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중하게 선택된 와인은 주최자가 행사를 통해 목적하는 바를 이루는 데 있어 훌륭한 역할을 해내기도 하는 반면, 그저 아무 생각 없이 선정된 와인은 만찬 테이블의 천덕꾸러기에 그치고 만다. 이렇듯 제대로 선택된 와인은 주최자의 품격을 높여줄 뿐만 아니라 비즈니스 성공의 첫걸음이 되기도 한다.
그러면 어떤 와인이 비즈니스 만찬에 훌륭한 도구가 될까? 가장 쉬운 방법으로는 빈티지를 준비해 상대를 존중한다는 메시지를 전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상대방의 생일을 축하하는 자리에 그 사람이 태어난 해의 와인을, 창립기념일을 축하하는 자리에는 창립기념 연도와 동일한 빈티지의 와인 등을 준비한다면 상당한 예산 지출을 감당해야 하는 후유증이 있지만 그 와인은 와인 이상의 가치를 부여하며 받는 사람에게는 감동으로 다가갈 것이다.
와인 초보자에게는 고급스러운 가치와 품질을 갖춘 것으로 잘 알려져 이름만 들어도 알 수 있는 유명한 와인을 권하는 것이 좋다. 보르도의 ‘지네스떼’, 과일향이 풍부한 부르고뉴의 ‘알베르 비쇼’가 대중적으로 유명하며 마시기 쉬운 칠레의 ‘1865’나 론 지역의 ‘장베르또 꼬뜨 뒤론’ 혹은 ‘모엣 샹동’처럼 샹파뉴 지역의 유명 샴페인을 준비한다면 상대방은 자신이 특별한 예우를 받고 있다고 느끼게 된다.
여성에겐 섬세한 맛과 향이 풍부한 와인 적합
문제는 아무리 좋은 의미로 선정했다고 해도 참가자들이 그걸 즐길 수 없으면 아무런 소용이 없다. 때로는 10여만원을 호가하는 최고급 샴페인보다 차라리 몇 만원 상당의 달착지근하면서도 마시기 쉬운 와인들이 오히려 더 효과적일 수가 있다. 따라서 참석하는 사람들의 와인에 대한 관심 정도와 취향을 잘 고려해야 한다. 레드 와인에 익숙하지 않은 경우에는 쌉쌀하게 입안을 조여 주는 탄닌이 특징인 고급 와인들보다는 단맛이 입맛을 돋우는 스파클링 와인이 더 어울릴 수 있다는 것을 기억하자.
비즈니스 상대가 모두 남성이라는 법은 없다. 여성 비즈니스 파트너가 중심이 되는 자리에는 섬세한 맛과 향이 풍부한 와인이 적합하다. 특히 잘 여문 베리향이 풍부하고 여성스러우며, 향기로운 꽃향기가 만발하며 벨벳처럼 부드러운 타닌이 긴 여운을 남기는 ‘모두스’를 추천할만하다. 이탈리아 슈퍼투스칸이자 브리티시 항공사 퍼스트 클래스 선정 와인으로 그 가치를 인정받은 바 있다. 매혹적인 루비레드컬러가 로맨틱한 이탈리아 스파클링 와인 ‘간치아 브라퀘토 다퀴’도 생기발랄한 미감으로 여성들에게 사랑받는 와인이다. ‘브라퀘토 다퀴’는 생산량이 적어 아주 귀한 포도 품종으로 클레오파트라가 너무나 사랑해 마지않았다는 이야기도 전해진다.
와인에 대한 풍부한 지식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라면 관심을 끌만한 스토리가 있는 와인을 준비한다. 훌륭한 품질뿐 아니라 흥미진진한 이야기까지 담고 있는 와인이라면 상대방에게 더 큰 호감과 친밀감을 전하는 동시에 이야기의 장을 열 수 있다.
정치에 관심이 있는 이라면 올해 남북정상회담 환송오찬에서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선보인 부르고뉴 와인 ‘미셀피카르’와 함께 관련 스토리로 끌어 나가거나 ‘와인의 왕, 왕의 와인’이라 불리는 ‘샤토 그뤼오 라로즈’를 준비해놓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영국을 방문했을 때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이 내놓았던 이야기를 시작한다면 분위기는 자연스럽게 흐를 것이다. 이외에도 백악관에서 귀빈 방문 시에만 서브되는 것으로 유명한 ‘조단 까베르네 쇼비뇽’도 있다.
