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본적 대안” VS “오남용 우려”
조만간 그 고민이 해결될지도 모른다. 비타민처럼 매일 복용하는 신개념 발기부전 치료제의 등장이 개봉박두다. 결과적으로 성관계의 장밋빛 꿈에 젖을 때마다 발기부전 치료제를 미리 먹는 번거로움에서 탈피할 수 있게 된다. 발기부전 환자인 당사자뿐 아니라 배우자나 파트너가 쌍수 들고 환영할 일이다. 그러나 이를 둘러싸고 찬반양론이 분분하다. 발기부전 치료제를 시판하는 관련 제약사들이 미묘하고도 민감한 이해관계에 따라 입장을 달리하는 모양새다.
한국릴리는 하루 1알 복용을 위한 5㎎ 저용량 신제형(기존 10㎎, 20㎎) 발기부전 치료제 시알리스를 12월 출시 예정이다. 지난 6월30일 대한민국 식품의약품안전청으로부터 승인을 받았다고 보도자료를 돌렸다. 기존의 모든 발기부전 치료제와 같이 병원에서 처방전을 받아야만 구입이 가능하다.
한국릴리 측은 1일 1회 복용으로 원하는 때 언제든 성생활을 즐길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이는 시알리스의 약효 지속시간이 가장 긴 24~36시간이라는 점에서 착안했다는 것이 비뇨기과 전문의들의 공통된 견해다.

시알리스 5㎎ 저용량 약효 가장 긴 시간의 장점에서 착안
“계획된 시간 내에 관계를 가져야 한다는 압박감에서 벗어나 예전과 같은 자연스러운 관계를 되찾고 싶은 환자들에게 근본적인 대안을 제시함으로써 새로운 희망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한국릴리 측의 설명대로라면 매일 하루 1번 규칙적인 복용으로 환자들은 발기부전의 부담감에서 완전 탈피, 성관계가 자유로워진다. 예견된 섹스를 위해 사전에 복용해야 했던 기존의 다른 경구용 발기부전 치료제들과 차원이 달라지는 셈이다. 현재 미국, 캐나다, 프랑스, 이탈리아, 스웨덴 등 11개국에 출시되고 있다.
“시알리스 5㎎ 신제형은 일주일에 적어도 두 번 이상 성관계를 가지는 환자들에게 적합하며, 매일 같은 시간대에 복용하는 것이 좋습니다.”
하지만 세계 최초의 경구용 발기부전 치료제 비아그라를 판매하는 한국화이자는 부정적 반응이다.
“저용량 제품은 한 번에 큰 효과를 보기 위해 환자가 한꺼번에 여러 알을 복용하는 오남용 사례가 발생할 위험이 있습니다. 발기부전 치료제가 필요한 중년남성의 성생활 패턴을 고려할 때 발기부전 치료제는 매일 먹는 것보다 필요할 때마다 복용하는 것이 효과적이죠.”

27개국 25~74세의 1만2000명을 대상으로 한 화이자 글로벌 조사에 따르면 한국인의 월평균 성관계 횟수는 4.65회다. 이에 따라 월 1~4회 성관계를 위해 매일 발기부전 치료제를 복용하기보다 필요시마다 발기부전 치료제를 복용하는 것이 더욱 편리하고 효과적이라는 것이 한국화이자 측의 주장이다. 특히 대한민국 40세 이상 남성의 평균 부부관계 횟수가 한 달에 1번으로 나타났다고 한다. 한 달에 1번을 위해 매일 복용하는 것보다 필요한 때마다 먹는 게 더 낫다는 얘기다.
야일라를 시판 중인 종근당은 “성행위 같은 특정한 목적(만족스러운 성행위)을 치료해 주는 약을 매일 복용하는 것은 여러 가지 문제를 발생시킬 수 있다”며 세 가지 요인으로 우려감을 나타냈다.
첫째, 환자들이 저함량으로 충분한 효과를 볼 수 없게 되면 무리하게 투약을 시도할 수도 있을 것이다. 둘째, 발기부전을 가벼운 질환으로 생각하던 환자들이 매일 복용을 하면 자신의 질환을 좀 더 심각하게 생각하는 스트레스를 받을 수 있다. 셋째, 고가의 발기부전 치료제를 매일 복용하게 하면 환자들의 가격 부담이 커져서 만족도가 떨어질 수도 있다.
