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에 따르면, 2007년 기준 특별소비세(특소세)를 신고한 전국의 유흥음식주점은 모두 7242개. 최근 국세청이 밝힌 이들 업소의 2008년 산출세액은 1564억원 규모다. 룸살롱, 나이트클럽 등 ‘1종’ 허가를 받은 유흥업소들은 특소세 등 무거운(?) 세금을 꼬박꼬박 내고 있다.
지난해 월 평균 3500만원가량을 특소세로 납부한 서울 강남지역의 한 업소 지배인은 “비싼 세금 꼬박꼬박 내고 있지만 불경기 때문에 살아남기 위해 불법·퇴폐영업 행태를 일삼는 유흥업소들이 늘고 있어 영업하기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불경기 탓에 업소들이 수시로 없어지고 또 생기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새로 등장하는 업소는 강북이나 지방에서 영업 꽤나 한다는 전문가들과 여종업원을 보강해 서비스를 강화하곤 하는데, 이 과정에서 불법·퇴폐영업 방식이 끼어드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한국유흥음식업중앙회(이하 유흥중앙회)조차 업소가 얼마나 생겨나고 또 얼마나 사라지는지 파악할 엄두를 내지 못할 정도로 부침이 심하다. 요즘 같은 불경기 때는 더 그렇다고 한다.
“다들 마찬가지겠지만 불경기 때문에 (유흥)업소들 형편이 말이 아닙니다. 세금은 있는 대로 꼬박꼬박 다 내면서도 영업권이 불안정하다보니 업소들의 원성이 높고, 또 사실 세금 문제가 과다한 측면이 있은데 정부에 어필하면 해당 공무원들조차 이해하면서도 국민정서상 우리 쪽 입장을 들어주기 힘들다며 개선되는 점은 거의 없습니다. 특소세라든가 재산세 중과세, 여종업원들 소득세 납부 문제가 심각한데, 어려운 경기와 맞물리면서 정말 장사하기 힘든 지경으로 치닫고 있습니다.”
유흥중앙회 김세중 사무총장의 한숨 섞인 이야기다. 김 사무총장은 이어 “세금 많이 내는 만큼 영업권이 보장되지 못하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세금 덜 내는 쪽으로 넘어가든가 불법?퇴패영업으로 비정상적인 수익을 내는 경우가 늘어나는 경향이 있다”며 과세 부담과 불경기가 불법 유흥문화를 조장하는 주요 원인이라고 주장했다.
유흥중앙회는 여종업원이 상주할 수 있는 ‘1종 허가’를 받지 않았음에도 마치 룸살롱과 유사한 영업 행태를 일삼는 일부 단란주점이나 노래연습장 등의 불법·편법영업 행위의 근절을 위해 다양한 캠페인을 벌여왔다. 하지만 일부 1종 업소에서조차 도를 넘은 퇴폐영업이 이뤄지고 있어 이들 캠페인은 그리 큰 호응을 얻지 못하는 실정이다.
특히 불경기로 인해 업소 매출이 뚝 떨어지면서 유흥업소들의 시름은 커져가고 있다. 때문에 이런 극심한 불경기에는 온갖 방법을 다 동원해봐야 소용없고, 손님들에게 ‘획기적인 서비스’를 제공해야 그나마 입소문을 타고 장사가 좀 된다는 쪽으로 이야기가 모아진다.
전·현직 유흥업 종사자들에 따르면, 강북과 여의도 유흥업계는 심각한 침체를 겪고 있다. 유흥업소 공급량은 그대로인데 수요가 줄다 보니 전반적인 구조조정까지 벌어지고 있다. 가장 심각한 곳이 여의도다. 글로벌 금융위기의 한파가 가장 심하게 불어 닥친 곳이 다름 아닌 증권가 밀집 지역인 여의도이다 보니 유흥 시장도 볼품없어졌다는 것이다.
여의도에서 잘 나간다는 업소들은 이미 상당수 문을 닫았던가 아니면 명맥만 유지하고 있다. 한 국회의원 보좌관의 이야기다.
