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초의 승부에 운명이 갈렸다. 4월8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코드게이트 2009 국제해킹방어대회’에서 한국의 ‘CParK(씨파크)’ 팀이 마지막 문제를 극적으로 해결하고 스페인의 ‘우비우비판다스(Woobi Woobi Pandas)’를 누르고 1위에 올라섰다.

41개국 1750개 팀이 예선에 출전, 본선에 오른 8개 팀이 4월7일 오전 10시에 시작해 다음날 오전 10시까지 24시간 동안 암호 해독, 시스템 방어, 바이러스 퇴치 등 20개 과제를 놓고 자웅을 겨뤘다.
“컴퓨터 실력을 인정받아서 좋았습니다. 하지만 졸려서 혼났어요.”
세계 해커 지존으로 우뚝선 씨파크(3명) 리더 조주봉씨(30·안철수연구소)는 그날의 감격을 담담하게 표현했다.
전라남도 강진이 고향인 조씨는 취미이자 특기가 컴퓨터로, 초등학교 때부터 소문난 컴퓨터광이었다. 게임보다 프로그래밍에 푹 빠져들었던 그는 “공부 잘 한다”는 말보다는 “컴퓨터 잘 한다”는 말이 더 듣기 좋았다고 한다.
초창기 컴퓨터 공부는 대부분 독학으로 해냈다. 중학교 시절, 아무리 봐도 이해되지 않는 원서 등 관련 서적들과 2년여 넘게 씨름하자 어느 순간 신기하게도 엉켰던 퍼즐이 척척 맞춰지듯 머리에 쏙쏙 들어왔다.
본격적인 해킹 공부는 대학 입학 후 사이버 공간에서 20대 모임인 ‘KLUSZ’라는 해커 동호회에 참여하면서였다. 그 후 실력이 급상승했다. 대학의 전공은 자신이 원하던 컴퓨터공학이 아닌 전자공학이었다. 하지만 이도 한 달 만에 종지부를 찍었다. 도대체 적성이 맞지 않았다.
곧바로 서울로 상경한 그는 PC방에서 먹고 자면서 동호회 사람들과 함께 해킹에 대해 파고들었다. 몇 달 뒤 재정적 후원자가 생겨, 동호회 회원들과 보안업체를 세웠다. 하지만 코스닥 상장을 눈앞에 두고 사기를 당해 회사는 부도가 나고 말았다. 무일푼 신세로 전락한 것이다.
한동안 노숙자로 전전하던 그는 막노동을 하면서 다시금 컴퓨터에 대한 도전의지를 불태웠다. 이번에는 학벌이 발목을 잡았다. 컴퓨터 보안업체들을 두루 옮겨 다녔지만 번번이 학력차별에 눈물을 훔쳐야 했다. 대학 졸업장이 없다는 이유로 몸값은 ‘자신의 실력’에 비해 턱없이 낮았고, 자격증 시험조차 응시하지 못했다고 한다. 결국 학점은행제를 시작해 컴퓨터공학과 4년제 졸업장을 받고, 전남대학교 대학원에 입학했다. 안철수연구소는 2007년 병역특례로 들어갔다. 그는 자신이 해커라는 데 자부심이 강하다.
“해커는 컴퓨터 전문가로, 취약점을 찾고 연구해 컴퓨터 발전에 굉장히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그의 소망은 5개월 된 아들과 함께 미래에 부자 해커로 세계를 제패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