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한 나라에는 가정이 필요한 아이들이 있고, 부자 나라에는 아이가 필요한 가정이 있다. 그러니 해외 입양은 이 가슴 아픈 불균형을 해결할 수 있는 완벽한 방법처럼 보인다. 불행하게도 이런 어린 고아들은 진짜 고아가 아니다.

The Lie We Love

우리 모두는 국제 입양이 어떤 건지 알고 있다. 수백만의 유아와 갓난아기들이 길거리에, 교회 문 앞에 버려지고 있고 에이즈와 가난, 전쟁 때문에 고아가 양산된다. 이 어린 것들은 자신이 버려졌음을 깨달아가며 붐비는 고아원이나 거리에서 살아간다. 이 고아들 앞에는 고통과 무시로 가득한 불확실한 미래가 기다리고 있다. 하지만 운이 좋다면 먼 나라에서 온 존경할 만한 새엄마·아빠의 품속에서 더 나은 삶의 기회를 누릴 수도 있다. 하지만 불행하게도 이런 이야기는 대부분 소설에 불과하다.

서양인들은 세계 고아 위기라는 신화에 홀려 있다. 수백만의 아이들이 버려져 학대받는 삶에서 구해 줄 ‘영원한 가족’을 기다린다고 알고 있다. 하지만 오늘날 서양 부모에게 입양되는 수많은 유아와 갓난아기들은 진짜 고아가 아니다. 물론 세계 수십만 어린이들이 따뜻한 가정을 필요로 한다. 하지만 그보다 더 절실히 가정이 필요한 더 많은 아이들은 불구의 몸에 병들어 있고, 정신적 충격을 받은 5살이 넘은 아이들이다. 분명히 그 아이들은 대부분의 서양인이 입양하기를 바라는 건강한 아이가 아니다. 서양인들의 요구에 맞는 입양 가능한 건강한 유아는 솔직히 많지 않고, 그런 아이를 찾는 서양의 현금은 너무 많다. 많은 국제 입양 중개소는 입양이 필요한 아이들을 위한 가정을 찾는 것이 아니라 서방세계 가정에 알맞은 아이들을 찾는다.

1990년대 중반 이래 매년 국제 입양 건수는 1995년 2만2200건에서 2006년에는 4만 건 가까이 늘어 거의 두 배가 되었다. 2004년에는 4만5000명이 넘는 개발도상국 아이들이 해외로 입양되어 최고치를 기록했다. 다른 어떤 나라보다 미국이 입양을 많이 받는데, 근년에는 반 이상을 차지한다.

이 아이들은 어디에서 오는가? 국제 입양이 붐을 이루면서 많은 나라의 아이들이 친부모의 품에서 조직적으로 팔려가고, 강제 입양되고, 납치된다는 증거가 뚜렷해지고 있다. 미국 국무성이 작성한 문건에 의하면 지난 15년간 국제 입양을 가장 많이 시킨 벨로루시, 브라질, 에티오피아, 온두라스, 페루, 루마니아 등 상위 40개국 가운데 거의 반이 불법행위나 유괴에 대한 우려 때문에 입양을 일시적으로 중단했거나 미국으로 아이를 보내는 것을 중지 당했다. 또한 어느 나라가 불법행위 때문에 입양 통로가 막히면 많은 입양 중개소들은 그 다음 ‘최신’ 입양 국가로 눈을 돌린다. 그 나라는 강제로 문이 닫히기 전까지 유아와 갓난아기들의 해외 입양이 급격히 늘어나게 된다.

그런 식으로 국제 입양이라는 이름의 산업은 소비자들이 주도하는 시장이 되어 간다. 미국의 입양 희망 부모들은 입양비용으로 중개소에 한 명당 1만5000달러에서 3만5000달러까지 지불한다. 여행비용, 비자 수수료, 기타 비용은 물론 별도다. 장애가 있거나 나이가 많으면 할인받는다. 중개소에서는 그 비용이 중개소 수수료, 외국에서 드는 비용, 여행비용, 고아원 기부금 등으로 쓰인다고 말한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그 비용이 아이의 나라에서는 엄청나게 큰 금액이기 때문에 불법행위를 부추긴다고 지적한다.

