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미플러스>는 KAIST 경영대학원 Executive MBA 과정을 6회로 요약 지난 4월호에 이어 네 번째 강좌를 실시한다. 이번 강좌는 Jay Anand 교수가 맡고 있는 ‘국제경영전략(Global Business Management)’과목으로, 글로벌화의 성패가 엇갈린 산업(인슐린) 및 기업(Domino’s Pizza) 대표 사례연구를 통해 세계 시장으로의 진입 및 확장에 필요한 다양한 전략들을 소개한다. 이 과목의 목적은 글로벌 성장의 다양한 모델을 통한 반면교사다. 글로벌 환경에서 기업이 경쟁우위를 선점하기 위해서는 산업 단위와 기업 단위 간, 본사와 자국 경영진 간, 전략적 관점과 관리적 관점 간의 상충관계에 대한 이해가 전제돼야 한다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문화 다양성 이해력 기르고

유연한 상황대처 능력 키워라

현대 경영에서 가장 중요한 이슈를 정한다면 바로 ‘글로벌화(Globalization)’다. 인터넷 및 각종 교통수단의 발달과 함께 국가 간 장벽이 낮아지면서 기존의 개별 국가를 기준으로 정의하던 시장의 범위는 파괴됐다. 21세기에는 국경이 사라지고 시장은 한계가 무너졌다. 국가 간 무역 협정 활성화를 통해 관세가 낮아지고 수출·입이 활발해지는 것도 이러한 움직임에 촉매제가 되고 있다. 이로 인해 기업은 단순히 한 국가를 넘어서 세계 시장에서 활동하는 것을 염두에 두어야만 하는 시대가 왔다.

문제는 ‘어떻게’다. 글로벌화를 실행에 옮김에 있어서 기업은 크게 두 가지 전략적 선택의 기로에 선다.

첫째는 다국적 기업(Multi-Domestic company)으로 발전해 각 나라별로 지사(Subsidiary)를 두되 각 지사들은 본사(Headquarter)와 정보를 교환할 뿐 지사들 간에는 상호작용을 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이러한 다국적 기업은 각 나라별로 여러 개의 자국기업(Domestic company)을 하나의 본사가 총괄, 운영하는 형태다.

국가별 지사들은 자신들이 속한 시장과 관련된 모든 업무를 전담하게 되며 각각의 시장은 지역 특색에 맞춰 별개의 시장으로 운영된다. 각 지사들은 해당 지역의 소비자, 시장 상황, 인력 자원, 유통망, 정책 시스템 등에 대해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이 경우 지역 특수화(Localization)를 통해 고객들에게 차별화된 가치를 제공하게 된다. 이러한 시장에서는 대부분 경쟁이 ‘국가별(country-by-country basis)’로 이루어진다. 예를 들어 미국 시장에서는 미국 기업들이 경쟁하고 한국 시장에서는 한국 기업들이 경쟁하는 식이다. 다국적 기업의 형태는 주로 소매업, 국내 항공사, 신문사 등의 산업에서 볼 수 있다.

둘째는 글로벌 기업(Global company)의 경우 다국적 기업과 세계 곳곳에 지사를 설립한다는 점에서는 동일하나 지사들이 상호 간에 소통하며 함께 활동한다는 점에서 다국적 기업과 차이가 있다. 글로벌 기업이 활동하고 있는 각각의 시장들은 매우 밀접하게 연결돼 있기 때문에 특정 시장의 변화가 다른 시장에도 막대한 영향을 미치게 된다. 글로벌 기업은 세계 시장을 목표로 기업 프로세스 전반을 통합하고 표준화해 시장에 적용한다. 이러한 글로벌 통합(Global Integration)을 통해 기업들은 각종 업무에 있어서 규모의 경제를 달성할 수 있음은 물론 여러 시장에서 동시에 활동함으로써 환율 변동 리스크에 대한 헷징(위험 회피), 차익거래와 같은 혜택을 얻을 수 있다.

글로벌 기업은 주로 제트 엔진, 가전제품, 마이크로프로세서 등의 산업에서 나타난다. 특히 이러한 산업들은 기업이 수행하는 가치사슬상의 여러 업무들 중 R&D, 원자재 구매와 같이 가치사슬 전반부의 업무들은 통합해 운영하는 반면 브랜드 관리, 유통과 같은 가치사슬 후반부의 업무들은 각 지역별로 분산, 특화해 운영하고 있다.

인슐린 산업 제조기술 발달, 국가별 시장에서 세계화 전환

글로벌 기업과 다국적 기업 중 어느 하나가 항상 좋은 방법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산업과 해당 산업의 기술 특성, 소비자 니즈 특성 등에 따라서 최선으로 볼 수 있는 방법이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다음의 두 사례를 통해 좀 더 자세하게 살펴보자.

