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금융지주(회장 김승유)는 지난 3월28일 주주총회를 열어 사업단위(BU: Business Unit) 중심의 조직구조를 개편했다. 그리고 사흘 후 공식 출범했다. 국내 최초로 시도된 이 조직구조는 경직된 법인 중심의 금융회사의 조직을 향후 ‘고객 중심 조직’ 구조로의 전환을 의미했다. 어느덧 8개월이 훌쩍 지났다. 이에 대한 평가는 현 시점에서 섣부른 감이 없지 않다. 하나은행 일선 지점에선 변화의 물결이 아직 피부로 와 닿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내년 상반기는 지나야 하부구조에 구체적 목소리가 전달될 것이라는 의견도 들린다. 솔직히 글로벌 선진금융그룹의 조직을 벤치마킹했기 때문에 그 자체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들은 거의 없다. 그보다는 하나금융지주의 정체된 현주소를 우려하는 하나금융 안팎의 목소리가 귀에 더 잘 들어온다.

기댈 언덕은 ‘매트릭스 조직’ 전환에  따른 M&A 연계성 뿐

하나금융지주는 하나은행이 충청은행, 보람은행 그리고 서울은행과의 인수합병(M&A)으로 규모를 키운 것이 도약의 발판이 됐다. 1991년 하나은행 창립과 1998∼1999년 충청은행, 보람은행 인수 그리고 2002년 서울은행을 합병했다. 2003년엔 국제 금융전문지 <파이낸스아시아>가 선정한 최고의 기업 M&A 사례로 꼽히기도 했다. 2005년에는 대한투자증권을 거머쥐고, 그해 12월 지주사로 변신했다.

현재 자산은 올 상반기 기준 161조원. 금융지주사의 빅4에는 가까스로 포함되지만 빅3와는 큰 차이가 난다.

한동안 쭉쭉 뻗어나갔던 하나금융지주의 현 모습은 어떨까. 기자가 직간접적으로 만난 내부 직원들의 상당수가 “정체됐다”는 데 동의하는 분위기다. 단순히 외환은행, LG카드 인수전 실패로 돌릴 수 없다는 지적이 압도적이다. 뭔가 단단히 꼬였다는 의미다. 일각에선 M&A에 따라 규모가 크게 확대되면서 발생하는 자연적 현상과 진정한 화학적 결합의 실패 후유증 등을 문제의 원인으로 돌린다.

실제 하나은행 관계자들을 연이어 접촉할 때마다 출신 은행에 따라 내부의 문제점을 바라보는 시각이 크게 엇갈렸다. 조금 과장한다면 서로 못 잡아먹어서 안달이다. 하지만 출신과 관계없이 대다수가 한결같이 멈춰 선 하나금융지주의 미래를 위해 분위기 전환용이나 돌파구가 필요하다는 데에는 입을 모았다. 일부는 지난 3월말 시행된 조직구조 개편이 돌파구가 되기를 기대한다고 전했다.

출신 은행 따라 내부 문제점 시각 크게 엇갈려

하나금융지주는 매트릭스 구조로 조직을 탈바꿈했다. 각 계열사 간 관련 부서를 BU로 묶어 새롭게 출범한 것이다. △개인금융 △기업금융 △자산관리 △그룹총괄센터(Corporate Center) 등 총 4개 BU의 매트릭스 조직을 선보인 것이다. 개인금융 BU는 가계와 소호 고객을 타깃으로 한다. 기업금융 BU는 기업 전반을 담당한다. 자산관리 BU는 초부유층과 연기금을 맡는다.

이는 기존 법인 중심의 사업을 고객 기준으로 하겠다는 것으로, 비은행 부문을 강화하겠다는 뜻이 담겨 있다. 또 3개 BU 부회장과 그룹총괄센터 사장은 서로 다른 사람에게 결재를 맡기지 않고 각 분야에서 인사권과 예산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권한을 부여했다.