축구에 관심이 많은 이들에게는 히딩크가 즐겨 마셨다는 ‘샤토 오바따이’나 ‘샤토 딸보’를, 골프를 즐기는 이들에게는 유명 골퍼들의 이름을 딴 와인들을 골라 함께 건배를 제의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골프의 황제라고 불렸던 아놀드 파머는 은퇴 후 자신의 와이너리에서 직접 브랜딩에 참여해 아놀드 파머 샤도네이, 아놀드 파머 까베르네 쇼비뇽 등을 출시했다. ‘백상어’라는 별명으로 유명한 그렉 노먼은 호주와 미국의 ‘그렉 노먼 에스테이트’ 와이너리에서 그의 별명과 같은 백상어를 와인라벨에 담은 와인을 선보이고 있다.
조금 더 분위기가 화기애애하다면 영화 속에 등장해 화제가 되었던 와인들을 준비하고 영화 이야기와 함께 곁들이는 것도 유익하다. 영화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에 등장했던 ‘듀깔레 리제르바’, <라따뚜이>의 ‘샤토 라투르’, 와인을 소재로 한 대표적인 영화 <사이드웨이>의 ‘슈발 블랑’ 등이 있다. 이 외에도 라틴어로 ‘만족’, ‘기쁨’을 뜻하는 스페인 와인 ‘가우디움’과 같이 와인 이름 자체에 의미가 담긴 와인들도 좋다.
마지막으로 서빙되는 음식에 따라 몇 가지 와인을 선보일 것인가도 고려해야 한다. 이는 행사의 형식과 수준에 따라 달라지는데, 초대되는 사람에 따라 크게 세 가지 상황으로 나누어 생각해 볼 수 있다.
가볍게 만나는 지인들과 부담 없이 어울리는 자리라면 메인 요리에 잘 어울리는 와인 한 가지 정도만 선정해도 무난하고, 조금 더 격식을 갖춰 대접해야 하는 손님들이라면 식전주용 와인으로 샴페인과 메인 요리용으로 레드 와인 두 가지 종류를 준비한다. 또한 격식이 있는 자리면서 상황을 적극적으로 연출해서 감동까지 주고 싶은 상대와 함께한다면 적어도 세 종류 이상으로 준비하는 것이 예의다. 식전주용, 메인 요리용, 디저트용으로 음식에 맞춰 필요한 와인을 선보이면 된다.
감사 표시 특별한 와인 선물 마지막 선사
마지막으로 완벽한 코스를 선보이고자 한다면 리셉션 타임에는 샴페인·전채요리·생선·고기요리에 최소 2종의 와인, 디저트와 함께 곁들이는 디저트 와인 그리고 나중에는 식사를 마치고 다시 자리를 옮겨 나누게 되는 브랜디나 포트류까지 비즈니스 디너의 모든 흐름에 맞추어 적절한 와인을 배치하는 것이다.
식사가 끝나고 함께했던 지인들이 되돌아가는 그 순간까지도 세심한 배려가 필요하다. 만찬에 선보였던 와인 외에 참석한 손님들에 대한 감사의 표시로 특별한 와인을 선물해보자. 잊지 못할 만찬으로 기억될 것이다. 정해진 비용하에서 격에 맞는 선물을 찾기란 쉽지 않은데, 비교적 와인 선물은 좋은 대안이 될 수 있다. 와인 선물세트는 3만원대부터 몇 백만원대에 이르기까지 그 가격대가 매우 넓어 예산대를 고루 만족시키기 좋다.
역시 ‘빈티지’를 활용해 행사를 기억할 수 있는 선물이 될 수 있도록 하거나 와인만 포장해 주기보다는 계절 꽃으로 장식한다거나 각각의 와인에 대한 특징이나 음식 매칭, 테이스팅 노트 등과 같이 실용적인 정보를 함께 동봉하는 것이 좋다. 조금 예산이 들더라도 선물은 와인 한 병짜리보다는 두세 병 세트로 된 것을 이용하는 것이 선물로서 무게감이 있다는 것을 기억하자.
이달의 추천 와인
듀깔레 리제르바 |이탈리아, 토스카나 끼안띠
1890년 이탈리아 북서부 아오스타(Aosta) 지역의 공작이 Ruffino의 와인 저장고에 있는 몇몇의 와인들을 시음해보고 반해 그 와인들을 자신에게 공급해줄 것을 요청했다. ‘공작을 위해 리져브(예약)된 와인’이란 문구를 와인통에 표기한 것이 효시가 되어 현재의 이름인 ‘리제르바 듀깔레’에 이르고 있으며, 세계적으로 가장 우수한 키안티 클라씨코 리제르바 중 하나로 각종 대회에서 우수한 성적을 거두고 있다. 최근에는 영화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에서 주인공의 파티 와인으로 쓰여 관심을 끈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