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륜지대사인 결혼은 모든 사람들의 주요 관심거리 중 하나다. 연애와 더불어 배우자를 찾는 또 하나의 수단이 바로 중매다. 듀오정보는 중매를 산업화한 결혼정보 업종의 체계화에 적지 않은 역할을 했고, 현재 국내 최대 규모 결혼정보 회사로 성장했다. 듀오의 김혜정 사장을 만나 결혼정보 산업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만남부터 실버까지 풀 서비스…

  라이프 컨설팅 사업 펼칠 계획”

대부분의 경영자들은 경쟁사들과 경쟁을 한다. 저마다 살아남기 위해서는 치열하게 승부를 벌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국내 최대 결혼정보 회사인 듀오정보의 김혜정(46) 사장도 승부를 벌인다. 하지만 경쟁사들 외에도 싸워야할 상대가 있다. 바로 결혼정보 회사에 대한 사회의 부정적인 인식이다. 사람들이 ‘결혼정보 회사는 배우자를 찾는 노력을 하다가 정 안될 때 마지막으로 가는 곳’이라고 여기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결혼정보 회사에 회원으로 가입한 이들이나, 결혼정보 회사를 통해 결혼한 사람들이 “아는 사람한테 소개받았다”는 식으로 얼버무리며 당당하게 밝히기를 꺼려하는 현실이 이를 증명한다.

김 사장은 “결혼정보 산업의 성장 문제는 사회 인식과 맞물려 있다”며 이 같은 현실을 인정한다. 하지만 발상을 전환해 시장과 정면에서 대결하고 있다. 광고나 인터뷰 등을 통해 결혼정보 회사는 결혼을 못한 사람들이 마지막으로 찾는 곳이 아니라, ‘자신과 잘 맞는 배우자를 찾아서 결혼을 더 현명하게 하기 위해 찾는 곳’이라는 메시지를 지속적으로 전하고 있다.

코스닥 3번 퇴짜 맞은 까닭은?

그가 사회의 인식과 싸움을 벌인 사례는 또 있다. 듀오는 2001년부터 코스닥 상장에 세 번 도전했는데, 모두 쓴잔을 마셨다. 3년 이상 흑자 등 코스닥 상장 요건에 부합해 자격도 충분했다. 그런데 코스닥위원회는 퇴짜(?)를 놓았다. “결혼 중개업으로 분류되는 업체가 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해 사용할 만한 자격이 있는지에 대해서 의문”이라는 것이 이유였다.

하지만 지금은 인식이 서서히 개선되고 있다고 보고 있다. 김 사장은 “이미지 광고도 꾸준히 하고, 고객들의 필요도 늘어서인지 요즘에는 ‘지인이 결혼정보 회사에서 만나 결혼했다는 얘기를 듣고 왔다’는 고객이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결혼정보업은 대체 어떤 산업이기에 이렇게 힘이 드는 것일까? 결혼정보업, 쉽게 말해 중매 시장은 과거에는 마담뚜 아주머니들이나 조그만 동네 결혼상담소에서 적당한 사람을 소개하고 결혼이 성사되면 소개비를 받는 수준에 불과했다. 그러나 1990년대 들어 중매 시장에 산업화 기미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일부 업체가 미혼 남녀회원의 DB를 쌓고, 중매쟁이가 아닌 커플매니저를 통해 체계적인 회원관리로 결혼을 돕는 결혼정보 기업으로 변신해 간 것이다.

산업화에 시동은 걸렸지만 아직 걸음마 단계다. 국내 결혼정보 업계에는 조그만 결혼상담소들까지 포함하면 2000여 군소업체들이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일정 규모 이상의 기업화가 된 곳도 그리 많지 않다. 그래서 기업화된 결혼정보 산업의 시장 규모도 크지 않은 편이다. 기업화된 시장 규모는 300억~500억원 정도로 추산되는데(2008년 기준), 매출 기준 업계 1위인 듀오를 비롯해 선우·닥스클럽·피어리 등 상위 4사의 매출이 이 가운데 90% 정도로 추정되고 있다. 상위 4사의 영향력이 클 뿐 아니라 그 안에서 듀오의 비중도 높다. 듀오는 2008년에 18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잠재 시장이 크다는 기대감도 있다. 결혼정보 회사를 이용하는 20~30대 미혼 남녀들은 이 연령대의 1%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져 있어서다. 그러니 이 비율이 조금만 올라가도 시장 규모가 상당히 커지지 않겠느냐는 논리다. 하지만 사회의 부정적인 인식이 시장 성장을 가로막고 있는 것이 큰 부담이다.