국제 입양이 돈으로 움직이는 비즈니스가 되어가는 지금 문제를 더욱 복잡하게 만드는 현금이 강력한 혐의를 받고 있다. 많은 입양 중개소와 입양을 받아들이는 부모들은 불법행위가 조직적으로 이루어진 것이 아니며, 비극적인 특수한 경우라고 강력하게 주장한다. 범죄자들을 잡아들이면 ‘건전한’ 입양이 계속된다고 말하지만 입양의 고리 혹은 중국에서 현금을 빼 버리면 서양 가정이 필요로 하는 건강한 아이는 전부 사라져 버리고 만다. 제네바에서 아동보호정책 컨설턴트로 일하는 나이젤 캔트웰(Nigel Cantwell)은 자신이 불법 입양 구조를 개혁하는 데 도움을 주었던 동유럽과 중앙아시아에서 입양에 미치는 현금의 위험천만한 영향력을 직접 체험해 본 사람이다. 이 지역에서 3살 이하의 건강한 아이들은 쉽게 국내 입양이 가능하다고 한다. 이 지역에서 돈이 개입되지 않을 경우 얼마나 많은 건강한 아이들이 국제 입양될 것인가? 이 질문에 그는 그런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말한다.

고아 공급의 수수께끼

국제 입양은 처음부터 수요가 주도하는 시장은 아니었다. 50년 전쯤 분쟁으로 고아가 된 아이들을 위한 인도적 동기가 국제 입양의 출발이었다. 1955년 오리건 출신 복음주의 교회의 버사(Bertha)와 해리(Harry) 홀트 부부가 8명의 한국 전쟁고아들을 입양했다는 뉴스가 퍼지자 그 소식을 들은 미국 가정들이 그 뒤를 따르고 싶어 했다. 그 때 이후 국제 입양은 오스트레일리아, 캐나다, 유럽, 미국으로 더욱 번져나갔다. 미국은 2006년 2만 명이 넘는 외국 어린이를 입양했는데, 1995년에는 8987명이었다. 유럽의 6개국에서 국민 1인당 외국 어린이를 입양하는 비율은 미국을 넘어선다. 오늘날 캐나다, 프랑스, 이탈리아, 스페인, 미국이 국제 입양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5분의 4 정도다.

서양의 인구통계를 보면 국제 입양이 늘어나는 것을 알 수 있다. 피임, 낙태, 만혼 등으로 최근 수십 년간 대부분의 선진국에서 계획에 없이 태어나는 아기의 수는 줄어들고 있다. 임신을 늦추는 일부 여성들은 자신이 언제든 애를 낳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해 너무 오래 기다렸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다른 일부는 처음부터 아이를 가지는 데 어려움이 있다. 종교적인 이유 때문에 입양하는 부모들과는 달리 그들은 실제로 아이가 필요해서 입양한다. 미국 인구통계 뒤에 숨은 동기는 생모가 마지막 순간 마음을 바꿀 수 있다는 과장된 공포로 인해 국내 입양보다 어느 면에서 국제 입양이 ‘안전’하다는 인식-좀 더 예측이 가능하고 성공적인 결말을 기대할 수 있다는-을 가지고 있다. 거기에다 큰 바다를 건넌다는 것, 가난한 나라에 입양을 기다리는 아이들이 얼마든지 있다는 생각, 위험률이 적다는 생각 등이 또 존재한다.

그러나 국제 입양이 위험하지 않다는 생각은 잘못됐다. 사실 국제 입양이 규제를 덜 받긴 한다. 느슨한 노동법과 낮은 임금의 나라에 하청을 주는 회사들처럼 입양은 법적 절차가 간단한 나라로 몰려든다. 개발도상국의 가난하고 문맹인 생부 생모는 미국의 양부 양모보다 당연히 보호를 받지 못하며, 특히 인신매매와 불법이 판치는 나라에서 더욱 그렇다. 그리고 그 불균형은 입양의 결과를 너무나 자주 무시해 버린다. 무엇보다도 양부 양모가 바라는 대로 공급해 주는 나라는 줄을 서 있다.

실제로 입양 가능한 건강한 갓난아기는 세계적으로 드물다. 고아들이 건강한 상태로 있기는 정말 힘들고, 건강한 아이는 고아가 될 리 없다. 유니세프에서 아동보호 선임자문역으로 일하는 알렉산드라 유스터(Alexandra Yuster)는 말한다.

