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입안에 퍼지는 깊은 맛”…
가을과 궁합맞는 ‘명주’
프랑스에선 코냑을 ‘시간의 친구’라고 부른다. 동양인들이 차를 마시며 풍류를 즐겼듯이 프랑스 사람들은 100년 이상 숙성을 거쳐야 탄생하는 코냑의 오랜 맛을 음미하며 시간의 흐름을 몸으로 느꼈다고 한다. 와인을 숙성시켜 만든 코냑은 흔히 알고 있는 브랜디와 혼동하기 쉽다. 코냑에 대해 남다른 애정을 갖고 있었던 루이13세는 코냑 지방에서 만들어지는 최고의 브랜디만을 ‘코냑’이라고 부르도록 법으로 규정지었다. 이후 코냑은 브랜디 중 단연 최고의 술로 세계적인 명성을 얻게 됐다.
“술잔은 아침 이슬에 막 피어나려는 장미 꽃송이 모양이어야 한다. 마음을 가다듬고 숨을 멈춘 뒤, 천천히 조심스럽게 술을 따른다. 아쉬움을 남기며 술잔의 3분의 1 정도만 채운다. 잔을 손바닥 위에 사뿐히 얹어 놓고, 다른 한 손으로 부드럽게 감싸주어 따스한 체온이 술을 데우도록 한다. 원을 그리며 잔을 흔들면 은은한 향기가 퍼져 나오고, 잔을 가까이 대고 깊은 숨을 들이쉬면 갓 피어난 장미꽃보다 더 진한 술의 향기가 그대를 취하게 한다. 그러나 아직 마셔서는 안 된다. 다시 잔을 보듬고 이 아름다운 술의 향기에 대해 다른 이들과 나직이 대화를 나누어야 한다.” (19세기 유럽의 코냑 애호가가 쓴 <코냑 에티켓>에서)
이렇듯 코냑은 와인의 품성을 그대로 농축시킨 것에, 오랜 숙성 기간 중 오크통에서 우러나오는 원숙한 향이 더해진 것으로 브랜디의 제왕이라는 표현이 조금도 지나치지 않다. 또한 취하기 위해서 마시는 술이 아니라 분위기를 즐기고, 향을 음미하며, 시가를 입에 비스듬히 물고 클래식 음악을 들으며 마시는 것이 바로 코냑이다.
코냑은 참나무로 만든 통 속에서 숙성시키므로 호박색을 띠는데, 일반적으로 숙성 기간이 길수록, 그슬리거나 태운 오크통을 사용한 경우 좀 더 짙은 색을 띠게 된다. 그 중 리무진 오크통은 코냑을 숙성시키는 데 있어 최고의 조건을 갖춘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술을 따르거나, 따라 주고 난 후 잔을 들어 아름다운 빛과 색을 천천히 음미하는 것은 눈으로 코냑을 즐기는 첫 번째 방법이자, 훌륭한 매너다.
코냑은 엄청난 향기를 뿜어내는 술이다. 좋은 코냑은 입안에 퍼지는 향기가 한 시간 이상 지속되는 경우도 있다. 은은한 바닐라 향, 리무진 오크 향, 계피 향, 재스민과 아이리스가 어우러진 봄꽃 향 등 향기 또한 매우 다양하다. 전문 감식가들은 보통 훌륭한 수백 가지의 꽃향기를 감지하는데, 이러한 이유에서 꽃 모양으로 디자인된 코냑 술병을 쉽게 찾아볼 수 있기도 하다.

코냑 두 배로 즐기기
다양한 증류 방법과 블렌딩으로 탄생한 코냑은 각 사람마다 서로 다른 술맛을 느끼게 해준다. 헤이즐넛, 복숭아, 감초, 자두, 달콤한 감귤까지, 수백 가지의 향기만큼이나 다양한 맛을 지닌 매력적인 술이 바로 코냑이다. 술을 입에 댈 때 느껴지는 입술의 감촉, 머금을 때 입안의 느낌, 혀끝의 감각, 목 넘김 등 다양한 맛을 느껴보고 서로 이야기해 보는 것이 코냑을 100% 제대로 즐기는 방법이다.
코냑은 잔의 다리가 길어 받침에 손이 닿지 않도록 하는 와인과는 다르게, 손으로 감싸 쥘 수 있도록 만들어진 벌룬 글라스(Balloon Glass)를 사용함으로써 사람의 체온에 의해 향이 잔에 가득 퍼지게 하면서 마시는 것이 일반적이다. 때에 따라 향이 강한 코냑을 온더락 잔에 따라 얼음이나 약간의 물을 섞어 디저트와 함께 마셔도 훌륭하다. 최근에는 진저에일(생강음료)이나 토닉과 믹스해서 칵테일 형태로 즐기는 이도 늘고 있다. 코냑이 이렇듯 명품으로 거듭난 데에는 코냑을 만든 사람들의 수많은 노력이 있었다. 프랑스 코냑 지방 사람들은 코냑을 ‘하늘에서 내려준 선물’이라 믿으며 자연과 날씨에 좌우되는 여러 가지 어려움을 극복하며 만들어 낸다.
정성으로 만들어진 명품 코냑
프랑스에서 코냑의 보존과 품질관리에 쏟는 정성도 각별하여 1909년에 ‘코냑제조법령’을 선포, 엄격한 품질관리를 하고 있다. 그런 까닭에 코냑의 제조에 필요한 포도는 법적으로 정해진 6개의 코냑 지방에서만 재배하도록 하고, 코냑을 저장하여 숙성시키는 오크통 역시, 이 지방의 숲에서 자란 리무쟁 오크(Limousin oak)통 만을 쓰도록 규제하고 있다. 프랑스 사람들은 이를 두고 ‘All brandy is not cognac, but all cognac is brandy(모든 브랜디가 코냑은 아니지만 코냑은 모두 브랜디다)’라고 회자한다. 똑같은 발포성 와인이라 하더라도, 프랑스의 샹파뉴 지방에서 생산되는 것만을 샴페인이라 부를 수 있는 이치와 똑같다.