김 사장은 한편으로 긍정적인 변화가 많이 나타난다고 말한다. “요즘에는 결혼 연령이 늦어지고 있긴 하지만 결혼을 안 하겠다는 사람들보다 이상형을 만나야 결혼하겠다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이런 분들의 이상형을 찾아주는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면 이 또한 업계 성장에 기폭제가 될 것입니다. 한편으로는 결혼 적령기가 따로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늘어났기 때문에 고객층의 연령 편차가 더욱 넓어졌다고 볼 수 있습니다.”

산업화된 지 그리 오래되지 않은 업종이다 보니 결혼정보 회사 경영진들의 맨파워도 검증되지 않은 곳이 많았다. 홍보 차원에서 중견 여성 연예인을 대표로 영입하는 것이 한때 유행인 적이 있었을 정도다. 그래서 대우자동차 홍보담당 업무를 거쳐 미국 MBA(경영학석사) 졸업 후 현지에서 회계사(AICPA)로 일했던 김 사장은 업계에 흔치 않은 전문경영인으로 주목받았다.

하지만 최근 몇 년 사이 업계 경영 트렌드에도 변화의 흐름이 감지되고 있다. 비에나래·행복출발·레드힐스 등 후발업체들에 MBA 등을 갖춘 대기업 출신들이 영입되면서 경영감각을 갖춘 경영자들이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감각 있는 전문경영인의 증가는 긍정적입니다. 업계에 대한 인식 개선이나, 업계 발전에도 도움이 될 것입니다. 결혼정보 업계에는 아직 업계의 뜻을 모으는 협회도 없는데요, 전문경영인들이 늘어나면 협회 창립도 가능해질 것으로 기대합니다. 양질의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최소한의 결혼정보 회사 기준선을 협회에서 제시하거나 인증하는 등의 변화만 생겨도 소비자들에게는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김 사장은 사회 이슈로 떠오른 저출산 문제가 결혼정보 업계와 연결된 사안이라고 보고 있다. “기혼자들의 출산율 저하 쪽에서 원인을 찾는 이들이 많지만 이는 만혼화, 결혼 희망자 감소 현상과도 밀접하다”는 것. 만일 협회가 생겨서 업계가 함께 결혼 장려 캠페인 등의 대응을 한다면 저출산 문제 해결에도 힘을 보탤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다. 

라이프 컨설팅으로 사업 키우는 중

결혼정보 업계 자체는 아직 초기 단계지만 듀오는 선두기업답게 설립 초기 기반 다지는 시기를 넘어선 상태다. 2001년 김 사장 부임 후 공격적인 영업을 통해서 기업체의 단체미팅 제휴나, 프리미엄 서비스인 노블레스 사업의 기반도 잡았다. 현재 프리미엄 서비스의 비중이 매출의 절반을 넘어선 상황이다. 재혼, 웨딩 컨설팅, 교육 등의 분야로 다각화도 하고 있다. 창업자가 회사의 기반을 다졌다면, 김 사장은 회사의 성장을 이끈 셈이다.

“듀오는 성장 방향을 서비스 내용과 연계해 라이프 컨설팅으로 잡고 있습니다. 매칭 서비스에서 시작한 만큼 ‘만남→교육→결혼→출산→육아→실버’ 등으로 연결한다는 것입니다. ‘만남’에 해당하는 주력 분야인 결혼정보 사업은 아직도 추가 성장의 여지가 많습니다. 해외 진출을 하거나, 사업 영역을 국제결혼으로 확대하는 방안 등이 있지요. 해외 사업의 경우 현지인들 간의 매칭 사업 진출을 생각하고 있어요.”

김 사장은 현재 중국 시장의 가능성에 대해 열심히 공부하고 있다. 2009년 12월 초에는 중국에 직접 다녀오기도 했다. 그는 “현재 중국의 매칭 서비스는 우리나라의 1960~1970년대 수준으로 동네 결혼상담소 정도”라며 “하지만 경제 발전과 교육 수준 향상 등으로 프리미엄급 결혼정보에 대한 수요가 있어 연구 중”이라고 밝혔다. 중국 현지 업체들이 듀오에 제휴를 타진하는 문의도 심심치 않게 들어온다고 했다.

김 사장은 이어 한국인의 국제결혼 중개 사업도 가능성이 있다는 생각이다. “앞으로 4~5년 후에는 국내 남녀 성비 불균형이 지금보다 심각해져서 여성 부족 현상이 더욱 심화될 것으로 전망 된다”며 “국제결혼 수요는 생길 수밖에 없다는 판단인데, 가능성을 모색 중”이라고 말했다.

원래 커플매니저 및 웨딩플래너 양성 등을 목적으로 시작한 듀오아카데미는 인력 수요가 많지 않아 지금은 여성인력 대상 서비스 교육기관으로 전환한 상태다. 다행히 이쪽은 교육 수요가 많아 어려움 없이 운영하고 있다.