“보호기관에 수용되거나 국제 입양이 필요한 집 없는 아이들이 무수히 많다는 건 사실이 아니다.”

그런 주장은 개발도상국이 가난에 시달린다는 선입견에 젖은 미국인과 서양인들을 상대로 하는 마케팅용 이야기로, 겉으로 보기에 끊임없이 밀려드는 중국의 어린 딸들, 전 세계 수백만의 고아들이 간절히 가정을 필요로 한다는 믿음과는 어긋난다. 이런 틀린 가설에 유니세프도 일부 책임이 있다. 유니세프의 고아 및 수용 아동 통계는 국제 입양의 필요성을 정당화하는 데 자주 이용된다. 2006년 유니세프는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 아시아, 남미, 카리브 해 연안 국가에 1억3200만 명의 고아가 있다고 보고했다. 하지만 유니세프의 ‘고아’라는 정의에는 사망이든 유기든 부모 중 한 쪽이 없는 경우도 포함되어 있다. 전체의 10%인 1300만 아이들이 부모 모두 잃은 경우로 대부분은 친척들과 살고 있다. 또한 그 아이들은 나이도 많다. 유니세프의 추산에 따르면 95%의 고아들이 5살 이상이다. 다시 말해 유니세프의 ‘수백만 고아들’은 서양인들이 입양해서 구해 주지 않으면 고아원의 운명을 벗어나지 못할 건강한 아이들이 아닌 것이다. 오히려 그 아이들은 재정적 도움이 필요한 친척들과 함께 사는 큰 아이들이 대부분이다.

중국은 예외인데 지난 30년에 걸친 한 아이 갖기 정책 때문에-지금은 좀 느슨해졌지만-유례없이 많은 여자아이들이 입양 시장에 나왔다. 하지만 이 여자아이들 역시 한정되어 있다. 중국은 해외 입양되었으면 하고 바라는 고아들보다는 이 여자아이들이 외국인에게 더 많이 입양되기를 바란다. 2005년 외국 부모들은 1만4500명 가까운 중국 아이를 입양했다. 입양을 원하는 서양인의 숫자에 한참 못 미치는 수치였다. 입양 중개소들은 입양을 원하는 훨씬 더 많은 부모들이 대기자 목록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고 보고했다. 아이들에게 가정을 찾아 주는 일은 더욱 어려워졌다. 2007년 중국의 중앙입양기관은 해외로 보내는 입양 숫자를 대폭 줄였는데, 그 이유는 아마 인구의 성비 불균형, 빈곤 인구 감소, 외국 입양을 위한 어린이 유괴 추문 등이었을 것이다. 현재 장래의 외국 양부모들은 나이, 결혼 경력, 가족 수, 수입, 건강, 심지어는 체중까지도 까다롭게 제한을 받는다. 다시 말해서 독신이거나 동성애자거나 비만이거나 늙었거나 수입이 부족하거나 이혼이 잦거나 결혼한 지 얼마 되지 않았거나 우울증이 있거나 아이가 넷 이상이면 중국은 목록에서 제외한다. 심지어 이런 항목에 해당되지 않는다 해도 입양이 이루어지기까지 3~4년을 기다려야 한다. 따라서 장래의 입양 희망 부모들은 중국보다 규제가 까다롭지 않은 나라로 눈길을 돌리게 마련이다.

그런 나라 가운데 하나가 과테말라인데, 2006~2007년 미국에 두 번째로 많은 아이를 보냈다. 1997~2006년 사이 미국에 입양된 과테말라 아이들은 4배로 뛰어 연간 4500명이 넘는다. 놀랍게도 2006년 미국인 양부모들은 과테말라에서 태어난 아이 110명 가운데 1명을 입양했다. 2007년 입양된 아이의 90% 가까운 숫자가 한 살도 안 된 갓난아기들이었고, 그 가운데 반 가까이가 6개월 미만의 영아였다.

“과테말라는 국제 입양이 수요 우선의 시장이라는 완벽한 모델이다.”

과테말라 유니세프에서 컨설턴트로 일했던 켈리 맥크리어리 벙커스(Kelley McCreery Bunkers)의 말이다. 과테말라의 입양 절차는 ‘선진국, 특히 미국의 입양 희망 가정의 요구에 딱 들어맞게 발전된 산업’이다.