첫째 인슐린 산업이다. 인슐린은 전 세계 인구의 5%가 앓고 있는 질환인 당뇨병을 치료하기 위해 사용되는 약품이다. 1920년대 덴마크 제약회사 Nordisk가 처음 개발한 이후 인슐린에 대한 수요가 급증했으며 더불어 인슐린 생산 관련 기술 또한 급격한 발전을 보였다. 1990년대 말까지 총 8개의 기업-두 개의 미국 기업(Lilya와 Squibb), 두 개의 북유럽 기업 (Novo와 Nordisk), 독일(Hoechst)·영국(Wellcome)·호주(CSL)·캐나다(Connaught) 네 나라의 기업에서 한 개씩-이 전체 인슐린 시장의 95%를 차지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들 기업들은 자국 내에서만 막대한 영향력을 가지고 있었을 뿐 세계 시장에서는 존재가 미미했다. 즉, 이들은 국내 시장에서의 경쟁에 좀 더 초점을 두고 있는 ‘국가별’로 운영되고 있었다.

이 같이 원인은 크게 기술적인 특성과 사회적인 시스템 때문이었다. 기술적인 특성 면에서 보면 전통적으로 인슐린은 동물의 췌장에서 추출한 단백질을 원재료로 했다. 단백질 추출 과정은 기술적으로 매우 복잡하고도 어려웠으며 특수 장비가 필수였다. 하지만 이렇게 추출된 단백질은 동물성 원재료의 특성상 다양한 형태의 알레르기 증상을 동반했으며 심지어 인슐린 처방을 받은 환자의 2~5%는 심한 부작용을 겪었다. 특히 추출 과정의 복잡성 때문에 순수한 단백질을 추출하는 것이 어려웠기 때문에 이로 인한 부작용의 위험성은 커졌다. 이 같은 알레르기 발생의 위험성으로 인해 자국 브랜드에 대한 충성도가 강하게 형성됐다. 소비자들은 자국 브랜드가 자국 환자에 대해 가장 잘 알고 있을 것이고, 믿을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때문에 인슐린 산업은 각 국가별로 시장이 분리되고 있었다. 

사회적인 시스템 특성에 따르면 환자가 인슐린을 복용하기 위해서는 의사의 진단과 함께 처방전이 필요하며 환자는 이러한 처방전에 따라 약을 구매하고 복용하는 과정에서 의료보험 혜택을 받게 된다. 하지만 각 국가별 시스템은 서로 다르게 구축돼 있었다. 또한 인슐린이 유통되는 과정과 인슐린 가격도 각 국가별로 차이가 있었기 때문에 단일 글로벌 브랜드가 여러 나라에 진출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러므로 각 시장에 대해 잘 알고 있는 자국 브랜드가 막강한 영향력을 지닐 수 있었다.

더불어 신약 허가 및 등록 프로세스와 소요되는 시간 또한 국가별로 차이가 있기 때문에 이러한 시스템을 잘 알지 못하는 외국 브랜드가 특정 국가에 진출하는 데 어려움이 많았다. 이러한 정보를 잘 알고 있는 자국 브랜드가 상대적으로 선점이 유리한 구조였던 것이다.

하지만 인슐린 제조기술의 발달을 계기로 각 국가별로 시장이 형성됐던 기존의 산업 형태는 글로벌화 됐다. 유전공학을 기반으로 한 순수 단백질 제조 기술이 개발되면서 기존의 동물성 원재료에서 추출한 단백질을 이용함으로써 발생하던 여러 부작용들을 제거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기술개발을 통해 기존에 복잡했던 단백질 추출 과정을 대폭 단순화함으로써 인슐린 생산비용을 15%까지 절감할 수 있게 됐으며 기존에 동물 췌장을 공급받는 데 소요되던 비용 또한 절감할 수 있었다.

문제는 이 같은 기술 발전으로 인한 비용 절감은 시장 규모가 상대적으로 큰 기업만이 누릴 수 있었다는 것이다. 유전공학을 기반으로 하므로 투자비용과 그 외 고정비용이 증가해 손익분기점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상당한 수준의 매출을 거둬야 하기 때문이었다. 특히 유전공학 기술을 이용할 경우 시장 점유율이 최소 10% 이상은 돼야만 손익분기점에 도달할 수 있다. 하지만 한 시장에서만 활동할 경우 신기술의 혜택을 누리기 위해 필요한 규모의 시장 점유율을 확보하기가 어렵다. 이 때문에 적정 규모의 시장 확보를 위해서도 기존의 각 국가를 기반으로 경쟁하던 시장 시스템에서 글로벌 시장을 기반으로 경쟁하는 시스템으로의 전환이 필요하게 됐다.

결과적으로 인슐린 산업은 세계화를 추진, 기술 혁신을 통한 비용 절감을 실현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 같은 글로벌화가 모든 산업에 있어서 최적의 솔루션이 되는 것은 아니다.

