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특함’강조하는 경쟁론 대가…
“판도 바꿀 전략으로 승부하라”

하버드 경영대학원의 마이클 포터(Michael E. Porter) 교수는 세계적으로 가장 영향력 있는 경영학자 중 한 명이다. 그는 1980년대부터 경영전략 분야를 발전시키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1980년, 1985년, 1990년 등 5년을 주기로 출간한 <경쟁전략>, <경쟁우위>, <국가경쟁우위>는 여전히 베스트셀러인 동시에 경영전략 분야의 바이블이 되었다.
그의 책에 소개된 산업구조 분석(5 forces model), 본원적 전략(generic strategy), 가치사슬(value chain), 수평적 전략(horizontal strategy), 다이아몬드 모델(diamond model), 클러스터(cluster) 등의 개념은 이미 경영전략 교과서에 핵심 이론으로 자리 잡고 있다. 만약 노벨 경영학상이 있다면 포터를 가장 유력한 수상자로 꼽는 데 별다른 이견이 없을 것이다.
포터의 이론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의 학문적 배경에 대해 잠깐 살펴보는 것이 유용하다. 1947년생인 그는 미국 프린스턴 대학에서 우주항공과 기계공학을 전공하였다. 하버드 대학에서 MBA를 마친 후 같은 대학에서 1973년 ‘기업 경제학(business economics)’ 박사학위를 취득하였다. 기업 경제학은 경제학 이론을 활용해 기업 경영의 각종 현상을 설명하는 분야로 경제학과 경영학을 아우르는 학제 간 연구다. 바로 이러한 학문적 배경 때문에 포터 이론에는 경영학과 경제학의 공통된 키워드라 할 수 있는 ‘경쟁’이 중심을 차지하고 있다.
모방과 가격 경쟁은 공멸의 길
포터는 경쟁을 이해하고 이에 대응하는 것이 전략가의 가장 중요한 임무라고 역설했다. 사실 기업 경영자들이 경쟁에 관심을 갖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경쟁은 해당 산업에서 기업이 거둬들일 수 있는 수익과 밀접한 관련이 있기 때문이다. 경쟁이 치열하다면 기업들의 수익성은 떨어질 것이고, 반대로 경쟁이 없다면 수익성은 높아질 수 있다. 다만 문제는 경영자들이 경쟁을 이해하는 시각이 극히 제한되어 있다는 점이다.
경영자들은 흔히 자신이 속한 산업과 경쟁자를 잘 알고 있다는 착각에 빠진다. 주로 시장에서 자신과 유사한 제품을 팔고 있는 기업들만 경쟁자로 인식한다. 하지만 산업에 따라서는 의외의 요인들이 경쟁의 양상을 좌우하는 결정적인 역할을 할 수도 있다.
예컨대 PC 산업에서는 델이나 HP 같은 세트업체가 아니라 마이크로프로세서처럼 PC의 성능을 좌우하는 핵심 부품을 공급하는 인텔이 산업의 주도권을 쥐고 있다. 타이어 산업의 경우도 굿이어나 미쉐린 같은 경쟁자들보다는, 대량으로 타이어를 구매하는 자동차 회사의 막강한 교섭력에 더 주목해야 할 것이다. 이처럼 산업 내 경쟁에 제대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라이벌 기업뿐만 아니라 공급자나 구매자, 대체품과 잠재적 경쟁자까지 포함해 보다 넓은 관점으로 경쟁을 분석해야만 한다.
포터는 경쟁을 입체적으로 이해하는 것은 물론 경쟁이 치열해질수록 어떻게 남들과 다를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고 충고한다. 경쟁자와 유사한 방식으로 경쟁해서는 우위를 점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가격 경쟁을 촉발시켜 결국 산업의 수익성을 망칠 수 있다. 기업은 ‘독특함’을 잃어버리는 순간 모방과 가격 할인이 난무하는 제로섬 경쟁에 빠지게 된다. 바로 이 점이 기업 간 경쟁을 간파하는 포터의 핵심이며, 우리나라 경영자들이 눈여겨봐야 할 대목이다.
주위를 둘러보자. 이제 국내 시장에서도 독과점 산업의 비중은 점점 줄어들고 있다. 평온했던 업계마다 경쟁자들이 늘고 있다. 하지만 산업마다 벌어지는 경쟁의 양상은 완전히 다르다.

