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정부의 화두인 저탄소 녹색성장 시대를 맞아 친환경 건축물(그린 빌딩)에 대한 관심이 점차 높아지고 있다. 국내 대형 빌딩들이 친환경을 모토로 새 옷을 갈아입는 중이다. 이런 가운데 6월말, 서울 강남구 역삼동 ING타워가 세계적으로 권위 있는 미국 USGBC(미국그린빌딩협의회: U.S. Green Building Council)로부터 친환경 빌딩을 입증하는 ‘LEED’(용어설명 참조) 인증을 취득했다. 이는 국내 최초의 LEED 인증이다.

전체 건물 리노베이션 통해

그린 빌딩으로 ‘환골탈태’

LEED 인증 목표로 12개월 동안 단계적으로 공사한 ING 부동산투자운용의 안정은 대표가 설명한 친환경 포인트 9개(왼쪽 아래 그래픽 참조)다. 솔직히 일반인들의 눈으로는 ‘ING타워 = 친환경 빌딩’의 진면목을 포착하기가 어렵다. 그린 빌딩의 밑바탕이 되는 요소들 대부분이 아직은 낯설어서다. 기자도 예외는 아니었다. 안 대표의 친절한 설명을 듣고서야 고개가 끄덕여지는 대목이 적지 않았다. 그는 “ING타워 LEED 인증은 신축이 아닌 기존 빌딩도 리노베이션 및 관리 시스템의 개선을 통해 그린 빌딩으로 거듭날 수 있음을 보여주는 국내 최초 사례가 된다”고 밝혔다. 현재 국내에선 40개 이상의 건축물이 LEED를 신청했지만 아직 인증된 건축물은 없다.

USGBC가 주관하는 LEED는 친환경 건물의 신축은 물론 건물의 친환경적 관리와 운영을 위해 개발된 인증이다. USGBC는 기존 빌딩이 리노베이션을 통해 LEED 인증을 신청할 경우 부지의 친환경적 관리, 물과 에너지 소비 효율,  빌딩 내부 공기 질, 친환경적인 빌딩 운영 방식, 친환경 관리 자재의 사용 등 6개 항목을 평가한다.

ING타워는 고효율 친환경 빌딩으로의 전환을 위해 지난 4월말까지 건물 외관, 엘리베이터, 주차장, 화장실 등의 리노베이션 공사 및 통풍제어 시스템을 업그레이드했으며, 빌딩의 친환경 관리를 위해 해당 관리 규정을 강화하는 등의 활동을 진행했다.

건물 운영 및 관리에 사용되는 각종 자재를 친환경 인증 제품으로 전면 교체하고, 수도 설비 개선과 전력 시스템 자동화를 통해 물과 에너지 사용량을 감소시켰다. 또한 통풍 제어 시스템 보수로 실내 공기 질을 개선하였으며, 전력 사용량 실시간 기록 시스템으로 에너지 사용량을 밀착 관리하도록 했다. 특히 엘리베이터의 경우, 홀·짝 층 운행 등에서 벗어나 층별 그룹 운영(동일 층의 승객을 동일 엘리베이터에 탑승시키는 시스템)함으로써 운영 속도 및 효율을 극대화하여 대기시간을 15% 이상 단축시키고 에너지 절감을 달성했다.

그린 빌딩으로 거듭난 ING타워는 일반 건물에 비해 20~35% 높은 에너지 효율과 연간 350톤의 탄소 배출량 감소를 기대하고 있다. 안 대표는 “이는 승용차 3300대가 서울에서 부산을 왕복 운행하는 만큼의 탄소량”이라고 밝혔다. 쓰레기 배출량 또한 73% 이상 감소될 예정이며 연간 가스 사용 비용을 60% 이상 절감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물 사용 효율성은 50% 이상 높아질 것으로 내다봤다.

그렇다면 LEED 인증의 효과는 무엇일까. 안 대표는 기업의 사회 공헌, 임대료 상승효과 기대, 공실률 없는 건물, 임차인들의 문화가 바뀌는 것 등 네 가지를 꼽았다. 그는 “LEED 인증은 장기적으로 빌딩 입주자들의 만족도와 건물 가치를 높여 주요 대형 빌딩을 선두로 한 그린 빌딩 열풍이 기대된다”고 밝혔다. 이번 LEED 인증을 받기 위한 전체 공사비용에 대해선 웃음으로 대신하며 액수보다는 친환경 빌딩의 중요성과 문화가 형성되기 바란다고 덧붙였다. 전 세계적으로 LEED 인증을 받은 그린 빌딩은 올 4월 기준 91개 나라에 2만 개가 있다. 우리나라가 다른 나라들에 비해 LEED가 한참 늦어진 배경은 과도한 비용 때문이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과거에 비해 나아지기는 했지만 친환경 빌딩에 대한 건물주의 인식은 ‘아직’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한편 최근 ING타워의 새주인으로 4000억원을 제시한 KB부동산신탁이 우선협상자가 됐다. 가격은 3.3㎡당 2000만원. 이는 현재 강남권 오피스 빌딩이 3.3㎡당 평균 매각가격이 1500만원인 점을 감안하면 높은 수치다.

포인트1  건물 내 조경수 관리에 빗물을 사용해 물 사용량의 15%를 절약하고 있다.

포인트2  범지구적 유해물질의 사용을 줄이기 위해 친환경 용품 사용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포인트3  빌딩 종량제(100ℓ) 봉투 사용량을 1장 미만으로 제한하고 완전 분리수거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포인트4  임차인들이 자유롭고 편안하게 쉴 수 있도록 빌딩 속에 작은 숲을 만들었다.

포인트5  수자원의 효율적인 이용과 불필요한 비료 및 제초제 등의 사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국내 자생종만을 수목, 관리하고 있다.

포인트6  냉각탑에 수질 검측기를 설치 및 운영해 냉방설비 운영 시 사용되는 에너지양을 감소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포인트7  옥상을 친환경 페인트로 칠해 건물의 수명 연장과 보수비용 절감은 물론, 냉난방비용 절감과 결로 및 곰팡이를 방지한다.

포인트8  실내 공기 질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지정 흡연구역을 건물의 출입구, 외부 공기 도입구 또는 창문으로부터 약 8m 이상 떨어진 곳에 마련했다.

포인트9  엘리베이터는 층별 그룹으로 운영함으로써 대기시간을 15% 이상 단축시키고 에너지 절감을 달성했다.

용|어|해|설

미국의 ‘에너지와 환경 설계 분야의 리더십(LEED: Leadership in Energy and Environmental Design)’이나 영국의 ‘BRE환경 평가 방법(BREEAM: BRE Environmental Assessment Method)’, 호주의 ‘그린 스타(Green Star)’ 또는 다른 지역적인 등급 시스템과 같은 다양한 등급 시스템 중 하나를 통해 인증을 취득하는 것은 국제적으로 인정받는 환경과 환경 친화적인 신임을 얻었다는 것이다. 이중 LEED가 세계적으로 가장 권위 있으며 국제표준으로 부상하고 있다. 이는 미국 그린빌딩협의회에서 주관해 건물의 친환경 등급을 심사하는 제도다. 미국 내에서도 많은 기업이 LEED 인증 건물을 선호하는데, 보통 임차료에서 두 배 이상 차이가 나지만 업무 효율성과 생산성을 고려할 때 비용 절감의 효과가 있어 인기가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미국은 정부 차원에서 1993년부터 연방정부 건물에 대해 LEED 인증을 받도록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