묏자리든 비즈니스든
방향이 중요하다

몇 년 전 필자는 부산에서 일본 후쿠오카까지 현해탄을 횡단하는 국제요트대회에 팀의 일원으로 참가한 적이 있다. 오후 5시 부산 광안리대교의 그림자를 출발선으로 하여 밤을 새워 일본 후쿠오카 항까지 항해하는 경기다. 1980년대 초반, 유학길에 비행기를 타고 처음 건넜던 현해탄을 내 손으로 배를 조정해 다시 건너는 그 기분은 말로 표현하기 어렵게 짜릿했다.
장거리 야간 항해에서는 방향을 읽을 수 있는 계기와 해도를 가지고 항해를 하게 된다. 우리 배에는 방향을 읽을 수 있는 계기로 인공위성에서 정보를 받아 디지털 숫자로 방향을 알려 주는 GPS와 갑판 데크에 부착되어 있는 나침반이 있었다.
그런데 GPS에서 방위를 나타내는 각도와 나침반에서 방향을 나타내 주는 각도는 차이가 있다. 심할 때에는 15도 이상 차이가 날 때도 있다. 항해 중에는 오로지 GPS 방위 각도를 기준으로 항해한다. 그래야 정확한 목적지에 도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옛날 사람들은 항해를 할 때 나침반의 방위를 읽고 해도에 나타난 도북 각도와 오차를 계산하면서 항해했지만, 최근에는 GPS와 같은 최신 장비들이 있으므로 오차를 계산하지 않아도 쉽게 항해할 수 있다. 이런 측면에서 본다면 이제 나침반은 무용지물이지만 그래도 나침반은 어떠한 악천후에도 고장이 없다. 그래서 만일의 사태를 대비해 아직까지 모든 배에는 나침반이 부착되어 있다.
모 대학 대학원 최고경영자과정에서 특강을 한 적이 있다. 특강 도중 한 원생이 질문을 했다. 질문은 두 가지였다.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풍수 고전 <청오경>은 “향에 있어서 음양을 정할 때 조금도 틀림이 있어선 안 되며, 털끝만한 차이가 천 리의 어긋남이 된다”라고 강조하고 있다. 풍수에서 방향을 보는 나침반은 측정하는 장소와 위치에 따라 값이 다르고 자북과 진북 간에 오차가 있는 데다 그 오차를 장소에 따라 정확히 계산할 수도 없으니 풍수에서 나침반을 사용한 좌향(묏자리나 집터의 방향을 정함)은 엉터리가 아닌가? 둘째, 음택(묏자리 풍수)에서 좌향과 분금(하관 시 시신의 정밀한 방향)에 따라 장남 또는 차남, 아들 또는 딸 중 어느 한 사람을 유리하게 할 수 있다는 풍수 이야기가 있는데 그게 사실인가? 질문 내용을 보아 풍수에 관심이 많은 정도가 아니라 상당한 수준까지 공부했음을 알 수 있었다.
첫 번째 질문부터 풀어보자. 풍수에서 방향을 측정하는 도구가 나침반이며 패철이라고도 한다. 나침반이 가리키는 북쪽을 자북(磁北)이라 하고 실제의 진북을 정북(正北)이라 한다. 문제는 자북과 진북 간에는 상당한 차이가 있다는 것. 자북극은 지구자기장(지자기)의 영향으로 생기는 북극이며 지리상의 북극과는 일치하지 않는데다 해마다 조금씩 변한다. 따라서 나침반으로 측정된 방위는 절대방위가 아니라 지자기의 방향을 가리킨다.

풍수에서 방향은 기의 방향
결론부터 이야기 하자. 나는 풍수가 자연법이며 기(氣)의 학문이라고 강조했다. 풍수에서 방향은 기의 방향을 의미한다. 따라서 지자기의 방향을 가장 정확히 측정할 수 있는 도구가 바로 나침반인 것이다. 자북과 지리상 진북의 오차를 계산할 필요가 없다. 풍수에서 지리상 절대 진북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 지자기의 흐름으로 결정되는 기의 방향이 중요하다. 따라서 풍수에서는 오히려 GPS가 무용지물이며 나침반의 방위가 절대적인 것이다. 그러므로 측정지에서 나침반으로 방위를 측정하여 그 방향이 털끝만큼도 어긋나게 하지 말아야 한다. 다만 나침반을 사용할 때 중앙의 바늘이 정확히 움직이는 정밀한 것을 사용해야 하며 고속도로 휴게소 잡화상에서나 파는 싸구려 나침반으로 방향을 측정해선 안 된다.
두 번째 질문, “좌향과 분금이 어느 자식에게 영향을 주는가”를 풀어보자. 좌청룡을 보고 아들을, 우백호를 보고 딸에 대해 분석하는 것처럼 방향도 마찬가지다. 음택에서 유골은 승생기의 혈자리에 있어야 하고 음에 속하므로 양과 조화를 맞추어야 한다. 방향이 양에 속한다. 좌향과 분금으로 방향을 맞추는 것은 음양조화를 맞추는 것이다.
간단히 그 원리를 이해해 보자. 우리가 수백 킬로미터 상공의 수많은 인공위성 중 하나와 교신을 할 때 지상에 있는 접시형 안테나로 수신하게 된다. 그 때 위성과 안테나의 주파수를 맞춰야 하고 접시형 안테나의 방향도 인공위성을 향해 있어야 한다. 조금이라도 방향 각도가 틀어지면 감도가 약해진다. 풍수에서도 마찬가지로 방향이 절대적인 영향을 준다고 이해하면 된다.
풍수의 좌향이론은 음택이든 비즈니스 풍수든 동일하게 적용된다. 그러나 필자는 가능하면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음택풍수를 하지 않으려한다. 두 가지 이유 때문이다. 하나는 내가 나침반 하나로 남의 조상 뼈로 사리사욕을 채우며 혹세무민하는 무리들과 도매금으로 취급받기 싫어서다. 다른 하나는 필자가 승생기 자리와 좌향과 분금이 한 집안의 운명에 절대적으로 영향을 준다는 것을 잘 아는 만큼 그 집안일에 관여하고 싶지 않아서다.
물론 예외는 있다. 2007년 초여름, 필자가 10여 년간 가까이서 보필한 모 대학 학장이 갑자기 돌아가셨다. 가족 중 한 사람이 필자가 풍수 공부를 한 것을 알고 정해 놓은 자리가 있으니 한 번 봐 달라고 요청했다. 그래서 현장에 가봤으나 자리가 별로였다. 다음날 아침 그 현장에 다시 갔는데 때마침 유족은 그 자리 건너편에 한 자리가 더 있다고 했다. 가봤더니 고인에게 걸맞은 아주 좋은 자리였다. 그러다보니 본의 아니게 필자가 고인의 하관을 주관하게 되었다.
그때부터 고민이 생겼다. 고인의 좌향과 분금을 어떻게 할 것인가? 아들에게 좋은 방향이 되도록 해야 하는가 아니면 딸에게 유리하도록 해야 하는가? 풍수를 아는 필자로서 과제였다. 최고경영자는 언제나 고독한 법이다. 고인도 학장으로서 늘 고독했다. 필자는 장시간 그를 보필했기 때문에 그의 본심을 정확히 알고 있었다. 그래서 필자는 마지막으로 그를 보필한다는 심경으로 고인의 뜻에 따라 좌향과 분금을 결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