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포가 돼 쏟아진 절창… 나도 ‘그때 그 사랑’ 해볼까나?

전북 부안에는 산과 바다가 다 좋은 곳이 있다. 변산이다. 질펀한 개펄을 비집고 나온 반도에는 높이 400m를 아우르는 봉우리들이 솟아 있다. 그 봉우리들이 꽁꽁 감싼 곳에는 폭포물소리가 우렁찬 직소폭포가 있다. 이곳은 부안 삼절로 불리는 매창 이계생과 유희경이 애절한 사랑을 주고받던 곳이다.

매창 이계생. 황진이, 허난설헌과 함께 조선시대 대표적인 여류 시인으로 불리는 그는 선조 6년(1573) 부안현 아전의 서녀로 태어났다. 그는 아버지에게 한문을 배웠고, 곡절 끝에 거문고를 익혀 기생이 됐다. 

매창은 비록 기생 신분이었지만 함부로 몸을 허락하지는 않았다. 손님이 술 취해 달려들면 시를 지어 무색하게 만들기도 했다. <증취객(贈醉客)>(취한 손님에게 드림)이라는 제목의 시가 좋은 예다. 

 매창이 유희경과 처음 만난 것은 1590년. 매창은 초면에 유희경이 이름난 시인이란 것을 알았다. 유희경도 매창이 예사로운 기생이 아니라는 것을 첫눈에 알아챘다. 그때 유희경의 나이는 불혹을 훨씬 넘겼고, 매창은 꽃다운 18세였다. 둘의 사랑은 신분도 나이도 초월했고, 이는 사랑의 연시로 결실을 맺는다. 

그러나 유희경이 서울로 돌아가고 이어 임진왜란이 일어나면서 둘은 기약 없는 이별을 한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마음을 모두 주었던 매창의 상처는 컸다. 유희경에 대한 그리움은 또 애절한 시로 승화됐다.

이화우 흩날릴 제 울며 잡고 이별한 님

추풍낙엽에 저도 날 생각하는가

천 리에 외로운 꿈만 오락가락 하노라

매창은 1609년 세상을 떴다. 부안읍 봉덕리에 그와 동고동락했던 거문고와 함께 묻혔다. 그 뒤 지금까지 사람들은 이곳을 매창이뜸이라고 부른다. 그가 죽은 뒤 45년 후(1655)에 그의 무덤 앞에 비석이 세워졌다. 다시 13년 뒤에 부안 고을 아전들이 그가 지은 시 58편을 모아 목판에 새겨 ‘매창집’을 발간했다. 

매창과 유희경의 사랑의 무대였던 직소폭포는 내소사에서 찾아간다. 원암마을에서 재백이재를 넘어 1시간이면 직소폭포와 마주한다. 재백이재를 오르는 길은 부담 없는 순한 오르막이다. 느긋하게 걷는다면 땀 한 방울 흘리지 않고 고갯마루에 설 수 있다. 길 초입은 솔숲으로 나있다. 금강송이나 춘양목처럼 기품 있는 소나무들이 이룬 숲은 아니다. 그러나 등걸의 굵기나, 뻗어나간 자태가 부족해도 어울리면 힘이 되고 그럴싸한 풍경이 되는 것이 소나무다. 

재백이재를 넘어서도 길은 여유가 넘친다. 조금 가파르다 싶은 길이 100m쯤 이어지지만 그 다음은 계곡을 따라 이어진 평탄한 숲길이다. 두런두런 이야기 나누며 걷기 좋다. 특히, 물 많은 여름철에는 시원한 계곡물소리가 동행을 자처하고 나서 직소폭포로 안내한다. 재백이재에서 직소폭포까지는 20분 걸음이다.

직소폭포는 가까이 다가갈수록 실감이 난다. 직소폭포를 둘러싸고 계곡이 한껏 오그라들어  물 떨어지는 소리가 입체적으로 들린다. 높이 30m에 이르는 폭포는 하얀 명주 천을 떨어뜨린 것처럼 바위를 가르며 쏟아진다. 이처럼 웅장하고 아름다운 폭포가 바닷가에 접한, 높이가 한낱 459m에 불과한 산의 품에 있다는 게 믿기지 않는다.

 돌아오는 길에는 내소사도 들른다. 전나무 숲길이 인상 깊은 이 절은 볼 것도 많다. 변산을 배경 삼아 당당한 자태로 자리한 절터도 천하의 명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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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길라잡이

| 가는 길 |  서해안고속도로 줄포IC로 나온다. 23번 국도 부안 방면으로 2km 가면 영전 삼거리다. 좌회전해서 30번 국도를 따라 8km 가면 곰소염전과 곰소항, 다시 3km 가면 내소사다. 내소사에서 돌아올 때는 외변산을 따라 변산반도를 한 바퀴 돌아본 뒤 부안IC에서 서해안고속도로를 이용한다. 

원암마을~재백이재~직소폭포는 40분이면 충분하다. 직소폭포는 비가 잦은 여름에 찾아야 진면목을 볼 수 있다. 돌아올 때는 월명봉 삼거리를 경유해 내소사로 갈 수 있다. 변산국립공원(063-582-7808)

| 가볼만한 곳 |  변산을 한 바퀴 돌면 아름다운 갯마을을 만날 수 있다. 책 수만 권을 켜켜이 쌓아놓은 모양이라는 격포 채석강, 변산과 구시포 해수욕장 등도 볼거리다. 곰소에서는 맛있는 젓갈을 살 수 있다.

곰소에 있는 자매식당(063-584-1218)에서는 공깃밥 두 그릇쯤은 뚝딱 비우게 되는 젓갈백반을 맛볼 수 있다. 갈치젓·밴댕이젓·전어속젓·청어알젓 등 7~8가지의 젓갈과 함께 된장찌개, 쌈이 나온다. 1인분 7000원. 

격포에는 파도풀을 비롯한 다양한 물놀이시설을 갖춘 대명리조트 변산(www.daemyungresort.com)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