코냑을 만들 수 있는 포도로는 총 7종류가 허용되는데, 최근에는 3가지 종류의 포도가 많이 이용되고 있다. 두 번에 걸친 증류과정을 통해 ‘오드비’라는 코냑 원액을 추출하고 품질 및 숙성기간이 서로 다른 ‘오드비’들을 잘 소화시켜 정성을 다하여 블렌딩한다. 이 블렌딩 기법에 따라 서로 다른 개성과 향취를 지닌 코냑이 탄생되는데 이 비법은 200년 동안 각 가문별로 철저하게 베일에 싸여 그 신비로움을 더한다.
까뮤, 헤네시, 레미마르땡 등의 브랜드가 코냑 삼총사로 불리며, 코냑 마니아들이 즐기는 대상이자 수집의 대상이다. 코냑 회사들은 별이나 글자로 그들 회사의 품질을 표시한다. 각 코냑 회사는 여러 단계의 제품을 만들고 있는데, 이러한 부호는 각 사의 관습으로 만드는 것이기 때문에 법에서 정한 규정과 브랜드마다 숙성 연도 표시를 별도로 알아두는 것이 좋다.
대부분의 코냑은 각각 다른 연도의 코냑들을 블렌딩한다. 우리가 보통 몇 년, 몇 십 년 된 코냑이 들어갔다고 이야기를 하는데 이는 블렌딩에 사용된 가장 어린 코냑의 연수를 기준으로 이야기 하는 것이다. 따라서 5년 된 코냑과 100년 된 코냑을 블렌딩 하면 그 코냑은 5년 숙성 코냑이라 칭하게 되는 것이다.
V.S(Very Special/Supperior 또는 Three Stars)는 규정으로는 2년 반 이상 숙성된 원액을 사용한 코냑을 일컫지만 까뮤 VS는 6년의 숙성기간을 거쳤으며, V.S.O.P(Very Superior Old Pale)는 4년 반 이상 숙성이라는 규정이 있으나 까뮤의 V.S.O.P는 10년 이상 숙성 시킨 코냑이다. 규정상으로 6년 이상 숙성시킨 코냑에는 나폴레옹, XO, 엑스트라 등의 등급을 표기할 수 있지만 까뮤 브랜드는 각 20년, 30년, 50년 이상의 원액을 사용하여 자체적으로 등급을 분리하며 품질을 관리한다.
이|달|의| 코|냑
까뮤 V.S.O.P 엘레강스 | 프랑스
까뮤 V.S.O.P 엘레강스는 가장 우수한 코냑을 생산하는 지역의 코냑들을 블렌딩하여 만드는데, 특히 꽃 향과 연한 과일 향이 특징인 보르드리 지역의 코냑을 많이 사용하여 마시기 쉬운 코냑으로 재탄생했다. 오픈하기 쉬운 무게감 있는 혁신적인 스크루 캡을 사용하였고 정확히 20ML의 캡은 칵테일 제조 시 정확한 양의 코냑을 넣는데 도움이 된다. 독창적인 까뮤만의 병 모양과 현대적이고 역동적인 디자인으로 우수한 코냑 V.S.O.P로 알려져 있다.
코냑과 어울리는 음식
● 코냑과 시가 | 코냑은 시가와 찰떡궁합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향과 맛이 강한 시가는 코냑과 어울리는 최고의 안주로 꼽힌다. 하지만 시가의 향이 워낙 진해 코냑의 오크 향이 묻힐 수 있기 때문에 최고급 코냑 정도는 되어야 양쪽을 다 즐길 수 있다고 한다.
● 코냑과 송로버섯 | 서양 사람들이 말하는 3대 진미 중 하나인 송로버섯(트러플)도 코냑과 천생연분이다. 송로버섯은 로마의 네로 황제가 특히 즐기던 것으로 땅 속에 묻혀서 흔히 소나무 이슬을 받아먹고 자라는 것이라는 뜻에서 송로(松露)버섯이라고 부르게 됐다. 송로버섯은 ‘식탁의 다이아몬드’로 불릴 만큼 매우 강한 향을 지녀 다른 재료와 섞어 놓으면 그 재료에 향이 옮겨간다. 그래서 코냑과 송로버섯은 궁합이 잘 맞는다. 특히 송로버섯은 변질되기 쉽기 때문에 겨울을 제외하고는 병조림이나 통조림으로 가공하거나 보통 코냑과 같은 브랜디에 담가 저장한다.
● 코냑과 샥스핀 | 중국과 대만에서는 풍미를 살려준다고 해 샥스핀 수프에 코냑을 몇 방울 떨어뜨려 먹는 것이 인기다. 코냑의 오크와 후추 향이 샥스핀의 향을 살려 줘서 양념과 같은 역할을 한다.
● 코냑과 갈비 | 한국 음식 중에서는 갈비가 코냑과 가장 잘 어울린다고 전문가들은 추천한다. 양념에 재워서 숯불에 구운 갈비의 숯불 향과 숙성된 코냑의 오크 향이 잘 어울린다.
● 코냑과 생선회 | 생선회 역시 코냑과 좋은 마리아주(조화)를 이룬다. 특히 생선회를 다 먹고 난 뒤 비린 맛을 제거하는 데 훌륭한 식후주 역할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