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람에서 무덤까지 비타민 같은
라이프 서비스 준비 중”

서울 강남구 논현동 지하 2층, 지상 5층의 아이웨딩네트웍스(이하 아이웨딩) 빌딩. 기자는 속이 훤히 들여다보이는 누드 엘리베이터를 타고 5층 김태욱 대표의 사무실로 올라갔다. 17~20㎡ 남짓한 김 대표의 사무실엔 개인용 책·걸상과 회의테이블, 책장 그리고 빅스타 부인 채시라씨와 함께 찍은 사진 몇 점이 놓여있었다. 부인 채씨는 KBS 주말드라마 <천추태후>에서 주인공으로 활약 중이다.
호리호리한 몸매에 180㎝의 훤칠한 키, 낯익은 미남형 얼굴만 봤을 때 김 대표는 영락없는 연예인. 그러나 웨딩 사업에 대해 열변을 토해내는 그의 모습에서 사업가다운 면모가 확실히 느껴졌다.
“벤처의 꿈을 안고 2000년 창립할 당시 서울 강남 삼성동의 10㎡짜리 사무실에서 창립멤버 4명이 소꿉장난처럼 (사업을) 시작했습니다. 회사 규모가 점점 커지면서 사무실이 서너 군데로 흩어졌지요. 그러다 좀 형편이 피면서 2007년부터 모여서 일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고 올해 이렇게 모인 겁니다. 전월세 살다가 자기 집 마련한 기분과 꼭 같죠.”
결혼 준비하러 뛰어다니다 웨딩 회사 차려
아이웨딩은 결혼 컨설팅은 물론 자체적으로 개발한 결혼 서비스 IT 솔루션 ‘WITH(Wedding Is The Heaven)’를 통해 고객과 제휴사를 연결해주는 결혼종합 서비스 회사다. 아이웨딩은 김 대표 부부, ‘박신양-백혜진’, ‘이승엽-이송정’, ‘최용수-임남희’, ‘한가인-연정훈’, ‘서장훈-오정연’ 커플 등 국내 빅스타급 영화배우, 탤런트, 프로선수 등이 이용하면서 유명세를 탔다.
“결혼준비를 할 때였어요.(김 대표는 2000년 3월27일 결혼했다) 집사람이 유명인이어서 ‘내가 다 알아서 하겠다’고 말하고는 나 혼자 이곳저곳을 돌아다녔습니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우리나라 웨딩 시장을 알게 됐습니다. 웨딩 시장이 생각보다 엉망이었어요. 정해진 가격도 없고, 어떤 원칙이나 제대로 된 서비스도 없었으니까요. 여기서 사업의 모티브를 얻었습니다. 웨딩 산업에 우리나라가 최고의 기술력을 가진 IT를 접목시켜 투명하고 경제적인 웨딩 서비스를 해보자고요. 그러면서 인기스타들을 위한 상품도 만들어보기로 했습니다. 내 결혼식에 기자들이 얼마나 몰려들었는지 뒤죽박죽돼 우리 아버지는 참석도 못하고 (결혼식이) 엉망이었거든요.”
김 대표는 내친김에 결혼을 한 달여 앞둔 2000년 2월 아이웨딩닷넷을 설립했다. 사업 초창기 많은 인기스타들의 결혼 서비스를 했지만 사업실적은 미미했다. 아이웨딩이 금융감독원에 제출한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사업 시작 5년째인 2005년 9억600만원의 매출에 4000만원의 적자를 냈다.
“다른 회사들도 마찬가지겠지만 사업 초기에 무척 힘들었어요. ‘전문성도 없는 연예인이 무슨 웨딩 사업이냐’. ‘결혼준비를 사람들이 직접 다니면서 해야지 IT로 하면 성공하겠느냐’ 등 근거 없는 비난이 쏟아졌습니다. 결정적으로는 우리가 인기스타들만을 대상으로 하는 결혼 서비스 회사로 잘못 알려지면서 일반인들이 아예 오지 않았던 겁니다. 또 당시 웨딩 관련 업체들이 IT에 대한 개념이 없기도 했고요.”
김 대표는 그의 히트곡 <개꿈> 중 ‘난 항상 좋은 일이 생길거야’라는 가사처럼 ‘긍정의 힘’을 믿고 당초 계획했던 대로 밀고나갔다. 김 대표가 긍정주의자가 된 데는 아내의 힘이 컸다.
