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을 나선 지 3시간30분. 대관령을 넘어서자 왼쪽으로는 늦가을 설악의 비경이, 오른쪽으로는 파란 동해가 눈에 들어온다. 3시간 넘게 걸리는 먼 거리보다 사실 더 걱정했던 것은 날씨였다. ‘예년보다 따뜻한 가을이었지만 그래도 강원도인데’ 하는 걱정이 앞섰기 때문이다.
하지만 걱정은 기우에 불과했다. 강원도 양양의 기온은 초가을 날씨라고 착각을 일으킬 만큼 따뜻했다. 골든비치 골프리조트는 지금은 운항이 중단된 양양국제공항 바로 옆에 위치해 있다. 골프장 주위의 산은 아직도 붉은 단풍이 가득한 가을이었지만 페어웨이와 그린은 아직도 푸른빛을 띤 여름이었다.
골든비치 골프리조트는 호텔덕구온천과 수입차 인피니티의 첫 번째 공식 딜러인 SS모터스가 설립한 골프장이다. 골프장의 설계와 시공은 오렌지엔지니어링이 담당했다. 오렌지엔지니어링은 국내에서 골프장 설계 및 시공회사로 이름을 떨치고 있는 곳이다. 이 회사는 오크밸리, 파인크리크, 비발디파크, 나인브릿지CC 등의 실시설계를 담당한 바 있다. 골프장 경영을 진두지휘하고 있는 권오순 상무는 “내년 서울-양양간 동서고속도로가 개통되면 서울에서 골든비치까지 1시간30분 이내에 도달할 수 있는 편리한 교통 여건을 갖추게 된다”고 말했다.
자연을 그대로 살린 친환경성 돋보여
돌, 나무 등 자연의 모든 매개체를 소재로 한 클럽하우스 내의 분위기는 편안했다. 인공조명과 자연의 빛이 한데 어우러져 조용했다. 높다란 천장의 로비는 들어서는 이들의 마음을 시원하게 만들어주고, 목재와 대리석의 조화가 마치 외국의 휴양지를 떠올리게 한다.
골든비치는 파인코스(3393m), 새먼코스(3315m), 씨뷰코스(3326m) 등 총 27홀(1만40m)로 구성돼 있다. 페어웨이와 그린은 켄터키 블루 그라스와 벤트 그라스 등 양잔디가 식재돼 있다. 27홀 가운데 23개 홀의 티잉 그라운드에서 그린이 보여 코스 매니지먼트가 용이하고, 다른 홀의 플레이에 영향을 받지 않도록 홀과 홀이 독립돼 있어 최상의 코스 조건을 제공한다.
골든비치는 많은 기록도 가지고 있다. 최대의 담수량을 지닌 호수가 있는가 하면, 챔피언티 기준 가장 긴 파5홀, 가장 긴 파3홀 등이 그것이다.
권 상무는 “소나무 숲, 계곡 등 풍성한 천혜의 자연을 있는 그대로 살린 친환경적인 골프장”이라며 “대부분의 티잉 그라운드에서 그린이 보여 심리적으로는 편안한 플레이가 가능하지만 보이는 것처럼 쉽지 않을 것”이라고 코스에 대한 총평을 내놓았다. 그는 대한골프협회 코스 레이팅 결과 파 74.2로 인정받았다며 난이도와 묘미가 살아있는 코스라고 덧붙였다.
새몬 코스는 호수와 지형이 조화를 이뤄 연어가 강물을 거슬러 헤엄쳐 올라가는 듯 생동감을 느낄 수 있는 연어 코스다. 길게 연결된 물길이 호수처럼 모였다 강물처럼 흘렀다 하는 아름다운 자연 속에 연어가 헤엄치는 듯하다.
파4 1번 홀은 바다를 향해 능선 위에 길게 펼쳐져 있어 코스의 시작을 설레게 한다. 세컨샷 지점에서 그린 앞 벙커의 방해를 과감하게 물리친다면 바로 그린에 도달할 수 있는 보상이 따른다.
