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첨단 모듈’과 ‘혁신 물류’의 막강 조합
…1석4조의 효과 실현

현대모비스는 미래형 친환경 차량인 하이브리드카 부품사업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앞으로 대한민국을 먹여 살릴 핵심 사업으로 꼽히는 바로 그 일이다. 세계 자동차 시장을 호령하던 미국은 한국의 자동차 기술력을 부러워하기 시작했다. 시샘하는 모습도 보인다. 미국 대통령에 당선된 버락 오바마 민주당 상원의원은 “미국이 왜 하이브리드 기술을 선점하지 못하고 한국에 밀리느냐”며 화를 내기도 했다 한다. 현대·기아차그룹의 기술력이 세계 최고 수준에 다다랐다는 하나의 방증이다.
글로벌 금융쇼크는 전 세계 제조업계에 치명타를 날렸다. 핵심 제조업인 자동차 산업 역시 직접적인 타격을 입었다. 부품산업을 포함한 자동차 관련업계가 구조조정 칼바람에 위축돼 있다. “경쟁력 있는 곳은 살아남고 죽을 곳은 죽게 될 것”이란 관측이 대세를 이룬다.
미래를 내다보며 핵심 경쟁력을 키워온 기업은 시장이 어렵더라도 새로운 기회를 얻을 가능성이 높다. 어느새 세계 최고의 부품기업으로 자리 잡은 현대모비스는 위기 돌파를 어떻게 하고 앞으로 치고 나갈 때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잘 알고 있다. 지금껏 그렇게 해왔기 때문이다. 10년 전 외환위기 때 현대모비스는 내실을 다졌다. 미래를 준비하면서 기술력에 총력을 기울였다. 당최 위축된 모습이 없었다.
이로부터 10년이 지난 지금, 또 다시 힘든 경제 악화 여건에 직면했지만 현대모비스는 움츠린 기색이 별로 없다. 오히려 그 어느 때보다 심장박동이 빠르게 뛰는 것 같다.
현대모비스는 세계 최강이 될 수 있는 기회를 잡았다고 여기는 듯하다. 이미 부품사업의 핵심으로 평가받는 모듈 경쟁력은 세계 최강이다. 모듈화는 완성차를 만드는 데 소요되는 2만 여 개의 부품들을 기능별로 결합해 하나의 부품단위로 만드는 작업이다. 모듈화는 부품사업의 핵심적인 경쟁력이다. 모듈 작업이 첨단화할수록 부품을 일일이 조립해야 하는 완성차업계의 일손이 줄기 때문에 완성차의 경쟁력도 자연스레 향상된다.
모듈 첨단화 ‘선택과 집중’의 결과
모듈 사업의 첨단화는 현대모비스를 세계 최고의 부품기업으로 우뚝 세운 핵심 원동력이다. 현대모비스는 모듈 사업을 우리나라가 사상 초유의 경제혼란을 맞았던 외환위기 상황 때 시작했다. 많은 기업들이 불황의 공포 앞에서 넋을 놓고 있을 때 현대모비스는 역으로 과감한 공격적 기술투자에 나섰다. 국내외에 생산 공장들을 동시다발적으로 구축하는 동시에 친환경 기술 개발에도 본격 착수했다.
현대모비스가 모듈화 방식을 처음 선보인 것은 지난 1999년 8월이었다. 울산공장에서 현대차 트라제 차종에 새시 모듈을 처음 공급한 것이다. 당시 모듈화는 세계 자동차 선진국에서 이제 막 쓰기 시작한 방식이었다. 하지만 현대모비스는 모듈 시스템에 ‘올인’하다시피 했다. 결과적으로 현대모비스의 판단이 옳았다. 모듈화는 예상대로 자동차 산업의 새로운 패러다임이 됐고 현대모비스가 몰두했던 개발 사업은 가속도를 냈다. 하지만 현대모비스의 ‘꿈’은 더 높이 있었다. 모듈의 설계 및 생산기술을 ‘세계표준’으로 삼겠다는 것이었다. 현대모비스의 모듈 설계·개발이 세계적 우위를 보이기 시작한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모듈 기술력은 발전을 거듭했다. 모듈 공급 차종은 늘어났고 자연스럽게 현대모비스의 생산기술도 덩달아 급성장했다. 급기야 지난 2006년, 미국 크라이슬러의 ‘지프 랭글러’에 현대모비스의 컴플리트 새시 모듈‘이 공급되기에 이르렀다.

