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값이 높은 스타를 CF광고에 내보내는 이유는 간단하다. ‘스타마케팅’을 하기 위해서다. 2009년 상반기 최고의 아이콘 김연아는 ‘피겨여왕’에서‘국민 여동생’으로 주가를 드높이며 CF계를 평정했다. ‘김연아 천하’란 말이 어색하지 않을 정도다. 이런 가운데 톱스타들의 인기 바로미터라 할 수 있는 휴대전화 CF에도 김연아가 떴다. 최근 삼성전자가 출시한‘연아의 햅틱’광고에 나오고 있다. 삼성전자가 사람 이름을 제품명으로 쓴 것은 김연아가 처음이다. 더욱이 김연아폰은 역대 스타폰 가운데 가장 많은 판매고를 올릴 것으로 주목받고 있다. 김연아폰 이외 유명스타들을 광고모델로 활용한 휴대폰의 판매실적은 어느 정도일까?

김연아 이름딴 ‘연아의 햅틱’

지존등극 초읽기

휴대전화 업계에서 톱스타를 기용한 스타마케팅을 구사하는 것은 이미 보편화된 일이다. 이효리폰, 전지현폰, 김태희폰, 문근영폰, 권상우폰, 송혜교폰, 원더걸스폰, 보아폰, 고아라폰, 타블로폰 등의 애칭이 붙은 스타폰은 유명 스타를 앞세운 휴대전화 마케팅의 산물이다.

하지만 실제 휴대전화 제조사에서 스타의 이름을 제품명에 붙인 경우는 ‘연아의 햅틱’전까지는 전무했다. 단지 휴대전화 광고에 출연한 스타가 크게 부각돼 ‘○○○폰’으로 불리며 회자됐을 뿐이었다. 원래 모델명이 있지만 오히려 출연한 CF모델의 이름이 폰명의 애칭으로 더 많이 애용됐다.

휴대전화를 사려는 고객들도 외우기 힘든 제품의 모델명을 대기보다는 ‘누구누구폰을 보여 달라’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휴대전화 판매자들도 그게 더 편하다는 반응이다. 자신들은 모델명을 알지만 고객들은 모르기 때문이다. 실제 제품 모델명을 기억하고 물어보는 사람들은 거의 없다고 한다.

애칭이 붙은 첫 휴대전화는 2002년 출시된 삼성전자의 ‘이건희폰’으로 알려져 있다. 이건희 전 삼성그룹 회장의 아이디어로 만들어졌다는 것이 알려지면서 T100이라는 단말기 모델명보다는 이건희폰으로 불렸다. 이듬해 출시된 삼성전자의 E700는 노르웨이의 한 일간지가 ‘휴대전화의 메르세데스-벤츠’라며 극찬, 벤츠폰으로 유명세를 탔다. 벤츠폰은 전 세계적으로 1300만 대 이상 팔렸다.

삼성전자는 지난 5월23일 이른바 ‘김연아폰’으로 알려진 풀터치폰 ‘연아의 햅틱(SCH-W770, SPH-W7700/W7750)’을 출시했다. 이와 동시에 김연아가 출연하는 광고를 대대적으로 내보내며 흥행몰이에 나서고 있다.

김연아폰은 지난해부터 국내 프리미엄 휴대전화 시장을 독식하고 있는 햅틱 시리즈 중 하나로 슬림형 디자인에 강력한 다이어리 기능을 지원한다. 가볍고 날씬한 몸체에 귀엽고 사랑스러운 디자인의 ‘연아의 햅틱’은 실제 김연아의 순수하고 밝은 평소의 이미지와도 부합된다는 평가다. 이러한 점이 삼성전자의 스타 네이밍폰에 이름을 올린 첫 주인공이 된 이유라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업계에선 김연아폰이‘국민 여동생’의 폭발적 인기와 보급형 풀터치폰 햅틱 미니의 경쟁력 등을 고려할 때, 2005년 11월에 출시돼 애니콜 스타 네이밍폰 가운데 최대 판매고(220만 대)를 올렸던 이효리폰(V840)을 뛰어넘을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실제 지난 7월18일 기준, ‘연아의 햅틱’은 판매대수 40만 대를 눈앞에 두고 있다. 출시 초기에 각 매장들에 물량 공급이 원활하지 않았던 것을 고려하면 본격적인 판매는 6월초부터 이뤄졌다고 봐야한다고 삼전전자 측은 밝혔다. 이를 감안하면 하루에 1만 대 가깝게 팔린 것으로 추산된다.

2007년 5월 출시된 ‘고아라폰’ 아직도 꾸준히 판매

삼성전자 관계자는 “10여 가지가 넘는 햅틱 계열 중 ‘연아의 햅틱’이 가장 많은 판매고를 보이고 있다”며, “기대가 없었다면 거짓말이고, 현재 기대 이상의 폭발적 반응”이라며 환하게 웃었다. 그는 이어 “삼성전자 스타폰 중 최고 판매량 이효리폰을 능가할 것이라고 장담은 못 한다”면서도 “현 (판매) 추세가 이어진다면 기대를 갖게 된다”고 덧붙였다. 김연아도 자신의 이름이 최초로 휴대전화 제품명에 붙는다는 말을 듣고 상당히 좋아했다는 후문이다. 관련 업계에서도 김연아의 이름을 제품명에 붙인 삼성전자의 결정에 호의적인 반응이다. 시기적절하게 잘 선택했다는 것이다.