“1998년에 갑자기 목소리가 안 나왔어요. 성대가 결절된 것도 아니고, 다른 어떤 병도 아니었어요. 오죽하면 말을 하고 싶을 때마다 글로 써야할 정도였으니까 가수로는 치명상을 입었던 겁니다. 희망이 사라지자 우울증에 걸리고 말았습니다. 그 때 애인이었던 아내(채시라)가 저를 위로하면서 여행을 가자고 하더니 에세이집 한 권을 줬어요. 성서 출애굽기 편을 쉽게 쓴 글인데, 그걸 읽고는 제가 마음을 바로잡았습니다. 모세가 물길을 가른 바다를 건너온 이스라엘 사람들이 광야를 만나자 두 부류로 나뉘었는데 그중 ‘그래도 예전보다는 지금이 났다’고 생각하고 살아가는 것을 보면서 저는 ‘그래, 노래가 안 되면 다른 걸 하면 되잖아’하는 생각이 불현듯 떠오른 겁니다. 갑자기 마음이 상쾌해지더군요.”
김 대표는 “당시 쓸모없는 나를 버리지 않은 아내가 무척 고마울 따름이다”며 아내를 ‘구세주’라고 표현했다. 김 대표는 그 후 ‘난 목소리가 나올 거야’라며 계속 긍정의 주문을 외우며 지내자 언제부턴가 말이 터지더니 2004년엔 가수시절의 70% 수준까지 회복됐다고 한다. 그리곤 내친김에 앨범까지 냈다.
2005년까지 미미했던 아이웨딩의 매출은 2006년부터 갑자기 수직상승하기 시작했다. 2005년 9억600만원에서 2006년 14억1000만원, 2007년 49억2400만원, 2008년 93억2700만원으로 매년 100% 이상의 폭발적인 성장을 기록했다. 올해도 상반기에만 43억8200만원의 매출을 올렸다. 그 비결은 무엇일까.
“2006년 초쯤 삼성그룹 직원이 찾아왔어요. 삼성 임직원들의 웨딩 컨설팅 서비스를 대행해줄 업체를 찾고 있다는 겁니다. 삼성 임직원들 중 예비신랑 신부들이 결혼준비를 하느라 이리저리 뛰어다니는 통에 업무 효율이 떨어진다고 생각했던 것 같아요. 대신 (아이웨딩이) 믿을 수 있는 곳인지 재무구조, IT 솔루션, 제휴사들의 서비스 품질 등을 알아야겠다는 겁니다. 조사 시작한 지 6개월쯤 지난 2006년 6월 삼성에서 (직원들의 웨딩 컨설팅을) 맡아달라고 하더군요. 그때부터 봇물 터지듯 다른 기업들도 ‘우리도 삼성처럼 해 달라’며 찾아왔습니다.”
2006년 삼성그룹 임직원 서비스 개시 후 매출 수직상승
역시 삼성은 보증수표나 다름없었다. 아이웨딩이 삼성 임직원에 대한 서비스를 개시하자, 신세계, LG, GS, LS, 롯데건설, 팬택, 한국수출입은행, 풀무원, NHN, 한국전력, 아시아나 항공, 한국은행, 신한은행, 현대오일뱅크, 삼천리 등 국내 내로라하는 기업들이 스스로 찾아왔다.
이뿐이 아니다. 그동안 꿈쩍이지 않았던 일반인들이 이때부터 몰려들기 시작했다고 한다. 사실은 일반인들의 폭주가 매출 상승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대기업 임직원들의 웨딩 서비스 매출 비중이 작년 기준으로 24.5%에 불과한 데서도 알 수 있다.
김 대표는 “대기업 임직원들의 웨딩 컨설팅 요청 쇄도 이후 아이웨딩의 브랜드 인지도가 높아진 것은 사실이다”며 “그러나 편리하고 경제적인 것을 선호하는 IT 세대들이 결혼 적령기에 들어서면서 IT를 기반으로 한 아이웨딩을 찾았던 것 같다”고 분석했다.
특히 작년부터 외국 특히 중국, 일본, 영국, 미국, 호주 등에서 웨딩 서비스 요청이 많이 들어온다고 한다. 한류스타들의 동정을 알아보려 아이웨딩 홈페이지에 접속했다가 ‘할리우드의 스타’처럼 만들어주는 아이웨딩의 웨딩 서비스에 반해 신청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는 것이다. 김 대표는 “중국의 경우 웨딩사진을 보면 우리나라의 1980년대 달력사진을 보는 것처럼 촌스럽기 짝이 없다”고 귀띔했다. 이에 김 대표는 중국, 일본, 카타르 등의 해외 시장에 맞춤형 콘텐츠를 개발할 계획이라고 한다.
아이웨딩의 경쟁력은 IT 솔루션과 철저한 상품 및 서비스의 품질관리에 있다. 김 대표가 자신 있게 내세우는 ‘WITH’ 시스템은 웨딩 산업에 ‘6시그마’ 기법을 도입, 결혼을 준비하는 데 필요한 다양한 상품들의 서비스 관리를 통합 분석해 고객의 요구 사항에 즉각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전사적 관리 시스템이다. 김 대표는 “아이웨딩의 임직원 150여 명과 협력사 800여 개가 고객의 결혼준비에 관련된 모든 상품 서비스 관리를 WITH 안에서 일괄적으로 처리한다”며 “특히 고객의 불만 수렴 및 통계화를 통해 서비스 수준을 향상시켰다”고 자랑했다.