현대모비스는 모듈 사업에 뛰어든 지 정확히 9년 만에 핵심 모듈제품 누적생산 3000만 대를 돌파하며 세계 최고 수준의 모듈 전문업체로 우뚝 섰다. 이 기록은 자동차 모듈 중 핵심인 새시 및 운전석 모듈 분야에서 달성한 것이어서 의미가 크다. 세계 유명 자동차 부품사들 역시 모듈화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지만 현대모비스만큼의 집중력을 보이진 않았던 것 같다. 미국의 델파이와 다나, 독일의 ZF, 프랑스의 포레시아, 캐나다의 마그나 등 세계 유명 자동차 부품업체들은 현대모비스가 1999년부터 그랬던 것처럼 모듈 분야에 총력을 쏟고 있다.
현대모비스가 구축한 모듈 생산 공장은 모두 13곳이다. 국내 7개, 그리고 해외에 6개가 있다. 이곳에서 생산된 모듈 제품은 아반떼, 쏘나타, 싼타페, 모하비, 베라크루즈, 제네시스 등 현대·기아차 주요 차종에 적용되고 있다.
현대모비스가 축적한 첨단 모듈 기술력과 생산력은 글로벌 업체들로부터 주목받고 있다. 현대모비스의 기술력을 토대로 국내 완성차의 세계 경쟁력도 강해졌다.
벤츠·BMW를 품질로 누르다
현대모비스는 단순 조립형 모듈을 넘어 최적의 부품 조립단위의 개발에서부터 품질까지 확보하는 기능 통합형 모듈을 선보이며, 국내 완성차의 세계 경쟁력을 선도하고 있다. 모듈에 적용되는 핵심 부품인 에어백, 브레이크 시스템, 변속기, 조향장치, 램프 등도 직접 개발·생산하면서 자동차 품질의 경쟁력을 한껏 높이고 있다. 세계 자동차업계가 글로벌 금융쇼크 등의 악재 여파로 휘청거리고 있지만, 이런 난리 속에서도 현대·기아차는 품질에서 전에 없던 좋은 성적을 내고 있다.
현대자동차는 자동차 기술의 본고장 독일에서 BMW와 벤츠 등을, 그것도 품질로 눌렀다. 지난 10월 독일 최고 권위의 자동차평가 전문지 <아우토빌트(Auto Bild)>가 발표한 ‘2008년 자동차 품질보고서’에서 종합 5위를 기록한 것이다. 지난해 기록한 11위보다 무려 6단계나 상승한 놀라운 성적이다. 특히 현대차는 리콜 실시횟수 항목에서 지난 2년 동안 단 한 건도 리콜이 발생하지 않아 조사 대상이었던 총 22개사 가운데 유일한 최고등급도 받았다.
1위는 일본의 도요타가 차지했다. 혼다와 마쓰다가 각각 뒤를 이었고 GM 계열인 오펠사가 4위였다. 아우디, 벤츠는 공동 7위였고 BMW는 10위 성적을 냈다.
세계무대에서 브랜드 가치도 평가는 아직 독일의 명차 브랜드에 미치지 못하지만 품질만큼은 그들의 안방인 독일에서마저 앞섰다.
2001년부터 매년 10월 발표되고 있는 <아우토빌트>의 자동차 품질보고서는 자동차 등록 3~7년 된 차량을 대상으로 차량 품질만족도, 리콜 실시횟수, 100대당 중대 결함 항목 수 통계, 10만㎞ 내구 테스트, 고객불만 건수, 딜러의 정비능력 평가, 보증 조건 등 총 7개 항목에 걸쳐 평가를 실시한다.
기아차의 고급 세단 오피러스도 최근 좋은 성적을 냈다. 미국의 대표적인 소비자조사기관인 스트래티직 비전이 조사한 2008 종합가치지수(TVI) 평가에서 대형차 부문 최고가치상을 수상하며 브랜드 가치를 한껏 높였다.
오피러스는 종합가치지수 평가에서 778점을 얻어 포드 ‘토러스’(746점), 시보레 ‘임팔라’(737점), 닛산 ‘맥시마’(729점), 뷰익 ‘라크로스’(684점) 등 경쟁 모델을 제쳤다. 지난 2005년에 이어 두 번째 수상의 쾌거다.