도미노피자(Domino’s Pizza)의 사례를 고려해 보자. 도미노피자는 1960년 미국 미시건 주에서 시작된 기업으로 시험기간이나 바쁠 때 피자를 배달해 먹기를 원하는 대학생들을 타깃으로 출발했다. 도미노피자는 맛과 서비스의 표준화를 통해 성공가도를 달렸다. 배달 주문을 받는 순간부터 고객에게 피자가 전달되는 순간까지, 일련의 프로세스를 모두 매뉴얼화해 언제 어디서든 동일한 맛의 피자를 즐길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도미노피자 지역 특수성 고려 못한 통합 초점 역효과

이러한 제품과 서비스의 표준화는 글로벌화 진출의 밑거름이 됐다. 1990년대 중반까지 도미노피자는 세계 최대 규모의 피자 배달 기업으로 거듭났으며 1994년에는 한 해 동안 2억3000만 판의 판매고를 올렸다. 1996년 매출은 27억5000만달러에 달했으며 3900만달러의 순수익을 기록했다.

도미노피자는 미국 시장에서의 이러한 성공에 힘입어 1983년부터 세계 시장에 진출하기 시작, 1996년까지 총 40여 개국, 1000개 이상의 점포를 운영했다. 도미노피자는 직접 해외 시장에 진출, 점포를 열기보다는 현지 기업 또는 개인에게 마스터 프랜차이즈(Master Franchise)를 판매하는 방법을 택했다.

체인 영업권이 인도된 후 점포 운영과 관련된 모든 책임은 현지 프랜차이즈로 넘어가게 되는 것이다. 더 빠른 시장 확대를 이루기 위해서 마스터 프랜차이즈를 가진 현지 기업과 개인들이 다시 프랜차이즈(Sub-Franchise)를 구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마스터 프랜차이즈들은 해당 지역 내에서의 프랜차이즈들을 개점하는 데 있어서 입지 선정 및 원재료 유통 관리를 책임졌다. 각각의 프랜차이즈들은 마스터 프랜차이즈에게 연간 5.5%의 로열티를 지불했으며 마스터 프랜차이즈는 도미노피자 본사에 연간 3%의 로열티를 지불했다. 

도미노피자는 글로벌 통합을 단행했지만 진출한 모든 나라에서 웃지는 못했다. 동일한 매뉴얼과 시스템을 적용했음에도 일부 국가에서는 성공을 거둔 반면, 다른 국가에서는 성과를 거두지 못한 것이다. 그 이유는 각 국가 또는 지역별로 고정비용, 변동비용, 시장 특성, 고객 입맛 등 특화된 정보들을 효과적으로 소화할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각 국가별로 매장 수도 달랐으며 음식 문화의 차이에 따라 판매량도 달랐고 가격 또한 지역별로 차이가 났다. 즉, 각 지역별로 분포된 도미노피자의 프랜차이즈들은 매뉴얼화된 프로세스에 대해서는 확실히 이해하고 있었으나 해당 지역 특유의 정보들에 대한 이해력은 상대적으로 낮았다. 그 때문에 지역 특색에 대한 고려가 매우 중요했던 시장에서는 도미노피자의 글로벌 통합 프로세스의 적용이 오히려 역효과를 불러온 것이다.

결과적으로 인슐린 산업의 경우는 기술 혁신에 따라 글로벌 프로세스 통합이 효과적인 솔루션의 사례인 반면 도미노피자의 경우에는 글로벌 통합에만 초점을 두고 지역 특수화를 하지 않아 오히려 실패를 거둔 사례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글로벌화는 산업 특성에 따라, 또 각 시장 특성(고객 니즈 및 생활 패턴, 정부 정책 등)에 따라 글로벌 통합과 지역 특수화 중 더 효과적이라고 할 수 있는 전략이 달라진다. 이러한 글로벌 통합과 지역 특수화는 서로 트레이드오프(Trade-off: 어느 하나의 목표를 위해 다른 하나를 희생시키는 것) 관계에 있는 개념들로 경영자들은 이 둘 간의 적절한 균형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어느 한 쪽만을 강조하기보다는 이 둘을 적절히 조합해 전략에 반영할 수 있는 역량이 필요하다.

효과적으로 이러한 균형을 찾고 글로벌 경영자로 거듭나기 위해 경영자들은 글로벌 전략 기획 및 수행 능력의 향상과 동시에 문화적 다양성에 대한 깊은 이해력을 기르고 다양한 상황에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는 조직문화를 정착시켜야 한다.

Jay Anand 교수는 KAIST 경영대학원  Executive MBA에서 여름학기에 개설한 국제경영전략(Global Business Management) 강의를 위해 한국을 방문했다. 오하이오 주립대학의 교수로서 기업전략과 국제경영을 강의하고 있는 그는 와튼 스쿨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했으며 와튼 스쿨, 미시건 대학 등에서 교수를 역임한 바 있다. 미국, 유럽, 아시아, 아프리카 등 10여 개 이상의 국가에서 고위 경영자들을 대상으로 강의를 진행, 수차례에 걸쳐 Best MBA Teacher상을

수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