이와 함께 김 대표는 웨딩업계 최초로 정찰제와 서비스 보증제도를 실시했다. 특히 김 대표는 제휴사들이 실수를 하면 상품이든 돈이든 그에 해당하는 만큼 고객들에게 보상하는 것을 의무화하고 있다.
“우리가 엄격한 기준을 요구했음에도 제휴사들이 우리를 믿고 쫓아왔던 것은 그만큼 신뢰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저는 5년 동안 월급을 한 푼도 받지 않았지만 한 번도 제휴사들에 대한 결제를 연기해본 적이 없습니다. 제휴사들 업종에 침범하려고 하지 않았어요. 예컨대 우리가 결혼식장을 운영하고 여행사도 차릴 수 있잖아요. 그런데 그런 것을 한 번도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그건 반칙이잖아요. 앞으로도 이런 원칙을 지켜나갈 겁니다.”
김 대표의 넥스트 비즈 ‘교육 사업’
김 대표는 내년 아이웨딩의 상장을 준비하고 있다. 이미 그려 놓은 큰 꿈을 완성시키기 위해서다.
“우리는 지금, 목표의 30% 정도만 이룬 겁니다. 더 경제적이고 좋은 서비스로 업그레이드 시킬 게 많아요. 지금은 고객이 한두 번 나와야하는데 나중엔 IT로만 모든 것을 처리할 수 있도록 할 겁니다. 우리는 센터 역할만 하는 거죠”
그러나 이게 김 대표의 목표가 아니다. 아이웨딩을 요람에서 무덤에 이르는 ‘올 라이프 서비스 그룹’으로 확대시키는 것이다. 김 대표는 매년 결혼하는 30만 쌍 중 15%(4만5000쌍)만 확보하면 올 라이프 서비스로의 사업 확대가 가능하다는 계산이다. 아이웨딩은 작년 1만 쌍의 웨딩 서비스를 실시했다.
김 대표의 웨딩 사업에 이은 ‘넥스트 비즈(NEXT-BIZ)’는 교육 사업이다. 발상부터가 특이하다. 현재의 공교육 및 사교육과는 정반대의 교육 시스템을 만들겠다는 얘기다. 김 대표는 영화 <죽은 시인의 사회>에서 모티브를 얻었다고 한다. 최근 직원 채용을 위한 면접을 하면서 더욱 확고해졌다고 한다.
“직원을 30명을 뽑는데 1800명 몰려왔어요. 서울대, 미국 예일대 등 학벌은 물론 프로듀서 등 경력도 화려하더군요. ‘여기에 왜 왔느냐’고 물었더니 답이 기막힙디다. ‘그동안 부모의 인생을 대신 살았으니 이젠 내 인생을 살고 싶다’고 말입니다.”
김 대표는 ‘기막힌’ 교육 사업을 위해 이미 조직과 사업 파트너까지 확보했다고 한다. 대상은 초등생에서 고등학생까지다.
마지막으로 김 대표에게 “다시 가수로 돌아가고 싶지 않느냐”고 물었다. 가수에 대한 김 대표의 향수가 이곳저곳에서 묻어나기 때문이다. 김 대표가 개발한 IT 솔루션 ‘WITH’는 그의 노래 <헤븐(HEAVEN)>에서 따왔고, 인터뷰 도중 설명할 때마다 그가 불렀던 노래의 가사들 중 일부를 자주 인용한 데서 역력히 나타났다. 예컨대 ‘사랑을 나눠주고, 행복을 나눠주는’(<나는 어떤 사람일까>의 가사) 일을 하고 싶다느니, ‘희망을 줄 수 있는 사람이 되려고’(<나는 어떤 사람일까>의 가사) 노력했다느니, ‘난 항상 좋은 일이 생길거야’(<개꿈>의 가사)라며 긍정의 힘으로 살았다느니 하는 데서 엿볼 수 있었다. 김 대표는 회사 내 밴드 동아리를 위해 만든 밴드연습실도 자주 찾는다고 한다.
“산울림의 김창완 형처럼 자유롭게 노래를 하고 싶어요. 그러나 다시 연예인 같은 패턴으로 돌아가고 싶지는 않습니다.”
약력 : 1969년 대구 출생. 영남고-인하공전(조선공학과). 1991년 <개꿈>으로 데뷔. 2000년 아이웨딩닷넷 대표. 2001년 아이웨딩네트웍스 공동대표이사 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