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지형 최대한 살린 코스에서 원기 충전
경북 경산시 평산동 일대 비슬산 끝자락, 백자산 기슭에 위치한 인터불고 경산CC는 매화낙지형(梅花落地形)의 명당자리로 불린다. ‘생기(生氣)가 모이고 혈(穴)이 흐르는 모양’이라고 지관(地官) 서천석씨가 명명한 곳이다. 매화낙지형은 ‘매화꽃이 만발해 땅에 떨어져 기를 만들어 내는 형국’이라는 의미다. 밟고 다니는 것만으로도 건강한 기(氣)를 받는다고 한다. 이런 매화낙지형의 특별함을 담은 필드에서의 라운드는 플레이 내내 지친 심신을 달래주며 원기를 충전시켜 준다.
인터불고그룹은 대구 호텔인터불고와 40여 척의 원양어선단 등 국내외 20여 개의 계열사를 둔 다국적 기업이다. 앙골라에 주력사업인 수산업의 전진기지를 두고 있으며, 스페인과 네덜란드, 앙골라, 가봉 등에서 호텔과 골프장 등을 경영하고 있다.
인터불고는 스페인어로 ‘화목한 작은 마을’이라는 의미다. 인터불고 경산CC는 이런 이름처럼 천혜의 비경 속에 목가적인 평화로움을 선사하는 아름다운 골프장으로 보는 이들의 눈과 마음을 설레게 한다. 이 골프장은 169만7224㎡의 규모에 27홀(파 109)로 구성돼 있어 국제 대회 유치가 가능하다. 이미 국내에서는 2007년 10월 정식 개장 직후 KLPGA 인터불고 마스터즈 대회를 창설해 지난해 2회 대회를 개최했다. 김수명 대표는 “원래 36홀 규모의 면적에 27홀을 만들었다”며 “거리와 파의 구성에서도 다양함을 갖췄으며, 홀마다 레벨과 시야를 달리해 쉽지 않은 코스”라고 설명했다.

790m 파 6홀 인상적
인터불고 경산CC는 마운틴·밸리·스카이 3개 코스로 이뤄져 있다. 원래 코발트 광산이었던 곳을 골프장으로 만들어 대부분의 법면은 암반으로 이뤄져 있었다.
그야말로 상전벽해가 된 셈이다. 하지만 아직은 울창하지 않은 수목이 개장 2년밖에 되지 않았음을 말해주고 있다.
마운틴 코스는 산과 산을 넘나드는 남성적인 코스다. 울창한 수림대 사이로 그린을 공략하는 도전적인 코스로 사시사철 자연이 연출하는 비경과 맑은 공기, 자연 암반의 노출 그리고 파 6홀 등을 경험할 수 있는 특별한 코스다. 3번 홀(파3)은 100일동안 빨간 꽃이 피는 배롱나루를 군식해 한 여름에도 꽃을 감상할 수 있도록 했다.
특히 4번 홀(파4)은 봄·여름·가을에 병풍처럼 둘러싸인 거대한 바위 사이로 시원한 폭포를 연출할 수 있도록 했고, 노출된 바위 주위로 단풍나무를 심어 계절의 변화를 느끼게 했다. 동반 라운딩에 나선 최만수 이사는 “겨울이라 폭포와 분수를 운영하지 않고 있어 삭막해 보인다”며 아쉬워했다.
클럽을 대표하는 9번 홀(파6)은 790m의 최장 홀이다. 좌측 전반에 흐르는 계류와 티잉 그라운드 우측의 기존 수림대로 인해 경치가 일품이다. 넓은 초원 위에 확 트인 시야를 확보할 수 있으며, 백자작나무를 러프지역에 심어 울창한 자작나무 숲을 연상할 수 있도록 했다.
밸리 코스는 연못들이 그린과 아름답게 어우러진 매력적인 코스다. 그린 주변에 굽이쳐 흐르는 해저드성 연못과 대형 벙커가 인상적이다. 또 아기자기한 계류들의 조화는 라운드의 색다른 즐거움을 선사한다. 최 이사는 “주변 자연지형을 최대한 살려서 노출된 바위 주위로 야생화를 파종해 봄, 여름, 가을에 우리나라 야생화를 감상할 수 있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이 코스의 9번 홀(파5)은 전형적인 영웅형 스타일의 홀이다. 스코어를 만회하기 위해서는 그린 전면의 연못을 넘겨 그린에 착지시켜야 하는 위험이 따른다. 짧은 두 번째 샷을 통해 3온 하는 공략루트가 인상적이다. 대형 연못에 묶여 있는 3척의 요트는 한 폭의 아름다운 그림이다.
스카이 코스는 하늘이 있는 풍경과 함께 할 수 있는 코스다. 경산 시내를 훤하게 바라보며 날리는 티샷의 상쾌함을 느낄 수 있다. 2번 홀에서 4번 홀은 스코틀랜드 링크스 스타일로 교목을 배제하고 억새 등으로 홀 경계를 만들어 잔디와 어울려 넓은 초원을 연상할 수 있도록 했다.
