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금보장 + 투자수익 “두 토끼 잡는다”

요즘 은행들이 내놓는 상품의 종류나 내용을 뜯어보면 투자자들의 심리를 간접적으로나마 읽을 수 있다. 최근 은행에서 부쩍 출시가 늘고 있는 상품을 꼽는다면, 단연 주가지수연동예금(ELD)이다. ELD는 종합주가지수나 특정 주식의 주가 혹은 금리, 환율 등에 연동하는 일종의 실적배당형 상품이다. 올 들어 국민겳痢츃신한곀毬?등 4대 은행이 지난 10월8일까지 판매한 ELD는 무려 1조4346억원에 달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판매액(9781억원)보다 45% 이상 늘어났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ELD 판매 급증 추세가 주식에 직접 투자하는 것은 부담스러워하면서도 낮은 예금 금리로는 성이 안 차는 투자자들이 늘고 있다는 의미라고 분석한다. 주가가 많이 오른 데다 경기가 다시 추락하는 ‘더블 딥’을 경고하는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흘러나오고 있는 상황과도 무관하지 않다.

ELD는 상품 명칭에 ‘예금’이란 단어가 들어 있는 만큼 만기 전에 중도해지만 하지 않으면 원금은 100% 보장받는다. 과거엔 ‘모 아니면 도’ 식의 고위험 고수익 상품들이 많았지만, 최근에는 1년 만기 정기예금 금리의 1.5~2배 수준을 목표로 안전벨트를 매고 천천히 달리는 안정지향형 상품들이 대세다.

다양한 상품군 ‘입맛대로 고르세요’

ELD는 안정성과 고수익 두 가지 토끼를 잡는 상품이다. 상품 구조는 비교적 간단하다. 대부분 코스피200지수에 연동해서 수익률이 결정되지만, 최근 국제 금 가격, 유가, 천연가스, 양도성예금증서(CD) 수익률에 연동하는 상품까지 메뉴가 다양해지고 있다. 상품군을 다양화할수록 보다 폭넓은 고객을 수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고객 입장에선 주가지수가 오르는 것보다 국제 유가가 올라갈 가능성이 더 높아 보인다면 국제 유가에 연동하는 ELD를 선택하는 것이 유리하다.

ELD의 상품 조건은 같지 않다. 주가나 금리 전망이 시시각각 달라지기 때문이다. ELD는 주가 상승률이 높을수록 높은 이자를 받을 수 있는 형태가 보편적이지만, 최근에는 주가가 하락해야 수익을 얻을 수 있는 상품이나 혹은 주가가 소폭 상승에 그쳐야 이자율이 높아지는 형태도 등장했다.

CD금리가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향후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고려해 CD금리를 연동시킨 상품도 나오고 있다. 예금 가입기간 중 3개월마다 한 번씩 시장금리를 반영해 적용 금리를 수정하기 때문에 CD금리가 상승하면 추가 수익을 올릴 수 있다. ELD로 수익을 극대화하고 싶다면 향후 주가 예측과 본인 투자 성향에 적합한 상품을 선택하면 된다.

ELD는 언제든 살 수 있는 상품이 아니다. 기간을 정해 팔기 때문에 ELD 가입을 원한다면 은행 홈페이지 등을 통해 수시로 가입 정보를 체크해야 한다. ELD 선택은 향후 주가 전망을 10%를 기준으로 어느 정도 수준에서 결정될 것인지 가늠해 보고 결정하면 된다. 예컨대 1년 후 주가가 10% 안팎 소폭 상승에 그칠 것이라고 예상한다면 안정형 ELD 상품에 가입하는 것이 좋다.

가령 국민은행이 10월28일까지 판매한 ‘KB리더스정기예금 9-10호’(안정수익추구형)는 만기 해지 시 최저 연 3%가 보장되고, 만기 시점의 코스피200지수가 가입 시점보다 오르기만 하면 상승률에 상관없이 연 5.5% 이자를 받는다. 대부분의 상품은 지수가 하락하면 이자가 아예 없거나 연 1% 정도만 적용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최저보장금리가 높은 편이다. 11월2일까지 판매되는 우리은행의 ‘하이믹스 복합예금 29호’(안정형)는 WTI 가격(최근 월물)에 연동되어 수익률이 결정되는 상품이다. WTI 만기 가격이 기준가보다 오르면 연 5.95%로 결정되지만, 만기 가격이 기준가보다 낮으면 연 0.5%로 수익률이 미끄러진다.

IBK기업은행이 10월20일까지 판매한 ‘더블찬스정기예금 6호’는 코스피200지수가 일정 구간 상승하면 최고 18%까지 챙길 수 있지만, 수익률이 40% 이상 넘어가게 되면 연 5.1%로 확정된다. 광주은행이 11월4일까지 파는 ‘더블찬스정기예금 43호’는 최대 연 16%까지 수익을 노릴 수 있지만, 넉아웃(Knock Out) 조항이 들어 있다. 코스피200지수가 만기까지 1년간 장중 1회라도 25% 초과 상승하게 되면 연 5%로 확정되는 것이다.

포트폴리오 전략으로 리스크 회피

ELD 투자자들은 일정 조건을 충족시키지 못할 경우 정기예금보다 오히려 수익이 낮을 수 있다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 실제로 지난해 글로벌 금융위기로 주가가 급락하면서, 올해 상반기에 만기가 돌아온 ELD 상품 10개 중 4개는 수익률이 0%인 것으로 나타났다. 5% 미만 수익률을 거둔 상품도 전체의 20%에 달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서는 주가 하락 시 높은 수익률을 준다거나 실물에 투자하는 상품 등에 분산투자를 고려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정기예금 금리는 현재 연 4%대이지만 ELD 가입금액 내에서 정기예금에 가입하면 연 5%대 금리를 받을 수 있도록 금리 우대 혜택을 제공하고 있기 때문이다. 고객 입장에선 이 같은 동반가입 우대를 잘 활용하면 기대 수익률을 보다 안정적으로 가져갈 수 있다. 성격이 다른  ELD를 포트폴리오로 구성해 가입하는 것도 방법이다. ‘안정형’과 ‘고수익형’ 등 투자 성격이 다른 ELD 상품 2~3개를 섞어서 동시에 드는 것이다.

ELD는 만기까지 보유하면 원금이 보장되는 상품이지만 중도에 해지하면 손실을 볼 수도 있다는 점에 주의해야 한다. ELD는 은행이 고객의 예치금 중 일부를 주식이나 파생상품에 투자해 추가 수익을 얻어 고객에게 지급하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고객이 중도에 해지하게 되면 은행은 이에 따른 투자 손실을 만회하기 위해 수수료를 부과한다. 가입 후 3~6개월 이내에 해지하면 원금의 최대 5%에 달하는 금액을 중도해지 수수료로 물어낼 수도 있다. 6개월이 지나서 해지하더라도 원금의 2~3%가 수수료로 붙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