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에 열풍이었던 적립식 펀드가 어느새 5년을 맞았다. 당시 5년 만기로 적립식 펀드에 가입한 이들은 만기가 다가오면서 해당 적립식 펀드를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이 많다. 과연 만기를 맞은 적립식 펀드는 어떻게 하는 것이 투자에 도움이 될까.

쓸 곳이 확실치 않다?

“계속 불입해도 OK”

상당기간 적립식 펀드에 투자해왔던 김모씨는 요즘 고민이다. 가입 당시 정해놓은 적립식 펀드의 만기가 얼마 남지 않았기 때문이다. 만기 연장을 하자니 최근 단기간 급격히 오른 주가가 부담스럽고, 환매하자니 마땅히 그 돈으로 투자할 곳을 찾기가 쉽지 않다. 

최근 김씨와 같은 고민을 하는 투자자들이 늘고 있다. 적립식 펀드 투자는 지난 2004년 초부터 본격화됐는데, 당시 3~5년 만기로 가입한 투자자들이 많다. 그동안 주가가 오르내리는 등 우여곡절 끝에 5년을 만기로 적립식 펀드에 가입한 이들에게 드디어 만기가 다가온 것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확실한 자금의 사용처가 없다면 섣불리 환매하기보다 지속적으로 불입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원래 적립식 펀드 투자 결정 시 만기는 어떤 목적으로 적립식 펀드 투자를 할 것인가 하는 ‘재무목표’를 확실히 하고 이를 기준으로 정하는 것이 원칙이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적립식 펀드 계좌 수는 지난해 6월을 기점으로 11개월째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판매잔액 역시 증가세가 꾸준히 둔화됐다. 이는 주가 반등으로 적립식 펀드 수익률이 마이너스에서 플러스로 돌아서자 그동안 손실을 견뎌온 투자자들이 환매에 나섰기 때문이다.

적립식 펀드 계좌 수, 감소세 뚜렷

환매하는 투자자들의 상당수는 뚜렷한 목적보다는 막연한 주가 예측에 따라 움직인다. 적립식 펀드 투자는 애초 시장 상황에 관계없이 꾸준히 투자하는 방법이다. 자신이 계획한 기간 동안 주가가 폭등하든 폭락하든 상관없이 일정한 날에 ‘편안하게’ 투자하자는 것. ‘언제가 좋은 투자 타이밍인가’는 생각하지도 않는 ‘마음 편한 투자 방법’이라는 것이다.

그런데 적립식 펀드 투자자가 주식시장 상황에 따라 환매 여부를 결정한다는 것은 마치 ‘택시에 타서 운전기사 대신 직접 운전하겠다고 나서는 것’과 같은 격이다. 중단기적으로 주가의 향방은 확실히 알 수가 없다. 그뿐만 아니라, 만약 이를 안다면 굳이 간접투자 상품인 펀드에 투자하기보다는 직접 주식 종목이나 지수 선물 등에 투자하는 것이 더 효율적인 방법일 것이다.

‘적립식 펀드의 만기’를 좀 더 들여다보자. 적립식 펀드의 만기는 은행예금 상품의 만기와는 전혀 다른 개념이다. 이는 환매수수료와 깊은 관련이 있다. 환매수수료란 일정기간 이내 펀드 자금을 다시 뺄 경우에 부과하는 벌칙성 비용을 말한다. 예를 들어 자금을 불입하고 나서 90일(펀드에 따라 180일) 이내에 다시 찾아갈 경우 이익금의 70%를 떼는 식이다.

적립식 펀드 투자자가 미리 정한 만기 이후에 펀드를 환매하면 만기 전에 불입한 적립금에 대해서는 환매수수료 부과기간이 지나지 않았다 하더라도 수수료를 물지 않는다.

적립식 펀드의 만기는 만기가 아니다

결국 적립식 펀드에서 말하는 만기는 환매수수료 부과 여부를 결정하는 기준일인 셈이다. 그러니 이를 만기라고 하는 것은 사실 정확한 표현이 아니라고 볼 수 있다. 만기 이후에도 적립식 펀드에 남아 있는 자금은 변동 없이 운용되며 또한 추후에도 언제든지 추가로 적립할 수 있다.