“한창 때는 굳이 강남으로 갈 필요도 없이 여의도 가게(룸살롱)의 서비스가 더 좋을 때가 있었죠. 가격도 강남에 비해 비싸지 않으면서도 여러모로 만족스러워 여의도 내에서 ‘밤 비즈니스’를 해결했는데, 지금은 사정이 딴 판입니다. 여의도에 손님이 끊긴 이유는 전반적으로 여의도 사람들 사정이 나빠진 탓이 많은데, 아가씨들과 업소 사람들이 강남으로 다 가버렸다고 그러네요.”
모 증권사의 한 간부도 비슷한 이야기를 했다.
“여의도에서 술 마시고 접대를 주고받던 문화가 지금은 거의 없어졌다고 보면 됩니다. 굳이 따지자면 잠복기쯤 되겠지요. (증권)회사들 실적도 그렇지만 구조조정이다 뭐다 다들 초상집 분위긴데 뭐가 신나서 룸살롱 같은 데 가겠어요. 눈치가 보여서라도 못 가지요. 때가 어느 땐데. 지금은 그럴 분위기가 전혀 아니고요. 그렇다 보니 여의도에 있는 업소는 파리 날릴 겁니다. 정 가야겠다 싶으면 좀 떠나서 강남으로 가죠. 요새는 강남 쪽이 훨씬 저렴해진 것 같아요.”

망가진 여의도와 ‘저자세’ 강남
1월8일 밤 9시경 유흥업소들이 줄지은 강남역 부근 골목. 예년 같으면 신년 술자리를 찾는 이들로 북적거렸을 곳이다. 하지만 한산했다. 쌀쌀했던 날씨 탓만은 아니었다. 듬성듬성 서있는 양복 차림의 호객꾼들이 술집 찾는 행인들보다 더 많아 보였다. 한눈에 봐도 장사 안 되는 중임을 알 수 있었다. 호객 행위 중이던 룸살롱의 20대 남자는 다른 곳엔 파리 날려도 자기네 업소는 인기 좋다고 너스레를 떨더니만 이내 하소연투로 이야기가 바뀌었다.
“완전히 찬바람 붑니다. 연말에는 그래도 잠시 반짝 했는데 신년 들어서 또 손님이 없습니다. 지나다니는 사람들은 많아도 가게로 들어오는 손님은 없어요. 단골도 안 오고, 전반적으로 반 정도가 뚝 끊긴 것 같아요.”
이 남자는 서울 신촌 유흥업소에서 일하다 지난해 9월부터 강남으로 자리를 옮겼다고 했다.
비슷한 시간, 신사역 부근 몇몇 유흥업소가 모여 있는 거리로 옮겨갔다. 이중 제법 규모가 있어 보이는 한 업소로 들어가 가격 흥정을 해봤다. ‘4인 기준 밸런타인 17년산 2병 정도의 가격을 물었다.
“한 병당 35만원씩 술값 70만원, 아가씨 봉사료는 1인당 15만원으로 60만원, 그래서 모두 130만원인데 4명이서 2병 가지고 되겠어요? 3병 하고 3병째는 팍 깎아서 20만원 해드릴 테니까 150만원에 시간 구애받지 말고 여유 있게 노시죠. 맥주는 알아서 넣어드리겠습니다.”
지배인쯤 되어 보이는 이 중년 종업원은 “요즘 손님이 그리 많질 않아서 서비스는 최상으로 해드린다”고 덧붙였다.
‘어떤 서비스가 최상이냐’고 묻자 “아가씨들은 ‘텐프로’ 그 이상이고, 술값도 파격적이지 않느냐”고 말했다. ‘너무 비싸다’고 가게 문을 나서려고 하자 다시 흥정하자고 붙잡았다. 콧대 높기로 유명한 유흥업소라고 들었지만 술값을 깎아주겠다며 저자세를 취했다. 전직 유흥업소 종사자를 통해 나중에 안 것이지만, 신사동 일대에서 가게에 들어온 손님에게 술값 깎아주겠다며 흥정을 벌이는 것은 매우 드문 일이다.
대한민국 ‘유흥문화 1번지’로 통하는 서울 강남 유흥거리의 단면은 이처럼 썰렁했다. 물론 불황에도 큰 타격 없이 호화판으로 성업 중인 업소들도 있겠지만 전반적인 분위기는 확실히 가라앉아 있었다.