과테말라에서 수용기관에 들어가 있는 아이들 대다수는 건강하다고 할 수 없기 때문에 거의 대부분 외국으로 입양되지 않았다. 2007년 가을 과테말라 정부와 유니세프 그리고 국제 아동복지 및 입양기관인 홀트국제아동서비스가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약 5600명의 아이와 사춘기 아이들이 과테말라 아동 수용기관에 있다고 한다. 그 가운데 4600명 이상이 4살 이상 아동이며, 한 살 이하 어린아이는 400명이 되지 않았다. 2006년에 한 살 이하의 270명이 넘는 과테말라 어린아이들이 매달 미국으로 건너갔다. 이 입양아들은 과테말라 내의 수용기관에서 온 것이 아니다. 2007년 과테말라에서 미국으로 온 아이의 98%는 ‘양육권 포기’로 입양된 경우다. 수용기관에 가본 적도 없는 갓난아기들이 판사나 사회보장기관의 심사 같은 것은 일체 없이 사설 대리인의 손을 거쳐 물론 꽤 많은 수수료를 떼고 국제 입양된 것이다.

그러면 이 입양아들은 어디서 온 걸까? 2007년 3월 가족이 운영하는 신발가게에 무장괴한들이 나타나 자신을 벽장에 가두고 갓난아기를 빼앗아 갔다고 경찰에 신고한 젊은 과테말라 여성 아나 에스코바르(Ana Escobar)의 경우를 보자. 14개월 동안 수사를 한 끝에 에스코바르는 몇 주 뒤 인디아나 주로 입양이 예정되어 입양 대기 아동 보모 손에 있는 딸을 찾을 수 있었다. DNA 검사로 친딸임을 확인했다. 2006년 비슷한 경우가 라쿠엘 파르(Raquel Par)라는 다른 과테말라 여성에게 발생했다. 과테말라 시티에서 버스를 기다리다 마취되었다가 깨어나니 갓난아기가 없어졌다. 3개월 뒤 파르는 딸이 미국으로 입양되었음을 알았다.

2008년 1월 과테말라는 미국으로 가는 입양 통로를 막아 버리고, 망가진 절차를 개혁할 수 있었다. 영국, 캐나다, 프랑스, 독일, 네덜란드, 스페인 등의 국가들도 유괴의 우려를 이유로 몇 년 일찍 과테말라에서의 입양을 중단했다. 하지만 과테말라에서 미국으로 가는 2280건이 넘는 입양이 아직도 진행 중이며, 유괴된 아기들이 그 목록에 올라 있다. 과테말라 정부는 그 이상이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

과테말라의 경우는 극단적이다. 국제 입양에서 가장 악명 높은 기록이라고 생각된다. 하지만 규모가 작은 것까지 고려하면 알바니아, 캄보디아, 에티오피아, 라이베리아, 페루, 베트남을 포함해 12개 국가 이상에서 비슷한 일이 벌어질 것이라 생각된다. 외국의 입양 수요에 맞추어 입양 가능한 아기의 공급이 이루어지는 식이며, 서양의 돈줄이 막혀 버리면 따라서 없어진다. 예를 들어 2001년 12월 미국 이민국은 캄보디아에서 들어오는 입양비자 발급 업무를 중단했는데, 아이들이 생부모의 의사와 상관없이 불법으로 모집된다는 명확한 증거가 있다고 했다. 그 해에 서양인들은 700명이 넘는 캄보디아 어린이들을 입양했는데, 미국으로 들어온 400명 가운데 반 이상이 한 살 미만 갓난아기였다. 하지만 2005년 미국 국제개발기구가 의뢰한 캄보디아의 고아 인구 연구에 따르면 한 살 미만 갓난아기는 전부 132명밖에 되지 않는다. 몇 년 전 서양인들이 3개월 동안 입양한 숫자에도 미치지 못한다.