그렇다면 적립식 펀드의 만기가 다가온 투자자는 어떻게 해야 할까. 다음 5가지 경우를 생각해 볼 수 있겠다.

첫째, 적립식 펀드로 마련한 목돈을 포트폴리오를 구성해 투자하기. 여기서 중요한 것은 목돈 굴리기에 앞서 우선적으로 노후준비나 자녀 교육비 마련 등과 같은 재무목표를 명확히 잡고, 이에 맞는 장기 투자계획을 세워야 한다는 점이다. 다소 번거롭더라도 시장 상황에 따른 고민을 피하고 장기적으로 재무목표를 달성할 수 있어 해볼 만하다.

둘째, 적립식 펀드로 마련한 목돈으로 포트폴리오 투자를 하는 동시에, 적립식 펀드에 새로 가입하는 방법. 적립식 펀드 투자 기법에 만족한 투자자라면 준비된 목돈을 적합한 포트폴리오에 맞춰 투자하고, 그간 매달 납입했던 자금 규모만큼 새롭게 적립식 펀드에 또 투자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이렇게 하면 적립식 투자를 통해 목돈을 만들고, 이렇게 만든 목돈을 굴리면서 동시에 적립식 펀드 투자로 또 다시 목돈을 만드는 선순환 고리를 형성할 수 있게 된다.

셋째, 만기를 연장해 계속 불입하는 방법도 있다. 적립식 펀드 만기 시점의 평가금액이 자신이 생각했던 종자돈 규모에 아직 미치지 못한다면 만기를 연장해 지속적으로 불입해도 좋다. 적립식 펀드는 은행 예금과는 달리 만기를 줄이거나 늘릴 수 있어서다. 따라서 만기가 됐다 해도 본인이 원하는 수준의 종자돈 규모가 될 때까지 계속 적립하는 것도 괜찮은 방법이다. 만기 연장은 만기일 하루 전까지 가능하다.

단, 만기시점에 손실을 본 투자자는 형편이 허락하는 한 지속적으로 투자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적립식 투자는 손실을 본 구간에서 계속 매입해 평균매입단가를 하락시키고, 나중에 주가가 반등할 때 더 높은 성과를 기대할 수 있는 투자 방법이기 때문이다.

넷째, 일정 금액을 꾸준히 불입하다가 사정이 생겨 적립을 중단한 채 내버려둔 적립식 펀드가 만기를 맞은 경우에는 어떨까? 장기 투자를 계속 하고 싶다면 해당 펀드를 계속 보유한다. 장기간 투자한다면 노후 대비 자금으로 활용할 수도 있을 것이다. 적립식 펀드는 은행 예금의 만기와는 의미가 달라서 만기 이후에 펀드를 그냥 보유해도 전혀 손해가 아니다.

다섯째, 펀드로 모은 자금 중 일부가 필요한 투자자는 부분 환매를 활용한다. 부분 환매 시에는 먼저 납입한 자금부터 환매해주는 선입선출법을 적용하기 때문에 환매수수료가 없다. 부담 없이 이용할 수 있는 방안이다.

적립식 펀드 투자는 근본적으로 다음의 두 가지 투자철학과 관계가 깊다. 하나는 ‘주식시장의 향방을 아무도 알 수 없다’는 것, 다른 하나는 ‘투자의 기본은 절대 잃지 않는 것’이라는 격언이다. 펀드 투자 시 적립식이라는 방법은 시장의 방향을 함부로 예측하지 않고 꾸준히 투자하고자 할 때 선택해야 한다. 아울러 시장의 방향을 맞춰 단기적으로 높은 수익을 얻기 보다는 ‘마켓 타이밍 실수’를 피해 장기적인 주가 상승에 따른 복리 누적으로 투자목표를 달성하고자 할 때 따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