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침체 한파 직격탄을 맞은 사람들은 바로 자영업자들이다. 불황을 이유로 소비자들이 주머니를 굳게 닫아 문을 닫는 자영업자들이 급격히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1월 자영업자 수는 558만7000명으로 지난해 11월의 600만3000명에 비해 41만6000명 줄었다. 새로 창업한 이들의 숫자를 빼면 실제 폐업자들의 수는 50만 명을 웃돌 것으로 보인다. 기자는 위기에 놓인 자영업자들의 실상을 직접 느끼고자 3월13일 서울 마포구 서교동에 있는 횟집 ‘오대양 씨푸드’에서 1일 점원으로 일했다. 살아남기 위해 몸부림치는 ‘오대양 씨푸드’ 김길성(38) 사장의 ‘눈물과 한숨 24시’를 함께 했다.

식당 1일 취업기

“물가 올라도 너무 올랐어요

  그렇다고 밥값을 올렸다간…”

기자는 지난 3월13일 오전 10시께 오대양 씨푸드로 출근, 홀 청소를 하는 것으로 일과를 시작했다. 168.50㎡ 규모의 식당은 부엌, 홀(테이블 4개)과 방(7개)으로 구성돼 있다.

김 사장이 하루 주문해야 할 목록을 점검하는 동안 직원들이 하나둘씩 출근했다. 오대양 씨푸드의 전 직원은 전문적으로 회만 뜨는 사장, 홀서빙 두 명(여), 조리사 두 명 등 5명이 전부다.

대충 정리가 끝난 오전 11시 쯤 식당직원들의 늦은 아침식사가 시작됐다. 재빨리 식사를 마친 홀서빙 직원들은 한쪽에 서서 식사 전에 나갈 샐러드와 밑반찬을 그릇에 담으며 한마디 던졌다.  

“장사 안 되면 눈치 보여서 밥도 제대로 못 먹어요. 월급 받기도 미안할 정돈데….”

오전 11시45분쯤 첫 손님들이 들어왔다. 식당 부근의 은행 직원들로 간간이 들르는 단골들이다. 이들은 점심메뉴로 생대구탕(1만원), 알탕(8000원), 생태탕(8000원) 등을 시켰다. 초밥세트(1만5000원), 참치회세트(3만원)도 잘 나가던 메뉴였지만 요즘 들어 찾는 사람이 거의 없다고 한다. 

“예전엔 생태 한 마리에 5000원이었는데 지금은 1만원, 비쌀 때는 1만2000~1만3000원까지 해요. 물가가 올라도 너무 올랐죠. 그렇다고 밥값을 올리겠어요? 그러면 누가 오겠어요. 이렇게 장사해서 남는 것은 없지만 손님 끊길까 무서워 가격을 올리지도 못하고 있는 거예요.”

12시가 넘자 손님들이 몰려들기 시작했다. 3일 전만 해도 같은 시간대에 손님이 뚝 끊겼다던 주인의 말과는 달리 문전성시를 이뤘다. 일곱 개의 방과 홀의 테이블이 다 채워지고 또 빠져나가기를 몇 차례 반복했다.

이 식당은 뜨내기손님은 거의 없고 대부분 단골 위주의 장사다. 메뉴 선택은 이전 손님들과 별 반 다를 게 없었다.

2시간여 점심전쟁 이후 손님 발길 딱 끊겨

오후 1시 반쯤엔 손님이 썰물처럼 빠져 나갔다. 이후 드문드문 들어오는 손님은 있었지만 혼을 쏙 빼놓던 점심시간보다는 일하기가 훨씬 수월했다.

오후 2시 반이 지나자 식당의 홀과 방은 텅 비었다. 이날 점심 매출은 대략 60만원 정도. 1주일 전에 비하면 이날 매출은 괜찮은 셈이었다고 한다. 그러나 김 사장의 얼굴색은 그리 밝지 않았다.

“점심시간에는 평균 20명은 오는데 그나마 오늘은 좀 있었네요. 40명 정도는 왔다갔잖아요. 근데 탕 몇 그릇 팔아봐야 남는 것도 없어요. 저녁에 손님이 있어야 남는 장사 하는 건데…. 술 한 잔씩 하면서 안주로 회를 찾잖아요. 그럼 1인당 보통 7만원은 하니까 다섯 명만 와도 금방 40만~50만원은 나오니까 그렇게 재미 보는 거죠.”

오대양 씨푸드는 지난해 4월부터 하루 매출 100만원을 넘기기가 힘들다. 하루 평균 매출이 최소 150만원은 돼야 현상유지 하는데 지금은 재료비까지 30%나 올라 한숨만 나올 뿐이다. 한 달에 가게 임대료 400만원, 전기세·수도세·가스요금 포함한 공과금 150만원, 인건비 700만원, 재료비 800만원 등 2000만원이 지출되는데 버는 돈이 2000만원 안팎이다. 김 사장이 가져가야 할 돈은 거의 없는 셈이다. 지출을 줄일 방법은 없는 걸까.