인도처럼 인구가 많은 나라에도 외국 양부모를 필요로 하는 건강한 아이들은 거의 없다. 급증하는 인도의 중산층은 국내에 있든 외국에 있든 선진국 중산층처럼 출산율이 문제가 된다. 그들 역시 입양할 건강한 아이를 찾고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이 수백만에 이르는 중산층 가정이 입양 가능한 아이를 모두 소화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인도에 만연하는 가난으로 수많은 아이들이 아직도 길거리에서 먹고 살 길을 스스로 찾고 있다. 하지만 “두 살짜리 애들은 거리에 버려지지 않는다”라고 아동 보호 컨설턴트인 캔트웰(Cantwell)은 말한다.

“거리에 있는 아이들은 5살에서 6살이며, 이들은 입양이 되지 않는다.”

이 아이들의 대부분은 아직 찾아갈 친척들이 있으며, 따라서 법적으로 입양이 불가능하다. 또한 유럽이나 북미의 중산층 가정에 적응하기 어려운 까닭도 있다. 이 아이들의 대부분은 학대와 범죄, 가난에 찌들어 있어서 입양 희망 부모들로서도 입양하기를 꺼린다. 입양 희망 부모들이 합법적인 서류를 모두 받아 보았다 하더라도 실제 그 아이가 진짜 고아라는 사실 정도는 안심할 수 있을 것인가? 불행하게도 답은 ‘아니오’다.

보육원에서 벌어지는 범죄들

많은 나라에서 어린아이의 출생 이력을 위조하는 건 놀랄 만큼 쉬운 일이며, 그 과정에 고아도 만들어진다. 생모는 보통 가난하고, 어리고, 미혼이거나 이혼했고, 아니면 보호해 줄 가족이 없다. 아이는 권리가 대부분 박탈당한 지역적으로 멸시받는 소수 그룹에서 태어난 아이들이다. 많은 돈이 생기는 일이라면 누구든 약자 가족에게서 갓난아기를 떼어내 ‘서류상 고아’로 둔갑시킨 다음 돈 되는 수출품으로 만들 것이다.

일부 만들어진 고아들은 실제 서양인이 ‘고아원’이라 부르는 곳에서 발견된다. 하지만 이런 시설은 부모 없는 아이들에게 집을 제공한다기보다는 가난한 아이들을 위한 기숙사로서의 역할이 더 크다. 부모가 가난이나 병 때문에 돌보지 못하는 많은 아이들이 임시 숙소로서, 은신처로서, 먹을 것을 위해, 뭔가 배우기 위해 들어온다. 집으로 돌아올 만큼 사정이 나아지기 전까지 대부분의 가족은 고아원으로 면회를 오고, 심지어 주말에는 집으로 데려가기도 한다. 2005년 라이베리아 몬로비아에 있는 한나 B. 윌리엄스 고아원이 충격적인 생활상으로 인해 문을 닫았을 때 102명의 ‘고아’ 가운데 89명이 가족의 품으로 돌아갔다. 베트남에서는 “특히 농번기 때 농촌 가정이 낮 동안 어린아이들을 돌보는 기관으로 역할이 확대된 고아원에 데려다 놓는다”고 하노이 미국 대사관의 대변인은 말한다. 일부 경우에 파렴치한 고아원 원장, 지방 관리, 기타 중개인들이 문맹인 부모를 설득해 아이를 포기한다는 서류에 서명하게 한 뒤 외국으로 입양을 보내 버린다. 물론 아이와 부모는 영영 만나지 못한다.

또 다른 아이들은 비슷한 사악한 수단으로 넘어간다. 서양 입양 중개소들은 대체적으로 현지 중개인들과 계약을 한다. 그것은 고아원 원장일 수도 있고, 독자적으로  활동하는 중개인일 수도 있다. 입양되는 건강한 아이 한 명당 수수료를 지불한다. 또한 이 중개인들은 아이를 찾아내는 사람과 도급계약을 맺는데, 현지 노동자 평균임금보다 훨씬 많은 돈을 지불한다. 이 유아 사냥꾼들은 비용이 웬만큼 든다 해도 상당한 목돈을 만질 수 있다. 연간 1인당 GDP가 4700달러인 과테말라에서 유아 사냥꾼들은 입양 가능한 건강한 유아 한 명당 6000달러에서 8000달러를 받는다. 많은 경우 유아 사냥꾼들은 가난한 가정에서 아이를 데려오며 약간의 돈을 준다. 2007년 5월 헤이그 국제사법회의의 유괴 입양 보고서에 따르면 과테말라의 가난한 가정은 아이 한 명당 300달러에서 수천달러까지 받는다.