대신 정보는 공통분모로 서로 공유하면서 자회사 간 시너지를 극대화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는 하나은행, 하나IB증권, 하나대투증권 등 각 계열사에 중복된 개인금융, 기업금융, 자산관리 관련 조직을 고객 지향적인 기능별 조직으로 재편했다는 의미다. 동일 사업을 위해 그룹 시너지를 극대화할 수 있는 유기적인 조직 기반을 마련해 가장 고객 지향적인 원-스톱(One-Stop)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도록 한 것이다.

이에 따라 고객은 전문화되고 종합적인 원-스톱 서비스에 대한 니즈와 각 고객들의 위험-기대 수익을 충족시킬 수 있는 복합금융상품에 대한 수요를 만족시킬 수 있어 단순한 상품판매 차원이 아닌 종합적인 자산관리 서비스를 받을 수 있게 됐다. 고객 입장에선 ‘베리 굿’이 아닐 수 없다.

일례로 종전에는 기업고객의 경우 대출, 채권, 주식, 파생상품, M&A, 해외 진출 등 복합적인 니즈를 충족시키기 위해선 다수의 개별법인(은행, 증권, IB)을 통해야 했으나 이제는 하나금융지주 기업금융 BU를 통해 포괄적 서비스 지원이 가능해졌다. 이는 BU체계가 금융지주사 본연의 목적에 맞는 기능과 사업 중심 운영체계이기 때문에 가능하다.

이미 JP모건, 씨티그룹 등 글로벌 선진금융그룹들은 고객 중심으로 상품 및 서비스를 원-스톱으로 제공할 수 있는 BU조직 형태를 채택해 운영 중이다.

해외 약 40개국에 진출해 있는 일본의 미쓰비시UFJ 금융그룹(MUFJ) 역시 2005년부터 사업 중심으로 영업하고 있다.

현재 국내 금융산업은 자본시장통합법 시행, 금융지주회사법 완화 등 금융 규제 환경 변화로 국내 금융기관들의 겸업화, 대형화를 가속화시키는 분위기다.

하나금융지주 측은 “갈수록 치열한 무한경쟁 속에서 차별화된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개별법인 차원의 대응이 아닌 그룹의 각 주요 사업 단위별 중심으로 결집된 대응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경쟁사들이 앞 다투어 지주사 전환을 추진하고 있는 이때 보다 발전된 형태인 기능별, 사업별로 금융그룹을 재편함으로써 세 가지 효과를 기대한다는 입장이다.

세 가지 기대효과는 첫째, 동일 고객에 대한 상품개발 및 판매기술의 사업 부문 내 상호 교류가 용이해진다. 둘째, 법인별로 분산되어 있는 자산·예산·인력 등의 자원도 기능별로 재조정하여 경비 및 마케팅 측면에서 규모의 경제를 시현한다. 셋째, 그룹 내 동일 사업을 목표로 하는 부서 간 시너지 활성화를 통해 그룹 내 효율성 및 통합된 전문성을 높이는 효과를 기대한다는 것이다.

매물로 나올 외환은행 인수 필수 관측 지배적

BU별 조직은 2015년 세계 50대 금융그룹, 2013년 국내 총자산 400조원의 국내 리딩뱅크를 목표로 하는 하나금융그룹이 M&A와 글로벌화에 따라 예상되는 일관성 부족의 법인 중심 경영에 한계를 극복하고 성장 기회에 대비하기 위한 선제적 조직 개편이라는 분석이다.

김승유 하나금융지주 회장은 “하나금융지주의 핵심 가치인 고객의 기쁨 그 하나를 위하여”라는 고객 중심의 가치에 가장 가까운 조직 개편”이라며 “BU조직의 승패는 팀워크에 달려있다”고 강조했다. 이는 기능적인 조직의 시너지 극대화를 위해서는 조직단위 내의 결속을 강조하는 것이 아니라 고객에 대한 공동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마음을 하나로 모으는 것이 핵심이라는 이야기다.

또 BU조직의 성공을 위해서는 시장의 변화에 대한 그룹 차원의 빠른 대응을 위한 스피드한 경영을, 기능별 조직 내에서의 원활한 커뮤니케이션을, 마지막으로 도전과 열정을 제시했다.

