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투자 회사 더 바우포스트의 세스 클라먼은 국내 주식에 장기간 가치투자를 해 높은 수익을 낸 가치투자자로 잘 알려져 있다. 주식을 넘어 부실채권, 부동산 등으로도 가치투자의 시야를 넓힌 세스 클라먼을 만나보자.

감정을 제어하는

투자 모범답안 제시

주식 투자를 하는 사람이라면 ‘더 바우포스트 그룹(The Baupost Group)’을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지난 2002년부터 일성신약, 현대약품, 삼아제약, 환인제약 등 저평가된 제약주에 장기 투자해 높은 수익을 거두면서 국내에 알려진 미국 투자 회사다. 현재까지도 삼천리, GS홈쇼핑, 한신공영 등의 지분을 다수 보유 중이며 한국 주식시장에 대한 관심이 높다. 이 회사를 이끄는 이가 바로 세스 A. 클라먼이다.

그는 가치투자자로서 한 단계 지평을 넓힌 인물로 평가받고 있다. 일반적으로 ‘가치투자’라 하면 주식을 대상으로 하는 경우를 가리키는데, 그는 가치투자의 자세를 유지하면서 부실채권, 해외 주식, 부동산 시장 등으로 투자 대상을 확장했다. 클라먼은 매수자가 거의 없어 싸게 살 수 있다면 굳이 투자 분야를 가리지 않는다.

클라먼이 쓴 <안전마진: 사려 깊은 투자자를 위한 위험 회피 전략>이라는 책도 화제다. 가치투자자들의 필독서로 널리 알려졌지만 1991년 출간된 이후 절판돼, 중고책 가격이 우리 돈으로 100만원에 이르는 가장 비싼 투자 서적이 됐다.

세스 클라먼이 제시하는 몇 가지 통찰력 있는 투자 아이디어를 살펴보자.

“투자는 사업이지 취미 아니다”

우선 클라먼은 투자에 성공하려면 정확한 마음가짐을 갖고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투자는 중요한 사업이지 취미가 아니라며 “투자자는 펩시콜라와 피카소를 구별할 수 있어야 하며 투자 대상과 수집품의 차이도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사실 적지 않은 사람들이 어렵게 모은 돈을 쉽게 투자해 버리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투자에 나섰다면 자신이 투자한 것에 대해 진지한 탐구가 필요하다.

클라먼은 투자자들의 실패는 감정의 지배를 받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시장의 변동성에 대해 침착하고 이성적으로 대응하는 대신에 이들은 탐욕과 공포 때문에 감정적으로 반응한다는 것이다.

사람들은 수개월에서 수년에 걸쳐 돈을 모은 후, 투자는 단지 몇 분 만에 결정해 버린다. 이는 투자자들이 주식시장을 불로소득을 올리는 곳이라고 여기기 때문이다. 이것이 투자자에게 탐욕을 불러일으킨다. 따라서 투자자는 투기와 투자의 차이점을 명확하게 이해하고 투자를 시작하기에 앞서 감정을 제어할 수 있는 투자의 지혜를 충분히 배울 필요가 있다.

인덱스 펀드(종합주가지수를 추종하는 펀드)에 대한 클라먼의 비판도 눈길을 끌기에 충분하다. 상대적으로 비용이 적고 펀드 매니저들이 시장을 항상 이기기 어렵다는 이유로 많은 전문가들이 개인 투자자들에게 인덱스 펀드를 권유하는 것과는 반대되기 때문이다.

클라먼은 몇 가지 이유에서 인덱스 투자는 위험하고 잘못된 전략이라고 주장한다. 우선 그는 ‘점점 더 많은 투자자들이 인덱스 투자에 매달리게 되면 결국 자멸하고 말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는 인덱스 투자가 효율적 시장에 기초를 두더라도 모든 투자자들이 인덱스 투자 비중을 높이면 점점 더 기본적인 분석과 조사를 수행하는 투자자들이 사라져 시장이 더 비효율적이 될 거라고 봤다.

‘인덱스 펀드’는 위험하다?

또 다른 문제는 인덱스에 하나 이상의 종목이 대체됐을 때 이를 추종해야 하는 인덱스 펀드는 그 기업의 본질적인 가치와 관계없이 주식을 사고팔아야 한다는 점이다. 인덱스 펀드는 항상 인덱스의 수익률과 같게 만들어야 하므로 인덱스에 추가되는 주식은 즉시 펀드매니저에 의해 매수된다. 이렇게 매수가 몰리게 되면 해당 주식의 주가는 종종 폭등하게 되고 그 종목의 펀더멘털(기업의 기초여건)에 관계없이 더 높은 가격에 살 수밖에 없는 것이다.

반대로 대규모 유출이 발생할 때도 문제가 생긴다. 예를 들어 소형주에 특화된 인덱스 펀드에서 대규모 자금이 빠져나간다면 소형주의 특성상 적은 양의 매수나 매도도 시장가격에 큰 영향을 줄 수 있다. 인덱스 펀드의 환매로 주가는 더 낮아지게 돼 더 낮은 수익을 거둘 수밖에 없다. 즉 비싸게 사고 싸게 파는 것을 피할 수 없게 돼 인덱스 투자자들이 지수보다 낮은 수익률을 거둘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다.

저평가된 주식매수가 정답

근본적으로 인덱스 펀드는 효율적 시장 가설에서 시작됐다. 이에 따르면 주식에 대한 모든 정보가 시장에 알려져 있고 주가는 즉시 완전하게 반영된다. 따라서 시장을 이기려는 시도는 헛된 것이 되고 만다. 하지만 시장이 효율적이지 않은 경우가 많다. 클라먼은 주가가 가치로부터 분리될 수 있기 때문에 저평가된 주식을 매수하면 시장 이상의 수익을 얻을 수 있다고 지적한다. 그는 인덱스 투자는 ‘가장 바보 같고 많이 위험해 보이는 방법’이라며 ‘게으르고 단편적인 시각’이라고 평가 절하했다.

클라먼은 파생상품을 활용한 ‘포트폴리오 보험’ 투자전략에 대해서도 비판했다. 그의 이런 지적은 최근 미국 금융위기의 원인이 파생상품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적지 않다. 역사적으로 많은 기관 투자가들은 투자 성공의 마법 공식을 찾으려고 항상 노력해왔다. 성공적인 공식은 기관 투자가들이 투자에 노력하지 않아도 되고 마케팅은 식은 죽 먹기가 돼 금방 부자로 만들어 줄 수 있다. 그는 “이런 노력이 계속되지만 의도가 불순하기 때문에 고객만 실험용 쥐가 된다”고 밝혔다.

그렇다면 어떤 방식으로 투자해야 할까? 클라먼은 위험을 투자 목표로 삼아야 하며 이러한 위험을 대처할 수 있는 몇 가지 방법이 있다고 제시했다. 그는 ‘적절하게 분산하고 필요하면 헤지(위험 회피)하고 안전마진을 갖고 투자하라’고 강조했다. 안전마진이란 가치로부터 충분히 할인된 가격에서의 매수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수익을 말한다.

클라먼은 투자 대상의 위험에 대해 모두 알 수 없기 때문에 할인하여 투자하려고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할인된 가격에 투자한다는 것은 역발상 투자와 연관돼 있다. 아무도 투자하지 않아 가격이 가치보다 낮아졌을 때 투자한다면 안전마진을 보다 쉽게 얻을 수 있을 것이다. 결국 투자자는 할인된 가격으로 투자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항상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