때로는 의료직 종사자들이 유아 사냥꾼으로 일하기도 한다. 예를 들어 베트남에서는 아이 한 명당 수고비가 간호사의 한 달 월급 50달러를 훌쩍 넘어 버린다. 일부 간호사와 의사들은 산모에게 엄청나게 부풀린 의료비를 들이밀며 갓난아기를 포기하라고 윽박지른다. 글자를 모르는 산모는 읽지도 못하는 서류에 서명을 한다. 2008년 8월 미국 국무성은 호치민 시에 있는 투두(Tu Du) 병원이 발행한 출생증명서를 ‘믿을 수 없다’는 경고를 내렸다. 이 병원은 2007년 하루에 200명의 신생아가 태어났는데, 100명당 3명이 포기되었다. ‘포기된’ 대부분의 아기들은 탐빈(Tam Binh) 고아원으로 보내졌는데, 여기서 많은 아이들이 해외로 입양되었다. 투두 병원은 안젤리나 졸리의 베트남 입양아가 태어나 한 달 만에 포기되었다고 알려진 곳이다. 마찬가지로 입양될 때 탐빈 고아원에 있었다. 도덕적 입양을 위해 노력하는 미국의 비영리 단체 에티카의 집행이사인 린 송(Linh Song)에 따르면 2007년 한 지방 병원의 산부인과 과장이 “인큐베이터를 기증받은 답례로 10명의 소수 인종 갓난아기를 (입양을 위해) 고아원에 넘겼다”고 자기에게 말했다고 한다.

입양 절차를 원활히 하기 위해 아이들이 태어난 나라의 관리들은 뇌물을 받고 가짜 출생증명서를 만들어 준다. 입양을 받는 나라의 영사관 관리들은 대개의 경우 제출 서류가 크게 어긋나지만 않으면 그대로 받아들인다. 하지만 현지 미국 대사관이 의심스러운 일련의 문제를 발견하면, 말하자면 같은 고아원에서 온 건강한 아이들이 갑자기 늘어난다든가 어느 지역에서 수상쩍은 비슷한 서류를 가진 비정상적으로 많은 갓난아기들이 입양된다든가 하면 관리들은 조사를 시작한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관리들은 순수한 입양을 막거나 아이를 원하는 양부모들을 방해하려 하지 않는다. 하지만 많은 관리들은 자기가 처리하는 서류가 정말 제대로 된 건지 수시로 의문을 품는다. 세계에서 미국으로의 입양을 죽 지켜본 미국 국무성 관리 캐서린 모나한(Katherine Monahan)은 “나는 국가 간 입양을 아주 신뢰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우리가 약간의 경제적 도움만 준다면 자기 나라에서 가족들과 살 수 있는 아이들이 많지 않은가 하는 의문이 든다.”

어느 미국 관리는 작년에 1000명 이상을 해외로 입양시킨 나라의 대사관 직원에게 입양비자를 발급한 것 가운데 마음에 걸리는 것이 있느냐고 물으면 거의 다 그렇다고 대답한다고 말했다.

외국 운동화를 밀수하는 수입상처럼 외국 입양 중개소와 관련된 대부분의 서양인들은 외국의 비윤리적이거나 풍습에 어긋난 것은 잘 모른다고 그럴 듯하게 둘러댄다. 그들은 알 필요도 없다. 미국에서 훌라춤을 추던 로린 갈린도(Lauryn Galindo)는 의도적으로 진실을 외면하며 캄보디아에서 갓난아기들을 몇 년에 걸쳐 입양하여 수수료로 900만달러를 벌어들였다. 1997년에서 2001년 사이 미국인들은 1230명의 캄보디아 어린이를 입양했다. 갈린도는 그 가운데 800건에 관여했다고 말한다.―갈린도는 안젤리나 졸리에게 아프리카 촬영장으로 캄보디아 아이를 데려다 준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2002년 시작된 2년간의 조사에서 미국 조사관들은 갈린도가 캄보디아 유아 사냥꾼들에게 아이를 사고, 속여 데려오고, 강제로 뺏고, 훔쳐오는 대가를 지불했으며 가짜 증명서를 만드는 일에 공모했다고 단언했다. 갈린도는 결국 가짜 비자와 돈 세탁 혐의로 연방교도소에서 감옥살이를 했지만 유괴에 대해서는 유죄선고를 받지 않았다.

