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험정신의 산물‘모빌’과‘스테빌’
2007년 국내의 국제갤러리는 개관 25주년을 맞아 높이 6m, 가로 5.8m의 거대한 규모의 스테빌(금속판을 휘거나 접합된 형태로 만든 금속조각) <Ordinary>를 전시했다. 이 작품의 가격은 350억~400억원대이어서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모았다. 이 작품의 주인공은 알렉산더 칼더(사진 오른쪽 아래). 그의 조각이 수십, 수백억원대를 호가하는 이유는 전 세계 미술관이 앞 다퉈 수집해 남아 있는 대작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칼더는 1930년대부터 1960년대에 걸쳐 활동한 현대조각가다. 그는 현대미술의 중심지인 파리를 찾아 미술가의 길을 걷고자 했다. 그러나 그는 경제적인 이유로 시작한 모형 서커스 공연에서 만난 작가들을 통해 새로운 길을 찾게 된다. 그들 중 몬드리안과 미로가 칼더의 작업 전반에 많은 영향을 끼쳤다. 칼더가 창안한 20세기 대표적인 조각은 모빌과 스테빌이다. 모빌은 몬드리안의 추상회화에서 움직임에 대한 영감과 미로의 유기적 형태를 통해 형상화됐다. 특히 칼더의 낙천적 기질과 유희성, 엔지니어로서의 기술적 재능, 서커스를 통해 얻은 균형감각과 공간에 대한 감각 등이 칼더의 모빌을 탄생시켰다.

모빌은 기존의 조각 개념 및 방식을 타파한 새로운 형식의 조각으로 오로지 칼더의 창의에 의해 만들어졌다. 모빌에는 모터 모빌과 바람 모빌이 있다. 이들은 모두 순수한 추상적 구성이며 기존의 조각에서 나타나는 것처럼 동세를 표현하는 것만이 아니라 조각 자체의 움직임에서 중요한 형식을 보여주고 있다. 모터 모빌은 전기 모터를 장착, 이를 동력으로 움직이게 했고, 용수철과 원판들로 순수 추상적인 요소들이 뒤따랐다. 바람으로 움직이는 바람 모빌이 창안되기 전에 실험 제작됐다.

바람 모빌(그림 1)은 공기가 정지되어 있는 실내공간보다 바람에 의한 대기의 변화가 있는 야외공간에서 더욱 효과적일 수 있다. 칼더는 자연적인 움직임에 집착하여 공기의 흐름에 의해 움직이는 모빌을 제작했다. 재료에 있어서도 나무보다 더 유연한 재료인 금속을 이용했고, 공기의 저항을 받기에 효과적인 평평한 평면을 선택했다. 그리고 구성요소의 형태들은 점점 더 복잡해지고 세련돼 갔다.

칼더의 모빌은 선이 움직이면서 면을 만들고, 면이 움직이면서 공간을 창조하고, 이 공간이 다시 움직임으로써 모든 것이 살아있는 생명체와 같이 유기적인 의미에서의 생동감을 느끼게 한다. 바람 모빌의 움직이는 원리는 고리나 끈에 의해 완벽한 균형점을 찾아서 매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가장 단순한 방법으로 가장 다양한 움직임을 보여줄 수 있는 효과적인 방법인 것이다. 움직임의 기술적 구조에 있어 움직이는 관절 부분에 복잡한 구조를 사용할수록 움직임 자체는 통제되고 제한되는 경향이 있다. 그리고 모빌은 구조적인 면에서 평형의 원리에 안정된 채 미풍에 민감하게 움직이게 제작됐고, 대기에 흡수되는 경쾌함의 공간감을 보여준다. 특히 모빌은 움직임으로 인한 공간의 시각화라는 성질을 지닌다.  

모빌이 움직이는 조각이라면 스테빌은 그 반대 의미로 고정되어 움직이지 않는 조각이다. 1940년대의 거대한 청동조각은 초기 스테빌이며, 1960~1970년대의 보다 전형적이고 기념비적인 환경공공조각은 후기 스테빌이라 할 수 있다. 스테빌(그림 2)은 주위의 모든 것을 안정감 속에 장악하는 위용이 있으며, 구조적으로 다수의 강철판으로 균형이 이루어졌고, 또 환상적인 구조로 혹은 건축 형태로 나뉘고, 다양한 각도에서 서로 맞물려 제작된다.

스테빌은 주로 붉은색이나 검은색을 띠고 있으며, 위엄 있고 유기적인 형태가 광대한 공간을 소유하고 거대하며 견고하다. 특히 스테빌은 강하고 힘차면서 옥외 환경에 대한 공간 의식이 증대되어 환경조각으로 또 다른 특성을 지니고 있다. 그리고 전통적인 받침대를 제거하여 새로운 양식으로 전환시켰다. 즉, 받침대를 제거하면서 보다 큰 공간 속에 조각이 존재하게끔 한 것은 그의 새로운 시도로 큰 업적이라 할 것이다. 이러한 시도는 조각을 환경에 끌어들여 불가분의 관계로 환경과 조각을 연결시켜 놓아 환경조각으로 발전시키는 계기가 된 것이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강력해진 미국의 위상은 문화에도 그대로 반영돼 칼더를 국제적 리더로 부상시킨다. 1950년대 들어 전후 복구사업의 일환으로 대규모 공공조각의 붐이 일었고 칼더는 인기 있는 공공조형물 작가로 부각됐다. 그의 스테빌은 공공조각으로 거대한 크기의 유기적이고 율동적인 형태, 그리고 환상적인 이미지로 관람자들에게 마법적 공간을 제공하고 주변 공간에 생동감을 불어넣는다. 스테빌과 모빌은 칼더의 실험정신의 산물로 그의 창조적 예술의지의 소산이라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