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수를 이야기하려면 기(氣)를 다루지 않으면 안 된다. 기를 학문적으로 정확히 정의하자면 이론이 분분하지만 기운, 파장, 파동 등으로 표현하기도 하고 에너지, 양자학이라고도 한다. 동양과 서양을 막론하고 기의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으며, 풍수에서 기는 핵심이고, 기의 흐름과 성격과 조화를 다루는 것이 풍수다.

기를 이해해야 풍수가 보인다

“땅은 아직 모양을 갖추지 않고 아무것도 생기지 않았는데, 어둠이 깊은 물 위에 뒤덮여 있었고 그 물 위에 하느님의 기운이 휘돌고 있었다.”

성경의 창세기 1장2절이다. 하느님의 기운은 우주 만물에 존재하는 에너지이며 우리가 말하는 기를 의미한다. 즉, 기는 천지가 창조되기 전부터 우주 만물에 존재하고 있었던 것으로 물질과 비물질, 생물과 무생물, 소리와 정숙(精熟), 시간과 공간, 빛과 파장 등 여러 유?무형의 존재로 우주공간을 채우고 있다.

기이론에 의하면 모든 만물은 기의 결합체이며 죽으면 다시 기로 돌아간다는 것이다. 사람이 죽었다는 것을 우리는 ‘돌아갔다’고 표현하는 것도 이런 개념에 근거한다. 

우주에 존재하는 모든 만물은 기를 느끼고 기의 영향을 받는다. 2004년 12월26일 아시아 및 아프리카의 12개국을 덮친 쓰나미는 인류의 가장 큰 재난 중 하나로 기록되었고 25만 명의 사람들이 죽거나 실종됐다. 그런데 쓰나미로 인해 죽었다는 동물 이야기는 없다. 2008년 5월, 중국 쓰촨 성 지진이 일어나기 전 수만 마리의 두꺼비가 이동했다는 보도가 있다. 이는 동물들이 자연에서 일어나는 현상을 미리 기로 감지해 대처하기 때문이다.

하늘이 양이면 땅은 음, 남자가 양이면 여자는 음

인간도 마찬가지로 기를 느낄 수 있다. 예를 들면 어느 집을 처음 방문하는데 평안하게 느껴지는 집이 있는가 하면, 반면에 어딘가 모르게 냉랭한 분위기가 느껴지는 집도 있을 것이다. 실제 평안한 느낌을 주는 집은 가정이 화목하여 그 집안에 평안한 기가 돌고 있어 그렇게 느끼게 되는 것이고, 냉랭한 느낌을 주는 집은 환자가 있든지 아니면 가족의 불협화음이 냉기를 흐르게 하므로 그렇게 느껴지는 것이다. 풍수는 특별히 어렵다거나 어떤 비법이 있는 것이 아니라 누구나 느낄 수 있는 간단하면서도 쉬운 자연의 현상을 이해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많은 기이론 중에서 가장 설득력이 있고 체계가 잡힌 것이 동양의 음양오행이론이다. 음양오행이론이 처음부터 하나의 이론은 아니었다. 음양이론이란 세상의 모든 것(눈에 보이는 물질세계와 눈에 보이지 않는 의식세계)을 음과 양으로 나눈다. 하늘이 양이면 땅은 음, 남자가 양이면 여자는 음, 갚는 것이 양이면 빚진 것은 음이 된다. 음양이론의 관건은 음양 조화이다. 음양 조화가 맞지 않으면 문제가 생기고 역으로 문제가 된 것은 음양 조화를 맞춤으로써 새로운 것이 창조된다는 것이다.