스트래티직 비전이 발표한 종합가치지수는 지난해 10월부터 올 3월까지 2008년형 신차를 구입한 고객 중 최소 90일 이상을 보유한 5만7000여 명의 고객을 대상으로 제품의 경제성, 가격가치, 잔존가치, 연비, 내구품질 등을 평가해 1000점 만점으로 계량화했다.
오피러스는 지난 2005년 JD파워의 ‘자동차 품질 및 디자인 만족도(APEAL)’에서도 대형차 부문 1위를 차지한 바 있다. 또 지난 9월에는 스트래티직 비전의 ‘스마트그린 인덱스(SGI)조사’에서도 최우수 모델로 선정됐다.
현대·기아차의 눈부신 ‘고품질 행진’은 현대모비스의 뒷받침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9년 전 모듈화에 대한 선택과 집중 그리고 세계 최고의 첨단 모듈화의 성공이 이끌어낸 결과다.
국내외 경제여건이 10년 전에 버금가는 힘든 상황이지만 현대모비스는 또 한번 ‘위기는 기회’라는 각오를 다지고 있다. 여전히 움츠리지 않는 모습이다. 중국 현지 연구소를 설립하면서 중국 시장 공략의 발판을 만들었고, 또 얼마 전엔 전남 순천시에 통합부품센터를 설립하는 등 자동차 부품산업의 외형 확대와 내실의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으러 나섰다.

지금 이 시간에도 현대모비스의 전국 주요 공장에선 쉴 틈 없이 자동차 부품이 쏟아져 나오고 있고, 이 부품들은 세계 최고 기술의 모듈화 단계를 거치면서 정밀한 톱니바퀴 수만 개가 서로 맞물려 돌아가듯 생산·공급되고 있다. 지난 11월6일 충남 아산에 있는 모듈공장을 찾았다. 현대모비스 경쟁력의 실체라 할 수 있는 첨단 모듈화와 물류혁신이 어떻게 조화를 이루고 있는지 그 현장을 둘러봤다.
충남 아산시 영인면 아산리 모비스 모듈생산공장. 1만4315㎡의 이 곳 공장(대지 4만9389m²)엔 386명이 일하고 있다. TG그랜저, NF쏘나타 등의 새시, 운전석, 프런트엔드모듈(FEM: Front End Module) 등이 양산되고 있다. 입고장에서 출하장까지 직선으로 연결돼 있는데, 입고된 부품은 자재 구역을 거쳐 생산라인으로 들어간다. 프론트 새시, 리어 새시, 운전석, FEM, 엑셀 셔브 등 모두 5개 생산라인이 돌아가고 있다.
‘첨단 모듈’과 ‘혁신 물류’가 만났을 때
NF쏘나타와 TG그랜저 새시 모듈에 들어가는 부품 품목은 모두 72개. 45개 부품업체가 만들어 공급한다. 사양 수만 해도 FRT 새시의 경우 NF쏘나타 146종, TG그랜저 92종이나 된다. RR 새시는 NF쏘나타 51종, TG그랜저 71종이다. 운전석 모듈의 경우 부품 64개 부품업체 수는 30개다. 사양 수는 무려 1930종(NF쏘나타), 3017종(TG그랜저)이나 된다. FEM의 부품은 모두 40개며 23개 부품업체가 이에 참여하고 있다. 사양 수는 각각 267종과 269종. 인근 각 부품사에서 생산된 엄청난 양의 자동차 부품들이 집결되는 곳이지만 놀랍게도 군더더기 없는 깔끔한 환경 속에서 작업이 이뤄진다.
현대모비스 아산모듈시스템 유연섭 부장은 공장 곳곳을 소개했다.
“지금은 이렇게 매끄럽게 정돈된 상태로 모듈 생산 작업이 진행되고 있지만 많은 시행착오를 거치고 거친 결과입니다. 처음 시도한 것들이 많았습니다. 이렇게도 설계해보고 저렇게도 설계해보고…, 자칫 잘못 적용했을 때는 생산에 차질을 빚을 수도 있는 일이었기 때문에 심혈에 심혈을 기울였습니다. 거의 세계 최초의 모듈 공정이라고 봐도 무방할 겁니다. 저희가 거의 독자적으로 개발했으니까요.”
해외 자동차 부품사들이 앞 다퉈 아산모듈공장을 찾아오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모듈의 첨단화와 혁신적인 물류 시스템이 생생하게 실현되고 있는 현장을 배워가기 위해서다. 수많은 부품들이 조립돼 큰 덩어리의 부품으로 완성되는 그 과정은 실로 복잡하다. 현대차와 기아차의 수많은 차종에 들어가는 부품들이 사양 수로 따지자면 수만 가지다. 한 치의 오차 없이 모듈 공정하는 모습을 배우러 세계 각지에서 찾아오고 있는 것이다.