전철 2호선 강남역-역삼역-선릉역 직선 라인과 그 위쪽 논현동을 잇는 이른바 ‘황금 삼각지’는 서울뿐 아니라 전국 유흥업소의 중심지다. 매출 역시 이곳이 최고로 평가받는다. 불황기가 아닌 때라도 여기만큼은 부지런히 새 업소가 생기고, 또 새로운 유흥 트렌드가 만들어지는 그야말로 유흥문화의 메카 같은 곳이다. 하지만 요즘 이 유흥 메카의 최대 화두는 ‘살아남기’다. 안간힘을 쏟는 모습이 곳곳에서 느껴졌다.
세태르포 전문 사이트 헤이맨뉴스의 구성모 대표는 “다년간 서울·수도권 업소 탐방을 해본 결과 강남 황금 삼각지에서 발생하는 매출이 서울 전체 유흥업소 매출의 70% 이상은 되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며 “불경기 탓에 강북이나 여의도 상권이 망가지면서 그쪽(유흥업) 종사자들이 살아보겠다고 강남으로 몰리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이 때문에 강남 쪽 경쟁이 더 치열해지고 있고 이런 현상은 꽤 오래 갈 것 같다”고 덧붙였다.
전직 유흥업소 종사자 신종각씨(가명)에 따르면, 강남 일대에서는 생겼다가 순식간에 사라지는 업소들이 많다. 영업이 안 된다 싶으면 문을 닫고 여종업원이나 영업진을 더 보강해 간판을 새로 내거는 경우가 흔하다는 것이다. 업소가 여기저기서 새로 생기기 때문에 종사자들의 이동도 매우 잦다. 이런 현상이 극심한 불경기 탓에 부쩍 빈번하게 나타나고 있다.
요즘 같은 때 문을 닫았다가 새로 여는 경우는 손님을 끌기 위해 흔히 ‘하드코어’ 영업 형태를 띤다. 업소 세계에서 ‘하드코어’란 손님에 대한 여종업원의 서비스 농도가 짙은 것을 의미한다. 경우에 따라서는 어느 정도 퇴폐적이냐에 따라 센 하드코어냐 약한 하드코어냐로 나뉘기도 한다. 그러나 업소가 하드코어 서비스를 선택할 경우 퇴폐·불법 쪽으로 흘러갈 소지가 다분하기 때문에 영업이 길게 이어지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업소 간판 교체가 빈번하게 이뤄지는 순환현상이 벌어지는 것이다.
업소가 아무리 휘황찬란하더라도 서비스 질이 뒤떨어지면 금방 죽어버린다는 강박관념 때문에 업소들은 온갖 기발한 아이템으로 손님 유치에 혈안이 된다. 인기 좋은 여종업원들은 주로 손님이 많은 업소 쪽으로 쏠리는 성향이 있기 때문에 업소 입장에선 어떤 식으로든 손님 발길을 많이 낚아채는 것이 급선무다.
불법·퇴폐 ‘○○식 풀살롱’
고객 관리 차원에서 룸살롱 내에서 소주와 막걸리를 내놓는 곳도 늘고 있다고 한다. 수소문 끝에 선릉역 부근에서 ‘소주 파는 룸살롱’이라고 소문난 업소를 찾았다. 여종업원 25명가량이 근무하는 홀 10개 정도의 아담한(?) 업소였다.
1월9일 오후 7시경, 초저녁이라 그런지 손님은 없어보였다. ‘소주를 마시면서 놀 수 있느냐’고 물었다. 30대로 보이는 실장 직함의 여성 종업원이 “그런 메뉴는 없지만 손님이 원하면 소주를 구해드릴 수는 있다”고 했다. ‘소주 메뉴가 있는 곳이라고 소개받고 왔다’고 했더니 이 종업원은 소주 메뉴에 얽힌 이야기를 해줬다.
“손님들 중에는 간혹 술 드시다가 소주를 찾는 분이 계신데 그런 분을 위해 특별히 소주를 준비해뒀다가 서비스 차원에서 내다 드리는 것이지 소주 파는 룸살롱이라는 소문은 잘못 전달된 것 같네요. 어떤 분은 새벽에 라면을 찾기도 하고 심지어 짜파게티(자장라면) 끊여달라고 하는 분도 계세요. 손님을 배려하는 마음으로 해드립니다. 단골손님이라면 이 정도 배려는 하지 않나요? 얼마 전에 어느 신문엔가 룸살롱에서 소주를 1만5000원, 2만원에 판다고 나왔다는 이야기를 저도 들었는데 그런 곳이 있는지는 몰라도 룸에서 소주 내놓는 일은 예전에도 흔했던 일입니다. 요즘 하도 불경기다 보니까 술값 아끼려고 양주세트 하나에다 소·맥(소주·맥주) 폭탄주를 마시겠다는 손님들이 꽤 있긴 합니다.”
