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풍국은 지기의 기운을 분석하는 작업으로, 땅은 단순한 흙과 돌로 구성된 죽은 무생물체가 아니다. 땅은 살아 꿈틀거리는 생명력을 가진 유기체로서 땅속에는 흘러 다니는 지기가 있다. 이는 정해진 통로를 따라 흐르는데 지맥이라 한다.
지맥을 따라 흐르는 땅의 생기를 얻어 인간의 삶에서 피흉추길(避凶趨吉: 흉한 일을 피하고 좋은 일에 나아감)을 추구하고자 한 것이 풍수의 중요한 특성이다. 인자수지에 ‘인걸지령(人傑地靈)’이란 바로 땅의 기운이 인정(人丁)을 관장한다는 것이다. 즉, 인물은 지기를 받아야 된다는 것이다.
땅의 모습 따라 좋고 나쁨 해석
성국분석에서 땅(지기)의 기운을 분석하는 기본은 형세와 형국으로 나눌 수 있다.
형세는 지기의 족보에서 시작된다. 우리나라의 지기족보란 중국의 곤륜산에서 시작해 백두산을 태조로 삼아 백두대간을 지나 한반도에 들어오는 지기 흐름을 의미한다. 분석 대상 지역의 지기가 어떻게 형성돼 있는지를 보기 위해 지기의 족보와 지역 구조를 보는 것이다. 형세의 골격은 산줄기들을 나타내는 대동여지전도와 산경표를 통해 전체를 한 눈에 파악할 수 있다. 최근에는 구글어스(Google Earth)를 통해 분석하기도 한다.
형국은 특정한 장소가 갖고 있는 자연의 질서체계를 생명체에 비유함으로써 땅의 기운과 특성을 드러내고자 하는 것에서 비롯된다. 분석지역의 특징을 사람이나 동식물에 비유해 특성이나 장소를 명확히 하려는 것으로, 땅이 살아 있음을 강조하는 풍수의 전형적인 사상을 뒷받침하고 있다. 특정 부분의 땅이 어떤 형상을 이루고 있는가를 살펴 그 모습에 따라 땅의 좋고 나쁨을 해석한다. 이러한 자연인식은 다양한 산천의 겉모습에는 각각 그에 상응하는 기운이나 정기가 내재해 있다는 생각에서 출발한다.
분석 대상 지역은 형세로든, 형국으로든 전체적으로 기의 흐름을 보는 것이 중요하며 어떻게 지속적으로 생기를 받고 있는지 분석하는 것이 관건이다.
예를 들어 필자가 근무하고 있는 대학은 백두대간의 기맥이 낙남정맥(지리산 영신봉에서 낙동강 남쪽을 가로지르며 김해 분성산까지 약 299km에 이르는 산줄기의 옛 이름)의 끝자락인 천주산을 통해 경상남도 도청 뒤에 있는 정병산을 경유해 비음산을 조산으로 창원시 중앙동을 거쳐 공설운동장 F3 경주도로가 있는 산을 통해 대학을 중심으로 오른쪽으로 기운이 들어오고 있다. 이렇게 분석하는 것이 형세적 분석이다.
대학으로 들어오는 맥을 기준으로 보면 조산에서 맥이 흘러들어와 대학 오른쪽을 돌아 대학 뒤로 감싸준다. 그리고 대학은 조산인 비음산을 바라보고 있다. 마치 손자가 할아버지를 바라보는 형태를 취하고 있는 회룡고조형(回龍高祖形)으로 대단히 좋은 형국을 이루고 있다. 이를 형국적 분석이라 한다.
명당은 산의 앞면에 있어
풍수에서 땅은 다양한 표정과 모습을 가진다. 산에도 표정이 있고 같은 땅이면서도 면과 배의 모양이 다르며, 땅도 유정한 곳과 무정한 곳으로 분류할 수 있다.
인간의 이목구비와 생식기는 신체의 앞면에 있다. 나뭇잎의 경우도 앞면은 매끈하고 반짝이지만 뒷면은 거칠고 빛이 나지 않는다. 신체나 나뭇잎처럼 산도 앞면과 뒷면이 있다. 결론부터 내리자면 명당은 산의 앞면에만 있다. 산의 뒷면에는 명당이 존재하지 않는다. 이는 사람의 생식기가 몸 앞에 있고 꽃과 열매가 잎 앞면에서만 피고 맺는 것과 동일하다.
산의 앞면은 형태가 평탄하고 안정적이며 산의 뒷면은 굴곡이 심하고 험한 바위가 불규칙하게 있다. 다만 산의 앞면이 햇살을 잘 받는 남향일 것이라는 생각은 선입견에 지나지 않는다. 산의 앞과 뒤는 방위하고는 전혀 무관하다. 앞면이 북향일 수도 있고 남향일 수도 있다.
필자가 풍수대학원에 다닐 때 박시익 한성대 부동산학 교수와 경북 고령 대가야 고분으로 답사를 간 적이 있었다. 박 교수는 우리나라 최초 풍수논문으로 고려대에서 석·박사 학위를 받으며 풍수를 제도권 학문으로 정착시키는 데 지대한 역할을 했다. 고분 답사를 마치고 내려오는 길에 고령에 있는 G대학교 캠퍼스가 한눈에 내려다 보였다. 그 캠퍼스는 산을 사람에 비유하면 항문 뒤에 위치한다는 것을, 산의 앞과 뒤를 아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 수 있는 곳에 자리 잡고 있었다.
그때 박 교수의 한마디가 기억에 남는다. “저 대학 캠퍼스 한번 보라고, 산 뒤에서 똥밖에 더 얻어먹겠는가?”꼭 풍수가 직접적인 이유만은 아니겠지만 G대학교는 대학 운영이 쉽지 않아 경남 김해에 제2 캠퍼스를 조성, 그곳이 실질적인 대학본부 역할을 하고 있다.
성국분석에서 중요한 것은 분석 대상 터가 지기에서 생기를 받으려면 무조건 산의 앞면에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즉, 위치를 정할 때 반드시 산의 앞과 뒤를 구분한 다음, 산의 앞면에 건물을 지어야만 발전을 기대할 수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