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8일, 교육과학기술부가 국내 MBA의 2008학년도 하반기 신입생 모집 및 운영 현황을 파악한 결과 주간과정에서 서울대 글로벌(Global) MBA(이하 GMBA) 과정의 경쟁률이 3.52 대 1로 가장 높았다. 또한 서울대는 10월 SNU(서울대) MBA 3기 모집 결과 50명 정원에 총 216명이 지원해 4.3 대

1의 경쟁률을 보였다. 이는 지난해(2 대 1)보다 두 배가량 높은 수치다. 서울대 MBA, 과연 무엇이 이토록 서울대 MBA에 열광하게 하는 것일까.
MBA에서 보내는 메시지
서울대 MBA는 SNU MBA와 GMBA의 두 가지 프로그램으로 구성돼 있다. 매년 1월 개강하는 SNU MBA는 한국 기업의 경영현실과 글로벌 스탠더드의 조화를 추구하는 실용적 교과과정이다. 수업과정은 크게 경영일반 트랙(General Management Track)과 금융 MBA 트랙(Finance MBA Track)으로 나눠진다. 프로그램 진행은 70%가 한국어, 나머지는 영어로 강의된다. 양 과정 모두 1년간 45학점을 이수하고, 실무중심의 경영 사례연구 보고서를 제출하면 졸업할 수 있다.
SNU MBA 1기 졸업생 조병조씨는 “해외 명문 MBA 강의 경험이 풍부한 교수님들로부터 살아있는 강의를 들으며 ‘왜 MBA를 가야만 하는가’에 대한 막연한 질문에 구체적인 해답을 얻을 수 있었다”고 전했다. 그는 “국내 각 산업별로 중추적인 역할을 하고 있는 여러 인재들과 함께 지내며 학문적인 조언을 받은 것도 개인적인 역량과 시야를 넓힐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고 덧붙였다.
이와 달리 매년 8월에 개강하는 GMBA는 100% 영어로 진행되는 프로그램이다. 서울대가 MBA 세계 랭킹 10위권 진입을 목표로 준비한 과정이다. 따라서 모든 커리큘럼이 세계 톱 MBA 프로그램을 기준으로 짜여있다. 올 8월 입학한 GMBA 3기생들은 입학 당시 TOEFL이나 GMAT의 평균점수가 미국 TOP 5 MBA 수준과 맞먹을 정도의 우수한 인재들이다.
MBA에 열광하는 사람들은 미래 CEO를 꿈꾸는 병아리 샐러리맨에서 경영일선의 최정상 자리에 있는 현직 CEO까지 다양하다. 다니던 회사를 박차고 나와 MBA로 새 인생을 꿈꾸는 사람들도 늘어났다. 한양대 공대 출신 서병익씨(가명)도 같은 케이스다. 재직 중이던 대규모 제조업체를 과감히 버렸다.
“지구상에 존재하는 모든 직업을 메뉴판처럼 늘어놓고 따져봤더니 최상위에 놓인 것이 ‘금융’이란 것이더군요. 그때 ‘국내 산업에서 유일하게 발전 가능성을 보이는 금융권에서 한번 일해보자’는 목표가 생겼습니다. 그래서 2007년 서울대 GMBA에 지원하게 됐죠.”
한마디로 무모한 도전이었다. 전혀 다른 업종에 도전하는 것이란 여간 쉬운 일이 아니다. 그가 만약 보란 듯이 경력 전환에 성공한다면 MBA는 그에게 200%의 성공을 안겨 주는 셈이다. 결국 서씨는 ‘성공’이란 단어를 거머쥐었다. 연봉 1억원 이상을 받으며 국내 유명 증권사 취업에 성공한 것이다. 그는 “눈이 뜨이고 가슴이 열렸다”며 “불확실성에 대한 도전정신은 MBA가 준 가장 큰 선물이다”고 말했다.

국제화ㆍ특성화로 승부
서울대는 무엇보다 프로그램의 국제화에 각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글로벌 인재를 필요로 하는 MBA의 특성상 해외 진학 희망자를 붙잡으려면 국제화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게 급선무기 때문이다. 그 중에서도 MBA 과정의 글로벌 수준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척도인 해외 교류, 서울대 MBA는 외국 유명 대학들과 제휴해 복수학위나 교환학생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다. 제휴를 맺은 미국 듀크대, 중국 베이징(北京)대, 프랑스 에섹대 등에서 복수학위 취득이 가능하다. 국내에 발판을 마련하면서도 눈은 세계를 볼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 또한 서울대 MBA의 뛰어난 교수진이 자랑거리다.
“서울대 MBA의 특징을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세계 최고 수준의 교수진이 열과 성을 다해 가르치는 글로벌 인재 양성 프로그램입니다.”
서울대 경영대학 곽수근 학장의 말이다. 서울대 MBA의 교수진들은 해외 명문 대학인 콜롬비아, 듀크, 런던비지니스스쿨, UCLA 등에서 실제로 MBA 강의를 진행 중인 경영학 분야 최고의 석?박사들이다.