트롤리컨베여시스템, 새시 모듈 자동출하 시스템, ECOS 사이클 타임 단축 및 물류 직선화, 하드웨어 라인사이드 직투입, 오디오·클러스터 통합보관장 구축을 통한 물류통합, 오디오·크러스트 공박스 반출 개선, 다면물류 적용으로 물류동선 단축, 혼적보관 랙·파렛트 제작운영, 자재 피딩방법 개선을 통한 동작·동선 단축 등 현대모비스만의 물류 혁신이 뒷받침하는 이곳 모듈 공장은 세계 최고란 평가를 받고 있다.
천장에 달린 창고…발상의 전환
우선 눈에 띄는 부분은 공간 활용이다. 트롤리컨베여시스템이 구축된 뒤 공장 천장이 적극 활용되고 있다. ‘발상의 전환’이라고 부름직하다. 종전엔 견인차가 공장 내부를 돌아다니면서 파렛트 단위의 부품을 이리저리 투입했다. 번잡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트롤리컨베여를 이용해 입고장에서 조립공정 단계까지 부품을 서열별로 옮긴다. 지면을 이용하는 것이 아니라 천장을 이용하기 때문에 작업의 속도가 빨라졌고, 공장 내부도 훨씬 넓어졌다.
새시모듈 자동출하 시스템도 혁신적이다. 출하장에서 인력과 지게차를 이용해 트럭에 부품을 옮겨 싣던 것을 파렛트를 이용해 통째 운반차에 싣는다. 물론 기계화 시스템으로 작동되기 때문에 작업이 정확하고 시간이 단축된다.
운전석 전장검사장비(ECOS)의 공정 사이클 시간도 크게 단축했다. 155초 걸리던 것이 50초로 줄어들었다. 장비를 축소한 물류 직선화 덕에 가능한 것이다.
하드웨어 자재 랙을 자재장에서 각 라인의 사이드로 이동배치하면서 중복되는 일이 거의 사라졌다. 물류 M/H(Man Hour; 시간당 투입된 평균인원)가 줄어들 수밖에 없다.
오디오·클러스터 통합보관장 구축을 통한 일원화 시스템도 물류개선에 큰 도움이 됐다. 레이아웃(Lay-Out) 조정을 통한 물류동선 축소는 M/H 절감효과뿐 아니라 공장 내부 환경도 많이 개선했다.
물류동선을 크게 줄인 또 하나의 개선 사례는 바로 다면물류 적용법이다. 새시 자동출하 이후 출하장을 극대화하는 효과가 있다. 다면 입고가 가능하면서 상·하차 시간이 단축됐고 사내 물류동선도 단축되는 효과를 얻었다.
보관 면적을 축소하고 작업자 동선을 축소하기 위해 혼적보관 랙과 파렛트를 따로 제작해 운영하고 있다. 이는 부품업체가 주관하는데 재고를 파악하기에 용이하다.
공장 내부를 무인운반차(AGV: Automatic Guided Vehicle)가 돌아다니는 모습은 흥미롭다. 자재적재장에서 부품을 순서대로 키트피딩해 자동으로 조립라인까지 이송하는 무인운반차다.
현대모비스 아산모듈생산팀 이희민 과장이 시험실과 품질확인실을 소개했다.
“프론트 새시와 리어 새시, 운전석, FEM, 엑슬 서브 등 5개 생산라인에서 만들어지는 모듈 제품의 전 사양은 시험실과 품질확인실에서 테스트를 받습니다. 이곳 아산모듈공장에서 생산되는 모든 제품은 세계 최고라고 할 수 있는 첨단 공정을 통해 만들어지는 것이어서 불량률이 거의 없습니다. 하지만 시험실과 품질확인실은 매일 움직이고 있습니다. 최고 품질의 모듈 제품을 최종 확인하는 곳입니다.”

