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년 전 크리스티 와인특별경매의 하이라이트는 샤또 라투르였다. 지하 저장고에서 오랜 세월을 기다리고 있던 20세기 최고의 빈티지 샤또 라투르가 경매에 출품된 것. 한 번도 움직이지 않은 최고의 보관 조건이라는 분명한 소장 기록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와인 컬렉터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최고기록은 1961년 빈티지가 차지했다. 이는 평균 낙찰금액을 2배 이상 상회하는 놀라운 가격으로 1병에 약 800만원을 기록했다. 같은 빈티지라도 보관 여부에 따라 이토록 다른 결과를 초래한다.
와인의 성숙을 유지하는 것은 소유자의 보관 환경의 조절에 달려있다. 그로 인해 와인이 빛을 발할 수도 있고 가치를 잃을 수도 있기 때문에 와인을 보관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다.
그래서 상당한 와인 애호가들은 집에 와인 셀러를 두는 것을 이상적으로 생각한다. 하지만 꼭 그럴 필요는 없다. 적절하게 와인을 보관한다는 것은 하기에 따라 복잡하고 비용이 많이 들 수도 있다. 이 때문에 와인에 대한 즐거움을 빼앗겨서는 안 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론이다.
와인 초보자들의 경우 대부분 와인을 냉장고에 그대로 보관하거나, 햇볕이 잘 드는 창가의 투명한 유리찬장에 보관해 시각적인 효과를 낸다. 하지만 보관한 와인의 마개를 따고 한 모금을 마셨을 때의 맛을 상상해보라. 냉장고에 있었던 와인은 김치의 맛이 날지도 모를 일이고, 유리찬장에서 햇볕을 고이 받은 와인은 더 이상 와인을 마시고 싶지 않을 정도로 신 맛을 내고 있을 것이다.
원칙적으로 와인이 들어있는 병은 눕혀서 보관해야 한다. 그 이유는 세워서 오래 두면 코르크마개가 건조해져 외부의 공기가 침입, 와인을 식초처럼 산화시키기 때문이다. 눕혀서 보관하면 와인이 코르크마개로 스며들어 코르크가 팽창, 외부로부터 공기가 들어올 수 없게 돼 와인의 상태를 유지시키게 된다. 와인의 코르크마개는 대기의 모든 냄새를 와인에 전달한다. 따라서 와인 본래의 맛을 제대로 느끼기 위해서는 다른 냄새를 풍기는 어떤 물건과도 거리를 두어야 한다. 특히 향기 강하고 오래가는 방향제나 향수는 피해야 할 1순위다.
냄새뿐만 아니라 진동 역시 와인에 손상을 입힐 수 있다. 진동은 와인의 섬세한 분자들을 손상시켜 와인의 질을 떨어뜨리기 때문. 세탁기, 건조기 등 진동이 있는 물체와는 거리를 두고 보관하는 것이 좋다.
이 외에도, 와인의 산화를 촉진시키는 것은 햇빛을 포함한 강한 광선, 높은 온도다. 앞서 언급한 직사광선이 들고 실내온도가 높은 거실에 자랑스럽게 와인을 세워두면 안 되는 가장 큰 이유다.
와인 보관의 이상적인 온도는 10℃ 정도인데, 이는 특별한 장치가 돼있지 않으면 지속시킬 수가 없다. 그러나 전문가의 의견에 의하면 20℃에서 보관해도 그 온도의 변화가 심하지만 않다면 1년 정도는 문제가 없다고 한다. 일반적으로 식품의 저장에서, 온도의 높고 낮음보다 심한 온도의 변화가 훨씬 식품의 수명을 단축시킨다. 조명도 직접 와인을 비추는 것보다 간접 조명이 와인 보관에 유리하다.
습도는 60~80%가 적당
습도는 60~80%가 적당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온도가 너무 높으면 와인의 신선도에 손상이 가거나 향이 변할 수 있고, 너무 낮으면 특유의 향이 사라지고 와인이 얼면서 팽창해 코르크가 밀려나올 가능성이 있다.
일반인들은 와인 셀러와 비슷한 냉장고에 와인을 보관하는 경우가 많다. 와인 전문가나 애호가들 사이에서 가장 의견이 분분한 것이 와인의 냉장고 보관이다. 이론적으로 따진다면, 냉장고는 와인 보관 장소로 적절치 않다. 와인의 이상적 보관 온도에 반해 7℃ 이하가 되면 산소나 냄새를 쉽게 흡수하므로 너무 낮은 온도가 와인의 맛을 떨어뜨리고 습도도 적절하게 유지되지 않기 때문이다. 게다가 냉장고 모터로 인한 진동도 와인의 질을 떨어뜨린다.
하지만 온실에 두는 것보다, 냉장 보관을 권하는 전문가들은 냉장고 보관에 있어서도 조금만 신경을 쓴다면 셀러 못지않다고 주장한다. 권장되는 곳이 냉장고의 야채 칸인데, 다른 위치에 비해 온도가 높고, 냉장고 문 개폐로 인한 온도 영향을 받지 않아 와인 보관에 좀 더 적합하기 때문이다. 특히 김치 냉장고의 경우, 일반 냉장고에 비해 온도 조절이 가능하며 칸이 분리돼 있어 음식물과 별도로 한 칸을 와인 보관으로 사용하면 좋다는 것이다.