종근당 측 역시 오남용 후폭풍을 걱정했다.
“발기부전 치료제는 의사의 처방이 있어야 하는 전문의약품이지만 현재 많은 부분 오남용이 되고 있는 실정입니다. 매일 복용을 독려하기 위한 처방이 자칫 오남용을 더욱 유발시킬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다량 처방 후 주위 사람들에게 나눠주는 행위가 빈번해질 수도 있다는 것이다.
레비트라를 출시 중인 바이엘 헬스케어는 별 다른 논평 없이 기대감을 나타냈다. 최근 침체되고 있는 발기부전 치료제 시장에 활력을 불어넣어주는 호재로 작용하기를 바란다는 것이다. 저용량 개발 계획은 없다고 했다.
동아제약의 자이데나와 SK케미칼의 엠빅스는 발기부전 치료제 국내 1호와 2호, 세계적으로도 4번째와 5번째로 개발된 발기부전 치료제다. 동아제약은 “환자의 편의성 개선이 기대된다”며 저용량을 준비 중이며 상황은 초기단계라고 밝혔다. 자이데나의 지속시간은 12~24시간 정도로 알려졌다.
SK케미칼은 “입장 표명이 부적절한 것 같다”며 입을 굳게 닫았다. 저용량 출시 여부에 대해선 “계획 없다”고 잘랐다. 엠빅스의 지속시간은 6~8시간으로 비아그라(4~8시간)와 엇비슷하다.
바이엘 헬스케어의 레비트라는 지속시간이 10~12시간 정도이며 복용법(1일 1회)을 정확히 지키면 매일 사용해도 안전하다는 입장이다. 종근당의 야일라는 레비트라와 성분이 똑같은 쌍둥이 제품이다.
판매 1위 비아그라 이어 자이데나, 시알리스 순
효능 지속시간에 따라 시알리스 5㎎ 저용량 신제형에 대한 호불호가 엇갈린다. 최장 시간을 자랑하는 한국릴리 시알리스에 이어 두 번째로 긴 시간을 나타내는 동아제약 자이데나는 저용량에 긍정적인 관심을 나타냈고, 시판을 준비 중이라는 입장을 표명했다. 반면 지속시간이 가장 짧은 비아그라의 한국화이자는 오남용을 지적하며 깎아내렸다. 물론 저용량 출시 계획이 없음은 당연지사. 비아그라에 이어 시간이 짧은 엠빅스의 SK케미칼 역시 계획 없음을 분명히 했다.
비뇨기과 전문의들과 제약사 업계에 따르면 국내 발기부전 치료제 판매는 비아그라가 1위를 차지하고 있으며 이어 자이데나, 시알리스, 야일라, 레비트라, 엠빅스 순으로 전해진다. 특히 2위 자리를 놓고 자이데나와 시알리스가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우리나라는 발기부전 환자 수가 약 230만 명으로 추산되며, 40대 중의 40%, 50대 중의 50%가 발기부전이라는 조사결과도 있다. 지난해 국내 발기부전 치료제 시장의 규모는 850억원이다. 올해는 900억원을 뛰어넘을 전망이다.
tip
발기부전 치료제의 대명사는 비아그라다. ‘발기부전’이라는 말은 몰라도 ‘비아그라’는 모르는 사람들이 없을 정도다. 하지만 비아그라 자체는 부작용의 산물이다. 당초 협심증 치료제로 개발되던 비아그라는 발기부전에 대한 약효가 나타나면서 화이자에 초특급 대박을 안겨줬다. 지난 1998년 3월 시판된 비아그라는 발기부전 시장의 혁명을 가져왔고 20세기 최후의 위대한 발명품이라는 칭송을 받기에 이르렀다. 가장 오래되고 인지도가 높아 보편적으로 쓰이는 약이기도 하다. 그러나 많이 복용하는 만큼 부작용에 관한 보고가 적지 않다. 복용 후 두통, 홍조, 소화불량, 시각 이상, 심계항진, 청력 감퇴 등이 나타날 수 있다. 더불어 가짜약도 많이 나돌아 유명세를 톡톡히 치르고 있는 형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