인근, 규모가 보다 작은 다른 업소를 찾아갔다. 이곳 지배인과 롬살롱 소주 판매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하지만 대답은 비슷했다.
“저희 업소에서는 소주 찾는 사람들한테는 소주 갖다 주고, 막걸리를 원하면 막걸리에다가 파전까지 대접합니다. 물론 처음 보는 고객한테 이런 서비스를 하는 건 아니죠. 단골손님이 원하는데 못 할 게 뭐 있겠어요. 원하는 손님에게는 원하는 것을 해드리려고 합니다. 소주나 라면 이런 건 가격이 딱히 정해진 것은 아닙니다. 룸살롱에 들어와서 자장면이나 김치찌개, 라면 같은 음식으로 저녁식사를 하고 난 다음에 술을 드시는, 그러니까 식사에서 술까지 방 안에서 다 해결할 수 있도록 해드립니다.”
하지만 룸살롱에서 소주를 마신다 하더라도 아가씨 봉사료는 차이가 없다. 대략 1인당 10~15만원 꼴이다.
이들 말대로라면 ‘소주 파는 룸살롱’이라기보다는 ‘소주 서비스’로 고객관리를 하는 정도로 이해된다. 이처럼 소주·막걸리 등의 술 메뉴와 식사 서비스는 상대적으로 건전해 보인다. 하지만 불법·퇴폐 서비스를 불황 탈출구로 삼겠다는 갖은 시도는 유흥업소 전체에 악영향을 미친다.
불경기를 맞고 있는 강남 유흥업계는 요즘 풀살롱 때문에도 골치가 아프다. ‘풀살롱’이라는 개념이 강남 유흥업계의 새 트렌드로 뜨고 있다. 풀살롱이란 ‘풀코스 서비스와 룸살롱’의 합성어다. 기존 룸살롱 서비스에다 각종 파격 서비스까지 곁들이는 신종 개념이다. 심한 경우 수식어 하나가 더 붙는다. 지방의 특정 도시 이름을 붙여 ‘○○식 풀살롱’이 ‘극단적 하드코어’ 업소로 통하고 있다. 룸 안에서 모든 서비스가 다 이뤄지는 신종 트렌드다.
업계 종사자들에 따르면, ‘○○식 풀살롱’의 술값 계산은 일반 룸살롱과 차이가 있다. 1인당 25만~30만원 정도다. 4명 기준으로 양주 2병과 기본 과일안주가 나온다. 양주 한 병을 추가할 경우 20만원 정도의 비용이 추가된다. 이곳에선 입실 2시간에서 2시간30분이 지나면 연장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1시간을 연장하려면 최소 양주 한 병을 추가해야 한다.
여종업원들의 접대 서비스는 이른바 ‘북창동식’이다. 흔히 유사성행위가 진행되는데, 룸 안에서의 흥정에 따라 성매매가 벌어지고 심지어 룸 안에서 성행위까지 이뤄지기도 한다. 인근 숙소를 찾을 경우 손님 당 3만~5만원의 추가 비용이 더 든다.
보통 풀살롱의 경우 강남식 룸살롱과 북창동식 하드코어가 접목된 것으로 이해할 수 있지만 ‘○○식 풀살롱’의 경우 ‘불경기에서 살아남기 위한 몸부림’의 정도를 넘어선, 명백한 불법영업이다.
그나마 ‘퍼블릭’은 다행
이들 업소와 달리 꾸준하게 정석대로 영업을 하고 있는 곳도 많다. 부침이 극심하고 간판이 수시로 바뀌는 강남 유흥업 바닥에서 지난 2002년부터 지금껏 8년째 하나의 업소 명으로 버티고(?) 있는 곳이 있어 찾아갔다.
