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산발전 서비스 기업 활성화되면
소비자가 전력상품 선택한다
캘리포니아에서는 1998년 3월 전력거래소를 개장함으로써 시장논리에 따른 전력 공급이 시작됐고, 한동안 큰 문제없이 운영돼왔다. 그러나 2000년 초반, 민간 전력 회사들의 전력 공급량이 요동을 치더니 4월부터 공급예비율이 적정치보다 밑돌기 시작했다. 결과적으로 2000년에만 27번의 비상제한송전이 이루어졌으며, 전기 도매가격은 1999년도에 비해 약 4배 정도가 올랐고 주정부의 소매요금 동결에 따라 2001년 3월 전력거래소는 폐쇄되고 말았다.
만약 캘리포니아에 지역별로 소규모 발전 설비를 갖고 전기를 공급하는 기업이 있었거나 대형 건물 및 가정에서 자가로 전기를 발전시킬 수 있는 시스템이 있었다면 어떻게 됐을까? 아마도 전기 도매가격은 자가발전 비용보다 낮은 수준에서 결정되고, 대규모 정전 사태는 발생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어쩌면 미국 정부에서 추구했던 소비자에 의해 움직이는 전력 시장이 형성될 수 있었을지도 모를 일이다.
대형공장·건물에 발전설비 갖추고 전력공급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분산 발전이란 기존의 대규모 중앙집중형 발전과 달리 소규모로 수요지 주위에 분산 배치하는 발전 방식을 의미한다. 중앙집중형 발전은 대단위 화력·수력·원자력 발전소에서 생산된 전기를 전국에 깔려있는 송배전망을 통해 일반가정이나 건물에 공급하는 방식이다. 분산 발전은 대형 공장이나 건물에 발전 설비를 갖추고 필요한 전력을 공급하는 방식이라 이해할 수 있다.
이러한 분산 발전이 관심을 끌고 있는 이유는 중앙집중형 발전 방식에 비해 몇 가지 장점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우선 분산 발전은 수요지 근처에 위치함으로써 생산된 전기를 수요지까지 공급하는데 필요한 송배전 인프라 건축비용과 운영비용이 대폭 절감된다. 생산된 전기를 수요지까지 전달하는 과정에서 무효전력(교류로 전력을 전송할 경우 전력망은 소비되는 전력 외에 어느 정도의 전력을 항상 갖고 있어야 하는데, 이러한 전력을 무효전력이라 함)으로 인한 에너지 손실을 대폭 감소시킬 수 있다.
두 번째 장점은 대단위 발전소 건립에 대한 부담감을 감소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와 같이 국토의 면적이 좁은 나라에서는 발전소 부지 확보와 송전선을 건설하는데 많은 어려움이 있다. 예를 들어 중앙집중형 발전 중 효율이 높다고 하는 원자력 발전소는 후보 지역 선정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으며, 수력 발전소는 환경보호단체의 견제를 받을 수 있어 발전소 건립에 많은 어려움이 따른다.
발전소 건립이 확정된다 하더라도 토지보상금과 같은 경제적 손실의 발생은 중앙집중형 발전소 건립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하지만 분산 발전의 경우 발전소의 규모가 작아서 중앙집중형에 비해 부담감이 적다.
세 번째 장점은 전력계통의 신뢰성을 높일 수 있다는 것이다. 중앙집중형 발전은 분산 발전에 비해 광역 송배전망을 갖게 되는데, 같은 송배전망 안에서 전체 수요와 공급이 1초라도 맞춰지지 않으면 계통망 전체가 붕괴되는 광역정전 사태가 발생하게 된다. 물론 분산 발전에서도 전력 수요와 공급의 불일치로 인한 계통망 붕괴 현상이 발생할 수 있지만 해당 지역의 계통망만 붕괴되기 때문에 광역정전 사태는 방지 할 수 있는 것이다.
분산발전 실용화 ‘첩첩산중’
분산발전은 이같은 장점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실용화되기에는 몇 가지 문제가 있다. 첫 번째는 분산 발전을 위한 초기 투자비용의 부담과 운영에 대한 부담이 지나치게 크다는 것이다. 중앙집중형 발전 서비스를 이용할 경우 소비자가 전기를 사용하기 위해 투자되는 비용은 거의 없다.
