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러피언 요리에 ‘한국의 맛’ 접목

한국의 식재료를 통한 프랑스 요리의 재해석이라는 새로운 명제로 사람들의 입맛을 사로잡는 곳이 있다. 서울 웨스틴조선호텔 ‘나인스 게이트’가 그 주인공. 85년 역사를 지닌 한국 최초의 양식당 팜코트를 전신으로 하고 있는 나인스 게이트는 전통을 바탕으로 음식과 서비스 등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호응을 얻고 있다. 그릴 메뉴를 중심으로 모던한 유러피언 요리를 선보이고 있으며, 한국의 식재료를 프렌치 요리의 기술로 풀어내 한국의 맛을 세계인의 요리에 접목시켰다는 평을 듣는다. 이곳을 이끄는 사람이 스타 셰프인 이민 수석주방장이다.

“예전에는 외국인 셰프가 메뉴를 주도했습니다. 하지만 외국인 셰프는 근무 기간이 짧기 때문에 한국의 문화와 트렌드를 음식에 접목시키기가 어려웠습니다. 제가 맡은 이후 나인스 게이트는 그런 한계를 극복했습니다. 이와 함께 한국의 제철 식재료를 이용해 틀에 박힌 양식당이 아닌 고객 친화적인 새로운 나인스 게이트만의 메뉴를 개발함으로써 좋은 반응을 얻고 있습니다.”

가장 맛있고 싱싱한 제철 식재료를 이용해 자신만의 특화된 메뉴를 만들어내고 있는 이 주방장은 요리는 창조성이 깃든 예술로, 끊임없는 공부와 자기 계발이 필요하다고 얘기한다. 실제로 그의 하루는 온통 요리에 관한 생각들로 점철되어 있다. 베테랑 요리사가 된 지금도 전 세계를 돌아다니며 벤치마킹과 연구를 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요리에 대한 것이라면 드라마와 만화책까지도 빼놓지 않고 섭렵하고 있다.

공고 출신 기능인에서 특급호텔 상무로

지금에야 스타 셰프로서 명성이 자자하지만 사실 그의 인생에 ‘요리’가 들어오리라 생각한 사람은 없었다. 그는 원래 ‘기술자’였다. 공고에서 기계를 전공하고 졸업 후 방위산업체에서 근무했으니 요리와는 전혀 무관한 삶이었다. 인연은 ‘생계’라는 이유로 시작됐다. 생활고를 해결하기 위해 포장마차를 시작하면서 드디어 요리와 만나게 됐다. 돌아가신 부모님을 대신해 스물두 살 젊은 나이로 두 동생을 돌봐야 했던 것이다.

“제 꿈은 원래 요리사가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두 동생을 돌보기 위해 시작한 포장마차에서 음식을 만드는 일에 재능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됐어요. 당시 롯데호텔에 다니던 친구로부터 호텔 요리사를 해보지 않겠느냐는 말을 듣고 경주호텔학교에 들어가 본격적으로 조리를 배우기 시작했습니다.”

이민 주방장의 요리인생은 웨스틴조선호텔과 그 맥을 같이 한다. 1986년 호텔에 입사한 그가 처음 근무했던 곳은 제과제빵부서. 이곳에서 약 1년 정도 근무한 후 양식 주방으로 전배를 요청하게 된다. 제과제빵부서에서는 그가 목표로 삼고 있던 총주방장이 되기 어렵다는 생각에서였다.

당시만 해도 호텔 총주방장은 대부분 양식을 전공한 외국인들이었다. 그런 시기에 총주방장이 되기 위해 양식 주방으로 옮기고 싶다는 새까맣게 어린 제과제빵부서 초보 조리사의 요청은 어쩌면 당돌하게 들렸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외국인 수석 셰프는 이 주방장의 요청을 진지하게 받아들여 부서 이동을 허락했고, 그는 이탈리아 주방으로 옮겨 자신의 꿈을 계속 키워나갈 수 있었다.

“처음 부서 이동을 요청했을 때 그는 깜짝 놀라면서 묻더군요. 혹시 일이 힘들거나 선배들이 괴롭혀서 그러느냐고요. 그래서 제가 제과제빵도 재미있지만 나는 당신과 같은 총주방장이 되고 싶기 때문에 양식 주방으로 옮기고 싶다고 말했죠. 당시 그가 부서 이동을 허락하지 않았다면 어쩌면 지금의 저는 없었을지도 모르겠어요.”

양식 주방으로 옮긴 뒤에도 그의 도전은 계속됐다. 호텔 입사 당시부터 총주방장이 목표였던 그는 연세대에서 급식경영으로 석사 학위를 받았고, 1991년엔 한식 조리사 자격증을, 2000년에는 조리 기능장을 땄다. 손재주가 좋고 요리에 대한 재능이 탁월한 그는 국제 대회에서도 두각을 드러내며 수상경력을 쌓아나갔다. 1995년 서울국제요리대회에서 금메달, 1996년 독일세계요리올림픽 은메달, 2002년 오스트리아국제요리대회 금메달, 2003년 세계음식박람회 국가대표팀장 금상 등을 수상하는 영예를 안았다. 그렇게 총주방장의 꿈을 키워가며 20여 년. 마침내 그는 서양요리의 명인이자 조리사 중 최초로 신세계그룹 상무까지 오른 입지전적 인물이 됐다.

“저는 제 인생을 요리에 올인했다고 말합니다. 요리사가 된 이후 머릿속에서 요리라는 단어를 지워본 적이 없어요. 요리는 끝이 없습니다. 누구도 마침표를 찍을 수 없고, 연구하고 노력하는 만큼 새로운 나만의 것을 만들어 낼 수 있습니다. 이것이 요리에 빠져들 수밖에 없는 이유죠.”

요리가 자신의 인생에서 가장 큰 명제이자 인생의 전부라고 서슴없이 말하는 이민 총주방장. 요리사로서 지내온 24년간 그가 쏟아온 이러한 열정과 노력이 오늘날의 스타 셰프 이민을 만들어낸 원동력이었다.

tip  웨스틴조선호텔 나인스 게이트

85년 전통의 한국 최초 양식당

지난 2월2일 리뉴얼을 마치고 새롭게 단장한 나인스 게이트는 사계절의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는 전면 창을 통해 원구단의 전경을 볼 수 있는 모던한 공간이다. 특히 고종 황제가 하늘에 제사를 지내기 위해 세운 원구단과 아름다운 정원이 한눈에 보여 나인스 게이트를 찾는 손님들에게 특별한 즐거움을 선사한다.

나인스 게이트는 주방의 역할을 서비스에까지 확대해 호평을 받는다. 미리 예약한 모임의 경우 그에 맞는 메뉴를 직접 구성해 주며, 직접 주문도 받는 등 주방과 고객의 교감을 통한 특별한 맛을 선보이고 있다. 특화된 와인 구성으로도 정평이 나 있다. 요리와 와인의 완벽한 마리아주가 일품이라는 평이다. 각 코스마다 어울리는 와인을 조화시킨 와인 페어링 메뉴를 선보이고 있으며, 세트 메뉴에 소믈리에의 추천 와인을 표기해 와인 선택의 편의를 돕고 있다. 8인실 방 4개와 16인실 방 1개를 포함해 총 100석 규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