파3 3번 홀 티잉 그라운드와 그린은 넓게 펼쳐진 갈대 숲, 아니 갈대 숲이라기보다는 갈대의 바다 위에 떠 있다. 갈대 숲을 헤치고 나가는 상쾌함에 콧노래가 절로 난다. 하지만 그린 주변에 산재한 헤저드로 인해 결코 호락호락하지 않는 홀이다.
특히 4번홀(파5, 577야드)은 교차된 두 개의 페어웨이와 두 개의 호수가 도전욕을 북돋운다. 소나무 숲 사이 계곡에 넓은 호수와 페어웨이, 그 위에 올라앉은 그린이 한 폭의 그림이다. 최대 담수량(23만 톤)의 호수 사이로 펼쳐진 페어웨이의 폭은 150m나 된다. 호수에는 야생 오리 가족이 한가로이 헤엄치고 있었다. 바다와 가깝고 호수도 넓어 간혹 길 잃은 갈매기도 출현한다고.
파4 7번 홀은 드라이버샷 거리를 시험해 볼 수 있는 홀이다. 페어웨이가 갈대 숲 너머로 길게 놓여 있어 거리에 자신이 있다면 최대한 우측 지역으로 공략이 가능하다.
동해 일출 감상할 수 있는 씨뷰 코스
씨뷰 코스는 골든비치 코스 중 가장 높은 곳에 있다. 그래서 바다가 보이는 홀이 많아 동해 일출을 감상하기에 적격이라고 한다. 바로 지척에 동해가 한 눈에 들어올 듯 펼쳐져 있다.
파4 2번 홀의 페어웨이는 깊은 계곡 너머 꿈틀대는 소나무 숲과 절묘한 조화를 이룬다. 티잉 그라운드마다 달라지는 경관과 공략선이 이채롭다. 페어웨이 앞을 가로막고 있는 벙커를 넘겨 치느냐 또는 벙커를 피해 편안하게 치느냐에 따라 세컨샷 거리의 차이는 40m에 달한다.
3번 홀은 마치 계곡에 놓인 듯한 파3 홀이다. 그린 뒤로는 소나무 숲이 병풍처럼 둘러쳐져 있다. 4번 홀(파4) 티잉 그라운드에 서면 호수 위로 솟아 있는 페어웨이와 그 위에 올라 앉아 있는 그린, 눈앞에 펼쳐진 경관에 감탄과 부담스런 탄식이 함께 나온다.
파4 8번 홀은 조형미가 아름다운 홀이지만 앞뒤로 위치한 두 개의 벙커가 마치 페어웨이를 둘로 나눈 듯 착각을 일으키므로 티샷을 신중하게 해야 한다. 그린 주변의 직벽 벙커가 위압적이었던 8번 홀의 그린에 올라서니 시야가 탁 트이며 끝없는 동해가 펼쳐졌다. 8번 홀 그린 옆의 넓은 공터에서는 매년 1월1일이면 일출행사가 열린다고 한다.
바다가 보이는 편안한 코스를 뒤로 하고 마지막 홀에 들어섰다. 넓고 긴 페어웨이가 눈에 띄는 606m의 국내에서 가장 긴 파5 홀이다. 발아래로는 27개 홀의 골프코스가, 뒤로는 동해가 펼쳐지는 짜릿함을 맛볼 수 있다. 홀을 따라 이어져 있는 벙커와 페어웨이를 가르는 계류가 자연스럽게 어우러져 잊지 못할 승부와 경관을 선사한다.

골프 아카데미에서 꿈나무 육성
씨뷰 마지막 홀을 내려오는데 연습장이 눈에 띄었다. 300야드의 전장에 그물망도 없고, 페어웨이처럼 잔디가 깔려 있어 골프장 한 코스를 떼어 놓은 듯 했다. 클럽하우스 앞 연습그린에는 중고등학생쯤 돼 보이는 어린 골퍼들이 여럿 보였다.
