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꿈★은 이루어진다. 정선태(40) 싱가포르 샹그릴라 라사 센토사 리조트 동북아시아 마켓 부장은 어린 시절 꿈을 이룬 행복한 사나이다. 중학교 1년 때 큰누이의 결혼식이 열린 호텔(매형 근무지)을 둘러보고 인생의 목표를 명확히 했다. 반드시 그곳에서 일하겠노라고. 입이 딱 벌어지게 하는 화려함과 무한한 동경심이 까까머리 소년의 눈과 마음을 사로잡았다. 이후 초지일관, 일편단심 한 우물을 팠다. 대학 관련학과 진학, 호텔 아르바이트 그리고 직업까지.
경상도 출신의 정 부장은 어느덧 외국생활이 15년째다. 비결은 긍정적 사고방식과 낙천적 성격이라고 했다. 1993년 잘 다니던 호텔을 때려치우고 현해탄을 건넜다. 넓은 세상과 대면하고픈 강렬한 욕구가 발동해서다. 물론 목표가 바뀐 것은 아니었다. 호텔경영학 공부가 우선이었다.

“젊음은 모든 것이 용서될 만큼 포용적이고 무한합니다. 결과를 두려워하지 말고 무대포 정신을 발휘하세요. 일단 판을 벌리고 저질러 보세요.”

결과적으로 그의 일본행은 글로벌 마인드 고취와 영어에 이어 또 하나의 외국어인 일본어 습득의 소중한 기회가 됐다.

홍콩에 본사를 둔 샹그릴라 호텔 입사는 1997년. 처음 발령이 난 곳은 필리핀 세부 샹그릴라 리조트였다. 그는 입사 2개월 만에 호텔 영업 최고 책임자인 총지배인과 함께 단 둘이 출장을 떠났다. 국내에서 만 2년도 안되게 호텔 종사자로 일할 동안 총지배인 얼굴을 본 적이 거의 없던 그에게는 신선한 충격일 수밖에 없었다. 당시 총지배인과 격의 없이 대화를 나누며 꿈을 실현할 수 있다는 큰 자신감을 얻었다고 한다.

정 부장은 세부에 이어 마닐라를 거친 뒤 현재 싱가포르 유일의 비치 호텔인 샹그릴라 라사 센토사 리조트에서 동북아시아 마켓을 담당하고 있다. 연봉은 대기업 부장급 수준이라고 했다. 숙식은 무료로 제공받으며 호텔의 한 객실이 그의 보금자리다. 호텔이 싱가포르에 위치하고 있지만 외국 직원들 숫자가 적지 않다고 한다. 현재 350여 명 직원 중 그를 포함해 3명이 한국인이다.

화려하기 그지없어 보이는 호텔리어란 직업에 대해 그는 고개를 설레설레 저으며 겉만 보지 말 것을 수차례 당부했다. 단순히 보이는 모습만 보고 달려들었다가 중도 포기하는 이들이 상당수라는 것이다.

“보통의 월급쟁이들과 별로 다를 게 없습니다. 근무환경이 좋아 보일 수도 있으나 앉아있는 시간보다 서있는 시간이 더 많다보니 강한 체력도 요구됩니다. 일단 근무시간이 9~18시로 정해져 있지만 VIP 손님들이 오신다거나 호텔에서 중요한 행사가 있을 때에는 출퇴근시간이 따로 없습니다. 호텔이라는 곳이 24시간, 365일 영업을 하는 곳이라 제 일정은 손님 일정에 따라 많이 바뀌는 편이죠.”

역시 최대 스트레스는 고객의 만족을 이끌어내는 것. 서비스의 좋고 나쁨의 평가는 고객의 몫이기 때문이다. 여러 나라 사람들이 발걸음 하는 이유에서 다양한 세계 문화 이해가 필수다. 특히 2003년 초, 전 세계적으로 사스(SARS: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사태 때 영업환경이 최악의 상황으로 치달아 힘든 시기를 보냈다고 했다. 심지어 당시 객실 가동률이 10% 이하로 떨어졌다고 한다.

훤칠한 키와 잘 다져진 몸매의 소유자인 그는 오랜 외국생활의 대표적 장단점을 다음과 같이 털어놨다.

“해외에서 혼자 지내다보니 일단 근무 외 시간에 제가 하고 싶은 일을 마음대로 할 수 있다는 게 제일 좋습니다. 요즘은 주로 운동을 많이 하고 있습니다. 힘들 때라면 아무래도 몸이 불편할 때죠. 감기에 걸렸다든지 몸살이라도 나면 집이 많이 그립습니다.”

마지막으로 예비 호텔맨들에게 소중한 조언을 남겼다.

“요즘 해외를 여행하시는 한국 분들이 많이 늘지 않았습니까, 거기에 비해 해외 호텔에서 근무하시는 한국 분들은 아직 그렇게 많지 않은 것 같습니다. 국내에도 좋은 호텔들이 많지만 한번 해외로 눈을 돌려 보는 것도 좋지 않을까요. 커리어를 쌓기에는 해외 호텔에서 근무해 보는 게 많은 도움이 되리라 여겨집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아무래도 외국어를 열심히 공부해 두어야겠죠. 글로벌 언어인 영어뿐 아니라 추가적으로 외국어 하나를 마스터하기 바랍니다. 힘들어도 꾸준히 외국어 공부에 매진하세요.”

그는 쑥스럽다면서 사적인 소망도 살짝 덧붙였다.

“내년엔 꼭 노총각 딱지를 떼고 장가가고 싶습니다. 5년 사귄 여자친구가 있는데 너무 오랫동안 기다리게 해서 미안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