풍수에서 배산임수(背山臨水) 지세가 좋은 지세라 한다. 뒤에는 산이 있고 앞에는 물이 흐르는 곳이 좋다는 말이다. 전라도 광주를 보면 정반대 지세를 하고 있다. 뒤에는 영산강이 흐르고 앞에는 해발 1187미터의 높은 산이 있다. 문제는 앞에 있는 높은 산이다. 이 산을 인간의 힘으로 옮길 수가 없다. 그러나 풍수의 음양이론으로 간단하게 해결이 가능하다. 산에는 높이에 따라 등급을 부여한다. 높은 산에는 높은 등급, 낮은 산에는 낮은 등급, 산이 아닌 낮은 곳은 아예 등급이 없다. 즉, 무등급이다. 지세로 보아 앞에 산(+)이 있으니 그 양과 조화를 이룰 수 있는 음(-)의 이름을 지어 줌으로써 해결한다. 그래서 그 산 이름을 무등산(無等山)이라 한다. 즉, 산은 산인데 등급이 없는 산이라는 뜻이다.

또 다른 경우는 남해 금산이다. 태조 이성계가 이곳에서 백일기도를 하면서 왕위에 오르면 비단으로 산 전체를 둘러 싸주겠다고 산과 약속한다. 그리고 왕위에 오르면서 고민이 생겼다. 비싼 비단으로 산 전체를 둘러 준다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음양이론으로 간단하다. 비단으로 둘러 준다는 약속은 빚진 것으로 음(-)이 된다. 양(+)의 이름을 지어 줌으로서 음양 조화를 이루게 한다. 즉, 비단금을 넣어 금산(錦山)이라 불러 준다. 우리가 불러주는 이름에도 기가 흐른다. 그래서 아름답고 예쁜 이름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물에 빠진 시체, 남성은 땅, 여성은 하늘 향해

물에 빠진 시체를 보면 남자는 땅을 향해 엎어져 있고, 여자는 하늘을 향해 누워져 있다고 한다. 남자는 양이기 때문에 음인 땅을 향해, 여자는 음이기 때문에 양인 하늘을 향해 있는 것이다. 이 같이 남성이 이용하는 이발소에서는 머리를 감을 때 엎드려 감고 여성들이 이용하는 미장원에서는 머리를 누워서 감게 되어 있다. 그렇게 하는 것이 서로 편안하기 때문이다. 이게 재미있는 음양이론이며 자연법이다. 

양에서 다시 음양으로 나누어져 태양과 소음이 되고, 음에서 다시 소양과 태음으로 나누어져 사상(四象)이 된다. 그리고 다시 태양에서 ‘건’과 ‘손’, 소음에서 ‘리’와 ‘간’, 소양에서 ‘태’와 ‘감’, 태음에서 ‘진’과 ‘곤’으로 나누어져 팔괘(八卦)가 완성된다. 음양이론은 컴퓨터에서 사용되는 이진법과 같은 원리다. 중심을 기점으로 팔괘가 다 갖추어진 것은 완벽한 조화를 의미하며 기가 가장 잘 통한다는 뜻이다. 그래서 중국인은 팔(八)을 좋아한다. 북경 올림픽이 2008년 8월8일에 개막한 것도 이 때문이다. 우연의 일치인지 모르지만 아라비아숫자 8도 기가 아래위로 잘 통하는 모양을 하고 있다.    

오행이론은 세상의 모든 것을 목, 화, 토, 금, 수 다섯 가지 기로 분류한다. 오행이론의 핵심도 생(生)과 극(剋)으로 역시 균형을 근간으로 하고 있다. 오행이론에서 생한다는 것은 무조건 좋고 극하는 것이 무조건 나쁜 것은 아니다. 이는 상대적 조화와 균형으로 약한 곳에서는 생하는 것이 좋으며 과한 곳에서는 오히려 생하는 것이 나쁘다. 역으로 약한 곳에 극하는 것은 나쁘지만 과한 곳에는 극하는 것이 좋다는 것이다. 한의학에서도 이 오행이론을 근간으로 허하고 과한 곳을 침과 뜸 그리고 약제로 보(補)하고 사(捨)하게 처방하고 있다. 이 같이 풍수에서도 기 흐름과 성질을 이용해 분석하고 처방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