송재용 MBA 주임 교수는 “세계 어느 MBA에 진학해도 이렇게 유명한 교수들이 한꺼번에 강의를 제공하는 경우는 없다”며 “해외 유명 석학들을 초빙함으로써 전 세계에 서울대 MBA를 알릴 수 있는 기회가 된다”고 말했다. 또 “대다수의 교수들은 자신의 소속 대학 MBA 학생들보다 서울대 MBA 학생들이 훨씬 더 열심히 공부하고 우수하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는다”고 전했다.
MBA에서 사례 위주의 수업도 매우 중요하게 다뤄진다. 서울대 MBA 강의는 대부분이 실제사례에 대한 토론 중심으로 진행된다. 정규수업 이외에도 해외 스터디 투어 등 다양한 교육프로그램을 실시해 학생들에게 직접 체험으로 습득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또한 국내 대기업이나 외국계 기업의 임원들이 매주 1~2회씩 서울대를 방문해 자신들의 성공 비결과 산업 동향에 대해 소개하는 시간을 갖기도 한다.
서울대는 학생들의 졸업 후 진로를 위해 경력개발실을 운영하고 있다. 학생들의 희망 기업과 업종에 대한 설문 결과를 바탕으로 경영실습에 나서 학생들이 기업 경영의 현실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게 하고 있다. 이 밖에 학생들의 이력서를 국내외 우수 기업에 제공해 취업을 돕기도 한다.
서울대 경영전문대학원은 기업체 임원 등 중견간부를 대상으로 하는 Executive-MBA(이하EMBA)를 내년 3월 신설한다. 서울대 EMBA는 경기도 및 상공회의소 등과의 계약에 따라 계약학과 형태로 운영되며 2009년 3월 개설, 11월 현재 1기 지원자를 모집 중이다. 이 프로그램은 기존 MBA 과정과는 달리 금요일과 토요일에 수업을 진행하는 주말과정으로 학생들은 매주 12시간씩 4학기 2년간 45학점 이상을 이수한 후 학위를 받게 된다.
억대 연봉의 환상만을 갖고 MBA 도전에 나섰다가는 실패하기 십상이다. 국내 MBA의 관문을 뚫기 위해서는 영어능력, 사회경력, 자기소개서와 학업계획서, 면접 등 여러 조건이 두루 충족돼야 한다. 또한 MBA 교육과정은 현장에서 즉시 응용이 가능하기 때문에 이론위주의 일반 대학원과 달리 빡빡한 학업 스케줄을 소화해야 한다. 단순히 현재 직장생활에 불만을 느껴 졸업 후 진로에 대해 숙고하지 않는다면 학습 진도를 따라가기에도 벅찰 것이다. ‘나는 왜 MBA를 지망하는가’라는 분명한 목표의식이 가장 중요하다.
Interview
곽수근 서울대 경영대학장 겸 경영대전문대학원장
“인재에 대한 투자는 반드시 보상받습니다.”

10월10일, 곽수근 경영대학장을 만나기 위해 서울대로 향했다. 차갑고 딱딱한 이미지를 떠올렸건만 시종일관 근엄하고 후덕한 미소로 인터뷰에 응했다. 곽 학장은 미래 인재에 대한 투자와 발굴에 대해 목소리를 높였다. 또한 우리나라 교육 시스템의 문제를 지적하며, 이에 맞설 앞으로의 서울대 MBA 비전과 발전 방향에 대해 언급했다. 결국 MBA는 단순히 살아남기 위한 수단이 아니라 세상에 대한 안목과 지혜, 문제 해결 능력을 키워주는 리더 양성소라는 결론을 내렸다.
성장의 활력이 떨어진 우리나라 기업의 미래 경쟁력은 어디에서 찾을 수 있습니까.
- 지금은 한 명의 인재가 수만 명을 먹여 살리는, 인재 경영의 시대라고 말을 합니다. 영어로 자유자재로 외국인과 협상할 수 있고, 10년 후의 미래를 전망하고 기업이 나가야 할 바를 선도할 수 있는 유능한 인재가 바로 기업의 미래를 결정하는 것이죠.
말씀하신 인적자원을 발굴하기 위해 서울대 MBA는 어떤 노력을 하고 있습니까.
- 돈이 있다면 무엇에 투자하겠습니까? 주식? 땅? 다 소용없는 일입니다. 가장 우선 시 해야 할 부분은 사람에 대한 투자입니다. 서울대 MBA에서는 인재 양성을 제1의 목표로 삼고 있습니다. 그래서 세계 우수 대학과의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도록 국내의 대표적인 경영자 교육 프로그램을 만들었습니다. 이제 그 알찬 결실을 맺게 돼 1, 2기생들이 서울대를 졸업하고 산업계로 진출했습니다. 이들이 바로 앞으로 10년, 20년 후 우리 기업들을 이끌어갈 우수한 인재입니다.
교육 시스템에 개혁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습니다.