개인금융 부문은 하나은행의 개인금융, 신용카드, PB사업과 하나캐피탈, 하나HSBC생명으로 구성되며, 기업금융 부문은 하나은행의 기업금융 및 Trading사업과, 하나IB증권, 하나대투증권의 기업금융 사업으로 구성됐다.

또 자산관리 부문은 하나은행과 하나대투증권의 WM, 법인영업, 연금신탁 사업과 하나대투증권의 리테일본부, 리서치센터 사업 및 하나IB증권의 금융상품영업사업군으로 구성되며 그룹총괄 부문은 그룹 전략, 재무, 홍보, IR 등으로 나뉜다.

하나대투증권과 하나IB증권은 곧 통합한다. 하나금융지주는 지난 9월12일 이사회에서 자본시장통합법 시행에 따른 금융시장의 환경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계열 증권사인 하나대투증권과 하나IB증권을 합병하기로 결정한 바 있다. 결과적으로 금융권 중 유일무이하게 소매영업(하나대투)과 IB(하나IB) 부문을 이분화 한 운영은 생명력이 그리 길지 않았다.

하나금융지주는 양사의 합병 후에도 각각의 전문성을 유지하기 위해 올 3월 도입한 BU체제 적용 방침을 정한 것으로 알려진다. 한 회사 내에서 자산관리 부문과 IB 부문을 별도의 조직처럼 운영해나간다는 것이다. 최근에는 이러한 방식보다 조직의 통합성을 강조하는 통합사장 체제 가능성도 제기된다.

매트릭스 조직개편은 고객 중심의 다양한 금융상품과 서비스 제공이지만 궁극적 기대효과는 향후 M&A의 연계성에 모아진다. 하나금융은 M&A가 이뤄질 경우 BU체제에 그대로 편입시킴으로써 최적의 인수 후 통합 구조를 갖출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한다.

2006년 외환은행 인수전에서 국민은행과 경쟁을 벌였던 하나금융지주는 자천타천 외환은행을 인수할 유력 후보로 꼽힌다. 금융권에선 하나금융지주 입장에선 외환은행 인수가 필수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그마저도 실패한다면 도태될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빅4 금융지주사 중 하나금융지주는 자산과 수익면에서 가장 뒤떨어져 있어 M&A를 통한 재도약이 절실한 상황이다. 김 회장이 이명박 대통령과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는 점도 간과할 수 없는 노릇이다. 하지만 특혜시비로 불거질 논란을 우려한 역차별을 받을 개연성도 점쳐진다. 물론 외환은행 인수전 후보군에 오른 다른 쪽도 예외는 아니다.

하나금융이 외환은행 합병에 성공한다면 자산 규모가 161조원에서 264조원으로 불어난다. 현재 빅3의 자산규모는 우리금융지주 318조원, 신한금융지주 304조원, KB금융지주 299조원으로 그 격차가 대폭 줄어든다.

지나친 김승유 회장 의존도… 머지않은 미래 부메랑

김 회장 역시 지난 7월말 IR(투자설명회)에서 “모든 M&A에 대해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러나 공교롭게도 황영기 KB금융 회장의 대형 금융지주사 간 대등합병 추진 방침이 하나금융지주의 심기를 불편하게 만들었다. 황 회장은 “하나금융지주는 나름대로 비은행 부문과 프라이빗뱅킹(PB) 쪽이 잘 구축돼 있다”며 관심을 나타냈다. 한마디로 대등합병 상대라는 것이다.

일각에선 정체된 하나금융지주가 외환은행을 접수할지도 모른다고 하지만 자칫 KB금융의 대등합병의 미명하에 먹잇감이 될 수 있다는 식의 말이 흘러나오는 실정이다. 이에 대해 하나은행 관계자는 펄쩍 뛰었다. 말도 안 된다는 것.