“우리 같은 자영업자나 대기업이나 힘들어지면 사람부터 쳐내는 건 똑같죠. 작년 4월 전까지만 해도 홀에 다섯 명까지 뒀었는데 장사도 안 되고 해서 두 명으로 줄였어요. 수가 적어서 손님이 들이닥칠 때는 정신없지만 힘들어도 지금처럼 하는 게 그나마 나은 거예요. 주말에는 손님 없어서 장사 안하니까 여기 일하는 분들도 주말엔 파출부 일 하세요. 보통 다들 그렇게 돈 벌고들 살아요.”

김 사장과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 다른 직원들은 각자 방에 들어가 휴식을 취했다. 보통 점심 때 전쟁 한 번 치르고 나면 오후 4시까지는 잠을 잔다고 한다.

10년동안 종업원으로 일하다 식당 차려

김 사장은 20년 전, 18세의 나이로 전남 함평에서 무작정 서울로 올라왔다. 아무 연고도 없었던 그가 마땅히 지낼 곳이 없어 취직한 곳이 횟집이었다. 한 달 월급 15만원을 받으며 갖은 고생을 겪었다. 주방의 온갖 잡일 외에 간간이 회 뜨는 기술도 배우며 밤에는 식당 한쪽에서 새우잠을 자며 지냈다. 그렇게 그는 여러 횟집을 다니며 경력을 쌓았고, 10년 만에 식당을 차릴 수 있었다.

“1980~1990년대에는 우리 동네 10개 식당하고만 경쟁해서 이기면 먹고 살만 했지만 지금은 100개 식당과 경쟁해서 살아남아야 합니다. 식당도 이젠 무한 경쟁시대를 맞고 있습니다.”

8년 동안 장사를 해 온 김 사장은 주변 여러 사람들에게 창업에 관한 문의를 받는다. 하지만 그는 경기가 힘들어지다보니 무작정 창업을 하려는 사람이 늘어 걱정스럽다고 했다.

“‘가게 빡세게 10년 해서 돈 좀 벌어서 작은 건물이라도 사서 세받아 먹고 살아야지’하는 생각은 버려야 돼요. 장사 시작하면서 그 장사에서 벗어날 생각부터 하는 사람이 무슨 수로 요즘 같은 세상에 10년 동안 꾸준한 수익을 낸답니까? 진짜 장사해서 돈 번 사람들은 그렇게 안삽니다.”

정부는 자영업자들이 신(新)빈곤층으로 전락하는 것을 막기 위해 대책 마련을 서두르고 있다. 기획재정부와 노동부 등 관련 부처는 이르면 올해 하반기부터 영세 자영업자들이 고용보험에 가입할 수 있게 법안을 마련 중이다. 현재 근로자가 직장을 잃을 경우 고용보험을 통해 실업급여를 지원받을 수 있으나 자영업자는 실업자가 돼도 실업급여를 받을 수 없는 실정이다. 또한 폐업할 경우 대책이 없다. 폐업 후 임금근로자로 옮기고 싶어도, 전직을 도울 직업훈련도 제대로 받을 수 없고, 임시직 외엔 제대로 된 일자리를 찾기란 하늘의 별따기다.

김 사장은 지금의 식당 이외에 다른 일은 생각해 본 적이 없다.  

“배운 게 도둑질이라고 다른 일은 꿈도 못 꿔봤어요. 돈도 없고 능력도 없고. 작년만 해도 다른 사업을 해 볼까 했는데 접었죠. 자금이 필요해서 은행에 들렀는데 이런저런 조건을 들이밀더니 결국 ‘대출 불가’ 통보만 날라 오더군요. 앞으로도 이 장사 해야지 뭐 뾰족한 수 있겠습니까.”

오후 4시가 가까워오자 직원들이 하나둘씩 다시 모습을 나타내 늦은 점심식사를 마쳤다.

김 사장의 형인 조리사 김대성씨(41)는 7년 전 결혼, 5살 딸이 하나있다. 김씨는 올해부터 딸을 미술학원에 보내기 시작했다. 미술학원을 선택한 이유는 일반 유치원보다 싸기 때문이다. 

“사실 애 엄마도 여기서 카운터 일을 보면서 돈을 벌었어요. 근데 가게가 어려워지니까 밖으로 나갔죠. 지금 웅진정수기 코디 하고 있어요. 애 엄마한테도 미안한 일이죠.”

13일의 금요일. 운 나쁜 날이라고 조심하라던 김 사장의 말이 곧 현실로 다가왔다. 오후 6시 쯤 들어온 저녁 첫 손님을 포함해 테이블 네 개를 더 갈아치웠지만 오후 7시 반이 지난 이후 발길이 뚝 끊겼다. 결국 손님이 들어오질 않아 오후 9시 일찍 마감을 했다. 경기가 회복되는 것 외에는 해답이 없다며 한숨짓는 김 사장의 어깨가  더욱 쳐져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