티 

박진감 넘치는 영상에 너무 치중했는지는 몰라도 이야기 전개는 단조롭기 그지없다. 극중 카 레이서로 세계적인 스타가 된 스피드(에밀 허쉬)에게는 어린 시절 경주 도중 사고로 죽은 천재 레이서 형이 한 명 있다. 카 레이서가 된 스피드는 비열한 음모와 비리로 얼룩진 거대 기업 로얄튼의 스카우트 제의를 거절했다가 선수 생명에 위협을 받는다. 그러던 어느 날 또 다른 거대 기업 토고칸 모터스의 리더 태조(정지훈)의 제안을 받고 ‘반칙의 제왕’ 레이서 X(매튜 폭스)와 팀을 이뤄 형이 사고로 죽었던 죽음의 레이싱 코스 ‘카사 크리스토 5000’에 출전한다.

한편 2.35:1의 화면비로 촬영되고 제작된 <스피드 레이서>는 레터박스 비율의 일반 TV화면보다는 최소 16:9 비율의 와이드 화면으로 보기를 권하고 싶다. 일반적인 4:3 비율의 화면에서는 <스피드 레이서>의 매력을 30%도 즐길 수 없어서다. 풍성한 색감과 디지털 시대에 맞춘 듯한 현란하고 감각적인 원색들의 스피디한 편집은 영상에 대해 까다로운 팬들에게도 놀라움으로 다가올 정도다. 스페셜 피쳐로는 아역 배우 ‘폴리 릿’의 눈높이로 영화 제작의 뒷이야기를 보여주는 Spritle In The Big Leagues와 함께, 각 자동차의 메카닉과 <스피드 레이서> 세계관에 대해 놀라운 정도로 섬세하게 제작된 Speed Racer: Supercharcharged가 수록되어 있으며, 근래 제작된 스페셜 피쳐 중에서도 상당한 퀄리티를 자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