공장 관계자들에 따르면 예전엔 공장 온 전체가 생산되는 부품들과 이동하는 부품, 출고를 기다리는 부품들로 꽉 찼고 또 들어오고 나가는 부품들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유연섭 아산모듈생산팀 부장은 물류 혁신으로 1석4조의 효과를 누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우선 라인 사이드 환경이 많이 좋아졌습니다. 천장 공간을 창고로 쓸 수 있기 된 점은 매우 큰 혁신입니다. 두 번째, 예전엔 복잡한 공간이었던 곳이 이젠 자리가 남습니다. 세 번째, 사람이 부품을 이동시키고 그러다보면 긁히기도 해서 이동 중에 불량률이 날 가능성이 있었는데 그런 우려가 사라졌습니다. 네 번째는 공장 내 물류를 획기적으로 줄이는 바람에 안전사고까지 줄어들었습니다. 먼지도 많이 없어져서 환경이 좋아졌습니다. 공장 내 물류가 80%나 줄였기 때문에 부수적으로 따르던 견인차와 공장 내 부품 이동비용을 줄였습니다. 그야말로 1석4조 이상의 효과를 얻고 있습니다.”
“ABS 생산라인, 보쉬보다 나을 것”
물류 혁신 시스템은 아산 모듈공장의 생산성을 크게 향상시켰다. 조립된 모듈 완제품은 공장 내부에서 품질 시험을 거친 뒤 출하장으로 나간다. 그리고 12km 거리에 있는 아산물류센터로 운송된다.
20만4530m² 부지에 세워진 10만5366m²의 아산물류센터엔 수출용 대형 창고 A·B·E 3개동과 국내동 C·D 2개동 등 모두 5개동이 있다. 현대·기아차에 들어가는 수많은 주요 부품들이 이곳에 정돈돼 있다. 마치 전자도서관을 방불케 한다. ‘고전 품종’ 포니의 부품까지 보관돼 있을 정도다.
천안에는 현대모비스 I/P(Instrument Panel: 자동차계기판)공장과 ABS(Anti-Lock Brake System) 및 에어백(Air-Bag) 공장이 있다.
천안 차암동에 있는 현대모비스 I/P공장에선 현대모비스 직원 18명과 협력사 직원 239명 등이 그랜저TG와 NF쏘나타 등 현대차와 그랜드카니발, 오피러스 등 기아차 등에 쓰이는 I/P를 만들어낸다. 지난 1996년에 완공된 이곳에서 세피아, EF쏘나타, 카니발, 쏘렌토, 쎄라토, 로체, 뉴오피러스 등 현대·기아차에 쓰인 I/P가 만들어졌다. 발포설비(3개 라인), 도장설비(1개 라인), 진공성형기(4대), 펀치프레스(3대) 진동융착기(1대), 스코어링(Scoring) 장비(5대) 등이 가동되고 있다. 여기서 생산된 I/P는 현대차 아산공장과 기아차 화성공장 등지로 보급된다.
I/P공장 인근에는 ABS 및 에어백 공장이 있다. 현대모비스 ABS·에어백 생산팀 32명과 협력업체 229명이 일하고 있다. 연 174만 대의 ABS와 530만 개의 에어백이 생산된다. 자동차 안전 관련 부품들이 생산되는 곳인 만큼 공정 관리도 그 어느 공장 못지않게 꼼꼼하다.
에어백 풍선부분을 접어 넣는 공정 때문에 에어백 공장에는 사람들이 꽤 많았지만, 아래층 ABS공장에는 거의 전자동 시스템이었다. 부품 운송도 무인운반차가 맡고 있다. ABS란 자동차가 급제동할 때 바퀴가 잠기는 현상을 방지하기 위해 개발된 특수 브레이크 장치. 현대모비스는 세계적인 부품사인 독일의 보쉬(BOSCH)보다 더 나은 ABS 생산 기술력을 준비해뒀다고 한다.
ABS·에어백생산팀 권영한 차장은 “ABS 생산은 보쉬와의 기술제휴로 진행되고 있지만 두 회사 간의 계약기간이 만료되면 자체 기술력을 가동해야 한다”며 “현대모비스의 ABS 기술력은 이미 보쉬 수준을 넘어섰다고 본다”고 자신했다.
천안 ABS공장에서는 그랜드카니발, 쏘렌토, NF쏘나타, TG그랜저, 클릭, 싼타페, 아반떼, i30, i20 등 9개 차량의 ABS가 생산되고 있다.
ABS공장의 위층에 있는 에어백 공장에서는 오피러스, 그랜드카니발, 카렌스, 뉴싼렌스, 프라이드, 모닝, 쏘울, 포르테, NF쏘나타, 아반떼, i30, 베르나, 클릭 i10, 120 등 모두 15개 차종에 들어가는 각종 에어백이 생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