“미국 시민이면 세계 어디서든 아이를 사들일 수 있다.”

미국 출입 및 세관국의 고참 특별수사관으로 갈린도를 조사했던 리차드 크로스(Richard Cross)는 말한다.

“그건 범죄가 아니다.”

외국에서 아이를 사 오는 건 아무리 입양이 필요한 양부모로서도 바라는 바가 아니다. 그러면 어떻게 막을 수 있는가? 지난 10년간 국제 입양이 늘어난 사실은 일부 부패한 나라들로부터의 입양을 막고 양부모들의 희망(그리고 돈)을 다른 나라로 돌리려는 특별한 접근법이 실패했음을 보여준다. 입양으로 수입을 얻는 중개소들은 그들이 지불하는 돈과 수수료가 불법행위를 부르고 그 결과 입양 통로를 막아 버린다는 사실을 고의적으로 외면하고 있다.

아이 수출의 악순환

아이들을 국제 입양시키는 일부 국가들은 처음부터 절차를 합법적으로 투명하게 만들어 모범이 되고 있다. 예를 들어 태국은 중앙정부 산하기관이 생모들을 자문하고, 일부 가족에게 사회적, 경제적 지원을 제공함으로써 가난 때문에 아이를 포기하는 일이 없도록 하고 있다. 파라과이와 루마니아 같은 나라는 1990년대 불법 입양이 급증하자 입양 절차를 개혁했다. 하지만 그런 개혁 때문에 국제 입양은 거의 중단되곤 한다. 1994년 파라과이는 미국에 483명을 보냈는데, 2007년에는 전혀 입양 건수가 없었다.

좀 더 포괄적인 해결책이라면 입양을 노린 아동 유괴를 막기 위해 국제사회가 만들어낸 국제 입양에 관한 헤이그협정이 가장 좋은 수단이 될 수 있다. 2008년 4월1일 미국은 공식적으로 이 협정에 가입했는데, 현재 75개국이 서명했다. 알바니아, 불가리아, 콜롬비아, 필리핀 등 아이를 해외 입양시키면서 협정에도 가입한 나라에서는 헤이그협정에 맞는 개혁을 위해 중앙정부기관들이 아동복지를 감독하고, 아이들을 친척이나 지역사회가 먼저 부양하도록 노력하며, 허가받은 국제 입양 중개소들의 숫자를 제한하고 있다. 전문가에 따르면 그 결과 입양을 위해 아이들을 사거나 사기 또는 강제로 빼앗거나 유괴하는 사례가 대폭 줄어들었다.

입양을 받는 나라에서도 협정에 따라 중앙기관, 미국의 경우 국무성이 국제 입양을 감독한다. 국무성은 입양 중개소 면허를 발급하는 두 군데 비영리 기관에게 권한을 위임했다. 불법행위, 사기, 불법 자금, 유괴 관련 입양이 밝혀지면 중개소 허가가 취소될 수 있다. 벌써 그 효과는 나타나고 있다. 불법행위에 관련되었다는 소문이 돈 몇몇 미국 중개소들은 면허를 거부당했고, 몇몇 중개소는 문을 닫았다. 하지만 어떤 국제조약도 완벽하지 못한 것처럼 헤이그협정도 마찬가지여서 에티오피아, 러시아, 한국, 우크라이나, 베트남을 포함해 서방 국가에 아이들을 보내는 많은 나라가 아직도 그 협정에 서명하지 않았다.

아마 가장 중요하고도 효과적인 규제는 손에서 손으로 건네지는 현금의 양을 엄격하게 제한하는 방법일 것이다. 아이 한 명당 수수료 지불 관행은 무효로 만들어야 한다. 아이들에게 의료보호, 음식, 옷을 제공하는 합법적인 비용만 지불하도록 수수료를 제한할 수 있다. 또한 결정적인 것은 수수료가 현지 경제에 걸맞게 조정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돈을 통제하지 못하면 부패를 막지 못한다.”

200개가 넘는 세계 입양기관을 대표하는 국제아동서비스연대 회장인 토마스 디필리포(Thomas DiFilipo)의 말이다.