그린잔디는 볼 스피드가 빠른 벤트그라스를 식재했으며, 티잉 그라운드 및 6개의 파3 페어웨이에는 양잔디 중 켄터키 블루 그라스를 식재해 사계절 내내 푸름을 즐길 수 있도록 설계했다. 또 벚나무, 산딸기나무, 이팝나무, 느티나무, 은행나무, 단풍나무, 매화나무 등 각종 수목을 심어 각양각색 사계절의 매력을 맛볼 수 있다.
파3 전 홀에서는 홀인원 이벤트가 실시되고 있었다. 마침 취재가 있던 날, 서울서 온 골퍼가 홀인원을 기록했다는 것을 취재 막바지에 들을 수 있었다.
스페인풍의 클럽하우스
일반적인 골프장의 클럽하우스가 공간의 확장성과 기능적인 부분에 중점을 두었다면, 인터불고 경산CC의 클럽하우스는 건강을 고려한 웰빙형 공간으로 설계했다. 스페인풍의 웅대한 외관 속에 한국 전통양식을 가미해 친근감을 연출했다. 클럽하우스의 로비는 전면의 시원한 창으로 한눈에 펼쳐진 3개의 코스를 실내로 끌어들여 내외부의 경계를 잃은 듯한 공간의 풍부함으로 자연 속의 자연을 설계했다.
로비 중앙에는 계단과 벽면을 통해 자연의 느낌을 실내에 유입시키고 원형 천장의 형태와 화려한 샹들리에를 통해 고풍스러운 분위기를 자아냈다. 개인의 프라이버시가 최대한 보호되도록 한 독립적인 샤워시설, 개별 부스 타입의 파우더 룸, 입출입 시 해충으로부터 안전할 수 있도록 한 소독시설 등의 기능을 갖춰 5성급 호텔의 서비스와 맛을 그대로 느낄 수 있는 고품격 휴식공간으로 꾸몄다. 깨끗하고 청량한 느낌을 선사하는 3레인의 야외 수영장과 2면의 테니스장을 무료로 이용할 수 있게 만들어 고객 만족을 위한 세심한 배려도 돋보인다.
서울서 자가용을 이용하면 먼 거리이긴 하지만 KTX를 이용하면 2시간30분 정도면 도착할 수 있을 정도로 접근성 또한 용이하다. 대구광역시 수성구 범어네거리에서 약 20여 분 거리에 위치해 있고, 경주·구미·안동·포항·울산 등은 물론 부산에서도 1시간이면 충분하다.
Interview
김수명 대표
“10년 후 세계 100대 골프장 진입이 목표”

“세계 100대 골프장 진입이 목표입니다. 이제 첫 걸음을 뗀 신생 골프장으로서는 버거운 목표일지 모릅니다. 하지만 10년 후 정도면 충분히 달성 가능할 것이라고 봅니다.”
지난해 9월 취임한 김수명(58) 대표는 이러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최고의 코스 컨디션 유지와 최상의 서비스 제공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코스의 조경과 경쟁력 있는 서비스 마인드를 갖추기 위해서는 시간이 필요하다”며 “서두르지 않고 검증된 절차를 거쳐 차근차근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 대표는 골프장 경영과는 거리가 먼 은행맨이었다. 2007년 대구은행 부행장을 마지막으로 37년 동안 은행에서만 근무했다. 그는 골프장이 은행과 마찬가지로 서비스업종이지만 다만 수익성을 극대화해야 한다는 점에서 분명한 차이가 있다며 재무경영에 치중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지방의 회원제 골프장으로서 수익을 극대화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회원의 권익 보호와 회원 위주의 경영으로는 수익을 보장받을 수 없다. 반면 수익에 신경을 쓰다보면 회원들의 불만이 높아진다.
“정회원의 잔여타임에 비회원들의 예약을 오픈해 수익성을 제고하는 것은 불가피합니다. 다만 회원을 고려한 적정한 수준을 찾고, 여기에서 나온 수익을 골프장 인프라에 재투자할 계획입니다.”
김 대표는 수익성 제고를 위해 그룹사인 호텔인터불고와 연계한 원거리 골퍼를 위한 패키지 상품을 개발 중이며, 전 홀에 라이트시설을 갖추어 야간개장도 준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특히 차별화된 서비스만이 향후 경쟁력 확보의 관건이라고 보고 있다. 이러한 차원에서 진행하고 있는 이색 서비스 하나. 이곳에선 캐디들의 음료와 식사비용을 클럽 측에서 부담한다. 이는 캐디들의 서비스 마인드를 제고하기 위한 것이기도 하지만 고객에 대한 배려이기도 하다.
김 대표는 밖에서는 가장 한가해 보이는 겨울철이 골프장으로서는 가장 중요하고, 바쁜 시기라고 말한다. 미리 봄이 왔다고 가정하고 철저한 준비에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개장한 지 2년이 지나면서 그린이 침하하는 등 구조적인 문제점이 나타나기 시작했습니다. 조경이나 수질뿐만 아니라 생육이 중지된 잔디도 지금 관리하지 않으면 화려한 봄을 맞이할 수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