- 대학의 가치는 학생들의 가치를 높이는 데 있습니다. 학생들의 가치가 세계적인 수준이냐 아니야 하는 것은 교육 문제에 달려있습니다. 학생들의 가치를 가장 효과적으로 높일 수 있는 대학이 돼야 한다는 말입니다. 그러기 위해서 학교는 많은 변화가 필요합니다. 우선 대학도 비전과 미션, 또 주요 과제들이 있어야 합니다. 학년별로 목표를 만들어주고 그걸 위해 각종의 커리큘럼이나 교육의 내용까지도 디자인해 세계와의 경쟁도 가능하게 만들어야합니다.
서울대 MBA 교육 시스템에도 어떤 변화가 있었습니까.
- 서울대의 경우, 작년에 많은 시스템을 재정립했습니다. 매년 학생들이 작성한 리포트를 기업에게 감사까지 받고 있으며, 성과보고회도 갖고 있습니다. 작년 UCLA에서 16개국 MBA의 톱클래스 학생들을 한 자리에 모아 경진대회를 펼친 적이 있었습니다. 서울대 MBA팀은 3위를 차지했죠. 서울대 MBA 학생들의 글로벌한 재능을 입증할 수 있는 계기가 됐습니다.
서울대 MBA를 세계적인 교육과정으로 만들기 위해 특별히 강조하는 것은 무엇입니까.
- GMBA 프로그램은 도입 10년이 되는 2017년까지 세계 랭킹 10위권, 아시아 최상위권 진입을 목표로 서울대가 심혈을 다해 준비한 프로그램입니다. 서울대 교수진 중에서도 최고의 교수들과 세계 각국의 최고 MBA 프로그램 중에서 엄선된 최고의 교수들이 서울대를 방문해 가르치도록 하고 있습니다.
국내 MBA가 눈에 띄게 성장했음에도 여전히 해외로 나가려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 해외로 나가고 싶다는데 어떻게 가로막을 수 있겠습니까. 다만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어떻게 하면 해외 유명 학교 대신 서울대를 선택하게 하느냐 하는 것입니다. 여기는 여기 나름대로의 강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선택은 학생의 몫입니다.
현재 운영 중인 과정에서 가장 중시하는 것은 무엇입니까.
- 지식도 중요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진정한 리더를 만드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한번은 어느 CEO분께 ‘어떤 사람이 진정한 리더입니까’ 라고 물었더니, 그 분이 그러시더군요. ‘인간적인 사람이면 되지 뭐가 더 필요하겠습니까’라고요. 남을 위해서 일할 수 있는 사람을 만들어야 합니다. 이런 사람이 실제로 회사에서 원하는 사람입니다. 서울대 MBA에서는 이 곳에서 머무르는 1년 동안 진정한 리더로서의 품성과 소양을 담고 얻어갈 수 있도록 ‘글로벌리더십센터’를 출범했습니다.
고민스러운 부분도 있을 텐데요.
- 현재 서울대 MBA과정을 밟고 있는 외국인 학생들이 우리나라 기업에 원활하게 취업이 되지 않는 것이 문제입니다. 이유는 그들의 한국말이 서툴기 때문인데요, 이것은 바로 우리나라가 아직도 글로벌 국가가 아니란 것을 뜻합니다. 안타까운 일이지요. 그래도 방관하고 있을 수만은 없어 외국계 기업 CEO분들을 초빙강사로 모셔 이야기를 나누는 등 여러 가지 대책을 마련하고 있습니다.
외국인 학생들을 해외 대기업에 취업시키는 루트가 서울대를 알리는 데 더욱 효과적이지 않을까요.
- 그 생각을 안 해 본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국내외 MBA와 기업 간의 글로벌 네트워크가 제대로 형성되지 않았다는 게 가장 큰 장벽입니다. 짧은 시간에 많은 발전이 있었던 한국 MBA지만 여전히 로컬 수준에 머물러 있습니다. 그래서 서울대는 글로벌리더십센터를 설립하고 외국계 기업에 근무했던 분들을 교수 또는 자문위원으로 모실 예정입니다. 학생들이 해외로도 취업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고자 하는 것입니다.
서울대 MBA의 향후 계획이 있다면 말씀해 주십시오.
- 서울대에서는 MBA 프로그램의 발전을 위해 많은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현재 약 5개 해외 대학과 학생교류 협정을 맺었고, 다수의 미국과 유럽, 중국 등의 대학과는 공동학위 프로그램 및 교환학생 프로그램에 대해 협의 중입니다. 미국의 듀크대 및 프랑스의 에섹대, 북경대와는 이미 공동학위 프로그램이 시작되었습니다. 이러한 세계 MBA 랭킹 10위권의 명문 학교들이 서울대와 공동학위제를 실시하기로 했다는 것은 서울대 MBA 프로그램을 자신들의 프로그램과 동등한 수준으로 평가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앞으로도 서울대 MBA 수준에 걸맞은 세계 최고의 대학들과의 공동 프로그램을 더욱 확대 실시할 예정입니다. 이러한 프로그램의 효과는 벌써 나타나고 있습니다. 현재 미국과 캐나다, 아시아 각국에서 서울대 MBA 프로그램에 대한 지원자가 많이 생겼습니다. 한국의 경제적 성공이 세계의 모델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세계의 학생들이 서울대로 모여들어 공부하는 날이 곧 올 것이리라 확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