1월13일 오후 6시30분 삼성동 포스코사거리 부근의 이 업소는 업계에서 꽤나 유명했다. ‘퍼블릭 룸살롱’이라는 개념을 처음 정착시킨 곳으로 통했다. 일반 룸살롱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술을 제공하고, 특히 바가지 술값 걱정은 없게 한다는 전략이 주효했다. ‘정찰제 술집’은 히트를 쳤고, 2003~2004년에는 이 업소의 퍼블릭 영업을 벤치마킹하러 오는 업주들이 많았다고 한다. 그러면서 퍼블릭은 강남 유흥업계의 한 ‘장르’가 됐다.
하지만 이곳 역시 최근 경기 한파 된서리를 맞고 있다. 지난해 11월엔 매출이 20% 떨어졌다. 12월과 1월초엔 때가 때인 만큼 매출이 비교적 안정적이었지만 앞으로가 걱정이라고 했다. 강남 지역에서 ‘20% 감소’는 양호한 성적이라고 하지만 당사자 입장에선 매출 급락 때문에 부담이 크다.
이 업소 최일호 이사의 이야기다.
“우리도 불경기 때문에 어렵지만 (강남 지역 유흥업소 중) 매출이 반 토막, 심지어 3분의 2가 날아가 버린 곳이 한 둘이 아닙니다. 매출이 떨어지면 간판을 바꾸고 새로운 영업진을 구축하는 게 이곳 생리인데 지난해 하반기부터 불어 닥친 불경기 때문에 부침이 더 심해졌습니다. 아주 최악입니다. 이런 중에 우리가 그나마 선방하는 가장 큰 이유는 술값이 상대적으로 저렴한 데다 업소 홈페이지나 입소문을 통해서 손님들이 술값을 미리 정확히 알고 오기 때문인데, 주머니 사정이 조금 약한 분들도 접근이 용이하니까 최고급 룸살롱보다 아무래도 가깝게 여겨지는 거지요.”
고급 업소의 경우 ‘VIP 단골들’이 매출을 책임지다시피 하는 경우가 많은데 단골 몇 명이 휘청하면 업소까지 크게 타격을 받는 일이 흔하기 때문에 불경기 여파를 심하게 받는다는 것이다. 반면 퍼블릭의 경우 끊임없는 온·오프라인 홍보로 인해 불특정 다수의 손님 발길이 있어 그나마 여유가 있다. 또 접대 목적으로 오는 손님들이 많은데 요즘 같은 때엔 회사 방침상 고급보다는 퍼블릭 쪽을 찾는다고 한다. 때문에 이번 불경기 탓에 신규 손님까지 생겼다.
‘적지 않은 유흥업소가 살아남기 위해 불법적인 변칙영업을 하고 있는데 매출 신장을 위해 변칙영업을 해봐야겠다는 유혹을 받지 않느냐’고 물었다.
이에 대해 최 이사는 “룸 안에서 별별 불법적인 성행위가 이뤄진다고 할 때, 그런 곳은 사실 친한 친구들끼리나 갈 수 있지, 비즈니스 접대 자리라던가 거래처나 직장 선후배 친목도모 자리까지는 부자연스럽지 않겠느냐”면서 “우리가 우직하게 퍼블릭를 고집하는 이유는 그만한 수요가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최 이사는 불경기와 불법·퇴폐 업소들의 성장에 대해서도 말을 이었다.
“우리 같은 경우 특소세만 연 4억원쯤 내고 있는데 요즘 같은 불경기에 특소세 때문에 1종 업소들은 죽을 지경입니다. 1종으로 장사를 하다가 안 되면 결국 단란주점이나 노래연습장 같은 것을 하면서 보도(업소에 상주하지 않은 여성 도우미)를 불러 불법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영업을 하게 되는 거지요. 냉정하게 보자면 특소세 때문에 불법?퇴폐영업이 늘어난다고도 볼 수 있습니다. 더군다나 요즘 같이 불경기까지 겹쳐 세금 피해 달아나는 사람들이 어디 한 둘이겠습니까.”
경기 한파로 룸살롱 등 유흥업소의 불황타개 몸부림은 이렇듯 극단적으로 두 갈래 방향으로 나뉘고 있다. 일부 불법·퇴폐영업으로 불황을 이겨보려는 일부 업소와 대중성과 건전성을 앞세워 홍보에 열을 올리고 있는 업소들이 그들이다. 두 얼굴의 ‘룸의 변신’에서 살아남는 쪽은 어디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