이효리폰 다음으로 많이 팔린 제품은 고아라폰(W270·170만 대), 권상우폰(V740·160만 대) 등이다.

사실 이효리는 오랫동안 애니콜 광고모델을 했다. 따지고 보면 이효리폰으로 불릴만한 애니콜 모델은 V840만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V840이 가장 많이 팔리면서 이효리폰으로 명명되고 회자된 것이다. 반면 고아라는 단발로 출연해 대박을 터뜨린 경우다. 2007년 5월에 출시된 고아라폰은 아직도 휴대전화 매장에서 꾸준히 나가는 장수 모델이다. 작년에만 70만 대 이상 팔리면서 누적 판매량이 170만 대를 훌쩍 넘어섰다. 

한 업계 관계자는 “고아라폰은 고아라의 연예인 지명도와는 별개로 휴대전화 모델 자체가 좋았다”면서 “안정된 성능과 다양한 기능, 오래 봐도 질리지 않는 깔끔한 디자인이 롱런의 비결”이라고 밝혔다. 이는 역으로 스타의 지명도가 높다고, 반드시 대박과 직결되지 않는 것으로 해석이 가능하다. 서울 장충동에서 휴대전화 판매 매장을 운영하는 이용묵씨(37)는 “광고모델이 중요하지만 그것은 그때 이슈가 되고 화제가 될 뿐이다”며 “정말 중요한 것은 휴대전화의 디자인이나 성능, 가격대”라고 밝혔다. 권상우폰은 2005년 7월에 출시돼 당시 히트를 치며 160만 대가 팔렸다. 권상우폰 역시 당시 소비자들의 기호와 맞아떨어져 높은 판매고를 올릴 수 있었다.

LG전자의 현재 휴대전화 LG싸이언 광고모델은 김태희다. 2004년부터 전속모델로 출연하고 있다. 때문에 김태희폰으로 불릴만한 휴대전화 모델은 일일이 셀 수 없을 만큼 즐비하다. LG전자 측은 “관련 광고가 많다 보니 김태희폰으로 불리는 게 너무 많다”며 “한 모델만을 꼬집어서 김태희폰이라고 말하기가 어렵다”고 했다.

LG전자, 초콜릿폰 등 제품 특성 애칭 더 선호

LG전자는 특정 스타폰으로 불리기보다는 초콜릿폰, 아카펠라폰, 바나나폰, 와인폰, 샤인폰, 컬러홀릭폰 등으로 더 알려져 있다. LG전자 관계자는 “특성을 찾아내 애칭을 붙이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밝혔다. 이중 샤인폰, 초콜릿폰 등은 100만 대 이상 팔린 효자 모델이다.

올해 상반기 히트폰인 실속형 풀터치폰 ‘쿠키폰’은 지난 4월에 출시돼 40만 대 이상 팔려나갔다. 하반기에도 꾸준히 판매될 전망이다. 인기 아이돌그룹 빅뱅이 광고모델로 출연한 ‘롤리팝’도 40만 대 이상 판매되는 인기를 누렸다.

에버로 잘 알려진 KTFT는 제한된 시장 때문에 스타마케팅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에버DJ/DJ2’는 송혜교가 광고에 출연하면서 송혜교폰이라 불리며 32만 대가량 판매됐다. 현재 에버 모델로 활동하고 있는 원더걸스가 선전해 원더걸스폰이라고 불린 ‘슬림팬더’폰이 약 40만 대 가량 나갔다. 이는 순전히 KT에만 공급해 나온 판매실적이다. 단순 수치로만 보면 많지 않지만, 이에 대해  KTFT 측은“이통 3사에 모두 공급하는 삼성전자, LG전자와 비교하면 100만 대 수준의 히트작이다”고 설명했다. 또 단순히 수치로만 보고 실패한 마케팅으로 보여 곤혹스럽다고 덧붙였다.

한편 휴대전화 제조사의 스타마케팅에 대해 휴대전화 전문 판매 관계자들은 “검증된 스타모델의 이용은 대체로 ‘선방’할 안전판을 제공한다”며 “솔직히 대박은 힘들지만 쪽박은 거의 없다고 봐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스타를 기용했다는 그 자체로 기본적으로 안정적인 판매고를 올릴 수 있다는 얘기다. 휴대전화 판매 경력 15년의 조형석씨(41겮??남대문로 그린대리점 남대문직영점)는 “스타가 나오면 기본 성적(판매)은 올린다”면서 “몸값이 높은 스타들이 나왔는데 기본만 올리면 광고주들이 좋아하겠느냐”고 반문했다. 즉, 톱스타는 최소 기본 그 이상의 판매고는 올려줘야 한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