반면 분산 발전을 이용하고자 할 경우에는 소비자가 직접 발전시설에 대한 투자 및 운영에 필요한 비용을 지출해야하기 때문에 많은 부담을 갖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이 같은 문제점에 대해서는 일본의 온사이트 발전 서비스가 좋은 해결책이 될 수 있다. 일본에서는 분산 발전이 실용화됨에 따라 사용자의 리스크를 안고 발전 서비스를 대행해주는 기업들이 나타났는데, 이를 온사이트 발전 서비스 기업이라 부른다.
온사이트 발전 서비스는 수요자들이 소유하고 있는 부지에 발전 설비를 설치하며, 리스백 또는 렌탈 형식으로 발전 설비를 제공하고, 체계화된 관리 시스템으로 발전소 운영을 지원한다. 특히 화력을 기반으로 발전하는 경우에는 발전에 필요한 연료비를 장기선물 헤지 등을 이용함으로써 수요자의 발전 연료비 부담을 경감시켜주고 있다.
잉여 전력에 대해서는 전력 유통사업자에게 공급함으로써 전력 생산자로서의 수입을 보장하고 있다. 일본의 사례를 토대로 판단할 때 국내에서 분산 발전을 활성화시키기 위해서는 일본에서와 같은 온사이트 발전 서비스 산업을 정책적으로 육성할 필요가 있다. 정부의 적절한 육성책이 지원될 경우에는 향후 유망한 사업 분야로 부상할 수 있다. 실제 미국의 마케팅 리서치 회사인 BBC Research가 발행한 보고서에 따르면 세계의 분산 발전 기술은 2007년 438억달러에 달했으며 2008년에는 510억달러, 2013년에는 1270억달러로 연평균성장률이 20%로 확대될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다.
두 번째는 기술적으로 극복해야할 문제가 많이 남아있다는 것이다. 현재까지 분산 발전은 대부분 화력발전 방식(디젤엔진, 가스엔진, 가스터빈, 마이크로가스터빈 방식 등)이 적용되고 있는데, 이는 화석에너지 부족과 탄소저감 문제 때문에 반드시 극복돼야만 하는 부분이다.
장기적으로 분산 발전이 경쟁력을 갖기 위해서는 발전연료비용을 최소화할 수 있어야 한다는 차원에서 신재생에너지 기반의 발전설비의 개발이 필요하다. 다행히 분산 발전 방식은 중앙집중형 발전 방식에 비해 대용량 전기에너지의 생산에 대한 부담이 적기 때문에 신재생에너지원을 활용하는 데 유리하다고 할 수 있다. 문제는 아직까지 신재생에너지 기술이 화력발전에 비해 경제성이 낮기 때문에 화력발전을 대체할 정도로 에너지 효율성을 높여야 하는 기술적인 과제를 갖고 있다.

분산 발전 활성화 시 기대효과
만약 지금까지 제시된 문제들이 해결돼 분산 발전이 활성화된다면 국가적으로 기대할 수 있는 효과도 엄청날 것으로 보인다.
첫 번째는 새로운 산업이 등장함에 따라 고용창출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는 점이다. 분산 발전을 위해서는 지역별로 발전소가 운영되기 때문에 특정 지역에 편중된 고용 창출보다는 지역별 소비 전력에 비례하는 고용 창출이 일어나게 된다. 또한 신재생에너지 기반의 분산 발전이 보급될 경우에는 신재생에너지 관련 분야에서의 고급 개발인력들에 대한 고용 창출이 일어날 수 있다.
두 번째로 분산 발전 수출국으로의 도약을 기대할 수 있다. 분산 발전은 소규모의 발전-송전-배전 시스템이 함축돼 있는 단위 시스템으로 중앙집중형보다 해외 진출이 용이하다. 특히 신재생에너지 기반의 분산 발전 시스템이 개발될 경우에는 비산유국을 대상으로 분산 발전 시스템을 수출함으로써 에너지 산업 주도 국가로서의 이미지를 갖게 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중앙집중형 전력 회사(한국전력) 중심의 전력 산업에 건전한 경쟁을 유도하는 기폭제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분산 발전 서비스 기업이 활성화될 경우 최종 소비자들은 전력 상품에 대한 선택권을 갖게 될 것이다. 기존의 중앙집중형 전력 회사 입장에서 이러한 대체제의 등장은 사업 전략 변화의 동인이 될 수 있으며, 분산 발전과의 경쟁을 위해 원가절감을 위한 기술을 개발하거나 분산 발전 시장에 진입함으로써 소비자들에게 값싸고 질 높은 서비스를 제공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