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간 200억 투자해 개발…
초등수업 ‘혁명’일으킨다

예전 같으면 교과서에 실린 사진으로 대충 봐야 했던 곤충의 탈바꿈 과정을 생생한 영상으로 볼 수 있다. 바로 ‘아이스크림(i-scream)’ 덕분이다. 아이스크림은 ‘나’라는 뜻의 영어 단어 ‘I’와 ‘놀라서 소리를 지른다’는 뜻의 ‘scream’의 합성어다. 놀라서 탄성을 지를 만큼 획기적인 서비스라는 뜻과 함께 아이스크림처럼 달콤하다는 의미도 담고 있다.
아이스크림은 전국 초등학교 교실의 약 72%인 5800여 개 학교의 9만여 명의 초등교사가 회원으로 가입했다. 270만 명의 초등학생이 혜택을 보고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최형순 상무는 “지난해부터 무료로 서비스하다 3월부터 유료로 전환했는데, 회원이 줄기는 커녕 오히려 늘었다”고 말했다. 이용가격은 1년에 3만9000원. 초등학교 한 학급당 하루 200원 미만의 비용으로 동영상이나 사진을 통한 간접체험학습을 할 수 있는 셈이다.
아이스크림은 전 학년의 초등 교과서에 나오는 단어를 검색하면 이와 연관된 자료를 찾아볼 수 있게 구성됐다. 과목과 주제, 단원, 페이지별로 검색이 가능하다. 특히 과학이나 사회, 역사뿐만 아니라 음악, 미술 등의 수업에도 쓸모가 많다. 초등학교 교과과정의 모든 노래가 사운드 파일로 담겨 있다. 음악시간에는 작곡가와 이들이 작곡한 명곡을 외우기보다는 음악을 동영상과 함께 감상하고 즐길 수 있다. 영어시간에는 원어민 발음으로 회화 등을 반복적으로 연습할 수도 있다.

현장 체험이 어려운 지역은 사진이나 동영상을 통해 마치 가본 것처럼 간접체험이 가능하다. 아프리카 원주민의 생활상에서부터 우주 탐험까지 생생하게 볼 수 있다. 지루하고 딱딱한 문제 풀이는 이해하기 쉽도록 노래나 게임으로 제작돼 학생들이 재미있게 수업에 참여하도록 유도했다.
각 교실엔 수년 전부터 인터넷이 연결되고 멀티미디어가 설치됐다. 하지만 수업에 활용되는 경우는 드물었다. 그동안 인터넷에서 디지털 교육 콘텐츠를 제공하는 서비스는 많았지만 대부분이 온라인 강의 형태여서 수업에 쓰기는 어려웠다. 하지만 아이스크림에는 학년별, 진도별로 필요한 사진, 동영상, 그림 등 각종 콘텐츠가 가득 차 있다. 관련 자료를 찾아 바로 교실 내 대형 TV와 컴퓨터를 연결해 수업에 쓸 수 있다. 교사가 자신의 수업 과정을 직접 설계할 수 있는 프로그램도 갖추고 있다.
아이스크림을 주로 과학 관련 수업에 이용한다는 경기도 일산의 한 초등학교 교사는 “그동안 과학 관련 수업은 준비하기 힘들었다”며 “지루하고 이해시키기가 어려운 과학 원리나 자연현상 등을 영상자료를 이용해 설명할 수 있어 편하고 유용하다”고 설명했다.
아이스크림의 양은 방대하고 자료의 품질도 높다. 시공미디어의 모회사인 시공테크가 전시 사업을 통해 지난 20년간 축적했던 약 300만 건의 사진자료를 이용하기 때문이다. 동영상은 KBS를 비롯해 영국의 BBC, 미국의 디스커버리 에듀케이션의 소스를 활용했다.
하지만 콘텐츠를 만드는 과정은 그리 녹록치 않았다. 시공미디어는 이들로부터 받은 1시간이 넘는 다큐멘터리 등의 영상을 2~3분 정도로 압축해 초등 교과과정에 맞게 맞춤형으로 기획해야 했다. 쉽게 구할 수 없거나 아예 없는 자료는 직접 제작하기도 했다. 교과 관련 동영상자료만 8000여 편에 이른다. 지금까지 국내 교육 콘텐츠로는 상상할 수 없었던 세계 최고 수준의 멀티미디어 콘텐츠를 갖춘 것이다.
이 방대한 교과자료는 모두 온라인으로 제공되고 교사들이 필요한 자료를 요청하면 즉시 업데이트된다. 최근에는 커뮤니티를 통해 교사들이 직접 수업자료를 만들어 공유하기도 한다. 염윤정 마케팅 팀장은 요즘도 하루에 몇 편씩 업데이트 되고 있다고 말했다.
아이스크림은 교과 과정외의 시사자료도 제공하고 있다. 초등생 납치사건이 발생했을 때 유괴 수법과 예방, 안전교육자료를 만들어 교사들로부터 큰 인기를 끌기도 했다.
최근에는 해외 진출도 본격화했다. 시공미디어는 현재 미국의 한 주로부터 초등학생용 교과서를 전달받아 콘텐츠 제작 작업을 하고 있는 중이다. 내년이면 미국의 초등학생들이 아이스크림으로 수업을 받게 될지도 모른다.
내년에는 중·고교용 서비스 출시 계획
이러한 교육 콘텐츠를 만드는 데 가장 큰 역할 한 사람은 시공테크의 박기석(61) 회장이다. 시작은 사교육 왕국인 우리나라에서 공교육 정상화의 희망을 찾겠다는 포부에서 비롯됐다. 물론 그동안 시공테크가 전시 사업에서 모은 방대한 양의 자료를 이용해 더 큰 부가가치를 창출하겠다는 의도도 깔렸다. 제대로 된 교육 콘텐츠를 만들어 전시 사업과 콘텐츠 사업 간의 시너지 효과를 높이고 불황에도 흔들림 없는 수익구조를 구축하기 위해서다.
그는 지난 2002년부터 7년 동안 200억원이 넘는 돈을 투자했다. 개발부서에만 전 직원의 약 90%인 80명 가량을 배치할 정도로 과감하게 투자했다. 400명이 넘는 일선 교사들을 만나 학생들에게 꼭 필요하고 효과적인 자료는 무엇인지 파악하기도 했다. 시공미디어는 올해 말까지 중·고교용 아이스크림 서비스도 개발해 2010년께 내놓을 계획이다. 시공미디어는 올해 디지털 교육 콘텐츠로만 50억원, 전체 매출은 140억원을 올린다는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