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천사가 마시는 위스키. 이렇듯 의식과도 같은 신성한 인고의 과정을 거쳐 완성되는 위스키에 대해 사람들은 얼마나 알고 있을까? 몇몇 위스키 브랜드를 알고는 있지만 위스키의 역사에 대해 자세히 알고 있는 사람은 드물다. 그만큼 위스키의 진정한 가치보다 단지 음주문화를 즐기는 매개체로서만 위스키를 여겨 왔기 때문이다. 이제 비싸고 좋은 위스키를 마시면 뒤 끝이 없다는 단순한 이유들을 배제하고 진짜 위스키에게 대해 알고 마셔본다면 어떨까. 누군가 좋은 술은 좋은 벗과 같다고 했듯 위스키를 마시는 즐거움이 두 배는 더 할 것이다.
스코틀랜드로 전해진 증류 기술
이쯤 해서, 위스키의 역사에 대해 한번 살펴보자.
위스키의 어원은 아라비아의 연금술사들이 금을 만들어내는 대신 포도주를 증류해 만든 술로 ‘생명의 물’을 뜻하는 라틴어 ‘아쿠아 비테(Aqua Vitae)’에서 유래했다. 이 증류 기술이 유럽 대륙에서 아일랜드를 거쳐 스코틀랜드로 전해진 후 각 지방별로 맥주를 증류해 독한 술을 만들기 시작했다. 이때부터 생명의 물이라는 아쿠아 비테를 고대 켈트어인 게일어로 직역해 ‘위스게 바하(Uisge Beatha)’라고 불렸는데 이것이 위스키의 최초 명칭으로, 그 후 시대 변화에 따라 앞부분만 따서 Usky로 불리다가 스코틀랜드와 캐나다에서는 Whisky로, 아일랜드와 미국에서는 Whiskey로 불린다.
그리고 19세기에 와서야 이 단어가 널리 사용되고 일반화됐다. 1823년 스카치위스키의 종주국인 영국 정부는 현실적인 위스키 양조 면허제도의 도입으로 현대화된 위스키 산업의 발전적인 토대를 마련했다. 1842년 세계 최초로 위스키 제조면허를 받은 존 스미스를 필두로 효율적인 대규모 증류소들에 의해 위스키 산업은 빠르게 성장하기 시작한 것이다.

물론 1860년 앤드류 어셔(Andrew Usher)에 의해 처음으로 브랜딩 제조법이 소개되기 전까지 대부분의 스카치위스키(전통 제조법을 따른 몰트위스키, 연속식 증류개발을 통한 그레인위스키)는 지역적으로 한정 생산, 소비됐으나 이후 몰트위스키와 그레인위스키를 혼합한 브랜디드 스카치위스키는 가격이나 맛의 질적인 면에서 소비자들의 욕구를 충족시키기 충분했으며, 결국 스카치위스키의 문화를 영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에 걸쳐 전파시킨 계기를 제공했다.
스카치위스키는 현재 영국에서 Top5 수출산업 중의 하나로 스코틀랜드의 선두 수출산업으로 자리 잡고 있으며 스코틀랜드에서 생산, 판매되고 있는 전체 스카치위스키의 88%가 전 세계로 수출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1970년대 후반 양주류 특히 위스키에 대한 소비가 증가함에 따라 정부 차원에서 국산 주류 개발계획을 수립해 수입 위스키 원주와 국산 주정으로 제조하던 기타재제주 위스키의 생산을 중단시키고, 위스키 제조면허를 받은 오비씨그램(주), 진로위스키(주), (주)베리나인에 몰트위스키 원주 함량 30%의 국산 위스키를 개발 시판하게 했다.
또한 1983년에는 위스키 산업의 육성, 주질의 고급화, 외화 절약 등을 위해 ‘국산 위스키 개발계획’을 마련했으나 수년간의 숙성에 따른 재고 증가로 인한 자금 부담, 수입 원주와의 가격 경쟁력 문제 등으로 국산화가 어려워 국산 위스키는 사실상 1991년부터 생산이 중단됐던 것이다.
진보의 전통을 이어가는 위스키
이러한 우리나라의 위스키 역사를 볼 때 최근 국내 몇몇 브랜드의 위스키가 세계적으로 권위 있는 국제 위스키 품평회에서 인정받았다는 것은 과히 놀라운 쾌거가 아닐 수 없다. 이들 위스키의 경우 정통 스카치위스키로서 생산원가가 높음에도 국내 위스키 시장에서 빠른 성장률을 보이며 안착하고 있다.
진보는 가장 아름다운 전통이라 했던가? 12세기에 시작되어 유구한 전통을 지닌 스카치위스키가 그 정통성을 그대로 간직한 채 세계인의 취향에 더욱 가까이 다가갈 수 있도록 했다는 것. 이것이야말로 진보가 아닐까? 위스키는 말한다. 새로운 것에 도전하고 새로운 시대를 열어가라고 말이다. 당신이 꿈꾸는 새로운 미래를 위해 오늘은 깔끔한 위스키 한 잔 어떨까? 지금 당신이 밟고 서있는 곳은 땅이 아니라 역사이며 당신이 마시는 한 잔의 스카치위스키는 중세의 전설이 담겨 있는 전설이라는 감흥을 음미하며 말이다. 매일 위스키 한 잔씩을 마셨다는 윈스턴 처칠이 된 듯한 기분 좋은 백일몽도 아마 나쁘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