“법과 규제를 아무리 철저히 한다 해도 어디든 2만달러를 보낼 수 있다. 즉, 충분한 현금만 있다면 어떤 시스템도 무사통과할 수 있다.”

규제를 강화하면 입양된 아이와 생부모를 보호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소비자-입양 희망 양부모 역시 보호할 수 있다. 아이를 출산하는 것처럼 입양하는 것도 정서적인 경험인데, 그것이 고아라고 믿었던 아이가 가짜라는 용납되지 않는 현실로 인해 왜곡될 수 있다. 2002년 캄보디아에서 여자 갓난아기를 입양했던 한 미국인은 2007년 10월 입양윤리회의에서 그런 경험을 이야기하며 흐느꼈다.

“그 아이는 고아라고 했다. 입양 1년 뒤 영어를 잘 하게 되자 자기 엄마, 아빠, 오빠, 언니들에 대해 이야기했다.”

그런 이타적인 허식 뒤에 숨어 있는 진실을 깨닫지 못한다면 국제 입양은 커다란 수익과 불법행위를 이끌어 내는 하나의 장사일 뿐이며 많은 입양이 불행한 결말을 맞게 될 것이다. 입양 중개소가 거래를 계속하지 않는다면 많은 어린 아이들이 가족으로부터 잘못된 방법으로 떨어져 나갈 것이며, 입양을 간절히 원하는 부모들이 개혁을 요구하지 않는다면 그들은 알건 모르건 잘못된 관행에 계속 돈을 지불하게 될 것이다.

“남을 쉽게 믿는 서양인들은 자신이 아이들을 구한다고 간절히 믿고 싶어 하며, 그 때문에 세탁된 아이들을 쉽게 믿고 받아들인다.”

국제 입양 개혁 주창자이자 법학교수인 데이비드 스몰린(David Smolin)은 이렇게 말한다.

“바보가 되고 싶어 하는 사람처럼 바보는 없다.”

참고문헌들

국제 입양 거래에서 벌어지는 불법행위에 대한 자료 및 보고서는 브랜다이스대학 슈스터 언론조사연구소 웹사이트에서 볼 수 있다. 도덕적 입양을 위해 노력하는 미국의 비영리 단체 에티카는 자체 웹사이트에 입양 개혁 관련 뉴스 및 나라별 현황을 제공한다. 야후에 있는 입양 중개소 조사 그룹은 입양을 희망하는 부모들이 여러 중개소를 비교할 수 있도록 여러 자료를 게시판에 올려놓았다.

법학자 데이비드 M. 스몰린(David M. Smolin)은 ‘아동 세탁: 어떻게 국가 간 입양체계가 아동을 거래, 유괴, 도둑질하도록 합법화하고 부추기는가(Child Laundering: How the Intercountry Adoption System Legitimizes and Incentivizes the Practices of Buying, Trafficking, Kidnapping, and Stealing Children)’(Berkeley Electronic Press Legal Series, Aug. 29, 2005)에서 현재 입양 법률이 아이들을 유괴해 거래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준다고 주장한다. 에단 B. 캡스타인(Ethan B. Kapstein)은 ‘아기 거래(The Baby Trade)’(Foreign Affairs, November/December 2003)에서 국제 입양에 어떻게 불법행위가 스며드는지 고찰한다.

사라 코벳(Sara Corbett)은 ‘이 아기들은 어디서 왔어(Where Do Babies Come From?)’(New York Times Magazine, June 16, 2002)에서 불법행위로 입양이 금지당한 캄보디아의 입양 실태를 조사했다. ‘입양아들은 어디로 가는가(The Diaper Diaspora)’(Foreign Policy, January/February 2007)는 국제 입양의 증가 현실을 도표로 나타내고, 입양 희망 부모들이 예상할 수 있는 비용을 분석했다.

FP 이 기사는 미국 워싱턴의 카네기국제평화단(Carnegie Endowment for International Peace)이 격월로 발행하는 <Foreign Policy> 2008년 11·12월호에 게재된 것으로 <Foreign Policy> 한국어판을 발행하고 있는 폴린폴리시코리아와 <이코노미플러스>의 기사 제휴에 의거, 게재했음을 알려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