“지역 발전을 위해 골프 아카데미를 개설해 꿈나무들을 육성하고 있습니다. 전국대회에서 상위권에 입상할 정도의 실력입니다. 앞으로 박세리나 최경주 같은 스타들이 될 겁니다.”(권기범 부장)
148만5000㎡의 대지에 설계된 골든비치 골프리조트는 골프장 외에 현재 골프텔 1동(50실)이 있다. 골프텔은 주변의 경관을 감상할 수 있도록 시원한 통창을 갖추고 있다. 고급스런 체리목의 마감재와 일일이 수작업으로 조각된 고색창연한 느릅나무 원목가구가 품격 있는 조화를 이룬다. 골든비치를 찾는 골퍼의 절반 정도가 골프텔에서 머물면서 ‘1박2일 골프’를 즐기고 있다는 것이 권 상무의 설명이었다.
설악으로 태양이 서서히 지자 으스름한 오후의 빛이 산을 넘어 골든비치의 코스 구석구석을 비춘다. 자연 지형을 그대로 살린 짜릿한 코스, 적송과 호수, 바다가 어우러진 아름다움은 어느 곳에서도 만날 수 없는 것이었다. 골든비치 골프리조트를 디자인한 이는 다름 아닌 설악과 동해의 자연이었다.
Interview 권오순 상무
서비스 매뉴얼·홀 책임제로 차별화
“양양은 송이와 연어가 많이 나는 곳입니다. 여기도 송이가 많이 나는데 공을 찾으러 숲속에 들어갔다가 공 대신 송이를 발견할 수도 있을 겁니다.”
골든비치 골프리조트를 총괄 지휘하고 있는 권오순 상무가 빗대 말한 골든비치의 친환경성이다. 그는 골든비치의 골프 코스는 숲이나 나무뿐만 아니라 자연의 지형지물을 그대로 살려 조성했다고 말했다.
“수목이 울창한 숲에 코스가 들어갈 자리만 파냈다고 보면 됩니다. 페어웨이에서 파낸 나무들을 외부에 팔 정도였습니다. 소나무 숲, 계곡 등 야생의 자연을 그대로 살렸습니다. 산을 완전히 깎고 수목을 옮겨 심는 골프장과는 완전히 다릅니다.”
권 상무는 한 달 만에 600명의 회원을 모집할 수 있었던 배경도 바로 이러한 자연친화적인 조성이라고 강조했다.
골든비치는 친환경적인 차별성 외에도 고객 친화적인 서비스, 코스 관리에서도 높은 점수를 받고 있다. 서비스 매뉴얼화와 홀 책임제가 바로 그것이다. 호텔맨 출신인 권 상무의 아이디어였다.
“고객과 만나는 모든 직원들의 서비스마인드 구축을 위해 교육 매뉴얼을 만들었습니다. 예절에서부터 고객 서비스 등 다양한 상황에 맞게 만들어진 친절 교육자료입니다. 물론 매뉴얼에 진심을 보탰죠.”
코스는 캐디 1명이 2개 홀을 책임지는 ‘홀 책임제’로 관리하고 있다. 캐디는 자신의 업무가 끝나면 코스의 디보트 자국을 메워야 한다. 처음에는 불만을 터뜨렸던 캐디들도 골퍼들이 코스관리에 칭찬을 아끼지 않자 이제는 자신들이 먼저 앞장서고 있다고 한다. 코스관리를 통해 고객을 배려하는 마음을 단단히 한 것이다. 물론 홀 책임에 대한 성과도 두둑하다고.
“골든비치에서 겨울 골프를 즐겨보세요. 여기 겨울 날씨는 수도권보다 평균 4℃ 정도는 따뜻합니다. 강원도하면 연상되는 ‘폭설’도 양양 지역에서는 드뭅니다. 동해의 일출을 바라보면서 하는 라운드만큼 환상적인 것은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