냉장고 보관의 단점으로 꼽혔던, 습도의 문제는 적당한 수분 유지를 위해 젖은 수건을 함께 말아 두거나, 컵에 물을 담아 두는 방법을 사용하면 된다. 또한 냉장고 모터의 진동은 와인 병 아래에 수건 혹은 ‘뽁뽁이’로 불리는 버블랩을 깔고 그 위에 와인을 놓으면 방진 역할을 할 수 있다. 진동은 1:1 직접 접촉 시 가장 심하므로 완충 역할을 할 수 있는 것을 깔아두면 완화된다. 단 보름 이상 보관하는 것은 권장하지 않는다. 최대한 빨리 소비해버리는 것이 좋다.
셀러가 없거나 냉장 와인 보관의 여지가 안 되는 상황이라면 어떻게 할까? 직사광선이 들지 않고 그나마 온도변화가 심하지 않으며, 온도가 높지 않은 곳에 보관하는 것을 권한다. 가장 적당한 곳은 시원하고 빛이 들지 않으며 적당한 습도가 유지되는 지하실이다. 지하실이 없는 아파트에서는 빛이 잘 들지 않고 난방도 되지 않는 북향의 다용도실이 와인 보관 장소로 추천된다. 다용도실에 와인을 나무상자에 넣거나 스티로폼이나 신문지를 두껍게 깔고 와인을 뉘어 놓으면 된다. 신발장도 직사광선과 난방을 피할 수 있다는 점에서 와인 보관 장소로 적당하다.
모든 조건이 열악하다면, 소량의 와인만을 보관하는 것도 방법이다. 평소 각자 마시는 양이나 빈도 등을 고려해 2~3개월만큼만 가정에서 보관하는 것이다. 최악의 조건에서 와인의 상태를 떨어뜨리느니 적절한 시기에 다시 구입해 채워 넣는 것이 훨씬 안전하다.
오픈한 와인은 이미 산화작용이 시작되었기 때문에 그 날 다 마셔버리는 것이 가장 좋다. 그러나 먹다 남은 와인을 보관하고 싶을 경우, 진공 펌프를 이용해 산소를 빼내고 코르크를 다시 막아 보관할 것을 권한다. 이 또한 사정이 여의치 않을 때는 용량이 적은 병에다 옮겨 봉한 후 2~3일 정도 내에 마시도록 한다.
이|달|의| 와|인
뉴질랜드 | 마투아 쇼비뇽 블랑
뉴질랜드는 쇼비뇽 블랑의 나라다. 여타 나라와 달리 풀 향과 꽃 향이 신선하게 피어오르는 독특한 쇼비뇽 블랑을 생산해 세계적인 와인 국가로 성장한 이력을 지니고 있다. ‘마투아’란 뉴질랜드 원주민 마오리족의 언어로 ‘집안의 우두머리’, ‘으뜸가는’, ‘주류 (mainstream)’라는 뜻이다. 1973년 스펜스 형제가 설립한 와이너리로서, 지금은 뉴질랜드의 대표 와인이 된 쇼비뇽 블랑을 처음으로 생산한 선구자적인 와이너리이기도 해, 이름과 의미가 일치되는 이곳은 오늘날 뉴질랜드에서 6번째로 큰 와이너리가 됐다. 마투아의 쇼비뇽 블랑은 열대과일 향과 패션프루트 향이 풍성하게 펼쳐지는 전형적인 뉴질랜드 쇼비뇽 블랑의 특징을 지니고 있다.
wine tip 운송·보관 잘된 와인 고르기
수입 와인 중 90%가 장기간 배를 타고 이동하므로 여름철 와인 운반은 아주 예민한 작업 중 하나다. 와인 화물선에서는 와인이 민감하게 반응하는 온도와 진동 변화를 최소화하기 위해 와인을 수면보다 낮은 데 싣고 컨테이너의 빈 공간에 에어백을 넣어 와인상자를 고정시키는 방법을 사용하기도 한다.
최근에는 예민한 와인을 본토에서 그대로 운반하기 위해 와인 수입업체에서 ‘냉장 저진동 컨테이너’를 사용해 신선함을 유지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이는 와인의 적정 보존 온도인 12~15℃와 적정 습도를 유지해주는 역할을 하고 진동이 거의 없어 와인 회사마다 냉장 컨테이너의 사용을 대폭으로 늘리고 있다. 일반 소비자들의 와인 입맛이 고급화되면서 와인 운송 여부가 광고 문구에 삽입될 정도로 중요한 요소로 부각되고 있다.
운송 과정을 제대로 확인할 수 없는 소비자는 마실 와인이 어떤 상태로 보관됐는지 판단하려면 코르크 상태로 미루어 짐작하는 것이 빠르고 간편하다. 와인과 접촉하는 코르크가 밑면만 촉촉하게 젖어 있다면, 양호한 상태로 보관됐다고 볼 수 있지만, 코르크 옆면까지 와인이 얼룩져있는 경우는 운반 도중 와인이 넘친 경우다. 보통 와인 병에 담긴 와인은 온도마다 와인이 병목에 올라오는 높이가 달라진다. 20℃에서는 병구에서 와인의 수면까지 거리가 보통 55~60㎜, 50℃에는 30~35㎜, 60℃에는 25㎜까지 와인이 팽창한다. 코르크 위에 싸여있는 캡슐로도 알 수 있는데, 캡슐이 접착제처럼 코르크와 착 달라붙어 있다면 와인이 흘러 넘쳤다가 마르면서 접착제 역할을 했다는 것을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