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 수백 년간 인류 역사상에 없어서는 안 될 존재였던 종이가 사라지고 있다. 가장 큰 이유는 우리들이 사용하고 있는 종이가 잉크를 사용해 한 번 필기를 하거나 인쇄를 하면 내용을 수정할 수 없는 이른 바 ‘업데이트 불가’의 한계를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새롭게 등장한 것이 전자종이(e-Paper)다. 차세대 평판 디스플레이가 더욱 휴대하기 쉽고 적은 전력으로 구동할 수 있게 활용될 차세대 디바이스 기술이기도 하다.
전자종이는 한 장의 종이와 비슷한 형태로 제작되지만 일반 디스플레이 장치와 같은 화면을 보여준다. 한 장의 종이에서 동영상이 움직이는 신문을 볼 수 있고, 인터넷에 연결하면 최신 정보를 바로바로 확인할 수 있다. 즉, 두루마리처럼 들고 다니면서 지웠다 썼다를 반복할 수 있는 ‘꿈의 디스플레이’인 것이다.
전자종이 등장이 가져올 놀라운 변화들
전자종이란 개념은 1980년대부터 제록스의 팔로알토연구소에서 유래됐다. 무겁고 큰 공간을 점유하는 디스플레이 대체용으로 전자종이, 만능종이, 전자잉크 등으로 불리며 다양한 용도에 활용할 수 있다. 종이처럼 얇은 재질로 다운받거나 입력, 삭제, 저장이 가능하고 수백만 번 지우고 쓰기를 반복할 수 있다. 신문과 잡지, 도서 등을 대체하는 전자신문, 전자잡지, 전자책의 개념으로 응용할 수 있는 것도 물론이다. 뿐만 아니라 휴대전화, PDA, 웹 패드(Web PAD) 등에서도 활용이 가능하다. 컴퓨터가 장착된 옷이 등장한 것도 플렉서블 디스플레이 기술의 진보 덕분이다.
전자종이는 일종의 반사형 디스플레이로 기존 종이와 잉크처럼 높은 해상도, 넓은 시야각, 밝은 흰색 배경으로 표시매체 중 가장 우수한 시각 특성을 지닌다. 또 플라스틱, 금속, 종이 등 다양한 기판상에서 구현이 가능하다. 전원을 차단한 후에도 화상이 유지되는 등 우수한 화질과 경량화, 초박형화 제품 설계를 실현해준다. 때문에 디스플레이 분야에서도 무궁무진한 기능을 바탕으로 전혀 다른 미래형 제품 개발에 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현재의 디스플레이는 평판 디스플레이가 중심이 되고 있으며, 고화질·경량·박형·저소비 전략 등을 무기로 2010년까지 시장 성장은 계속 될 것으로 보인다.
초기 전자종이 시장은 신문이나 잡지를 대체하는 시장이 되겠지만 장기적으로는 평판 디스플레이 시장을 잠식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의 평판 디스플레이는 대화면 상태에서 휴대가 불가능하다는 것이 단점이지만 전자시계, 가전제품, 자동차의 표시장치 등 다양한 디스플레이 장치들을 대체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상하고 있다. 특히 자유자재로 구부러지기 때문에 다양한 형태의 디스플레이로 제작해 활용할 수 있다. 또 LCD에 비해 낮은 소비전력과 메모리 기능 등의 강점은 여러 가지 면에서 우리 생활의 많은 부분을 변화시켜 줄 것으로 보인다.
전자종이는 재기록의 전기 신호를 보내지 않는 한 한 번 표시한 내용은 전기를 소비하지 않고 계속 표기된다. 단, 전자종이가 액정 디스플레이 모두를 대체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 이유는 액티브 매트릭스 구동 전자종이를 만들어도 동영상 표시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전자종이의 가장 현실적인 라이벌은 바로 유기EL 디스플레이다. 유기EL 디스플레이는 표시속도가 빠르고 시인성도 높아 많은 잠재력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유럽이 상용화 주도
이른바 휘어지는 디스플레이인 플렉서블 디스플레이 시장은 전자종이 기술 중심의 다양한 신규 애플리케이션 시장과 기존에 존재하는 시장으로 양분돼 성장하고 있다.
전자종이 기술 기반의 7인치급 이하 플렉서블 디스플레이는 기존의 TFT-LCD 대비 화질과 색상 등 품질 면에서 아직 상용화 수준까지는 갈 길이 멀지만 전력소모가 매우 낮다는 장점을 바탕으로 전자책(e-book)이라는 신규 애플리케이션 영역에 채택되기 시작했다.
2011년부터는 3인치급 이하의 LCD와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기반의 플렉서블 디스플레이를 채용한 하이엔드 모바일폰 채용이 예상되며, 2013년에는 4인치에서 9인치급 OLED 기반 모바일폰 이외의 다양한 애플리케이션에 적용될 전망이다. 2016년부터는 LCD, OLED 기반의 10인치급 이상 대형 디스플레이 시장, 즉 노트북, 모니터 등도 기존과는 전혀 다른 디자인과 콘셉트를 담은 신제품들이 상품화 될 것으로 보인다. 전자종이 기술을 채택한 플렉서블 디스플레이 시장은 2010년 약 2억8000만달러에서 2015년 약 59억달러, 2017년 122억달러의 시장을 형성할 것으로 전망된다.
우리나라에서는 LG디스플레이, 삼성전자 등과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전자부품연구원(KETI) 등에서 플렉서블 LCD, OLED 기반의 전자종이를 연구 중이지만 일본과 유럽에 비해 원천기술 및 특허, 핵심부품, 장비, 재료 분야에서 뒤쳐져 있다는 지적이다.
일본 도시바는 2007년 5월 플라스틱 TFT-LCD를 이용한 구부러지는 디스플레이를 개발해 화제를 모은 바 있다. 소프트뱅크 텔레콤은 2007년 공중 무선랜에 접속할 수 있는 전자종이를 개발했으며, 최대 휴대전화 업체인 NTT도코모는 전자종이를 이용한 휴대전화기를 개발하는 등 다양한 전자종이 서비스가 상용화를 앞두고 있다.
플렉서블 디스플레이 부문에서 많은 원천기술을 보유한 유럽은 전자종이 부문에서 가장 앞선 연구를 진행 중이다. 유럽은 네덜란드의 필립스를 주축으로 플렉서블 디스플레이 개발과 상용화를 위해 폴리머 비전(Polymer Vision)이라는 별도의 기업을 설립, 두루마리 디스플레이인 ‘리디우스’를 개발해 호평을 받았다. 프랑스의 일간 경제신문인 <레제코(Les Echos)>는 전자종이를 사용한 전용 단말기로 전자신문 배송 서비스를 시작할 예정이다. 향후 전자신문이 차지하는 비율은 2010년 10%에서 2012년경에는 약 25%로 확대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