듀오웨드(듀오의 웨딩 컨설팅 브랜드)는 예식, 메이크업, 사진, 주얼리, 한복, 신혼여행 등 결혼 관련 서비스 업체들을 고객들에게 적절히 연결해주는 일이다. 지금은 중개만 하지만, 앞으로 어떻게 발전시킬 것인지 테스트마켓을 운영하며 경험을 쌓고 있다. 2008년부터 대전에 결혼 관련 서비스를 모은 복합몰 ‘듀오웨딩힐스’를 직영으로 운영하고 있는데, 반응이 좋아 대구, 부산에 추가 오픈할 계획이다. 그 외 라이프 컨설팅의 한 분야로 잡고 있는 ‘출산·육아·실버’ 사업의 경우는 아직 구상만 하고 있다. 

‘사랑의 스튜디오’ 덕에 조기 안착

소문은 별로 안 났지만 사실 듀오는 국내 최대 브레이크 마찰재 제조기업 상신브레이크와 ‘형제’격인 회사다. 듀오의 창업자가 바로 상신브레이크의 최대주주이자 2세 경영자인 정성한 상신브레이크 부사장이기 때문이다. 현재 듀오의 최대주주는 정 부사장 등 상신브레이크 오너 일가로, 지분율은 2008년 말 기준 83.2%다. (김 사장은 정 부사장의 외사촌 형수다. 원래 창업자 정 부사장은 김 사장의 대우자동차 직장 동료였단다. 김 사장이 첫 직장이던 대우자동차에서 홍보 업무를 하던 시절 얘기다. 김 사장이 결혼을 하고 보니 시댁 일가 중에 정 부사장이 있어서 놀랐다고)

듀오는 정 부사장이 1995년에 개인회사로 창업해서 1990년대 말까지 기반을 다진 회사다. 1999년에 법인으로 전환한 후 2000년대 들어서는 전문경영인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정 부사장은 미국에서 MBA를 따고 돌아와 개인적인 관심으로 듀오를 설립, 운영했다. 정 부사장은 지금도 매주 목요일과 금요일에는 듀오로 출근하며 경영을 챙기고 있는데, 마케팅이나 기획 쪽에서 조언을 아끼지 않는다고 한다.

듀오는 설립 이듬해인 1996년에 일반인 미혼 남녀들의 만남 주선 프로그램이던 MBC <사랑의 스튜디오>에 매칭 시스템을 제공하면서 이름을 알렸다. 덕분에 빠르게 안착한 듀오는 1996년부터 지금까지 매년 흑자를 유지하고 있으며, 실적도 상승 추세를 이어가고 있다. 외환위기도 거의 느끼지 못했을 정도였다고.

앵커 출신 신은경 전 사장에 이어 김 사장이 듀오에 영입된 시기는 2001년 7월이다. 듀오가 코스닥 상장을 추진하던 시기였다. 듀오는 여성인력 비중이 80%가 넘어서 전문경영인으로 여성을 선임한다는 방침을 두고 있는 회사다. 김 사장이 여성이라는 점을 떠나 그의 홍보업무 경험과 회계사라는 전문성을 감안할 때 그의 영입은 맞춤한 인사였던 셈.

하지만 김 사장은 듀오에 올 당시까지 CEO로서의 경험이 없었다. ‘초보 사장’이었다는 뜻이다. 전문성은 갖췄지만 처음 하는 경영이 걱정되지는 않았을까?

“결혼정보 업계 자체가 산업화된 지 그리 오래되지 않다 보니, 뜻이 있고 마음이 있으면 경험이 없더라도 해볼 만하다 싶었습니다. 실은 제가 중매로 결혼을 해서 마담뚜들이 소개하는 주먹구구식 중매 시장에 대한 문제점을 알고 있었거든요. 양가 부모님들과 함께 만나는 선 자리가 매우 불편했던지라, 부모님이나 마담뚜가 아닌 본인 주도의 결혼문화를 만들어 본다면 의미가 있겠다고 생각했지요. 기대 반, 걱정 반 하는 마음으로 출근을 했죠.” 다행히 김 사장 합류 후에도 듀오는 지금까지 비교적 성장가도를 잘 달려오며 순항하고 있다.

중매를 잘 서서 세 쌍만 결혼에 성공시켜도 천국에 간다는 말이 있다. 그 동안 듀오에서 만난 이들이 1만9000여 명(약 9500커플)이나 결혼한 점을 감안하면 김 사장은 아마 천국행 티켓을 맡아 놓고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약력

1964년 생

1986년  서울대 독문과 졸업

1996년 美  Rutgers 뉴저지 주립대 MBA

1986~1989년  대우자동차 홍보실 근무

1990~1994년   (주)대우 미국현지법인 IRS 담당

1997년  미국 회계사(AICPA) 자격 취득

2001년 7월~현재  듀오정보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