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이 토지 사용료 내거나,
부자 간 공동임대사업 해 볼만
Q A씨(30대 직장인)의 부친은 경기도 수원 도심에 나대지를 보유하고 있다. 나대지로 계속 보유하자니 재산세 및 종합부동산세 등 보유세도 만만치 않고, 좋은 땅을 그냥 버려둔다는 생각에 건물 신축을 고려중이다. 부친은 본인이 나이가 많으니 가급적 자녀인 A씨 명의로 건물을 신축하는 방법을 강구하고자 한다. 건물 신축에는 약 10억원이 필요한데, A씨는 직장생활을 한 지 오래되지 않아 저축해 놓은 자금이 턱없이 부족한 상황. A씨는 부족한 자금을 대출받기 위해 은행을 찾았다. 하지만 최근 금리가 상승 추세에 있어 대출금리가 생각보다 너무 높다. 고민 끝에 부족한 자금을 우선 부친에게 빌리기로 했다. A씨는 주변에서 부모님에게 현금을 빌릴 경우, 증여세를 추징당할 수 있으며 부친 땅 위에 아들이 건물을 신축하는 것도 증여에 해당될 수 있다는 얘기를 듣고 고민에 빠졌다.
A A결론부터 말하면, 부모와 자녀 간의 금전대차는 가능하다. 일반적으로 부모와 자녀 간에는 자금을 대여하더라도 특수관계자(친인척) 사이여서 증여한 것으로 추정한다. 만약 A씨가 10억원을 증여받는다면, 증여재산공제 3000만원을 제외한 9억7000만원에 대해 약 2억원이라는 엄청난 증여세를 부담해야 한다. 하지만 특수관계자 간이라도 제3자 간의 거래처럼 실제로 돈을 빌렸음을 입증할 수 있다면 증여로 보지 않는다. 따라서 A씨가 부친과 금전대차계약을 한 것을 인정받기 위해서는 차용증을 작성하고 확정일자를 받아두는 것이 좋다.
막상 차용증을 작성하려면 문제에 부딪히는데, 바로 이율을 얼마로 하느냐다. 세법상 특수관계자 간에 1억원 이하의 금액을 차용하는 경우에는 이자 없이 금전대여를 하더라도 문제가 없다. 하지만 A씨의 경우처럼 1억원을 초과해 대여를 할 경우에는 9% 이상으로 이율을 정해야 세법상 증여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다. 만약 A씨가 무이자로 부친에게 10억원을 빌렸다면 10억원의 9%인 9000만원을 매년 증여받은 것으로 돼 과세당할 수 있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9%보다 낮은 이율로 금전대차를 하는 경우가 많다. 부모 자녀 간에 빌려준 자금을 증여가 아닌 금전대차로 인정받기 위해 이자를 지급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율이 꼭 9%가 아니더라도 이자 지급 사실을 입증한다면 세무조사를 받더라도 10억원 자체는 증여가 아닌 금전대차로 인정받을 가능성이 크다.
다만 세법상 최저이율인 9%와 실제이율 차이에 대해서 증여받은 것으로 과세될 수 있다. 또한 이자 지급 시에는 금융기관을 통해 이자를 지급했다는 금융증빙을 남겨놓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에 A씨는 1년 정기예금 이자율인 4%로 부친에게 건물 신축 대금을 빌리기로 했다.
부친의 나대지에 건물 신축도 ‘증여’
한편, 부친 토지에 아들 명의로 건물을 지어 임대사업을 하는 것에도 증여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건물 신축 비용에 대한 자금만 증여로 추정되어 증여세가 과세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세법에서는 아들이 부친 토지를 무상으로 사용한 것에 대해서도 토지사용료에 해당하는 만큼의 재산 증여가 이뤄진 것으로 보고 증여세를 과세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토지 무상사용에 대한 이익이란, 건물을 소유하기 위해 가족 및 친인척(특수관계자)의 토지를 무상으로 사용하는 것을 말한다. 부친 토지 위에 아들이 건물을 신축 또는 증축해 사용하는 경우라든지, 건물과 그 부수토지를 함께 소유하고 있는 부친으로부터 건물만을 증여받거나 매입하여 사용하는 경우를 예로 들 수 있다. 다만, 토지 소유자와 건물 소유자가 다르더라도 건물이 주택이며 그 주택에 함께 거주하는 경우에는 무상사용으로 인한 경제적 이익이 있다고 할 수 없어 과세대상에서 제외된다.
그렇다면 부동산 무상사용에 대한 증여세는 도대체 얼마나 될까? 증여가액은 ‘토지가액×2%(임대율)’를 5년간 현재 가치로 할인한 합계액으로 평가한다. 5년 경과 후에도 계속 무상으로 사용하는 경우에는 5년이 되는 날의 다음날 새로이 증여받은 것으로 보아 다시 5년간의 토지 무상사용 이익을 계산하여 증여세를 과세한다.
부친이 소유한 공시지가 20억원의 수원 소재의 토지에 아들인 A씨가 건물을 신축하여 임대사업을 할 경우, 증여재산가액은 약 1억5200만원(‘20억×2%’를 5년간 10%로 할인한 합계액)으로 평가된다. 사전에 증여받은 것이 전혀 없다면 약 1400만원 정도의 증여세가 아들인 A씨에게 부과될 수 있는 것이다. 5년 이후에도 계속 부친 토지를 무상 임차해 사용하는 경우에는 다시 5년마다 증여세가 새로이 과세될 수 있다.
다만 부친의 토지에 아들이 건물을 신축해 사용하더라도 당해 토지 사용에 따른 대가를 정상적으로 지급하는 경우에는 증여세 과세대상이 아니다. 즉, 토지 소유자인 부친과 건물 소유자인 아들 A씨가 각각 임대사업자로 사업자등록을 하는 것이다. 건물 임차인들로부터 받은 임대료는 건물 소유자인 아들의 소득으로 신고하고, 받은 임대료 중 일부를 토지 소유자인 부친에게 지급하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토지 소유자인 부친이 아들로부터 받은 토지 임대료에 대해 종합소득세를 신고·납부한다면 증여 문제는 발생하지 않는다.
또한 이와 같은 위험성을 인지하고 임대료를 정상적으로 받는 방법 이외에, 토지 소유자인 부친과 건물 소유자인 아들이 공동사업자로 타인에게 임대업을 한다면 증여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다. 기존에는 특수관계자 간에 공동사업자로 임대사업을 하더라도 지분이 큰 자에게 다른 공동사업자의 소득이 합산 과세되어 절세효과가 없었다. 그러나 세법 개정으로 현재는 특수관계자 간 공동사업이라 하더라도 개인 지분별로 각각 소득세가 과세되므로 공동사업으로 전환하는 것도 고려해 볼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