생필품에 해당되는 생수나 우유 산업을 비교해 보자. 생수의 경우 전국적으로 100개가 넘는 브랜드가 난무하고 있다. 경쟁도 치열하지만, 더 큰 문제는 업체들마다 독특한 전략이 없다는 점이다. 고객들은 시중에 판매되는 생수 제품에서 차별점을 인식할 수 없다. 제품 측면에서 차별성을 창출하는 데 실패했고, 경쟁은 가격 할인 중심으로 진행되었다. 제품이 비슷하니 어느 것이 더 저렴한가로 경쟁한 셈이다. 당연히 산업의 수익성은 악화될 수밖에 없었다.
우유 산업도 처음 양상은 생수와 비슷했다. 한때 파스퇴르우유가 저온살균공법으로 프리미엄 우유를 출시한 것을 제외하면 고객들은 우유 제품이 다 비슷하다고 인식했다. 우유 업체들은 자신의 제품이 더 우수하다고 광고했지만, 실제 시장에서는 가격 할인이나 우유 하나를 더 끼워주는 덤 행사가 거의 연중 실시되었다. 다행히 최근 우유 산업에서는 새로운 전략들이 시도되고 있다. 유기농이나 저지방 우유 같은 차별화된 제품들이 출시되었고, 제조일자를 표기해 신선함을 강조하는 업체도 등장했다. 몇 년째 정체된 우유 시장은 이러한 새로운 전략의 성공 여부에 따라 돌파구가 마련될 수도 있을 것이다.
마찬가지로 전 세계적인 스마트폰 열풍은 노키아나 삼성이 주도해온 기존 휴대전화 업체의 유사한 전략에 대한 중대한 경고로 이해될 수 있다. 또한 국내 6개 LPG 업체에 대한 공정거래위원회의 과징금도 업체들 간의 너무나 비슷한 전략 때문에 가격 담합이라는 의혹에 휩싸였다고 해석할 수 있다.
경쟁은 남과 달라야 살아남을 수 있다는 절박한 상황이다. 모방과 가격 할인은 손쉽지만, 결국 산업의 파괴로 이어질 수 있는 치명적 유혹이다. 반면 독특한 전략은 고객들에게 다양한 선택의 기회를 제공하고 덕분에 시장을 확대시킬 수 있는 매력적인 수단이다. 포터의 조언처럼 기업은 전략을 통해 얼마든지 경쟁의 판도를 바꿀 수 있다.
사업 다각화, 가치사슬에 ‘해답’
포터는 기업이 신사업을 전개하는 사업 다각화 문제에 관해서도 신중한 접근을 주문했다. 1950년에서 1986년까지 미국 33개 주요 대기업의 사업 다각화를 분석한 그의 연구에 따르면, 인수합병(M&A)을 통해 진출한 신규 사업의 약 70% 이상이 결국 실패로 끝났다. 물론 M&A가 실패한 원인은 다양했지만, 포터는 기존 사업의 가치 활동과 연계가 부족하다 보니 사업 간 시너지 효과를 충분히 창출하지 못했다는 점을 최대 원인으로 지적했다. 따라서 신규 사업을 검토하더라도 가급적 주력 사업과 밀접하게 관련된 인접 사업으로 확장하는 것이 사업의 성공 확률을 높일 수 있다는 것이다.
포터는 사업 간 시너지를 분석하기 위해 ‘가치사슬’이라는 개념을 제안했다. 가치사슬은 한 기업의 활동을 전략적으로 연관성이 있는 몇 개의 활동들로 나누어 분석하기 위해 도입된 개념이다. 기업 활동은 크게 본원적 활동과 지원 활동으로 구분된다. 본원적 활동은 생산·물류·배송·마케팅과 영업·애프터서비스 등의 활동이 포함되며, 지원 활동은 본원적 활동을 보조해 주는 활동으로 원부자재를 구매하는 활동, 기술개발, 인적자원 관리 및 기타 활동으로 이루어진다. 그는 다양한 사업부의 가치 활동을 연계하는 것이 다각화 전략에서 가장 핵심적인 과제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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