“요즘엔 상상도 할 수 없는 별의별 시나리오가 난무합니다.” 그러나 금융권에서는 쉽게 무시할 수만은 없다고 조심스런 반응이다.

하나금융 수장인 김 회장은 1971년 하나은행 전신인 한국투자금융 창립멤버로 참여했다. 한국투자금융은 1991년 하나은행으로 업종을 전환했다. 김 회장은 1997년 은행장 취임 이후 현재까지 CEO를 맡고 있다. 그는 신한금융지주의 라응찬 회장과 함께 금융권에서 가장 카리스마 강한 리더로 손꼽힌다. 오죽하면 김 회장 권위에 도전해서는 안 된다는 불문율이 회자될 정도다.

그러나 지나친 그의 의존도가 하나금융지주의 머지않은 장래에는 부메랑으로 돌아올 것이라는 주장이 설득력 있게 다가온다. 조직개편이 실질적으로 김 회장의 막강한 권한에 더 힘을 보탰다는 분석이 많기 때문이다. 향후 강력한 카리스마로 똘똘 뭉친 김 회장의 뒤를 이를 신참 후계자에게는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들의 농을 가장한 진담이 대표적인 경우다.

“시중은행장 모임에 하나은행장은 끼면 안 될 것 같은데요. 생각해보세요. 과거와 달리 권한이 축소됐으니 다른 은행장들과 동급이 아니지 않습니까. 그렇다고 김 회장이 모임에 낄 수도 없잖아요.”

이에 대해 하나은행 관계자들은 끝내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상 틀린 말이 아니라는 것이다. 한 관계자는 “우리 내부에서도 진작부터 염려하며 그저 수면 위로 드러나지 않기를 바랐는데 결국 숨길 수 없는 내용인 것 같다”며 쓴웃음을 지었다.

일부에선 하나금융지주의 수익창출에 95% 이상을 담당하는 하나은행을 사실상 가계와 기업, 둘로 쪼개 오히려 영업력을 약화시킨다는 불만도 들린다. 비은행 부문의 수익이 그만큼 창출되지 않는다는 의미다. 은행과 비은행 부문의 비율이 극과 극을 달리는 상황에서 섣불리 매트릭스 조직으로 전환했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있다.

실제 하나은행의 올 3분기 누적 당기 순이익은 4486억원, 하나대투증권 246억원, 하나IB증권 184억원, 하나캐피탈은 163억원을 기록했다. 얼핏 눈으로 봐도 하나은행에 과도하게 쏠려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올 상반기 당기 순이익에서도 하나은행 5198억원, 하나대투증권 156억원, 하나IB증권 206억원, 하나캐피탈은 128억원을 기록했다. 

문제는 도입 시기와 부작용을 최소한 적응력

하나금융지주는 올 3분기 733억원의 순손실을 나타냈다. 전년 동기(3927억원) 대비 118.7% 감소했다. 3분기 누적 당기 순이익도 4710억원으로 전년 동기(1조1052억원) 대비 57.4%나 줄어들었다. 3분기 영업이익은 1466억원 적자를 기록했으며, 3분기 누적 영업이익은 5565억원으로 전년 동기(1조3652억원) 대비 59.2% 감소했다.

분기 적자는 8년 만에 처음이다. 3분기 실적이 적자로 전환된 이유는 태산LCD 관련한 대손충당금 2507억원을 반영했기 때문이다. 이는 워크아웃(기업 개선) 프로그램을 적용받고 있는 태산LCD에 대해 외부전문 회계법인의 검토를 받아 산출된 손실예상 금액을 전액 충당금으로 적립한 것이다. 더욱이 자금사정에 대한 시중의 악소문에 시달리기도 했다.

하나금융의 조직개편 결과를 가늠할 성적표는 미래형으로 두고 볼일이다. 금융권에선 하나금융지주의 매트릭스 조직이 제대로 정착하는지 여부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궁극적으로 금융지주사들이 매트릭스 조직으로 전환할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문제는 도입 시기와 부작용을 최소화한 적응력이다. 하나금융지주가 자발적으로 실험모델이 된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